# 280
< 내 언데드 100만 >
제280화 복수의 시작은 블루 아이즈와 함께
“틴달로스.”
[네~]
한성의 등 뒤로 그림자가 쭉 늘어났다.
덜그럭덜그럭.
이윽고 지면에 넓게 퍼진 그림자 속에서 블랙 스켈레톤 마스터 솔저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뭐, 뭐야?”
어둠 속에서 푸른 눈빛을 빛내며 수도 없이 땅속에서 솟아올라오고 있는 마스터 솔저들의 모습에 팔켄은 질린 표정을 지었다.
마스터 솔저들의 숫자가 수천이 넘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스켈레톤 나이트들과 데스나이트들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확실히 병력 수송이 편해졌네.’
한성의 레벨이 오름에 따라 틴달로스도 강화되었다.
덕분에 틴달로스에게 그림자 수송 스킬이 생겨났다.
‘그림자 수송’은 반경 200미터 안에 있는 아군 병력들을 옮길 수 있었다.
틴달로스는 그 스킬을 사용해서 숲속에 숨어 있던 마스터 솔저들을 단숨에 한성의 등 뒤로 소환한 것이다.
또한, 틴달로스는 체내의 아공간에 보관하고 있던 시체들과 언데드 병력들까지 추가로 더 꺼냈다.
마지막으로 한성 근처에 라이, 루루, 레이몬, 엘레오노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스터. 전부 완료했어요. 머리 쓰다듬어 주세요!]
언데드 병력들을 모두 소환한 틴달로스는 귀여운 원피스를 입은 작은 소녀의 모습으로 나타나 한성의 손바닥 위에 올라탔다.
“그래, 잘했다. 우리 귀여운 틴달로스야.”
한성은 손가락으로 틴달로스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틴달로스는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흔들었다.
“루루도 머리 쓰다듬어 주세영!”
한성이 틴달로스만 귀여워하자 루루도 달라붙어 왔다.
어리광을 피우는 두 소환수들을 달래며 한성은 팔켄을 바라봤다.
그리고 팔켄 또한 한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흥. 복수를 위해서 네크로맨서로 전직한 건가?”
“그렇다면 어쩔 건데?”
“멍청한 놈. 네크로맨서로 직업을 바꾸었다고 해서 네놈이 우리들을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냐?”
“응.”
팔켄의 말에 한성은 낯빛 하나 바꾸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미친놈.”
팔켄은 코웃음을 쳤다.
그렇지 않아도 한성이 네크로맨서 직업 스킬을 쓴다는 보고를 받았었다.
그래도 믿지 않았었다.
네크로맨서 동료가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지간한 네크로맨서 따위보다 잘 키운 파이터가 더 강하니까.
후반에 가서 네크로맨서가 강해지는 건 맞았다.
하지만 다른 직업에 비해 압도적으로 강해진다기보다, 초반 쓰레기에서 그럭저럭 쓸 만할 정도로 강해진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정말 한성이 네크로맨서로 전직한 게 아닌가?
“겉만 그럴 듯하게 꾸며도 해골은 해골일 뿐이지. 골다공증 걸린 쓰레기 놈들.”
팔켄은 한성의 뒤에 서 있는 블랙 스켈레톤 마스터 솔저들을 바라보며 비웃음을 흘렸다.
“그거야. 직접 싸워 보면 알 일이고. 천하의 블랙 레이븐 부클랜장이신 팔켄 님께서 왜 이렇게 혀가 길어? 후달리냐?”
“뭐? 후달려?”
팔켄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웃음을 딱 그치며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놈 조져라.”
그 말 한마디에 클랜원 500명이 한성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돌격해라.”
그에 맞춰 한성도 마스터 솔저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마스터 솔저들은 어두운 바람처럼 가벼운 움직임으로 한성의 곁을 스쳐 지나가며 클랜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해골 따위가 어디서 깝쳐!”
“감히 네크로맨서 따위가!”
“박살을 내 주마!”
팔켄뿐만이 아니라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 전부 인상을 썼다. 그들 모두 각자 할 일이 있었지만 팔켄의 명령에 본성으로 끌려오다시피 해서 모였다.
그랬더니 웬 듣도 보도 못한 잡놈 네크로맨서 하나가 자신들의 클랜에 싸움을 걸고 있는 게 아닌가?
