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304화 (303/318)

# 304

< 내 언데드 100만 >

제304화 스펀지 몬스터들의 오기

콰앙!

공작갯가재의 펀치가 맨땅과 충돌하며 굉음이 울려 퍼졌다.

파공성을 내며 쏘아지는 거대한 집게발의 펀치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카르엘이 재빠르게 피해 버린 것이다.

하지만 확실히 공작갯가재는 잉여킹와 크라켄보다 전투력이 높았다.

비록 카르엘이 공격을 피했지만 방금 전 일격으로 지면에 크레이터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어마어마한 위력이다.’

한성은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만약 카르엘이 정면으로 펀치를 맞았다면 결코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공작갯가재의 빅뱅 블루 펀치는 위력적이었다.

“이런 건방진…….”

카르엘은 눈살을 찌푸렸다.

마인의 힘을 얻고 나서 아무도 자신의 앞을 막는 자는 없었다.

그런데 설마 몬스터 따위가 막을 줄이야.

“우리에게서 쉽게 벗어날 생각은 버려라.”

카르엘은 한성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백색섬광검, 아인스타에 흑마력을 주입했다.

키이잉.

아이러니하게 흑마력을 주입했음에도 아인스타는 공명음을 내면서 하얀빛을 흩뿌렸다.

“공작갯가재! 스트라이크 임팩트!”

[가재크!]

다급한 한성의 명령에 공작갯가재의 집게발에서 푸른빛이 은은하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스킬 시전을 위한 마나가 집중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직후, 카르엘의 아인스타가 공작갯가재를 향해 휘둘러졌다.

쌔애액!

아인스타에서 초승달처럼 생긴 날카로운 하얀빛의 예기가 공간을 가르며 공작갯가재를 향해 쏘아졌다.

파앙!

그와 동시에 공작갯가재도 카르엘을 향해 펀치를 날렸다.

공기를 찢고 쏘아진 집게발에서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벽처럼 공작갯가재와 카르엘 사이를 가로막았다.

콰콰콰쾅!

하얀빛과 충격파가 충돌하면서 어마한 굉음과 함께 공기를 뒤흔들었다.

[가, 가재크…….]

쿵쿵.

공기의 떨림이 멎자 공작갯가재가 비틀거리며 뒤로 밀려났다.

스트라이크 임팩트의 충격파로 초승달 모양의 하얀 빛을 상쇄시키려고 했지만 실패한 것이다.

그나마 하얀 빛의 위력을 어느 정도 감소시킨 덕분에 공작갯가재는 갑옷처럼 단단한 가슴에 흠집이 크게 나는 정도로 끝났다.

만약 한성이 공작갯가재에게 공격 스킬을 명령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큰 피해를 입었을 터였다.

까앙!

그때 공작갯가재에서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성은 재빨리 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봤다.

어느 틈엔가 카르엘이 공작갯가재를 향해 아인스타를 휘두르고 있는 게 아닌가?

“떨쳐 내!”

한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카르엘을 향해 날듯이 달려가며 소리쳤다.

[가재크가재크!]

공작갯가재는 집게발을 휘두르며 카르엘을 떨쳐 내려고 했다.

깡! 까앙!

집게발과 아인스타가 맞부딪치면서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쩌적!

[가재크으으!]

공작갯가재는 비명 같은 괴성을 내질렀다.

아인스타와 충돌할 때마다 집게발에 충격이 가해지면서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 자식!”

불과 몇 초도 안 돼서 한성은 카르엘의 곁에 도달했다.

하지만 그 짧은 사이 카르엘은 집게발에 아인스타를 최소 열 번은 넘게 휘둘렀다.

‘대체 무슨 재질로 만들어진 거야?’

공작갯가재의 집게발은 강철보다 더 단단했으면 단단했지 결코 약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과 십수 번 아인스타와 충돌한 집게발은 금이 쩍쩍 가 있었다.

카르엘이 사용하고 있는 섬광 같은 하얀빛이 문제겠지만, 아인스타 자체도 상당히 단단한 금속을 사용한 모양이었다.

카르엘의 곁까지 온 한성은 아크스태프를 지면에 내려찍으며 공격 스킬을 시전했다.

