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2
< 내 언데드 100만 >
제312화 이세트의 목적
[축하합니다. 월드 히든 미션 마인들을 막아라 진행사항이 갱신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월드 히든 미션 마인들을 막아라를 클리어 하셨습니다. 월드 히든 미션이 새롭게 갱신됩니다.]
‘이시스의 어둠이라고?’
한성은 놀란 표정으로 이세트를 바라봤다.
이세트가 자신의 정체를 암시하는 말을 한 덕분에 월드 히든 미션이 클리어 됐다.
그리고 이세트의 정체는 놀라웠다.
이세트의 말을 유추해 보면 그녀는 이시스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소리였으니까.
‘그렇다는 말은 이시스와 같은 인공지능이라는 말인데...’
이시스는 가상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를 관리하는 인공지능이다.
그렇다는 말은 이세트가 이시스와 거의 동급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이라는 소리였다.
“그럼 너를 만든 자는 누구지?”
티르 나 노이에서 살아가는 켈트인들의 인공지능은 마더 시스템과 이시스의 관리 하에 탄생한다.
하지만 이시스 정도의 인공지능은 다르다.
이시스 같은 고도의 인공지능은 쉽게 만들어 낼 수 없으니까.
“글쎄. 궁금하면 이시스에게 직접 물어보는 게 어때?”
이세트는 무표정한 얼굴로 한성을 바라봤다.
그녀의 말에 한성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관해 유일하게 알고 있는 것은 정보의 바다에서 탄생했다는 소리였다.
‘설마 저절로 생겨난 건 아니겠지?’
그 생각에 한성은 고개를 흔들었다.
가상현실 세계에 살고 있는 켈트인들이라면 모를까 이시스는 다른 일반 AI와 격이 다르다고 오딘 사에서 자신 있게 설명하던 광고를 본 적이 있었다.
하긴 가상현실 세계 티르 나 노이를 관리해야 하니 일반적인 인공지능보다 훨씬 더 성능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이세트가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를 만들어 냈는지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시스와 동일한 성능의 인공지능이라면 플레이어 방문자의 아바타 캐릭터를 삭제할 수 있는 수정구를 만들어 내도 이상하지 않았으니까.
‘일단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이세트의 정체에 대해서 알아보긴 해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그래서 너의 목적은 뭐지? 모든 방문자들에게 복수라도 하겠다는 거냐?”
이세트의 정체만큼 그녀의 목적을 알아내는 것도 중요했다
이미 한성은 이세트와 몇마디 대화를 나누면서 목적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가 말한 방문자들과 켈트인들에 대한 관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플레이어들이나, 다른 대중 매체에서 다루고 있었던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티르 나 노이 세계의 NPC라고 할 수 있는 켈트인들은 고도의 인공지능을 지니고 있었다.
실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 때문에 플레이어들 간에서도 말이 많았다.
진짜 사람처럼 취급을 할지 아니면 게임 속 캐릭터로 치부해서 막 대할지.
대부분의 방문자들은 켈트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그들에게서 다양한 퀘스트나 미션들을 받을 수 있거나, 아이템과 골드를 보상으로 받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딴 건 신경 안 쓰고 방문자나 켈트인을 무조건 죽이고 보는 미친놈들이었다.
“이 세계에서 퇴장시킬 거야. 켈트인들을 지키려면 그 수밖에 없으니까.”
요컨대 이세트는 켈트인들을 지키기 위해 방문자들을 가상현실 세계에서 추방시키겠다는 소리였다.
“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한성은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티르 나 노이를 즐기고 있는 플레이어들의 숫자는 누적까지 합하면 1억 명은 넘는다.
동시 접속자 수만 해도 최소 수천만 명은 된다는 소리다.
그런데 그 모든 인원들을 추방시키겠다니?
“설마 방문자들 없이 가상현실 세계를 유지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티르 나 노이는 가상현실 게임이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이 있어야 게임을 유지시킬 수 있다.
