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300화 (299/318)

# 300

< 내 언데드 100만 >

제300화  새로운 국면

십 미터 이상 높이에서 촉수에 끌려 내려온 흑염불사룡은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을 향해 낙하했다.

콰아아아앙!

그리고 그 기세 그대로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의 등 위에 떨어져 내렸다.

키, 키에에에엑!

워낙 빠르게 일어난 일이라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은 피하지도 못한 채 그대로 흑염불사룡에게 짓눌려졌다.

그와 동시에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터져 나갔고,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은 지면에 납작하게 들러붙는 것도 모자라 땅속으로 처박혀 들어갔다.

그로 인해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을 중심으로 상당한 크기의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거기다 흑염불사룡에게 등을 내주고 있는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체급 차이가 상당히 났으니 말이다.

그래도 굳건한 방어력으로 어떻게든 버티고는 있었다.

“슬슬 끝내자.”

크롸롸롸ㅤㄹㅘㄱ.

한성의 의지를 전달받은 흑염불사룡은 다시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올랐다.

지면 위에 남겨진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은 상당한 데미지를 입었다.

그나마 전신을 감싸고 있는 단단한 갑주 같은 외각이 아니었으면 방금 전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즉사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단단한 방어력은 풀 아머 스파이더 퀸에게 시간을 벌어주었을 뿐이었다.

상공으로 날아오른 흑염불사룡은 아래를 내려다봤다.

크레이터 중심부 속에서 지면에 박혀 있던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이 정신을 차리고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가랏! 블루 아이즈! 얼티메이트 트리플 버스터!”

거리가 좀 떨어진 곳에서 한성의 의지를 전달 받은 흑염불사룡은 입을 쩍 벌렸다.

키이이잉!

각기 다른 세 머리 입 앞에서 각양각색의 마력들이 모이며 구체를 형성했다.

블랙 드래곤은 푸른빛의 구체를.

다크 플레임 드래곤은 검붉은 화염을.

다크 메탈 드래곤은 검은빛의 구체를.

투확!

잠시 후 흑염불사룡은 트리플 헤드 브레스를 쏘았다.

세 가지 속성의 브레스는 꽈배기처럼 꼬이면서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을 향해 날아들었다.

슈와아아아악!

숨만 붙은 채 지하에서 기어 나오던 풀 아머 스파이더는 머리 위에서 무언가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머리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푸른빛과 검붉은빛, 검은빛이 한데 어우러져서 날아오는 것을 가만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콰콰콰콰쾅!

잠시 후 얼티메이트 트리플 버스터가 풀 아머 스파이더를 향해 내리꽂히면서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       *       *

“이건 무슨…….”

“어딘가의 최종 전쟁도 아니고…….”

한성이 처음 흑염불사룡을 소환했을 때 충격파의 영향권 안에 들어있던 슈타인과 다니엘.

그들은 충격파에 날아가는 척하면서 멀리 도망쳤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로 능력치를 증폭시켜도 240미터 크기의 스켈레톤 드래곤을 상대하는 건 무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거대 수정구가 뜬금없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을 때부터 기회를 엿보기 위해 상황을 지켜봤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곧 깨달았다.

초거대 수정구가 스파이더 퀸으로 변형한 후 이어지는 괴수대혈전에 질렸던 것이다.

충격파에 떠밀려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질 뻔했다.

“슈타인 대장님.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지금은 물러나야지. 트레인 녀석을 상대하려면 전력을 모아야 돼.”

한성이 강하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설마 저런 소환수까지 부릴 줄이야.

지금 상황에서는 한성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거기다 그들은 지금 당장 이곳을 벗어나 한성의 눈을 피해야 했다.

왜냐하면…….

[경고.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에 의한 광폭화 지속 시간이 10초 남았습니다. 9초. 8초. 7초…….]

슈타인과 다니엘을 폭발적으로 강화시켜주는 광폭화 타임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지금의 상태로는 한성을 상대할 수 없었다.

지금은 이곳에서 물러나 슈바르츠 솔다트들뿐만이 아니라, 티르 나 노이 전역에 흩어져 있는 블랙 레이븐 클랜 세력을 결집하고 화이트 헤론 클랜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었다.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게 짓밟아주마.’

아무리 한성이 강력한 소환수들을 거느리고 있다고 해도 블랙 레이븐 클랜과 화이트 헤론 클랜이 힘을 합친다면 결코 상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적어도 슈타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슈타인과 다니엘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몸을 돌렸다.

스카이 레이크에 남아 있는 슈바르츠 솔다트들까지 챙겨 줄 여유는 없었다.

그들만 해도 이곳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빠듯했으니까.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 효과 시간이 끝났습니다.]

그때 슈타인과 다니엘의 시야에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제 사망하시면 페널티가 발동됩니다. 당신의 상상을 초월하는 페널티가 발동할 예정이오니 부디 죽는 일은 없기를……. 생명은 소중하니까.]