고작 네크로맨서 하나 때문에 여기 모인 거라고 생각하니 클랜원들 입장에서는 빡칠 수밖에 없었다.
챙! 카앙!
이윽고 수많은 금속음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하이랜더들과 클랜원들이 맞붙기 시작한 것이다.
[당신의 소환수 루루가 늑대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소환수들의 공격력과 방어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한성의 등 뒤에서 루루가 울프 댄스를 추며 소환수들에게 버프를 걸어주기 시작했다.
울프 댄스는 맹수 춤들 중 하나인데 루루의 동작을 보면 강아지 춤과 비슷해 보일 정도로 귀여웠다.
“하이하이!”
“스피스피!”
“디펜디펜!”
루루의 울프 댄스에 마스터 솔저들의 위력이 강해졌다.
“뭐, 뭐야!”
“이 자식들 갑자기 왜 이래?”
조금 전과 달라진 마스터 솔저들의 강함에 클랜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공격하기가 어려워지고, 방어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라이트닝 애로우!”
그때 엘레오노라가 전격 계열 공격 마법을 시전했다.
파직! 파지직!
엘레오노라의 주변에 생성된 10발이 넘는 푸른 전격의 화살들이 클랜원들을 향해 날아갔다.
지지지지직!
하지만 엘레오노라의 전격 공격은 시작에 불과했다.
엘레오노라가 날린 푸른 전격 화살의 뒤를 이어 스켈레톤 마법 병단들도 라이트닝 애로우를 날렸던 것이다.
숲속에서 날아든 푸른 전격의 화살들은 마스터 솔저들의 머리 위를 가득 채우며 본성 쪽에 있는 클랜원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저, 저게 뭐야!”
“방어 마법! 방어 마법!”
“막아라!”
하늘을 가득 채우며 쏟아져 내리는 전격의 화살에 클랜원들은 혼비백산하며 마법사들에게 방어 마법을 쓰라고 소리쳤다.
“매직 배리어!”
“마나 프로텍트!”
“앱솔루트 쉴드!”
클랜원들의 마법사들도 서둘러 방어 마법을 펼쳤다.
콰직! 콰드드드득!
푸른 전격의 화살들이 클랜 마법사들이 펼친 방어막 위로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클랜원들의 후방을 노린 일격!
전방은 마스터 솔저들과 클랜원들이 얽혀 있었기 때문에, 엘레오노라는 후방을 노렸다.
특히 후방에는 원거리 딜러들이 모여 있었기 때문에 피해만 입힐 수 있다면 적의 공격력을 대폭 깎을 수 있었다.
콰쾅! 콰콰콰콰쾅!
푸른 전격의 화살은 방어 마법과 충돌하면서 폭발을 일으켰다.
그로 인해 터져 나온 푸른 전격 때문에 상황파악이 힘들었다.
잠시 후 푸른 전격이 잠잠해지면서 클랜원들의 뒤쪽 상황이 드러났다.
“역시 쉽게는 안 되네.”
한성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혀를 찼다.
클랜원들의 후방에 있던 마법사들의 방어 마법에 공격이 막혔던 것이다.
“네놈의 허접한 뼈다귀들에게 내 부하들이 당할 줄 알았냐?”
한성이 아쉬운 표정을 짓자 팔켄이 이때다 싶은 표정으로 으스댔다.
“상관없어. 아직 난 시작도 하지 않았으니까.”
한성은 피식 웃었다.
현재 근접전은 비등비등했다.
개개인의 전투력만 놓고 본다면 당연 클랜원들이 강하다.
하지만 디펜더들의 방어력과 하이랜더 및 스피어맨을 물량으로 밀어붙였다.
거기다 스켈레톤 나이트들과 데스나이트들의 활약도 제법 컸다.
어디 그뿐만 인가?
“아, 이 빌어먹을 개새끼는 뭐하는 놈이야?”
대형 도끼를 들고 있는 클랜원 하나가 시뻘게진 얼굴로 소리쳤다.
그는 라이에게 앞발로 귀싸대기를 왕복으로 쳐 맞았다.
실제로는 원투 펀치를 맞은 거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는 그래도 나은 편이었다.
[나는 나보다 약한 녀석의 말은 듣지 않는다. 쓰레기 같은 네놈들을 낳은 부모님은 누구야!]
“크아아아악! 이 미친 해골 새끼가!”
