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8
< 내 언데드 100만 >
제308화 마인들의 최후
지면을 박차며 카르엘과 페르젠, 레비아는 일직선으로 한성을 향해 돌진했다.
흑마력을 온몸에 두르고 일정 거리를 둔 채 달려들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거대한 검은 화살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이제 오는 건가?”
강대한 마인들의 기세를 느낀 한성은 얼굴을 굳혔다.
전반적으로 어둠의 신봉자들인 아말감이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거기다 동료들이 전장을 거의 포위하고 있는 상황.
그렇기에 마인들이 다시 움직일 거라 예상하고 있었던 터라 놀라지 않았다.
“막아라.”
“디펜디펜.”
한성은 주변에 있던 마스터 디펜더들을 앞으로 내보냈다.
다크 메탈로 이루어진 뼈 방패를 앞세우고 디펜더 수십 마리가 마인들의 앞을 막기 위해 나섰다.
디펜더들은 방어진형을 짜며 방패들을 겹겹이 세워 마인들의 돌격에 대비했다.
“저리 비켜! 어디서 굴러먹다 온 개뼈다귀 놈들 주제에 막을 수 있을 것 같냐!”
선두에 있던 페르젠은 블러드 체이서에 마력을 주입하며 휘둘렀다.
카가가각!
블러드 체이서에서 붉은 검날이 생기며 디펜더들의 방패를 훑고 지나갔다.
“디펜디펜!”
블러드 체이서가 방패를 후려치고 지나가자 디펜더들은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페르젠은 블러드 체이서를 채찍처럼 계속 휘둘렀다.
그 결과 디펜더들은 버티지 못하고 깨끗하게 치워졌다.
“본 월! 본 리터레이션!”
디펜더들이 뚫리자 한성은 다크 메탈 본으로 이루어진 방벽을 세웠다.
본 리터레이션의 효과로 본 월의 두께는 몇 배나 더 두꺼워졌으며 시간차로 방벽이 지면에서 솟구쳐 올라왔다.
쾅! 콰쾅!
하지만 마인들의 돌진을 막을 수 없었다.
페르젠이 블러드 체이서로 방벽을 뚫어낸 것이다.
페르젠의 등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레비아와 카르엘이 마력을 보태준 덕분이었다.
콰아아앙!
마지막 방벽까지 뚫리면서 페르젠의 모습이 보였다.
뒤에 있는 마인들의 마력을 등에 업은 페르젠은 전방에 붉은 마기로 이루어진 날카로운 드릴을 전개한 채 달려들고 있었다.
“설마 이 공격은 제트 스트림...”
한성은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그 이상 했다간 큰일이 생길수도 있는데다가 페르젠이 거의 바로 눈앞에까지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때 한성은 이상한 점을 눈치 챘다.
달려들고 있는 페르젠의 주변에 주먹만 한 크기의 작은 검은 구체 여러 개가 맴돌고 있었던 것이다.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
슈타인과 다니엘이 사용한 수정구와 흡사해 보였다.
실제로 슈타인과 다니엘이 사용한 수정구와 같은 타입이었다.
사용방식이 조금 다를 뿐, 효과는 같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대여섯 개정도 되는 검은 수정구와 함께 페르젠은 달려오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그대로 한성과 충돌할 작정이었던 것이다.
“네놈 대체 무슨 짓을...”
“죽어라!”
페르젠은 밑도 끝도 없이 한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모습에서 한성은 위기감을 느꼈다.
그리고 무엇보다 페르젠의 주변과 자세히 보니 레비아와 카르엘 주변에도 검은 수정구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얘들아. 미안해.”
한성은 주변에 있는 마스터 솔져들을 향해 한마디 했다.
“하이하이?”
“팔랑팔랑?”
한성의 주변에서 마인들을 상대하려고 대기 중이던 하이랜더와 팔랑크스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한성은 달려들고 있는 페르젠에게 대항하기 위해 비장의 수를 발동시켰다.
콰콰콰콰쾅!
그 직후 한성과 페르젠이 맞부딪치면서 어마어마한 붉은 마력 폭발이 일어났다.
