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317화 (315/318)

# 317

< 내 언데드 100만 >

제317화 남겨진 이야기 (2)

블러드 아이 화이트 타이거가 달려들자 그에 맞춰 한성의 언데드 군단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로 대치를 하고 있는 동안 한성도 쿨타임이 끝나는 대로 계속 언데드 몬스터들을 소환하였기에 숫자가 제법 되었다.

잠시 후, 언데드 군단과 마수들이 충돌했다.

*       *       *

중앙 대륙과 천공섬 등등 티르 나 노이 전역에 이세트가 뿌려 놓은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들이 남아 있었다.

거기다 마인들이 뒤에서 조종했던 어둠의 신봉자들 조직인 아말감도 여전히 건재한 상황.

그 때문에 자잘한 문제가 생겨났다.

일반 던전 보스들이 2차 각성을 하거나 변이를 일으켜서 강해지는가 하면, 수정구가 나타난 지역이 흑마력으로 오염되어 죽음의 대지가 되는 일이 생겨났던 것이다.

이세트가 남긴 유산인 수정구를 어둠의 신봉자들이 이용해 먹고 있었다.

이에 오딘사의 운영자들과 이시스는 남겨진 수정구를 지켜보다가 결론을 내렸다.

그대로 두기로 말이다.

이세트가 마지막으로 만든 수정구는 게임 시스템에 개입을 해서 플레이어 방문자들의 캐릭터를 삭제시키는 위험한 물건이었다.

하지만 그 외 나머지 수정구들은 마족들의 흑마력으로 제작되었으며 게임 시스템에 문제를 일으킬 요소가 없다고 판단되었던 것이다.

또한 오딘 사는 아예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를 새로운 에피소드를 위한 떡밥으로 삼았다.

그동안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로 인해 생긴 미스터리한 일이나 괴담들이 사실은 천공섬에 이은 새로운 에피소드를 위한 사전 떡밥이었다고 공지를 띄운 것이다.

그리고 그러는 편이 확실히 방문자들의 우려와 불신을 줄이는 계기가 되었다.

캐릭터 삭제 버그가 있다는 소문이 퍼진 뒤로 오딘 사의 주가는 상당히 떨어졌었다.

하지만 새로운 에피소드를 발표한다는 소식에 주가는 다시 회복하면서 오히려 더 상승했던 것이다.

천공섬에 이어 새로운 에피소드를 멀지 않은 시기에 업데이트 하겠다는 오딘 사의 발표에 유저들의 가슴은 불타올랐다.

그 덕분에 캐릭터 삭제 버그 이야기는 소리 소문 없이 묻혔다.

급한 불을 끈 오딘 사는 아직 티르 나 노이 전역에 남아 있는 수정구들을 줄이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 한성이 천공섬의 고대 유적에서 수정구를 흡수한 미쳐 버린 블러드 아이 화이트 타이거와 싸우고 있는 것이다.

“시체 소환! 타이탄 아룸!”

한성을 중심으로 그로테스크한 시체 꽃이 피어났다.

그리고 주변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는 마스터 솔져들과 시체들을 제물로 바쳐 새로운 언데드 몬스터를 소환했다.

“나와라! 블루 아이즈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 다크 플레임 스켈레톤 드래곤! 다크 메탈 스켈레톤 드래곤!”

순식간에 한성의 전방 위로 블루 아이즈 드래곤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롸롸롸롸롸!

소환된 블루 아이즈들은 마수들을 내려다보며 포효를 길게 내질렀다.

“트리플 버스터 브레스!”

쩌억.

한성의 명령에 블루 아이즈들은 입을 벌렸다.

블루 아이즈들의 거대한 입 앞에 푸른 마법진이 생성되면서 마력 구체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이윽고 블루 아이즈들은 나란히 마수들을 향해 브레스를 쏘았다.

슈와아아아악!

푸른빛이 일직선으로 쏘아지면서 지면을 할퀴고 지나갔다.

크헝! 캥! 크허어어어엉!

그 범위 안에 있던 마수들은 화들짝 놀라며 피하려고 했지만 트리플 버스터 브레스의 파괴범위를 벗어날 수 없었다.

수십 마리가 넘는 검은 마수들이 비명을 지르며 푸른 빛 속으로 사라졌다.

‘거의 다 끝나가는군.’

역시 다구리에 장사는 없었다.

몸 크기가 최소 5미터에 백 마리가 넘어가는 마수들도 한성의 언데드 군단 앞에서는 힘을 못 썼다.

초기에는 마수들 쪽이 유리한 듯 보였었지만 끊임없이 일어나는 마스터 솔져들과 스켈레톤 비스트들, 그리고 언데드 나이트들의 집단 구타를 버티지 못한 것이다.

