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301화 (300/318)

# 301

< 내 언데드 100만 >

제301화  드러나기 시작하는 마인들의 비밀

흑염불사룡과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의 전투는 막바지에 달해 가고 있었다.

흑염불사룡에게 일격을 허용한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은 이어지는 연속 공격에 맥을 못 췄다.

헤비 풀 아머 덕분에 나름 버티긴 했었지만 거기까지였던 것이다.

키에에에엑!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은 긴 다리를 뻗으며 지면에 배를 깔고 쓰러졌다.

흑염불사룡이 최후의 일격으로 날린 말살의 라스트 스타 브레이커를 쳐 맞은 결과였다.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은 폭발로 인한 화염과 흙먼지 때문에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해치웠나?”

천천히 가라앉고 있는 화염과 흙먼지를 바라보며 한성은 초조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축하합니다! 당신의 소환수 다크 플레임 언데드 드래곤이 Lv270 암흑의 울트라 헤비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을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270000 골드와 Lv270 레전드 등급 보물 상자를 지급합니다.]

[월드 히든 미션 진행사황이 갱신되었습니다. 진행사항(2): 변형한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 제거(1/1).]

“끝났군.”

눈앞에 떠오른 안내 메시지를 확인하며 한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수정구가 나타났을 때는 어떻게 되나 싶었는데…….’

난데없이 상공에서 지름 100미터 크기의 수정구가 흑염술사룡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후려치면서 나타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거기다 주변 시체들을 흡수하면서 변형까지 할 줄이야!

‘그래도 해치웠으니 다행이지.’

덕분에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을 잡으면서 보상으로 270레벨의 레전드 등급 보물 상자를 지급받았고, 월드 히든 미션 진행사항도 갱신되었다.

이래저래 이득을 본 상황.

[내가 왔다, 계약자여.]

그때 한성을 부르는 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다그닥 다그닥.

고개를 돌리니 팬텀스티드를 타고 다가오고 있는 레이몬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슈타인과 다니엘이 목덜미를 잡힌 채 끌려오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한성은 레이몬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레이몬이 데리고 온 사람들은 슈타인과 다니엘만이 아니었다.

레이몬 너머로 스켈레톤 나이트들을 비롯한 다크 나이트들과 데스 나이트들이 유령마를 타고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전부 끝났나…….’

한성은 레이몬의 손에 끌려오고 있는 슈타인과 다니엘을 바라봤다.

계획대로 블랙 레이븐 클랜을 한 차례 괴멸시켰다.

클랜성을 빼앗고, 많은 수의 클랜원들을 죽였다.

그리고 간부급 위주로, 레벨이 높거나 실력이 좋은 자들 위주로 붙잡아서 지하 감옥에 감금시켜놓았다.

전쟁 포로로서 말이다.

남은 건, 이제 뒤처리였다.

사망한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은 사망하고 나서 현실 시간 기준으로 3일 뒤 다시 싸움을 걸어올 것이다.

현재 한성이 클랜성을 먹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미 사후대책 준비는 해놓았다.

디아나가 이끄는 어둠의 신봉자들 저항 조직인 미스릴.

이리야가 가주로 있는 크리스토 백작가의 사병들.

그들 중 일부를 클랜성에 주둔시켜 두었으니까.

‘클랜성은 그들에게 맡겨 놓으면 될 테고. 문제는…….’

한성은 검붉은 화염과 흙먼지가 가라앉으면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거대한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의 시체를 바라봤다.

이미 블랙 레이븐 클랜은 한성에게 패배하고 클랜성까지 빼앗겼기 때문에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클랜성 자체뿐만이 아니라, 클랜성에 잠들어 있는 수많은 장비들도 한성이 먹었으니까.

하지만 블랙 레이븐 클랜과의 전쟁은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다.

죽어도 다시 부활하는 게임 시스템상 한두 번의 전쟁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여러 차례 전쟁을 벌어야 할 터.

여기서 문제는 마인들이었다.

‘슈타인과 다니엘이 수정구를 가지고 있었지.’