“그라운드 본 쏜즈(Ground Bone Thorn)!”

촤자자자자작!

한성의 앞에서 검은 뼈로 이루어진 가시가 일직선으로 솟구쳐 오르며 카르엘을 향해 갔다.

그것을 본 카르엘은 재빠르게 물러났다.

그라운드 본 쏜즈는 지면에서 1미터 길이 가시가 솟구쳐 올라서 적을 공격한다.

그 스피드는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거기다 한성은 불과 5미터 거리에서 스킬을 사용했다.

카르엘 같은 마인이 아니었으면 어지간해서는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쓸데없는 발버둥은 그만둬라. 어차피 시간 낭비일 뿐이니까.”

카르엘은 가늘게 뜬 눈으로 한성을 노려봤다.

한성의 소환수들이 성가시긴 해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 전부 제압할 수 있었다.

확실히 현재 한성의 소환수들은 이제 겨우 약 수백 마리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카르엘이 쓸데없는 발버둥이라고 말할 만했다.

“그건 네놈 생각이고.”

하지만 한성은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앞으로 얼마 안 남았어. 얼마 안 남았는데…….’

아직 소환 스킬들의 쿨은 다 돌아가지 않았다.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그때까지 스펀지 몬스터들이 시간을 벌어 주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그때까지 버틸 수 없어 보였던 것이다.

[잉여잉여잉여!]

[크라크락! 크라락!]

[가재크…… 가재크…….]

“…….”

한성은 스펀지 몬스터 세 마리를 바라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잉여킹은 스카이 레이크에서 신나게 펄떡거리며 물보라만 일으키고 있을 뿐이었고, 크라켄은 카르엘에게 잘린 다리를 재생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그나마 전투력이 높았던 공작갯가재는 집게발에 금이 가는 바람에 처음과 같은 위력적인 펀치를 쓸 수 없게 되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한성은 최후의 수단을 쓰기로 결심했다.

“스펀지 잉여킹! 크라켄! 공작갯가재! 너희들밖에 믿을 게 없다! 너희 셋이 힘을 합쳐서 저놈들을 막아야 돼. 너희들의 힘을 저놈에게 보여 줘라!”

스펀지 몬스터 세 마리가 모이면 무언가를 보여 준다.

그게 뭔지 아직 한성도 모른다.

스펀지 몬스터들을 소환하는 일 자체가 거의 없었을뿐더러, 대부분 언데드 몬스터들만으로 위기 상황을 넘어왔었으니까.

‘뭐, 바빠서 확인하지 못한 이유도 있고.’

블랙 레이븐 클랜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려온 탓에 한성은 스펀지 몬스터들에 대해 거의 신경을 쓰지 못했었다.

그 결과 이제야 확인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잉여잉여잉잉잉.]

[크라락? 크락크락?]

[가재가재가재가재.]

수십 미터 크기의 스펀지 몬스터 세 마리는 스카이 레이크에서 머리를 맞댔다.

그 상태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은 동공지진을 일으키고 있었다.

우리 진짜 이거 해야 되냐고 하는 것처럼.

“시간 없어! 빨리 해!”

흠칫!

한성의 재촉에 스펀지 몬스터들이 몸을 움찔거렸다.

이제는 정말 무언가 보여 줄 수밖에 없는 상황.

스펀지 몬스터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각오를 다졌다.

[스펀지 몬스터들이 융합 합체를 하려고 합니다.]

‘융합 합체!’

시야에 떠오른 안내 메시지에 한성은 눈을 크게 떴다.

세 마리가 모여서 무언가를 보여준다고 했었지만, 그게 설마 융합 합체였을 줄이야!

한성은 기대감이 어린 눈빛으로 스펀지 몬스터들을 바라봤다.

스펀지 몬스터들에게서 푸른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스펀지 몬스터들은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호오?”

그 모습에 카르엘은 턱을 쓰다듬으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공작갯가재를 제외하고 자신에게 상대도 되지 않았던 크라켄과, 그저 펄떡펄떡 뛰기만 하던 거대한 쓰레기 같은 몬스터들이 하나로 합쳐지고 있었다.

과연 무엇이 나올 것인가?

번쩍!