크아아아아앙!

순간 어마어마한 포효가 전장을 뒤흔들었다.

“하이하이!”

“디펜디펜!”

한성의 앞에서 하이랜더들과 디펜더들이 솟구쳐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붉은 눈의 백호가 마스터 솔져들을 튕겨 내며 한성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마지막 발악이냐?”

한성은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몸길이만 약 5미터가 조금 넘는 화이트 타이거는 굉장히 위협적이었다.

덩치에 비해 굉장히 민첩하고 무엇보다 공격력이 높았다.

투웅!

화이트 타이거가 가볍게 앞발을 휘두르자 충격파가 터졌다.

아무래도 화이트 타이거가 가지고 있는 고유 스킬 중 하나인 것 같은데 그 위력이 어마어마했다.

충격파에 휩쓸린 마스터 솔져들이 손도 못 쓰고 하늘을 붕붕 날면서 튕겨져 나갔기 때문이다.

팡! 팡!

그뿐만이 아니다.

공중으로 뛰어오른 화이트 타이거는 그대로 허공을 밟으며 한성을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공중에 마력으로 공기 발판을 만들어서 이동하는 한성의 에어 스텝과 유사한 스킬을 사용한 것이다.

“팔랑팔랑!”

허공을 밟으며 달려드는 화이트 타이거를 향해 팔랑크스들이 창을 들이밀려 했다.

“빠져!”

하지만 한성은 오히려 자신과 화이트 타이거 사이에 있는 언데드 군단들을 옆으로 물렸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처리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성과 화이트 타이거 사이에 길이 생겼다.

크아아아아앙!

화이트 타이거는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한성을 향해 허공을 질주했다.

“본 스피어! 본 리터레이션!”

한성 또한 가만히 있지 않았다.

화이트 타이거가 도착하기 전에 다크 메탈로 이루어져 있는 본 스피어 10개를 머리 위에 소환한 것이다.

3미터 길이의 본 스피어는 한성의 머리 위에서 고정된 채 화이트 타이거를 겨눴다.

크르르르.

이제 화이트 타이거의 작은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워져 있었다.

화이트 타이거와의 거리는 불과 약 10미터 정도.

이 정도거리면 3초가 채 걸리기 전에 화이트 타이거의 앞발이 한성의 몸에 닿는다.

그 순간,

“체인 오브 바인드!”

촤촤촤촤ㅤㅊㅘㄱ!

화이트 타이거의 지면 아래에서 흑마력으로 이루어진 사슬이 솟구쳐 올라왔다.

크허허허허헝!

갑작스러운 공격에 화들짝 놀란 화이트 타이거는 재빨리 피하려고 했다.

휘리릭! 쾅!

하지만 체인 오브 바인드가 훨씬 더 빨랐다.

화이트 타이거는 순식간에 마력 사슬에 몸이 묶이면서 지면에 내동댕이쳐졌다.

슈슈슉!

그뿐만이 아니다.

한성의 머리 위에 떠 있던 본 스피어들도 허공을 가르며 화이트 타이거를 향해 쇄도했다.

푸푸푸푹!

끄허어어엉!

화이트 타이거는 구슬픈 비명을 내질렀다.

상황이 밀리는 것 같자 언데드 군단의 우두머리로 판단한 한성을 향해 특공을 감행했다가 오히려 당하고 만 것이다.

“끝이다.”

어느 새 한성은 체인 오브 바인드와 본 스피어에 꿰뚫려 있는 화이트 타이거의 머리 앞에 서 있었다.

한성은 전설의 죽창을 치켜들었다.

“고통 없이 보내 주마.”

푸욱!

창날이 여섯 개인 전설의 죽창이 화이트 타이거의 머리를 꿰뚫었다.

[33% 확률로 3배 크리티컬 데미지가 터졌습니다.]

방어 무시의 3배 데미지를 입은 화이트 타이거는 절명했다.

아직 생명력이 10%가 넘게 남아 있었지만 지금 전설의 죽창은 예전과 달랐다.

무려 +9강 전설의 육죽창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죽창은 죽창이네. 레벨이 낮아도 한 방 데미지가 높단 말이야.’

확실히 전설의 육죽창은 레벨이 낮은 탓에 공격력도 낮았다.

하지만 상대의 방어를 무시하고 공격할 수 있는 사기적인 옵션 능력이 있었기에 지금도 유용했다.

거기다 이제 +9강까지 했기 때문에 부족했던 공격력을 커버할 수 있었다.

‘실패하면 어쩌나 조마조마했었지만.’