거기다 폭발하는 붉은 마력과 공명하며 검은 수정구가 부르르 떨더니 2차 폭발까지 발생했다.
그 폭발에 한성의 주변에 있던 마스터 솔져들까지 집어삼켜졌다.
믿기지 않게도 페르젠은 한성과 함께 자폭을 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직 폭발의 여파가 끝나지 않았는데 레비아도 한성이 있던 자리에 도달했다.
레비아의 주변에도 검은 수정구가 맴돌고 있었다.
“함께 가자!”
콰콰콰콰콰쾅!
이번에는 레비아를 중심으로 검은 마력 폭발이 일어나며 검은 수정구들이 터져 나갔다.
뒤이어 레비아가 있던 자리에 카르엘도 나타났다.
“모든 것은 그분을 위하여! 사라져라!”
콰아아아아앙!
페르젠과 레비아가 일으킨 폭발도 엄청났지만 카르엘이 정점을 찍었다.
카르엘을 중심으로 어마어마한 하얀빛이 터져 나오면서 검은 구체가 폭발한 것이다.
그 위력은 페르젠과 레비아의 폭발을 합친 만큼 컸다.
마인들이 최후를 각오하고 한성과 함께 동귀어진을 하기 위해 3연속 시간차 자폭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마인들의 자폭 공격은 어마어마했다.
반경 수십 미터가 초토화 되면서 거대한 크레이터를 남겼다.
그리고 폭발과 함께 치솟아 오른 흙무더기와 화염이 시야를 가렸다.
수십 미터가 넘게 치솟아 오른 흙무더기들은 끝도 없이 쏟아져 내려오고 있었고, 붉은 화염은 주변을 불태웠다.
후우우우웅!
잠시 후 폭심지의 중심에서 바람이 불어오더니 흙먼지들과 화염을 걷어 내기 시작했다.
“후. 살았다.”
놀랍게도 폭심지에서 비교적 멀쩡한 모습의 한성이 화염을 흩트리면서 나타나는 게 아닌가?
“미친놈들. 왜 뜬금없이 자폭질이야.”
한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한성은 주변을 둘러봤다.
폭발이 어찌나 컸는지 한성이 있던 자리를 중심으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크레이터가 생겨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한성의 주변에 있던 마스터 솔져들은 전부 전멸했다.
‘조금 미안하네.’
만약 한성의 생각을 마스터 솔져들이 알았으면 환호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한성은 마스터 솔져들을 제물로 써서 강력한 언데드 몬스터들을 소환해 왔으니까.
특히 블루 아이즈들을 말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한성은 마스터 솔져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페르젠이 자폭을 하려는 순간 1인 무적 스킬 셀피쉬를 발동시켰던 것이다.
그 때문에 한성의 반경 5미터 내에 있던 마스터 솔져들은 첫 번째 폭발 때 가루가 되었다.
셀피쉬의 효과로 3배 데미지를 받았으니까.
5미터 효과 범위 밖에 있던 마스터 솔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또한 페르젠과 레비아, 카르엘의 3연속 자폭 공격을 버텨 낼 수 없었다.
하지만 한성은 버텨 냈다.
15초 무적 시간덕분에 폭발 데미지를 받지 않았으며, 자색의 수호 반지로 마지막 카르엘의 하얀 섬광 폭발과 검은 구체 폭발 데미지를 1번 무효화 시켰다.
그 결과 어마어마한 폭발 속에서 살아남은 것이다.
단지 후폭풍에 휘말려서 여기저기 좀 더러워졌을 뿐.
하지만 마인들이 자폭을 해 가면서 공격할 정도면 무언가 있다고 봐야 했다.
‘검은 구체들이 신경 쓰이는데...’
그건 분명 슈타인과 다니엘이 사용했던 검은 구체와 동일했다.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각 수정구별로 특징이 있고 효과도 전부 다 다르다.
크기, 마력 기운, 모양새 등등.
슈타인과 다니엘이 사용한 수정구와 마인들이 자폭할 때 사용한 수정구는 비슷한 마력을 흘리고 있었다.