“감히 내 어머니를 욕해? 야, 너 이리 안 와? 확 그냥 대가리를 부숴 버릴라!”
[약한 개일수록 잘 짖는 법이지. 개 같은 네놈을 낳은 부모님은 누구냐? 네놈이 이런 곳에서 싸움질이나 하고 다닌 다는 걸 부모님은 알고 계시나?]
“이런 미친놈이!”
레이몬을 상대하고 있는 클랜원들은 입에 거품을 물며 무기를 마구 휘둘러 대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또 레이몬은 날렵한 몸놀림으로 피하며 화려한 말빨로 클랜원들을 농락했다.
‘진짜 저놈은 적으로 만나지 않아서 다행이야.’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에게 물리 공격이 아닌 정신 공격을 하고 있는 레이몬을 바라보며 한성은 고개를 흔들었다.
정말 레이몬을 적으로 만났다면 아마 속 터져서 죽었을 지도 몰랐다.
그렇게 소환수들을 맹활약으로 밀리지 않고 전선을 유지할 수 있었다.
‘자, 그럼 여기에 변화를 하나 준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한성은 팔켄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 모습에 팔켄은 자기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한성의 미소가 무슨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저 자식 지금 무슨 미친 짓을 저지르려고?’
“야, 야! 트레인 너 지금 무슨 짓을…….”
“기대해라. 단숨에 끝내 줄 테니까.”
한성은 작은 미소를 지르며 아크스태프를 치켜들었다.
순간 마스터 솔저들의 얼굴에 체념의 빛이 떠올랐다.
“하이하이(올 것이 왔다).”
“스피스피(홀리 ㅤㅅㅞㅅ).”
“디펜디펜(골권은 어디에).”
그동안 느껴왔던 익숙한 느낌이 찾아오자 마스터 솔저들은 초연한 표정으로 최후의 순간을 맞이했다.
“나는 하이랜더 30마리와 시체 10구를 제물로 바쳐 블루 아이즈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을 소환하겠다.”
순간 하이랜더들과 주변에 널려 있는 시체들 밑으로 푸른 마법진이 생겨났다.
“나와라! 블루 아이즈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
번쩍!
한성의 외침과 동시에 푸른빛이 터져 나오면서 하이랜더 30마리와 시체들이 빛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푸른 마법진의 빛 속에서 블루 아이즈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롸아아아아!
블루 아이즈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은 날개를 활짝 펼치며 길게 포효성을 내질렀다.
쿠구구궁.
50미터 크기의 스켈레톤 드래곤이 포효하는 것만으로도 대기가 진동했다.
“마, 말도 안 돼. 본 드래곤이라니?”
팔켄은 눈을 부릅떴다.
언데드 소환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본 드래곤.
하지만 그만큼 얻기가 힘들다.
까마득할 정도로 퀘스트들을 클리어 하고, 네크로맨서의 소환 관련 스킬들을 마스터까지 숙련도 레벨 노가다도 해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최소 200레벨 이상에 4차 전직까지 기본으로 해 놓아야 본 드래곤 소환 스킬을 배울 수 있었다.
게다가 팔켄은 아직 모른다.
한성이 소환한 스켈레톤 드래곤은 일반 네크로맨서가 소환하는 본 드래곤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일단 크기부터 다르고 능력치도 다르다.
거기에 전승 효과와 히든 직업 특전까지 더하면 스켈레톤 드래곤은 보통의 본 드래곤보다 훨씬 더 강하다.
“네놈 따위가 어떻게 본 드래곤을?”
팔켄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하지만 아직 한성의 턴은 끝나지 않았다.
“이어서 나는 블랙 스켈레톤 스피어맨 30마리와 시체 10구를 제물로 바쳐 블루 아이즈 다크 플레임 스켈레톤 드래곤을 소환하겠다. 나와라! 블루 아이즈 다크 플레임 스켈레톤 드래곤!”
“뭐, 뭐라고?”
한성이 또 다른 스켈레톤 드래곤을 소환하자 팔켄은 두 눈을 부릅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직이다! 나는 블랙 스켈레톤 디펜더 30마리와 시체 10구를 제물로 바쳐 블루 아이즈 다크 메탈 스켈레톤 드래곤을 소환하겠다!”
“…….”
팔켄은 더 이상 할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주변에 있던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도 마찬가지.
“미친…….”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팔켄은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세 마리의 블루 아이즈들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