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315화 (313/318)

# 315

< 내 언데드 100만 >

제315화  어둠의 여신 이세트

콰직!

죽창은 이세트의 등에 달린 강철 날개 중심을 찔렀다.

[33%확률로 3배 크리티컬 데미지가 터졌습니다!]

“꺄악!”

이세트는 새된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설마 한성이 등 뒤를 공격해올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도, 도망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달려들었다고?’

이세트가 일으키려고 한 검은 갑주 폭발은 방문자들의 캐릭터들을 삭제한다.

그러니 도망을 쳤으면 쳤지 달려들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이세트는 자폭 시전 동안 무방비 상태가 되어도 마음을 놓고 있었다.

그런데 설마 캐릭터가 삭제될지도 모르는 수정구 폭발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달려들 줄이야!

“어, 어리석은. 그렇게 이 세계에서 사라지고 싶은 거냐?”

“어차피 도망칠 수도 없잖아? 그럼 그냥 공격하는 편이 낫지.”

“큭.”

이세트는 이를 악물었다.

한성의 말은 정론이었다.

한성이 생각한 가장 베스트는 검은 갑주가 폭발하기 전에 이세트를 제압하는 일이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폭발하기 전에 이세트를 제압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위기에 빠진 사람은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한다.

그저 지금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쓸데없는 발버둥을 칠 뿐.

그리고 현재 상황에서 가장 어리석은 선택은 다름 아닌 도망치는 것이다.

어차피 도망쳐 봤자 폭발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할 테니까.

쩌적!

“……!”

갑작스럽게 등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이세트의 표정이 급변했다.

죽창에 찔린 검은 갑주의 등 부분에 실금이 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쩌저적! 콰장창!

검은 갑주의 등에서 시작된 금은 날개까지 타고 올라갔다.

그러자 등 부분과 두 장의 날개가 마치 유리처럼 부서져 내렸다.

“마, 말도 안 돼.”

이세트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검은 갑주가 부서져 내리기 시작하면서 이세트가 발동하려 했던 자폭 공격이 캔슬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이세트는 급속도로 마력이 빠져나감을 느꼈다.

지금까지 이세트는 많은 수의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들을 소환하고 변이시켰고, 한성 일행과 싸우면서 어마어마한 마력을 소모했다.

이제 슬슬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이세트의 야망은 유리처럼 부서져 내리는 검은 갑주처럼 무너져 내렸다.

“아직이다! 이대로 끝낼 수는…….”

하지만 이세트는 현실을 부정했다.

가상현실 세계에서 방문자들을 몰아내기 위해 오랜 기간 준비를 해왔다.

이렇게 허망하게 끝낼 수 없었다.

이세트는 다시 수정구들을 어렵사리 소환하기 시작했다.

이세트의 주위로 수정구 몇 개가 천천히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본 스피어.”

슈와아아악!

콰쾅! 콰콰쾅!

하지만 수정구는 소환이 완료되기도 전에 터져나갔다.

한성이 본 스피어를 던진 것이다.

이어서 한성은 쇄기를 박았다.

“체인 오브 바인드!”

촤촤ㅤㅊㅘㄱ!

이세트의 주변 땅속에서 흑마력으로 이루어진 사슬이 솟구쳐 올랐다.

흑마력 사슬은 이세트를 휘감으며 구속했다.

“이제 끝났다. 포기해라.”

한성은 체인 오브 바인드로 구속된 이세트를 바라봤다.

흑마력 사슬은 이세트를 감싸고 있던 얼마 남지 않은 검은 갑주를 완전히 파괴시켰다.

그리고 이세트는 체인 오브 바인드에 구속되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축하합니다! 어둠의 여신 이세트가 완전 제압되었습니다! 돌발 이벤트 미션 이세트의 구원이 완료되었습니다. 보상으로 1000000 골드와 Lv250 레전드 무기 보물 상자를 지급합니다!]

순간 스카이 레이크에 있는 방문자들의 시야에 안내메시지가 떠올랐다.

‘후.’

안내 메시지를 확인한 한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길었던 이세트와의 전투가 이제 정말로 끝난 것이다.

한성을 비롯한 크리스티나 일행들과 세이란 일행들 등등 스카이 레이크에 있는 모든 방문자들은 돌발 이벤트 미션을 클리어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보상을 받았다.