비슷하다 라기 보다 슈타인과 다니엘이 패널티를 겪었을 때 흘러나온 기운에 더 가까웠다.
그 말은 즉 슈타인과 다니엘이 패널티로 캐릭터가 삭제된 것처럼 한성에게도 그 효과가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뜻했다.
마인들의 말대로 가상현실 세계 티르 나 노이에서 사라질 수도 있었던 것이다.
‘무적 스킬이 있어서 다행이었네.’
정말로 슈타인과 다니엘처럼 삭제되었을지는 모르지만, 어찌 되었든 한성은 무적스킬로 회피해 냈다.
아마 마인들도 한성이 무적 스킬로 폭발 속에서 살아남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걸 알고 있었다면 자폭이라는 무모한 수단을 감행하지 않았을 테니까.
[축하합니다! 당신은 Lv280 빛의 집행자 카르엘을 처리하셨습니다. 보상으로 280000골드와 백색섬광검 아인스타를 보상으로 받았습니다.]
[당신은 Lv275 붉은 피의 학살자 페르젠을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275000골드와 붉은 피의 추적자, 블러드 체이서를 보상으로 받았습니다.
[당신은 Lv275 흑혈랑 레비아를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275000골드와 블러드 클로를 보상으로 받았습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마인 세 명을 처치하였습니다. 월드 히든 미션 진행사항(1)이 갱신됩니다.]
‘흠.’
한성은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결국 마인들은 사망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사용하는 무기들도 보상으로 받았다.
마인들이 사용하던 무기들이니 가치가 상당히 클 터였다.
거기다 월드 히든 미션 진행사항도 갱신되었다.
‘남은 건 이세트의 정체인가?’
하지만 이세트에 대해 알고 있는 마인 세 명이 죽어 버렸다.
그들 셋 말고 다른 마인들이 더 있을 가능성이 있긴 했지만, 지금 이곳에서 이세트에 대해 알 수 있는 단서가 사라졌다.
아말감의 간부라면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기대하지 않았다.
아말감은 마인들의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하위 조직인 모양이었으니까.
이세트에 대해 모를 확률이 높았다.
“트레인! 괜찮나?”
“트레인님!”
“다친 데는 없나요?”
“트레인!”
그때 어마어마한 폭발이 지나가고 한성이 모습을 드러내자 디아나를 비롯한 셀라스틴, 검성 세이란, 해적 여제 크리스티나, 크리스토 백작가의 이리야 등등 한성에게 도움을 받았던 여성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으음. 이건 이거대로 위험할지도?’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여성들을 바라보며 한성은 식은땀을 흘렸다.
마인들이나 어둠의 신봉자들을 상대하기 위해 그녀들은 거의 흩어져 있다시피 했다.
그래서 이렇다 할 마찰이 없었는데 한 자리에 전부 모이게 되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크리스티나와 디아나가 문제지.’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그녀들이 문제였다.
이미 세이란의 파티는 이리야나 네리아, 셀라스틴과 면식이 있었다.
하지만 그레이스 오 말리 해적단의 해적 여제인 크리스티나와 한성의 여러 가지 의미로 위험한 스승인 디아나는 처음 본다.
‘티나와의 관계가 밝혀지면 골머리 아픈데...’
육식계 누님 같은 크리스티나의 애칭은 귀엽게도 티나였다.
그리고 한성은 그녀를 구해 주기 위해 크리스티나와 뜨거운 밤을 보냈다.
실제로는 루루의 도움으로 무사히 넘어갔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모든 여성들이 모인 자리에서 크리스티나와의 관계가 밝혀지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몰랐다.
특히 디아나가.
그녀뿐만이 아니라 셀라스틴을 비롯한 다른 여성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걱정스러웠다.
그렇게 한성이 나름 마음의 준비를 하고 그녀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번쩍!
돌연 한성의 눈앞에서 하얀 빛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오는 게 아닌가?
“너, 너는?”
한성은 놀란 표정으로 빛 속에서 걸어 나온 존재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