만약 플레이어 방문자들이 없어진다면 오딘 사는 티르 나 노이를 종료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익이 나지 않으니까.
“방문자들을 전부 추방할 생각은 없어. 적당한 선에서 오딘 사와 협상할 생각이니까.”
이세트는 다른 일반 AI와 다르게 가상현실 세계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시스와 동류의 인공지능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방문자들을 전부 추방할 생각은 없었다.
가상현실 세계를 유지시킬 정도만 남길 생각이었다.
하지만 한성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네 생각이지.”
이세트가 만든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로 플레이어 방문자들의 캐릭터들이 강제 삭제가 되어 버린다면 과연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티르 나 노이를 즐기고 있는 플레이어들로부터 오딘 사는 엄청난 클레임을 받게 될 것이다.
몇 십 명도 아니고 수백, 수천만의 플레이어들이 클레임을 걸어 올 터.
이세트가 방문자들의 수를 절반으로 줄여 버린다면 당장 5천 만 명에 가까운 플레이어 방문자들의 캐릭터가 사라져 버린다.
그 정도 숫자의 플레이어들에게 클레임을 받고 캐릭터를 복구시키지 못한다면 망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네 계획으로 방문자들의 캐릭터가 강제적으로 삭제되는 일이 생기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아?”
슈타인과 다니엘에게 사용한 캐릭터를 삭제할 수 있는 패널티를 가진 수정구가 티르 나 노이에 뿌려진다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분명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방문자들 입장에서는 뜬금없이 캐릭터가 삭제되는 대사건이 일어난 것이니까.
“확실히 네 말대로 켈트인들을 괴롭히는 방문자 녀석들이 없는 건 아니야.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방문자들이 켈트인들을 괴롭히고 있는 건 아니지. 방문자들 중에서도 켈트인들을 도와주려고 하는 자들도 있다. 그들까지 전부 삭제할 생각이냐?”
“켈트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문자들은 남겨 두겠다. 적대적인 방문자들은 전부 삭제할 생각이지만.”
“너의 행동 때문에 켈트인들에게 호의적이던 방문자들이 적대적으로 바뀐다면?”
“그렇다면 전부 삭제시킬 수밖에.”
이세트의 은색 눈이 차가운 빛을 발했다.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관철할 생각이었다.
“이거 참. 말이 안 통하는군.”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켈트인들에게 호의적인 방문자들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해도, 적대적이든 호의적이든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를 호기심에 잘못 사용하면 삭제되는 건 매한가지였다.
또한 이세트의 계획대로 호전적인 방문자들의 캐릭터들만 삭제한다고 해도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었다.
그만큼 게임 속에서 캐릭터가 삭제되는 일은 큰 문제였으니까.
“너의 막무가내 때문에 티르 나 노이가 망해도 좋다는 거야?”
“그건 너희 방문자들 하기 나름이지. 방문자들에게 켈트인들이 죽어 나간다면 가상세계 자체가 사라져 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허.”
이세트의 말에 한성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제 보니 제정신이 아니었네.’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를 만들어서 플레이어 아바타 캐릭터를 강제 삭제하는 걸 봤을 때 깨달았어야 했다.
제정신이 박혀 있다면 아바타를 삭제하는 수정구를 만들지 않았을 터.
그리고 방문자들에게 켈트인들이 죽을 거면 아예 세계 그 자체가 멸망하는 게 나쁘지 않다니?
“제정신으로 하는 말이냐?”
“적어도 너희 방문자들에게 켈트인들이 살해당해서 분노나 슬픔이 생기지는 않을 테니까.”
“그러냐?”
한성은 마음을 다잡았다.
역시 그녀는 위험한 존재였다.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방문자들 중에서는 켈트인들을 게임 캐릭터로 생각해서 마구 죽이고 다니는 놈들이 상당수 있었다.
그런 경우 대부분 가상현실 안에서 패널티를 받는다.
경비병들에게 붙잡혀서 감금당한다던가, 마을이나 도시에서 추방당한다던가, 벌금을 낸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최악의 경우 사형까지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친놈들이 괜히 미친놈들이겠는가.