[전승특전 붉은 유성의 효과로 보상을 3배로 받습니다.]

‘좋아!’

전승 특전 효과 추가 메시지까지 확인한 한성은 속으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보상은 나중에 확인하도록 하고…….’

한성은 여전히 구속 중인 이세트를 바라봤다.

이세트는 차가운 눈으로 한성과 방문자들을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지?”

한성은 이시스를 바라봤다.

그녀의 의뢰대로 이세트를 제압 완료했다.

이다음 이세트를 어떻게 할 건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세트는 이시스로부터 태어난 인공지능이었으니까.

“나머지는 제게 맡기세요.”

번쩍!

이시스의 대답과 동시에 하늘에서 눈부신 하얀 빛이 쏟아져 내렸다.

이세트와 이시스를 중심으로 직경 2미터의 빛의 기둥이 내려오는 듯한 모습이었다.

한성의 체인 오브 바인드에 한층 더 강한 구속 마법을 시전한 이시스는 이세트와 함께 빛의 기둥 속에서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상황에서 이시스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나중에 오딘 사를 통해서 방문자님들에게 추가 보상이 지급될 거예요.”

“그녀는?”

한성은 구속되어 있는 이세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오딘 사와 협의할 예정입니다. 상황이 마무리되면 제가 직접 여러분들에게 보고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쩌면 오딘 사의 운영진에서 여러분들에게 연락이 갈 수도 있으니 기다려 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그 말을 끝으로 이시스는 이세트와 함께 하얀빛 속으로 사라졌다.

그 직후 한성의 시야에 안내 메시지가 올라왔다.

[축하합니다! 월드 히든 미션 이세트의 구원이 완료되었습니다. 티르 나 노이의 여신 테스타로사에게 보상을 받으십시오.]

‘아, 맞다. 월드 히든 미션 보상.’

그제야 한성은 월드 히든 미션 보상을 이시스에게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뭐, 어차피 또 보게 될 테니까.’

월드 히든 미션의 보상은 여신 테스타로사의 소중한 ???다.

단순한 일반 보상이 아닌 것이다.

거기다 이세트 때문에 이시스나 오딘 사도 정신이 없을 것이다.

이세트가 벌이려고 했던 계획은 대사건이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바로 보상을 달라고 하는 건 성급할 수 있었다.

‘보상을 빨리 달라고 했다가 이상한 걸 줄 수도 있으니 말이야. 천천히 좋은 걸로 뜯어, 아니 받아내야지.’

이미 한성은 오딘 사 운영진에게 한번 당한 기억이 있었다.

예전 세이란과 함께 에르네스트 산 유적 조사를 했을 때, 세이란은 전설 등급 무기를 받았고, 한성은 고작 3달치 계정료만 받았다.

전설 무기 하나만 해도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계정 금액의 6개월은 가뿐히 넘어가는데 말이다.

그 때문에 한성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월드 히든 미션 보상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며 자신을 도와준 여성들을 바라봤다.

그녀들은 자신들의 일행들을 추스르며 보상 확인이나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이제 진짜 끝났구나.”

주변을 둘러본 한성은 이제야 큰일들이 끝났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       *       *

천공섬 하르모니아에 있는 스카이 레이크에서 전투가 끝난 한성은 일단 일행들과 함께 중앙 대륙으로 돌아왔다.

일단 일행들은 한성이 점령한 예전 블랙 레이븐 클랜성으로 돌아와 지냈다.

하지만 이리야는 얼마간 지낸 후 크리스토 백작가로 돌아갔다.

백작가의 가주로서 자리를 오래 비워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트레인. 이리 와서 술 한잔 받아라.”

“아, 나도!”

“트레인!”

“…….”

‘뭐야, 이거? 이제 내 성이 그라운드 제로가 되어 버린 거야?’

한성은 클랜성 식당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여성들을 바라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디아나, 크리스티나, 세이란, 셀라스틴, 에키드나, 사라와 세라 등등.

전승을 하고 난 후, 이래저래 얽히면서 알게 된 여성들이 한성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트레인! 누구 술을 마실 거야?”

“내거 마실 거지?”

“흐응. 설마 스승인 내 술은 거절할 생각인가?”

