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3
< 내 언데드 100만 >
제303화 스펀지 해양 몬스터
콰콰콰콰쾅!
본 익스플로전으로 인해 흑염불사룡은 장렬하게 폭발했다.
얼마나 폭발 규모가 컸는지 폭심지를 중심으로 버섯구름이 피어오를 정도였다.
“역시 페르젠이 경계할 만하군.”
스아악!
순간 한성의 눈앞에서 백색섬광이 공간을 갈랐다.
한성은 재빨리 실버 건틀렛을 들어올렸다.
까앙!
한성을 향해 카르엘이 휘두른 하얀빛의 검이 실버 건틀렛에 가로막혔다.
“너는 위험하다. 이 세계에서 반드시 방출시켜 주마.”
다시 한 번 한성의 앞에서 카르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게 마음대로 될까?”
한성은 그의 말에 대꾸하며 아크스태프를 휘둘렀다.
그러자 카르엘은 뒤로 펄쩍 몸을 날리며 물러섰다.
‘길게 끌면 좋지 않아.’
현재 레비아는 레이몬이, 페르젠은 라이와 다크 메탈 골렘이 상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성은 물론 소환수들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과 아머 스파이더들을 상대한 탓에 지쳐 있었던 것이다.
‘엘레오노라가 온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그녀가 온다고 해도 과연 마인 세 명을 상대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그리고 지금 이곳에서 마인들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도망친다고 해도 금방 붙잡히고 말테니까.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시체 소환! 타이탄아룸!”
눈 깜짝할 사이에 한성의 주위로 시체 200구가 나타났다.
“나와라! 나의 시종들아!”
한성은 시체 200구로 강철처럼 뼈가 강화된 검은 스켈레톤 마스터 솔저들을 소환해 냈다.
“하이하이.”
“팔랑팔랑.”
“스피스피.”
“레인레인.”
“매지컬매지컬.”
2,000마리의 다섯 병과를 가진 마스터 솔저들이 푸른 안광을 빛내며 한성의 주위를 감쌌다.
거기다 아직 스카이 레이크에는 스파이더 아머들과 울트라 헤비 풀 아머 스파이더 퀸에게서 살아남은 수백 마리의 마스터 솔져들이 남아 있었다.
상태가 좋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전력이 될 터.
“다굴 앞에 장사 없는 법이지.”
순식간에 마인들과 한성 사이에 약 2,500마리에 가까운 마스터 솔저들의 벽이 만들어졌다.
“이런 뼈다귀들에게 내가 질 거라 생각하나?”
카르엘은 코웃음을 쳤다.
기본적으로 마인들은 마족의 힘을 받았기에 강하다.
또한, 여신 이세트의 가호까지 받고 있다.
쉽지 않다는 건 한성도 잘 알고 있었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지.”
한성은 마인들을 향해 가볍게 눈짓을 했다.
저벅저벅.
한성의 눈짓에 마스터 솔져들은 묵직한 걸음소리를 내며 카르엘을 비롯한 페르젠과 레비아를 향해 다가갔다.
페르젠과 레비아를 향해 각각 천 마리씩. 그리고 카르엘은 천오백 마리의 마스터 솔저들이 상대했다.
번쩍!
순간 카르엘을 감싸고 있던 하이랜더들 사이에서 하얀빛이 터져 나왔다.
“하이하이!”
하얀빛의 섬광에 공간째로 절단된 하이랜더들이 구설픈 비명을 지르며 사라졌다.
스칵! 서걱! 콰가가가각!
그리고 계속해서 하얀빛의 향연이 시작되었다.
카르엘의 무기인 백색섬광검, 아인스타에서 하얀빛이 터져 나올 때마다 하이랜더들과 디펜더들이 속수무책으로 베어졌다.
그나마 일반 창보다 더욱 긴 장창으로 무장한 팔랑크스들이 견제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그마저도 시간문제였다.
“레인레인.”
“매지컬매지컬.”
전위(前衛)들이 앞에서 몸빵을 하는 동안 레인저들과 마법병단들이 원거리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슈슈슉!
강철보다 더 단단한 검은 본 애로우들이 하늘을 가득 메우며 카르엘을 향해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본 카르엘의 눈이 살짝 찌푸려졌다.
“건방진 짓을…….”
카르엘은 하이랜더들과 디펜더들에게서 뒤로 물러서며 발검자세를 취했다.
백색섬광검(白色閃光劍).
아인스타(Einstein).
십이연참(十二連斬).
