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0
< 내 언데드 100만 >
제310화 죽음을 쫓는 전갈, 데스스토커
슈와아아아아악!
검은 마력포의 기세는 강렬했다.
공중에 뜬 한성을 지면으로 내동댕이치듯 밀어낸 것이다.
한성은 재빨리 자세를 잡으며 안정적으로 지면에 착지했다.
하지만 검은 마력포의 기세가 강했기 때문에 지면에 발을 길게 끌면서 뒤로 밀려났다.
‘큭!’
검은 마력포를 막고 있는 마나포스 배리어에서도 거친 불꽃이 쉴 새 없이 튀었다.
한성은 검은 마력포에 맞서 끝까지 버티고 섰다.
그나마 마나포스 배리어의 데미지 경감 덕분에 생명력이 천천히 줄어들고 있었다.
잠시 후 검은 광선 같은 마력포가 멈췄다.
“허억허억.”
데스스토커의 공격을 어찌어찌 막아 낸 한성은 숨을 몰아쉬었다.
‘위, 위험했다.’
데스스토커의 레벨은 280.
거기다 보스급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 변이 몬스터들은 같은 레벨 몬스터들보다 더 강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현재 마스터 솔져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한성도 만약 데스스토커의 공격을 정면으로 맞았다면 위험했을 지도 몰랐다.
‘마나포스 배리어 덕분에 살았네.’
한성은 데스스토커를 노려봤다.
설마 꼬리에서 이렇게 강력한 마력포를 쏠 줄이야.
사실 데스스토커는 설정 상으로만 존재하는 고대 마도 병기 중 하나였다.
살아있는 생명체라기 보다 오히려 골렘에 더 가까운 존재였으며, 이세트에 의해 한층 더 강화가 되어 있었다.
전신을 덮고 있는 외각은 강철이었으며, 아직 숨기고 있는 무기들이 많았다.
철컹철컹!
그때 데스스토커의 등에서 작은 껍질이 열리더니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이건? 진짜 무슨 전투 병기냐?”
한성은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데스스토커의 등에서 1미터 크기의 대포들이 나타난 것이다.
투쾅! 투쾅!
이윽고 데스스토커는 마력으로 이루어진 포탄을 쏴 대기 시작했다.
한성은 데스스토커의 주위를 맴돌며 포탄을 피했다.
“본 스피어!”
한성의 외침에 다크 메탈로 이루어진 뼈창 다섯 개가 머리 위에서 생성되었다.
“가라!”
한성은 데스스토커를 향해 손짓했다.
쌔애액!
그러자 3미터 길이의 본 스피어가 한발씩 날카로운 파공성을 내며 데스스토커를 향해 날아갔다.
깡! 까강!
“헐?”
하지만 역시 데스스토커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데스스토커의 전방에 검은 장벽이 나타나면서 본 스피어를 막아낸 것이다.
“방어막도 가지고 있는 건가? 성가시네 정말.”
어중간한 원거리 공격으로는 검은 장막을 뚫을 수 없었을 것 같았다.
“그럼...”
한성은 인벤토리에서 전설의 죽창을 소환했다.
“이것도 막을 수 있나 어디 한번 보자!”
여섯 개의 창날을 가진 전설의 죽창을 앞세우며 한성은 데스스토커를 향해 달려들었다.
철컥!
그 순간 한성을 향하고 있던 데스스토커의 집게발이 크게 열렸다.
키이이잉!
열린 집게발 두개에서 마력이 모이며 붉은 구체가 형성되고 있었으며, 꼬리에서도 검은 마력 구체가 생겨나고 있었다.
또 다시 강렬한 마력포를 이번에는 무려 세 발이나 준비 중이었던 것이다.
푸슝! 즈아아아앙!
한성의 공격이 데스스토커에게 미처 닿기도 전에 붉은 광선 두 개와 검은 광선 하나가 허공을 가로지르며 날아들었다.
그에 맞서 한성은 이번에도 마나포스 배리어를 전개했다.
마나포스 배리어는 움직이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데다가 마나가 줄어드는 대신 데미지를 격감시켜 주기 때문이다.
츠츠츠츠!
데스스토커를 향해 파고들고 있는 한성에게 마력포들이 스쳤다.
그 때문에 마나포스 배리어에서 불꽃이 튀기며 한성의 마나가 훅훅 깎여 나갔다.
하지만 아직 버틸 만 했다.
현재 한성의 스텟은 동 레벨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하게 높았으니까.