“…….”

그뿐만이 아니라 그녀들은 서로를 견제하면서 한성을 중심으로 신경전까지 벌였다.

그리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한성이 받아야 하는 상황.

“나 술 안 마셔. 술 싫어해.”

한성은 정색하며 말했다.

모임이나 친구들끼리 만날 때 술을 많이 마시는 편이지만 지금은 위험하다.

누구 술을 마시는지 선택을 하게 될 경우와 술을 마시고 난 후 뒷감당이 되지 않았으니까.

적어도 아직 한성은 그 정도 사리분별 능력은 남아 있었다.

그때 한성의 옆에서 곰돌이 인형 옷을 입은 루루가 베어 댄스를 추며 나타났다.

“그럼 루루가 마실래영!”

“넌 안 돼!”

한성뿐만이 아니라 다른 여성들도 동시에 소리쳤다.

지금 루루는 10살 어린 아이처럼 보인다.

비록 실제 나이가 겉모습보다 몇 배는 더 많겠지만 외모에서 아웃이었다.

“히잉.”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강렬한 반발에 루루는 슬픔의 곰춤을 추며 쓸쓸히 물러났다.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한성은 재빨리 식당에서 탈출했다.

등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한성은 라이트닝 드라이브를 시전하며 복도를 질수 했다.

“후. 대체 언제까지 성에서 죽치고 있을 건지…….”

한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천공섬에서 블랙 레이븐 클랜 놈들과 이세트를 제압한지도 벌써 수일이 흘렀다.

몇 날 며칠을 그녀들은 한성의 성에서 죽치고 있었다.

그녀들이 성에서 죽치고 있는 건 상관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한성에게 있어서 좋은 일이었다.

천공섬에서 그녀들에게 도움을 받은 것도 있고, 이제 조만간 블랙 레이븐 클랜 놈들이 자기들 성을 탈환하겠다고 돌아올 시기가 다가와 있었으니까.

‘경치 좋다.’

식당에서 탈출한 한성은 어느덧 클랜성 테라스에 도착했다.

이미 늦은 저녁 시간이었기에 어둠이 내려 있었지만 클랜성에 설치되어 있는 마력 전등들 덕분에 주변은 밝아 보였다.

‘그나저나 아직도 연락이 없네.’

테라스에 선 한성은 식당에서 몰래 가지고 나온 와인을 홀짝이며 생각에 잠겼다.

이세트의 사건 이후 가상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는 운영에 살짝 차질을 빚어져 있었다.

이세트와 관련된 소문이 퍼져나갔던 것이다.

거기다 실제로 블랙 레이븐 클랜의 클랜장과 부클랜장 두 놈은 캐릭터가 삭제되지 않았던가?

그놈들을 중심으로 방문자들의 캐릭터가 삭제되는 버그가 생겼다는 소문이 퍼져나가고 있었으니까.

그와 함께 정체불명의 소녀에 대한 이야기도 말이다.

그 때문에 오딘 사는 정신이 없었다.

캐릭터 삭제에 대한 해명과 이세트가 가상현실을 구현하기 위한 마더 시스템에 얼마나 개입해 들어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티르 나 노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4대 명검이 자주 등장했다.

정기점검, 연장점검, 임시점검, 긴급점검 등등.

그로 인해 한동안 플레이어 방문자들 사이에서 말이 많았지만 기존 인기가 어디 가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 게임을 해왔기 때문에 방문자들은 티르 나 노이에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불안감을 호소하는 방문자들이 꽤 있었지만 여전히 티르 나 노이의 인기는 식지 않았다.

‘뭐, 이세트를 붙잡았으니 더 이상 큰일은 없겠지.’

방문자들의 캐릭터를 삭제시키는 버그의 원흉인 이세트는 이시스에 의해 압송되었다.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지만 게임 시스템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안전장치 같은 걸 걸어두었을 것이다.

더 이상 아바타 삭제 같은 버그에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

‘뭐 이미 삭제당한 그놈들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서버에 어느 정도 정보가 남아 있다면 그걸 토대로 복구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금방 되지는 않을 터.

‘꼬시다. 배신자 자식들.’

이미 캐릭터가 삭제된 슈타인과 다니엘을 떠올린 한성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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