그 말은 곧 마인들과 손을 잡고 있다는 소리였다.

만약 블랙 레이븐 클랜과의 전쟁에서 화이트 헤론 클랜을 비롯한 다른 세력들이 한성을 적대하게 되면 골치가 아파질 수 있었다.

‘그래도 일단 큰 불은 껐…….’

슈아아아악.

이제 뒤처리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는 한성의 눈에 붉은 광선이 날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뭐, 뭐야?”

멀리서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마력포를 바라보며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슈욱! 슈아아아아악!

쌔애액! 쉬이익!

그뿐만이 아니었다.

직경 1미터에 달하는 최초의 붉은 마력포에 이어 수많은 원거리 공격 스킬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이런, 푸른 눈이!”

원거리 공격 스킬들의 목표는 명확했다.

전부 흑염불사룡을 노리고 날아들고 있었던 것이다.

즈아아아앙!

한 박자 늦게 흑염불사룡의 앞에 마나 방벽이 형성되었다.

그 외 본월을 비롯한 방어 마법이 시전되며 흑염불사룡의 앞을 가로막았다.

쾅! 콰콰쾅! 콰콰콰콰쾅!

그 직후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마나 방벽을 비롯한 각종 방어 마법 위에 각종 원거리 공격들이 날아들면서 폭발한 것이다.

그리고 흑염불사룡을 보호하던 마나 방벽과 각종 방어 마법들이 찢겨졌다.

크롸롸롸롸롸!

흑염불사룡은 괴성 같은 비명을 내질렀다.

“이, 이런!”

한성은 이를 악물었다.

흑염불사룡을 향해 날아온 원거리 공격 스킬들은 얼핏 봐도 일이백은 족히 넘었다.

“대체 누가?”

한성은 공격이 날아온 쪽을 노려봤다.

저 멀리서 검은 그림자들이 다가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아니었다.

“네가 트레인인가?”

“……!”

불현듯 한성의 시야에 하얀 코트의 사내가 나타났다.

“누구냐!”

화들짝 놀란 얼굴로 한성은 하얀 코트의 사내를 노려봤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금발에 하얀 코트를 입고 있고, 조각 같은 이목구비를 가진 아름다운 사내.

“내 이름은 카르엘.”

하얀 코트의 사내가 무심한 눈빛으로 한성을 바라본다.

검은자막 위로 붉은 눈이 섬뜩하게 빛나고 있다.

“마인이다.”

쾅! 쾅!

하얀 코트의 사내, 카르엘의 말이 끝나자마자 두 명의 인영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려왔다.

“오랜만이구나, 트레인.”

언제나 붉은 코트를 즐겨 입는 붉은 머리의 사내 페르젠이 한성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며 말했다.

“헤에.”

그리고 그 옆에서 한성을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칠흑의 소녀가 있었다.

흑단 같은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아름다운 소녀, 흑혈랑 레비아.

한성의 눈앞에 두 명의 마인이 더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마인이 셋…….’

한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인들을 노려봤다.

하나만 해도 버겁던 마인이 둘이나 더 나타났다.

더군다나 지금은 100% 만전도 아닌 상태.

“일단 그들은 우리가 데려간다?”

레비아는 고양이 같은 걸음걸이로 우아하게 슈타인과 다니엘을 향해 다가갔다.

너무나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한성도, 레이몬도 그저 지켜만 봤다.

“으으.”

슈타인과 다니엘에게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들은 아직 죽지 않았다.

레이몬이 제압만 해서 데려 온 것이다.

어차피 죽여 봤자 다시 부활할 테니까.

[거절한다. 나는 그 누구의 명령도 듣지 않아!]

“이렇게 부탁을 해도?”

레이몬의 앞에서 레비아는 고양이처럼 붉은 혀로 손가락을 핥으며 허리를 숙였다.

여성 방어구는 노출도에 비례해 방어력이 높아지는 기이한 현상이 있었다.

하지만 레비아는 활동성을 추구한 결과 노출도가 높은 가죽 갑옷을 선호했다.