특히 한성의 주요 스텟이라고 할 수 있는 지력, 마력, 지배력은 굉장히 높은 편이었다.
“제트 스텝!”
한성은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세 줄기의 마력포를 피했다.
즈즈즈즈증!
그러자 마력포가 한성을 향해 움직였다.
하지만 데스스토커가 마력포의 방향을 조절하는 것보다 한성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거기다 마나 컨트롤로 다리에 마력을 집중하고 있었다.
비록 라이트닝 드라이브보다는 느리지만 제트 스텝의 보조로 순간 속도는 거의 엇비슷했다.
“받아라!”
지그재그로 빠르게 움직이며 데스스토커의 눈앞까지 파고든 한성은 전설의 육죽창을 내질렀다.
까강!
역시나 데스스토커는 검은 장막을 발동시키며 육죽창을 막아냈다.
쉬잇. 쉬이이잇.
데스스토커는 붉은 눈을 가늘게뜨며 기분 나쁜 소리를 흘렸다.
그 모습은 마치 한성을 비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고작 이 정도냐, 라고 하는 듯이.
하지만 데스스토커는 모를 것이다.
죽창에게 붙어 있는 특수 능력을 말이다.
콰장창!
데스스토커가 철석같이 믿고 있던 검은 장막이 유리처럼 깨져 버렸다.
쉬아아악?
당황한 데스스토커는 자신의 마력 장벽을 깨고 바로 눈앞에서 찔러 들어오는 육죽창을 바라보며 허둥거렸다.
푸욱!
육죽창은 거침없이 데스스토커의 눈을 찔렀다.
데스스토커는 고통스러운 괴성을 내질렀다.
비록 전설의 육죽창 레벨이 낮아서 무기 자체 공격력이 높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옵션 능력은 사기적이었다.
방어 무시 데미지와 33%확률로 3배 크리티컬 데미지를 입히니 말이다.
한성은 재차 데스스토커의 머리를 공격했다.
푹!
슈욱!
죽창을 한 차례 더 찌르자 데스스토커의 집게발이 날아들었다.
한성은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쿵!
데스스토커의 집게발은 애꿎은 지면만 강타했지만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한성이 뒤로 물러났으니까.
쉬이이이익.
데스스토커는 하나 남은 눈으로 한성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그와 함께 데스스토커의 꼬리가 좌우로 흔들거렸다.
그 모습에 한성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마력포를 쏘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슈슉! 푹!
크허어어어엉!
‘뭐지?’
하지만 데스스토커는 한성의 예상을 벗어나는 행동을 했다.
주변에 지나가고 있던 늑대처럼 생긴 변이 몬스터의 등에 데스스토커가 꼬리를 찔러 넣었던 것이다.
꿀럭꿀럭.
낑. 끼이잉.
늑대는 신음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데스스토커의 꼬리가 늑대의 몸에 꽂힌 채 흡수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데스스토커의 꼬리가 꿀렁거릴 때마다 늑대처럼 생긴 변이 몬스터는 몸이 쪼그라들었다.
슈욱!
데스스토커는 다시 꼬리를 회수했다.
그리고 이제는 완전히 회복한 붉은 눈 두 개를 번득이며 한성을 노려봤다.
‘주변에 있는 변이 몬스터들을 흡수할 수도 있는 건가?’
한성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변이 몬스터 한 마리를 흡수한 데스스토커는 한성에게 다친 눈 하나와 생명력을 회복했다.
휙! 휙! 휙!
그뿐만이 아니라 데스스토커는 꼬리를 이리저리 돌리며 한성을 공격할 틈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데스스토커가 변이 몬스터를 흡수하고 있을 때 한성도 놀고 있지는 않았다.
이미 한성의 주위에는 시체들이 깔려 있었다.
시체 소환과 타이탄아룸 스킬을 시전해 놓았던 것이다.
“나와라! 다크 메탈 스켈레톤 울프! 와이번!”
퍼퍼펑!
순식간에 한성의 주위에는 검은 금속 뼈로 이루어진 울프와 와이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르릉! 컹컹컹!
쿠오오오오!
시체 하나당 울프들은 다섯 마리를 소환할 수 있었으며, 와이번은 세 마리를 소환할 수 있었다.
한성의 주위를 포위하며 소환된 다크 메탈 스켈레톤 울프들과 와이번들은 포효를 내질렀다.
“가라.”
한성의 명령에 스켈레톤 울프들과 와이번들이 데스스토커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쉬아아아앗!
스켈레톤 마수들이 달려들자 데스스토커는 꼬리에서 검은 마력 구체를 생성해냈다.