발검자세로 내쏘아진 아인스타가 하얀 빛의 참격을 연달아 다크 메탈 본 애로우를 향해 휘둘러졌다.
서걱서걱! 콰가가각!
아인스타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빛 앞에 화살들은 맥을 추지 못하고 두 쪽으로 갈라지거나 튕겨져 나갔다.
그 뒤를 이어 날아드는 원거리 포격 마법도 마찬가지.
하얀빛의 참격 앞에 전부 두 조각이 나고 말았다.
‘꽤 버티네…….’
시간이 지날수록 한성의 표정은 어두워져만 갔다.
빠른 속도로 마스터 솔저들이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레비아와 페르젠은 마스터 솔저들의 적절한 희생 덕분에 맞설 수 있었다.
하지만 마스터 솔저들이 전멸하게 되면 밀릴 수밖에 없었다.
‘스킬 쿨타임이라도 빨리 돌아오면 어떻게든 해볼 수 있을 텐데.’
지금 상황을 역전 시킬 수 있는 강력한 스킬들의 재사용 대기 시간은 아직도 많이 남았다.
아이템 옵션 효과로 거의 쿨 타임 시간을 절반 정도로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현재 상황을 보면 쿨 타임 시간이 완료되는 것보다 마스터 솔저들이 전멸하는 게 더 빨라 보였다.
‘시간을 더 벌어야 돼.’
현재 상황에서 언데드 몬스터들은 더 이상 소환할 수 없었다. 제물로 사용할 시체가 모자랐기 때문이다.
언데드 소환수들이 마인들을 상대하고 있는 사이 한성은 스카이 레이크로 향했다.
스카이 레이크에 도착한 한성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인벤토리를 바라봤다.
“일단 너희들이라도 있어야겠다. 나와라 스펀지 잉여킹! 스펀지 공작갯가재! 스펀지 주꾸미…… 가 아니라 크라켄!”
한성의 양 손과 머리 위에 푸른 마법진이 나타났다.
그리고 잠시 후 마법진을 통해서 스펀지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성의 오른손에 나타난 스펀지 잉여킹.
펄떡펄떡.
[잉여잉여! 이이잉여어어!!]
오랜만에 소환된 스펀지 잉여킹은 한성을 반갑다는 듯이 바라보며 손바닥 위에서 펄떡펄떡 튀어 올랐다.
[쮸꾸쮸꾸!]
그리고 스펀지 크라켄은 문어 같은 다리를 질철질척 움직이며 한성의 손바닥을 꽉 움켜잡았다.
[가재크! 가재크!]
팡! 팡!
무지갯빛 몸을 가진 스펀지 공작갯가재는 한성의 머리 위에서 낫처럼 생긴 집게발로 허공에 공기를 찢는 펀치를 날렸다.
‘세 마리 다 싱싱하군.’
한성은 싱싱하게 움직이는 스펀지 해양 몬스터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마스터엉. 루루 배고파영. 잉어랑 쭈꾸미, 그리고 가재 먹고 싶어영!”
한성이 스펀지 몬스터들을 소환하자 옆에서 루루가 입가에 침을 흘리며 먹음직스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이, 잉여! 잉여잉여잉여!]
[쭈꾸쭈꾸!]
[가재가재가재크!]
포식자의 눈빛을 느낀 것일까.
스펀지 몬스터들은 혼비백산한 표정을 지으며 스카이 레이크를 향해 몸을 던졌다.
잠시 후, 스카이 레이크 속에서 거대화가 된 스폰지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지간한 범선 크기의 잉어킹.
중형 범선 하나를 감쌀 수 있는 크라켄.
강력한 핵펀치를 가지고 있는 공작갯가재.
몸 크기가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해양 몬스터들이다.
“쓸데없는 발버둥은 그만둬라, 트레인.”
그때 한성의 등 뒤에서 카르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르엘은 백섬섬광검을 휘두르며 달려들고 있는 마스터 솔저들을 쳐내면서 한성이 있는 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건 두고 보면 알게 되겠지. 가랏, 잉여킹! 저놈을 막아!”
[이잉여어!]
한성의 명령에 잉여킹은 우렁찬 소리를 냈다.
[당신의 소환수, 스펀지 잉여킹이 스킬 펄떡펄떡을 시전합니다.]
잉여킹은 스카이 레이크에서 펄떡펄떡 몸을 튕겼다.
그리고 스카이 레이크의 물이 조금 흘러넘칠 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한성은 말없이 잉여킹을 바라봤다.