순간 합쳐지고 있는 스펀지 몬스터들에게서 엄청난 빛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한성의 시야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융합에 실패하였습니다.]

“헐?”

뜻밖의 메시지에 한성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잉여잉여!]

[크라크라!]

[가재크으!]

그와 동시에 융합에 실패한 스펀지 몬스터들은 괴성을 지르며 튕겨져 나왔다.

“역시 쓰레기는 쓰레기인가.”

카르엘은 실망스럽다는 듯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스펀지 몬스터들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자신을 즐겁게 해 주지 않을까 나름 기대했었다.

하지만 역시나 쓰레기 몬스터들은 기대를 저버렸다.

“이제 잘 알았겠지? 발버둥을 쳐본들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 포기해라.”

카르엘은 차가운 눈빛으로 한성을 바라보며 아인스타를 겨눴다.

‘젠장! 설마 실패하다니.’

당연히 융합 합체를 할 줄 알았는데 보기 좋게 실패할 줄이야.

무언가를 보여 주기에 실패한 스펀지 몬스터들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한성은 스펀지 몬스터들과 관련된 정보창을 열어 빠르게 확인했다.

[스펀지 몬스터들의 융합 합체는 확률형입니다. 단, 스펀지 몬스터들뿐만이 아니라 다른 소재 몬스터들을 추가할 경우 성공 확률이 높아집니다. 융합 합체에 성공할 경우 레어에서 레전드 등급의 몬스터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

‘다른 소재 몬스터들을 추가할 수 있다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스펀지 몬스터들이 푸른빛을 내면서 융합을 할 때 소재 몬스터들을 추가할 수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얘들아 한 번 더 하자!”

[잉여잉여?]

[크락크락?]

[가재가재?]

서로 머리를 맞대고 궁상을 떨고 있던 스펀지 몬스터들이 한성의 말에 고개를 치켜들었다.

“아직도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거냐?”

그리고 카르엘은 아인스타를 고쳐 잡으며 금방이라도 달려들 태세를 갖췄다.

“당연하지. 내가 네놈들 따위에게 포기할 것 같냐? 체인 오브 바인드!”

이번에는 한성이 먼저 선수를 쳤다.

카르엘 주위에 작은 마법진이 생성되더니 그곳에서 흑마력으로 이루어진 사슬이 솟구쳐 올라왔다.

“뭣?”

갑작스러운 기습에 카르엘은 눈살을 찌푸리며 몸을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흑마력 사슬이 카르엘을 휘감았다.

촤촤촤촤ㅤㅊㅘㄱ!

흑마력 사슬은 카르엘을 강하게 옭아맸다.

“크윽.”

카르엘은 눈살을 찌푸렸다.

흑마력 사슬이 요망하게 묶여 오면서 한성의 지력에 비례한 데미지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걸로 조금 시간은 벌 수 있겠지.’

체인 오브 바인드의 구속 효과 지속 시간은 약 5분.

하지만 절대적이지는 않았다.

카르엘 정도의 실력자라면 길어봐야 1분에서 2분 사이였다.

실제로 카르엘은 흑마력 사슬을 끊기 위해 전신에 힘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융합 합체 실행해!”

한성은 스펀지 몬스터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잠시 머뭇거리던 스펀지 몬스터들은 이내 다시 푸른빛을 발하며 융합을 시작했다.

“나와라! 파카! 이젯탈 그리폰 500!”

한성은 펫들을 불러냈다.

메에에엑.

오랜만에 등장한 파카는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냈다가 흠칫거렸다.

메… 엑?

주변 상황이 살벌했기 때문이다.

이곳저곳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고, 특히 흑마력 사슬에 묶여 있는 카르엘에게서 붉은 살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때문에 파카는 화들짝 놀라며 한성의 등 뒤로 숨었다.

“저기로 뛰어!”

한성은 파카와 이젯탈에게 소리치며 푸른빛을 발하며 하나로 합쳐지고 있는 스펀지 몬스터들을 가리켰다.

그러자 파카와 이젯탈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보다가 이내 뛰기 시작했다.

잠시 후 파카와 이젯탈은 스펀지 몬스터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번쩍!

그 순간 눈부신 푸른빛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한성의 시야에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융합 합체가 성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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