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305화 (304/318)

# 305

< 내 언데드 100만 >

제305화  뜻밖의 상황들

“그렇지!”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한성의 입에서 미소가 번졌다.

드디어 스펀지 몬스터들의 융합 합체가 성공했기 때문이다.

[스펀지 킹이 등장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렬한 푸른빛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한성은 기대감이 깃든 눈으로 융합 중인 스펀지 몬스터들을 바라봤다.

잉여킹, 크라켄, 공작갯가재, 알파카, 그리폰 다섯 마리를 갈아 넣어서 탄생한 Lv276 스펀지 해양왕.

과연 스펀지 해양왕은 어떤 모습일까?

잠시 후, 푸른빛이 사라지고 스펀지 해양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해양왕을 본 한성은 한마디 던졌다.

“크라켄 친척이니?”

전반적인 해양왕의 모습은 크라켄과 비슷했다.

다만 전체적으로 검은 장갑이 다리와 몸통,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검은 장갑의 표면은 잉여킹의 비늘과 흡사했으며, 특히 다리 두 개가 특이하게 유독 굵으면서 짧아 뭉툭한 모양새를 가졌다.

그 외에는 몸 크기가 20미터 정도로 이전에 비해 작아졌다.

이러한 이유 덕분에 해양왕은 크라켄보다 단단한 느낌이 들었다.

“실망이군. 저런 문어 따위가 날 막을 수 있을 것 같나?”

콰직! 뚜둑!

카르엘은 흑마력 사슬을 힘으로 끊어 내며 해양왕을 노려봤다.

크라켄보다 강인하고 단단하다는 인상을 받긴 했지만 지금으로선 단지 그뿐이었다.

팟!

체인 오브 바인드의 구속을 푼 카르엘은 빠른 속도로 해양왕을 향해 달려들었다.

슈슉!

그러자 해양왕은 긴 다리 두 개를 내뻗으며 카르엘을 향해 견제하려고 했다.

검은 갑주로 감싸인 다리 두 개가 다가온 순간 아인스타가 허공에 하얀 궤적을 그리며 휘둘러졌다.

캉! 캉!

“……!”

순간 카르엘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전에 크라켄의 다리를 두부 베듯 벤 것처럼 해양왕의 다리 또한 여러 조각으로 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다리를 감싼 검은 장갑이 아인스타를 막아 낸 것이다.

까가가가강!

하지만 놀란 표정도 잠시.

다리를 자르진 못해도 튕겨 낼 수는 있었다.

카르엘은 아인스타를 빠르게 휘두르며 해양왕의 다리를 양옆으로 쳐냈다.

그런 카르엘의 눈앞으로 해양왕의 몸통이 보였다.

검은 장갑이 아인스타를 막아 낸다고 해도 공격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아인스타의 검날을 날카롭게 만들어서 검은 장갑을 힘으로 베어버리거나, 검은 장갑 틈 사이를 노리면 된다.

그리고 카르엘이 선택한 방법은 단 일격으로 해양왕의 몸통을 두 동강 낼 작정이었다.

“해양왕! 초진동 펀치다!”

“뭐라고?”

해양왕을 향해 일직선으로 뛰어들던 카르엘은 한성의 외침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우우우웅!

“이런.”

해양왕과 카르엘의 거리는 불과 수 미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카르엘은 해양왕의 뭉퉁한 다리 두 개가 진동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해양왕의 다리 두 개는 공작갯가재의 집게발 능력을 이어 받았다.

거기에 융합합체를 하면서 초진화를 이룬 해양왕은 공작갯가재가 쓸 수 없었던 초진동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파앙!

카르엘을 향해 해양왕의 다리 하나가 파공성을 내며 쏘아졌다.

가까운 거리에서 갑작스럽게 쏘아진 해양왕의 펀치는 엄청나게 빨랐다.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카르엘은 아인스타에 흑마력을 불어넣으며 위에서 아래로 내려쳤다.

카앙!

아인스타에서 흘러나온 하얀빛의 블레이드가 초진동 펀치를 막아냈다.

하얀빛의 블레이드는 순수한 마력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물질의 구조를 부서 버리는 초진동에 의한 피해를 감소시켰다.

“크윽.”

하지만 완벽하게 막아 낼 수는 없었다.

공간을 넘어서 전해져 오는 강렬한 진동파 때문에 하얀빛의 블레이드가 조금씩 부서져 내렸다.