[잉여! 잉여! 잉여!]
한성이 바라보는 동인 잉여킹은 열심히 스카이 레이크에서 싱싱함을 자랑하며 튀어 오를 뿐, 그 어떤 공격도 카르엘에게 하지 않았다.
“에라이! 누가 잉여킹 아니랄까봐!”
아무런 공격을 하지 않는 잉여킹을 바라보며 한성은 혀를 찼다.
하지만 잉여킹의 본업은 이동과 수송이었다.
애초에 이렇다 할 공격 스킬 자체가 없었다.
[잉여…….]
잉여킹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스카이 레이크에서 침몰했다.
“가랏! 크라켄! 너의 힘을 보여 줘라!”
[크라라라라락!]
한성의 명령에 크라켄은 스카이 레이크에서 최소 10미터가 넘어가는 다리 두 개를 쭉 뻗어서 카르엘을 향해 날렸다.
“어딜 감히 내게 더러운 다리를 내미는 것이냐.”
카르엘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크라켄의 점액질이 흐르는 촉수 같은 다리를 보고 기분이 불쾌해진 것이다.
번쩍!
카르엘의 백색섬광검이 하얀빛의 궤적을 그리며 휘둘러졌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다리를 베기 위함이었다.
멈칫!
하지만 크라켄의 다리 두 개는 카르엘 앞에서 멈춰 있었다.
‘오? 크라켄 주제에 페인트를 쓰네?’
놀랍게도 앞서 날린 다리 두 개는 페이크였다.
첫 번째, 두 번째 다리 말고도, 숨겨 놓았던 세 번째, 네 번째 다리가 있었던 것이다.
쌔애액!
카르엘이 아인스타를 휘두른 직후, 앞서 날린 다리 두 개 뒤에 거의 겹치다시피 숨긴 3번, 4번 다리가 비어 있는 옆구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퍽퍽!
크라켄이 날린 다리 두 개는 카르엘의 옆구리를 정통으로 가격했다. 그리고 카르엘의 옆구리를 휘감아 들어올렸다.
“좋아! 잘한다, 크라켄! 촉수로 저놈을 유린해 버렷!”
크라켄의 다리 두 개가 카르엘의 몸을 옥죄이기 시작하고, 앞서 날렸던 첫 번째 두 번째 다리 두 개도 카르엘을 휘감았다. 총 네 개의 다리가 카르엘을 빈틈없이 촘촘하게 감으며 구속했다.
크라켄은 카르엘을 공중에서 마구 흔들거나, 아니면 지면에 마구 내려쳤다.
카르엘의 힘을 빼기 위함이었다.
“이런 건방진 문어 대머리가!”
콰앙!
순간 카르엘에게서 하얀 섬광 폭발이 일어났다.
[크라라라락!]
크라켄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며 뜨거운 불에 덴 것처럼 다리를 확 움츠렸다.
아니 실제로 카르엘을 휘감고 있던 크라켄의 다리는 끝부분이 터져 나가면서 검게 그을려 있었다.
카르엘을 중심으로 일어난 폭발에 데미지를 입은 것이다.
크라켄은 재빨리 스카이 레이크에 다리를 집어넣고 열을 식혔다.
“잘했다. 일단 쉬고 있어.”
어찌되었든 잘난 척하는 카르엘에게 크라켄은 크게 한 방 먹였다. 무엇보다 한성에게 필요한 시간을 꽤 벌어 주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게다가 아직 한성에게는 스펀지 공작갯가재가 남아 있었다.
또한, 스펀지 해양 몬스터들에게는 회심의 한 수가 남아 있기도 했다.
스펀지 해양 몬스터 세 마리가 모이면 무언가를 할 수 있었으니까.
“가랏! 공작갯가재! 너만 믿는다!”
스펀지 공작갯가재의 펀치력은 어마어마하다.
거기다 수십 미터 크기로 거대화까지 한 상황.
아무리 카르엘이라고 해도 공작갯가재의 펀치를 정면에서 맞으면 위험할 수밖에 없었다.
[가재크가재크.]
공작갯가재는 카르엘과 마주했다.
카르엘의 아인스타에서 하얀 빛이 세차게 피어오르고, 공작갯가재의 낫처럼 생긴 집게발에서도 푸른 화염이 피어올랐다.
[당신의 소환수 스펀지 공작갯가재가 공격 스킬 빅뱅 블루 펀치를 시전합니다!]
잠시 후, 공작갯가재의 집게발이 공기를 찢으며 카르엘을 향해 쏘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