그리고 허리를 살짝 숙이고 있는 레비아의 가죽 갑옷은 살짝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 덕분에 그녀의 가슴이 살짝 보이고 있는 상황.

레이몬은 말없이 그녀를 지켜봤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한성은 식은땀이 절로 났다.

‘레이몬 저 자식 또 이상한 소리 하면 안 될 텐데…….’

마왕한테 부모님 패드립을 치는 놈이니 마인들 상대로는 오죽할까.

한성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레이몬을 바라봤다.

[흥!]

레이몬은 피식 비웃음이 담긴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마치 레비아에게 관심이 하나도 없다는 것처럼.

“헤에에에에?”

역시나 레비아는 전신에서 불길한 기운을 피워 올리며 레이몬을 노려봤다.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모습이 꽤나 마음에 상처가 남은 모양이었다.

[왜 그런 눈으로 나를 바라보지? 나는 나보다 약한 녀석의 말은 듣지 않는다!]

레이몬은 레비아 앞에서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래도 내 부탁을 안 들어주겠다는 거야?”

레비아는 가죽갑옷으로도 감출 수 없는 몸매를 드러내며 뜨거운 눈으로 레이몬을 바라봤다.

그런 레비아에게 레이몬은 조용히 한마디 했다.

[이 허전함은 무엇이냐? 너에게서는 허전함밖에 느낄 수 없다. 그렇군. 가슴이 없어서 그런 거였군.]

레이몬은 무언가 깨달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

레비아는 최대한 레이몬에게 가슴 라인이 드러나도록 보이는 자세에서 똑바로 일어섰다.

“네가 없는 자의 슬픔을 알아?”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레비아의 눈에서 붉은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레비아의 손에서도 붉은 기운이 날카롭게 솟아나왔다.

푸욱!

“큭!”

“커헉! 왜 우리들을…….”

눈 깜짝할 사이에 슈타인과 다니엘의 가슴에 레비아의 붉은 손톱이 꽂혀 들어갔다.

“크아아아아악!”

그들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더니 이내 빛으로 화하면서 사라졌다.

[Lv274 블랙 레이븐 클랜의 클랜장인 슈타인과 Lv271 블랙 레이븐 클랜의 부클랜장인 다니엘이 가상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에서 삭제되었습니다.]

“……!”

갑작스럽게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슈타인과 다니엘이 죽자마자 바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함을 느꼈다.

일반적으로 방문자들은 사망을 하게 되면 일정 시간 동안 시체로 남아서 부활 아이템 및 스킬로 살릴 수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바로 빛과 함께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래서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삭제가 되었다니?

“수정구의 페널티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었군.”

“뭐라고?”

옆에서 들려온 카르엘의 말에 한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캐릭터 삭제라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오딘 사에서 그런 걸 만들 리가 없…….”

순간 한성은 입을 다물었다.

오딘 사에서 그런 아이템을 만들 리 없었다.

만약 그런 아이템을 만들게 되면 티르 나 노이를 플레이하고 있는 유저들의 원성을 하게 될 테니까.

“설마 이상 현상?”

한동안 가상현실 세계 티르 나 노이에서 발생했던 이상 현상들.

그 중심에 마인들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마인들은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들을 제작해서 티르 나 노이 세계 전역에 뿌리고 있는 상황.

“대체 너희들은 뭐하는 놈들이냐?”

한성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마인들을 노려봤다.

마인들은 플레이어 방문자들이 아니다.

스마트 밴드워치를 가지지 않았으니까.

그렇다면 대체 그들은 누구이기에, 그리고 목적이 무엇이기에 플레이어 방문자들의 캐릭터를 삭제할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들어 냈단 말인가?

“우리들은 변혁을 추구하는 자들. 그리고 우리들의 목적은 네놈들 방문자들을 이 세계에서 몰아내는 것이다. 이 세계의 진정한 주민인 켈트인들을 위해서.”

“뭐?”

카르엘의 말에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카르엘은 차가운 눈으로 한성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모든 것은 우리들의 여신, 이세트님의 뜻대로. 네놈을 여기서 처단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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