그리고 카르엘에게도 미약하지만 지속적인 피해를 입혔다.

“한 방 더!”

해양왕의 뭉툭한 다리는 총 두 개.

한 번 더 공격이 가능하다.

파앙!

카르엘의 측면에서 초진동 펀치가 하나 더 날아들었다.

“이런!”

공기를 찢으며 다가오는 또 하나의 펀치에 카르엘은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쾅! 콰쾅!

해양왕의 등 뒤와 옆에서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크라라라라라락!]

한창 카르엘을 공격 중이던 해양왕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비틀거렸다.

그리고 한성 또한 갑작스러운 사태에 놀란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뭐, 뭐야?”

한성은 카르엘에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카르엘이 무슨 짓을 할지 몰랐으니까.

거기다 조금 전에는 해양왕이 카르엘에게 한 방 먹이기 직전인 상황이었다.

그 때문에 한성의 주변 경계가 미흡했다.

그 틈을 노리고 무언가가 해양왕을 공격한 것이다.

“늦지 않았군.”

갑작스러운 공격에 해양왕이 아주 잠깐 보인 빈틈을 놓치지 않고 카르엘은 빠르게 물러났다.

스스슥.

그리고 스카이 레이크 사방에서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자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서, 설마? 이 녀석들은…….”

갑작스럽게 등장하기 시작한 검은 후드들을 바라보며 한성은 얼굴을 찌푸렸다.

“어둠의 신봉자들이냐?”

전신에서 풍기고 있는 흑마력과 분위기로 보아 어둠의 신봉자들, 아말감의 조직원들이 확실했다.

‘블루 아이즈를 공격한 것도 이놈들이었겠군.’

한성은 맨 처음 장거리에서 포격마법으로 흑염불사룡을 공격한 자들이 누구였는지 궁금했는데 아무래도 어둠의 신봉자들인 모양이었다.

물론 블루아이즈를 공격한 녀석들은 전멸했을 것이다.

한성이 본 익스플로전을 사용해 포격 마법과 원거리 공격을 한 놈들에게 블루아이즈를 폭발시켰으니까.

그렇다면 지금 나타난 어둠의 신봉자들이 본대일 가능성이 높았다.

‘대체 몇 명이지? 적어도 2천은 넘겠는데?’

현재 어둠의 신봉자들은 한성이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다.

“지원군이 도착했군. 이래도 버틸 텐가?”

살짝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으며 카르엘은 한성을 바라봤다.

‘쿨타임은 거의 다 끝나가긴 하는데…….’

당초 목적대로 한성은 소환 스킬의 쿨타임이 거의 다 끝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어둠의 신봉자들이 나타난 지금, 상황이 변했다.

어둠의 신봉자들이 없어도 불리했던 상황.

그런데 이제는 수천에 달하는 어둠의 신봉자들이 나타났다.

‘상대할 수 있을까?’

한성은 긴장된 표정으로 카르엘을 바라봤다.

어둠의 신봉자들뿐이라면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한 명도 아니고 무려 세 명이나 되는 마인들을 상대해야 했다.

더욱 신경 쓰이는 점은 페르젠과 레이비는 전력을 다하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한성이 카르엘에게 당할 때까지 놀면서 라이와 레이몬, 다크 메탈 골렘을 상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포기해라. 네가 이길 수 있는 길은 없다.”

“없으면 만들면 되지. 내가 쉽게 포기할 줄 알아?”

한성은 침착을 가장하며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리 어려운 싸움이라고 해도 싸우기 전에 포기하면 안 된다. 마음에서 지면 이길 수 있는 싸움도 지게 될 테니까.

‘어차피 끝까지 갈 수밖에 없어.’

그리고 항복한다고 해서 마인들이 자신을 순순히 놔줄 것 같지도 않았다.

거기다 이제 곧 소환 스킬의 쿨타임이 끝나가는 상황.

거기에 엘레오노라를 비롯한 스켈레톤 배틀 커맨더들과 일부 마스터 솔저들도 합류할 예정이었다.

마음을 굳힌 한성은 패왕의 오러를 발동시켰다.

갑작스럽게 한성에게서 어마어마한 살기와 함께 위압감이 뿜어져 나오자 근처에 있던 어둠의 신봉자들이 움찔거리며 비틀거렸다.

“가자, 해양왕. 준비된 다리는 충분하지?”