파바바바밧!
놀랍게도 이번에는 엄청난 숫자의 검은 마력탄들이 쏘아졌다.
조금 전에는 광선처럼 쏘아지던 마력포가 산탄처럼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켕! 깨갱!
가장 먼저 지면을 달리던 울프들이 산탄에 맞고 주춤거렸다.
마력탄들이 사방으로 확산되면서 광범위한 공격을 할 수 있었지만 그만큼 광선으로 쏘았을 때와 비교하면 위력이 약했다.
하지만 백 마리가 넘는 울프들의 진격 속도를 늦추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투확! 투확!
이번에는 데스스토커의 등에서 마력 포탄이 쏘아졌다.
마력 포탄은 산탄보다 위력이 강하고 속도도 빨랐다.
쾅! 쾅!
쿠오오오오!
마력 포탄은 상공에서 날고 있는 다크 메탈 스켈레톤 와이번들을 노렸다.
상공에서 마력 포탄들이 폭발하며 소규모 광역 피해를 입혔다.
하지만 와이번들도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빠르게 움직이면서 마력 포탄들의 폭발을 피한 것이다.
투타타타타타!
그럼에도 데스스토커는 포기하지 않았다.
사방으로 마력탄들을 쏟아내며 스켈레톤 울프들과 와이번들의 진격을 막으려고 했다.
실제로 데스스토커의 강렬한 공격에 대부분의 스켈레톤 울프들과 와이번들은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았다.
그래도 극히 일부의 스켈레톤 울프 몇 마리가 용감하게 데스스토커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집게발에 쳐 맞거나 마력 산탄을 근거리에 얻어맞고 나가떨어질 뿐이었다.
“과연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까?”
스켈레톤 울프들이 데스스토커의 근처에 다가가는 것조차 힘들어 했지만 한성은 여유로움을 잃지 않았다.
스켈레톤 울프들이 데스스토커의 주변을 맴돌며 신경을 쓰게 만드는 동안 스켈레톤 와이번들이 자유롭게 상공을 날며 공격 태세를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스켈레톤 와이번들은 데스스토커의 바로 위에서 원을 그리며 날고 있었다.
와이번의 행동에 데스스토커는 위기감을 느꼈지만 등에 달려 있는 마력포 몇 개로 공격하는 게 전부였다.
마력 산탄 공격을 조금이라도 늦추면 수십 마리가 넘는 울프들이 달려들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걸 한성이 노리고 있었다.
끼에에에에엑!
데스스토커 상공에서 날고 있던 와이번들이 일제히 입을 벌리며 초음파 공격을 날렸다.
쿠구구구궁!
한 두 마리가 아닌 수십 마리가 동시에 초음파 공격을 날리자 공기를 짓누르는 압박이 데스스토커를 덮쳤다.
쉬아아악!
수십 마리가 넘는 와이번들의 초음파 공격에 데스스토커는 괴성을 지르며 지면에 배를 깔고 짓눌러졌다.
스켈레톤 울프들을 괴롭히던 꼬리도 옆으로 휘어지면서 지면 속으로 파고들어갔다.
데스스토커는 초음파에 저항하면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잠시 후 어느 정도 데스스토커의 힘이 빠졌다고 생각한 한성은 손가락을 튕겼다.
딱!
그러자 스켈레톤 와이번들의 초음파 공격이 멈췄다.
크아아아아앙!
그 직후 스켈레톤 울프들이 데스스토커를 향해 달려들었다.
데스스토커가 다시 힘을 되찾기 전에 끝장낼 생각이었다.
쉬아아아악!
하지만 데스스토커의 힘은 떨어지지 않았다.
초음파의 압력이 사라지자 바로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쌔애애액!
데스스토커는 긴 꼬리를 휘둘렀다.
켕! 커헝!
공기를 날카롭게 가르며 채찍처럼 휘어져 들어오는 데스스토커의 꼬리 휘두르기에 울프들은 우수수 나가떨어졌다.
그렇게 자신의 주위를 포위하던 울프들을 처리한 데스스토커는 붉은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와이번들을 올려다봤다.
다크 메탈 스켈레톤 와이번들의 푸른 눈과 데스스토커의 붉은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즈아아아앙!
순간 데스스토커 꼬리 끝에서 검은 구체 여러 개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데스스토커의 붉은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검은 구체들로 공격해서 와이번들을 격추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바로 그때,
“어딜 보고 있나?”
데스스토커는 흠칫거렸다.
데스스토커의 등 뒤에서 한성의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