그래서 10강까지는 하지 않았다.

9강에서 10강의 성공률은 매우 낮았으니까.

9강까지 깨지지 않고 강화되었다는 사실에 한성은 만족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Lv275 미쳐버린 핏빛 눈의 성수, 블러드 아이 화이트 타이거를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275000 골드와 Lv275 유니크 등급 보물 상자를 지급 합니다.]

[전승 특전 효과로 보상을 세 배로 받습니다.]

‘서약의 반지도 전승 특전 효과가 있었으면 좋았을걸.’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를 확인한 한성은 입맛을 다셨다.

이시스에게 받은 서약의 반지는 특수한 장비였기 때문에 유감스럽게도 전승 특전 효과를 받지 못했다.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를 회수합니다.]

재차 메시지가 떠오르며 화이트 타이거의 머리에서 흘러나온 붉은 구슬 같은 게 한성의 손안에 들어왔다.

“이게 새롭게 만들어진 수정구인가? 이전과는 모습이 많이 다르네.”

화이트 타이거에서 회수한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는 손바닥만 한 크기에 붉은 구슬처럼 생겼다.

“설마 진화한 건가?”

[네. 맞아요.]

그때 서약의 반지에서 이시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플레이어 캐릭터를 삭제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수정구와 이전의 수정구와는 비교도 안 되는 힘을 가진 수정구를 이세트는 제작하고 있었어요. 붉은 수정구들은 이전 수정구에서 진화한 개체들이에요. 이 수정구들은 보스 몬스터를 3차 각성을 시킬 수 있어요.]

“헐. 미친 3차 각성이라니...”

한성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던전에서 보스를 잡다가 눈이 돌아가서 수정구로 2차 각성을 한 놈들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서 한 번 더 각성을 한다니?

그럼 대체 얼마나 강해진다는 소리인가?

‘어쩐지 화이트 타이거 말고도 다른 마수들도 강한 것 같더라니…….’

초반에 언데드 군단은 마수들의 공격에 엄청 쓸려 나갔었다.

그때 한성은 진지하게 속으로 스켈레톤들에게 칼슘을 섭취시켜 줘야 하나 싶을 정도로 고민했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붉은 눈의 백호는 진화한 수정구의 힘으로 거의 준 보스급에 가까운 힘을 가진 마수들을 불러낼 수 있었다.

그런 놈들 서너 마리가 보스와 함께 등장하면 모를까 역시 100마리가 넘는 숫자는 오버였다.

그나마 한성이 스켈레톤 컴바인으로 강화시키고 밑도 끝도 없이 계속 언데드 몬스터들을 소환한 끝에 마수들을 쓰러트릴 수 있었다.

물론 루루의 버프와 마계기사 레이몬, 틴달로스, 엘레오노라의 활약도 컸다.

거기에 라이와 다크 메탈 골렘도 각각 마수들을 한 마리씩 상대했었고, 막바지에는 블루 아이즈들이 대미를 장식했다.

생명력이 얼마 남지 않은 마수들을 한 번에 수십 마리씩 잡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런 게 대체 얼마나 더 있는 거야?”

[현재 조사한 바로는 스무 개에요.]

“흠.”

오딘 사에서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가 새로운 에피소드의 사전 떡밥이라는 신의 한수를 내놓았다.

하지만 붉은 구슬처럼 생긴 수정구는 게임 밸런스를 위태롭게 할 정도로 강력했다.

그 때문에 오딘 사에서 이세트 사건과 연관이 있는 인물들에게 의뢰를 맡겼다.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들을 회수해 달라고 말이다.

‘레이드를 뛰면 잡을 수 있으려나? 아슬아슬할 것 같기는 한데…….’

실력 좋고 장비를 어느 정도 갖춘 24명으로 이루어진 공격대라면 잡을 만하지 않을까, 라고 한성은 생각했다.

“일단 천공섬에 있는 수정구들부터 회수해야겠군.”

[네. 부탁드리겠어요.]

그 말을 끝으로 한성은 전장을 둘러봤다.

아직 마수들이 몇 마리 정도 남아 있었지만 처리하는 건 시간 문제였다.

‘그럼 천공섬부터 공략해 볼까?’

한성은 작은 미소를 지었다.

*       *       *

그로부터 불과 몇 일 후.

천공섬 하르모니아가 공략되었다는 소식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그리고 그 소식을 들은 특수 대응 전담 프로젝트팀과 개발팀에 소속되어 있는 프로그래머 주임 박상철은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절규하고 있었다.

“어떤 미친놈이 벌써 천공섬을 공략한 거야!!! 새로운 에피소드에 수정구 추가 아직 덜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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