그들은 패널티 따위 무시하고 심심하다는 이유로 켈트인들을 죽인다.
아마 이세트가 분노하는 이유도 그 때문일 터.
하지만 모든 방문자들이 켈트인들을 적대하거나 죽이지 않는다.
오히려 켈트인들을 도와주거나 상부상조하려는 방문자들이 대다수였다.
그런데 이세트는 일부 방문자들의 일탈 행위 때문에 전체 방문자들에게 어마어마한 규모의 피해를 주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가상현실 세계 티르 나 노이의 존망이 걸릴 정도로 말이다.
“역시 여기서 너를 막을 수밖에 없겠군.”
“나를 막겠다고? 마인들 몇 명을 잡았다고 나를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마인들은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마인이 되고 싶어 하는 켈트인들은 넘쳐나니까 말이야.”
마인이 되는 조건은 분노와 원한이다.
방문자들에게 죽을 뻔하거나, 혹은 방문자들에게 소중한 사람을 잃은 켈트인들이라면 충분히 마인이 될 수 있다.
애석하게도 이세트의 말대로 방문자들에게 원한을 가진 켈트인들은 상당히 많았다.
“그건 네가 이곳에서 벗어났을 때 이야기지.”
한성은 가만히 이세트를 바라봤다.
이미 스카이 레이크 주변은 한성의 소환수들과 동료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또한, 디아나나 크리스티나, 세이란과 이리야 등등 그녀들도 한성과 이세트의 대화에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대충 상황파악을 끝낸 상황이었다.
눈앞에 있는 하얀 소녀가 이 세계에서 방문자들을 없애겠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전해 들었으니까.
“내가 왜 도망을 가야 하는데?”
한성의 말에 처음으로 이세트는 하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웅. 우웅. 우웅.
그러자 그녀의 주위로 공간이 일렁거리더니 검은 구체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또 다시 등장하기 시작하는 상당한 숫자의 수정구들.
검은 수정구를 자신의 몸 주위로 빙글빙글 움직이며 이세트는 불쑥 입을 열었다.
“안드로말리우스의 뜻이 뭔지 알아? 사악한 인간을 벌한다는 뜻이야. 켈트인들을 괴롭히는 방문자들에게 어울리는 뜻이지.”
이세트는 먼 곳을 바라보는 듯 한 눈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그녀의 목적은 방문자들의 퇴장.
이 세계의 주민인 켈트인들을 지키기 위해 그녀는 방문자들과 끝없이 싸울 생각이었다.
“우리들도 그런가?”
그때 크리스티나가 한성의 오른쪽에 다가와서며 말했다.
크리스티나는 방문자들이든 켈트인들이든 힘없는 여성들을 지키기 위해 그레이스 오 말리 해적단을 만들었다.
그녀는 어느 쪽이라고 묻는다면 방문자이면서 켈트인들을 지키는 쪽의 인간이었다.
“나도 켈트인들을 좋아하는데 말이야.”
그리고 이번에는 세이란이 한성의 왼쪽에 서며 말했다.
세이란은 방문자들과 켈트인들을 가리지 않고 인기가 많았다.
은색의 발키리, 검성 등등으로 불리며 인기를 구가하고 있으며, 평소에는 켈트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들을 많이 하고 있었으니까.
그런 그녀들에게 이세트는 특유의 감정이 없는 얼굴로 대답했다.
“내 앞을 막는다면 너희들도 마찬가지야.”
명백한 거부의 뜻.
아무래도 이세트는 자신의 계획을 방해하는 자들을 용서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이 세계에서 사라져라.”
우우우웅!
이세트의 주위를 돌고 있는 수정구에서 검은 빛이 강렬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번쩍!
이세트의 앞에서 하얀 빛이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한성의 시야에 안내 메시지가 하나 떠올랐다.
[월드 히든 미션 마인들을 막아라의 보상이 발동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