[크라라라라!]

슈슉!

한성의 말에 해양왕은 16개의 다리를 치켜들더니 이내 주변에 있던 어둠의 신봉자들을 향해 날렸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한성도 카르엘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리석은 놈.”

카르엘은 경멸이 깃든 차가운 눈으로 한성을 노려보며 아인스타를 휘둘렀다.

번쩍!

쌔애액!

하얀 초승달 모양의 마력 칼날 두 개가 십자 모양으로 한성을 향해 날아갔다.

“제트 스텝!”

슈팟! 파바밧!

한성은 제트 모양의 갈지자로 움직이며 카르엘의 공격을 피해냈다.

그와 동시에 카르엘의 바로 앞까지 쇄도했다.

“익스플로전 스매시!”

카르엘의 명치를 향해 한성의 라이트닝 실버 건틀렛이 꽂혀 들어갔다.

“코로나 실드(Corona Shield)!”

카르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재빨리 방어 스킬을 전개한 것이다.

그러자 카르엘의 명치 부분에서 하얀빛의 방패가 나타났다.

그 직후 푸른 전격에 감싸인 라이트닝 실버 건틀렛이 하얀 빛의 방패와 격돌했다.

파지직! 콰아아앙!

푸른 전격과 함께 붉은 폭염이 터져 나온다.

한차례 격돌한 한성과 카르엘은 뒤로 튕겨졌다.

“지금이다!”

“모두 달려들어!”

한성이 튕겨 나오자 근처에서 개입할 타이밍을 보고 있던 어둠의 신봉자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미 한성의 소환수들을 공격 중이었으며, 이제는 한성까지 공격할 생각이었다.

쌔애액!

슈아아악!

강철 화살이 공기를 가르고, 커다란 파이어 볼과 아이스 스피어가 한성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근접 공격이 가능한 어둠의 신봉자들이 달려오고 있는 상황.

“본 실드!”

촤라라라락!

한성의 전방 상공으로 검은 뼈로 이루어진 오각 방패들이 횡대로 넓게 전개되었다.

콰쾅! 콰콰쾅!

오각 방패들은 한성을 향해 날아오던 강철 화살과 각종 원거리 공격 마법들을 막아냈다.

“죽어라!”

그사이 대형 도끼와 장검을 비롯한 단검 등등 근접 무기로 무장한 어둠의 신봉자들이 한성을 향해 외쳤다.

“틴달로스!”

[네! 마스터는 제가 지킬 거예요!]

검은 원피스를 입은 30센티 정도 되는 키를 가진 작은 소녀의 모습을 한 틴달로스가 한성의 어깨 위에서 두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힘을 모으는 시늉을 하며 용을 쓰기 시작했다.

스르륵.

그러자 한성의 그림자가 넓게 펼쳐지면서 검은 장막처럼 한성을 감쌌다.

캉! 까강! 스카가갓!

여러 병장기들이 검은 장막을 때리는 소리가 한성의 귓가에 들려왔다.

한성은 어둠의 신봉자들의 공격을 막아 낸 틴달로스를 바라봤다.

“좋아. 잘했어.”

[그럼 머리 쓰다듬어 주세요. 마스터!]

“그래, 그래.”

한성은 귀여운 표정으로 칭찬해달라는 틴달로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하지만 틴달로스의 그림자 장막은 오래가지 않았다.

조만간 곧 사라질 터.

[망자의 대지 쿨타임이 끝났습니다.]

그때 한성의 시야에 스킬 쿨타임이 완료되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제 반격 시작이다.’

검은 장막이 해제되는 순간 한성은 언데드 몬스터들을 소환해서 반격할 생각이었다.

스르륵.

잠시 후 검은 장막이 소리 없이 해제되었다.

“어?”

검은 장막이 해제되고 반격을 준비하고 있던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방금 전까지 검은 장막 너머에서 자신을 공격하려던 어둠의 신봉자 녀석들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피, 피해!”

“뭐야, 이 자식들은!”

한성의 눈앞에서 어둠의 신봉자들을 공격하고 있는 정체불명의 존재들이 대거 나타난 것이다.

그 숫자도 어둠의 신봉자들 못지않을 정도였다.

그들을 쭉 살펴보던 한성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인물을 발견했다.

그리고 눈을 부릅떴다.

“어, 어째서 저 녀석이 이곳에?”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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