“뭐, 뭐야?”

순간 슈타인과 다니엘은 눈살을 찌푸렸다.

마인들에게 수정구를 전해 받았을 때는 페널티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

심지어 그 어떠한 부작용도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페널티라니?

거기다 안내 메시지도 뭔가 느낌이 달랐다.

어쩐지 메시지가 비웃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죽으면 발동하는 페널티라니…… 대체 이게 뭘까요?”

“직접 죽어 보지 않는 이상 모르겠군.”

“그건 그렇죠.”

슈타인의 말에 다니엘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죽어야 발동하는 패널티는 슈타인도 다니엘도 처음 봤다. 아마도 천공섬 대규모 업데이트 때 추가된 모양이었다.

‘대체 어떤 페널티일까?’

슈타인은 생각에 잠겼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건 부활 시간이 좀 길어진다던가, 혹은 부활 장소가 랜덤 정도였다.

하지만 역시 직접 죽어 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었다.

사실 고렙이 된 후 슈타인과 다니엘은 죽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최소 유니크 이상 레전드 등급의 무기와 방어구들로 무장한데다가 그들의 등 뒤에는 언제나 부하 클랜원들이 든든하게 백업을 맡아주기 때문이다.

이번처럼 생각지도 못한 일을 당하는 게 아닌 이상 죽는 일은 거의 없었다.

‘뭐 애초에 위험한 상황이 오지 않았으면 수정구를 사용할 일조차 없었을 테지만.’

한성에게 밀리지 않았다면 수정구를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었기에 지금 슈타인과 다니엘은 이 장소에서 벗어날 생각이었다.

[안녕하신가.]

순간 슈타인과 다니엘은 멈칫거렸다.

몸을 돌린 그곳에 정체불명의 존재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뭐지, 이 녀석은?’

‘데스나이트…… 인가?’

상대는 세련된 느낌의 검은 갑주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갑주 내부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어둠보다 더 어두운 칠흑의 기운 갑옷 내부에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슈타인과 다니엘은 눈앞의 존재가 데스나이트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또한, 무엇보다 눈앞에 있는 데스나이트는 육중한 검은 갑옷을 입고 있는 전투 유령마를 타고 있었다.

“넌 누구냐!”

다니엘이 한걸음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내 이름은 레이몬. 지나가던 마계 기사다.]

“뭐라고? 그렇다면 딴 데로 꺼져.”

[나는 나보다 약한 놈의 말은 듣지 않는다. 너희는 약해 보이는군.]

“뭐? 이 자식이!”

레이몬의 말에 다니엘은 눈살을 찌푸리며 페어슈테켄을 뽑아 들었다.

[다짜고짜 검을 빼들다니 예의가 없군. 그대의 부모님은 안녕하시나?]

“뭐라는 거야, 미친놈아!”

그렇지 않아도 한성에게 당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지 않던 다니엘은 자신을 도발하는 레이몬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자, 잠깐 다니엘!”

페어슈테켄을 앞세우고 달려드는 다니엘의 행동에 슈타인은 뒤늦게 불러 세웠다.

하지만 이미 다니엘은 레이몬을 향해 페어슈테켄을 내지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레이몬은 이상함을 느꼈다.

자신을 향해 달려들고 있는 다니엘의 손에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으니까.

스스슥!

하지만 다니엘의 위험한 기세만큼은 느낄 수 있었다.

콰가가가강!

보이지 않는 검 페어슈테켄이 흑마력이 덧씌워져 있는 레이몬의 대검에 가로막혔다.

[과연 보이지 않는 검인건가? 성가신 무기를 가지고 있구나. 허나 나를 상대하기에는 부족하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자여.]

“우리 부모님은 살아 있다고!”

[그렇다면 사과하지. 자네의 행동을 보니 가정교육을 판타지로 배운 거 같아서 말이야. 그런데 부모님은 자네가 이렇고 다니는 걸 알고 계시나?]

“네놈이 알 바 아니다! 꺼져라!”

[나는 그 누구의 명령에도 따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널 없애 주마!”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지? 생각이 없는 거냐?]

“이런 망할 놈이!”

계속되는 레이몬의 패시브 도발 스킬 같은 말에 다니엘은 진심으로 빡친 표정을 지었다.

“다니엘!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다.”

슈타인은 다시 다니엘을 말렸다.

지금은 물러나서 전열을 재정비해야 할 때.

정체를 알 수 없는 데스나이트와 싸울 때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미 슈타인은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마계기사 레이몬은 틀림없는 데스나이트, 즉 언데드 몬스터였다.

그것도 상당한 지능을 가지고 있는.

원래 스카이레이크 주위에는 언데드 몬스터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슈타인은 언데드 몬스터를 부리는 자가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말인즉슨,

“저놈은 트레인의 소환수다! 싸워선 안 돼!”

슈타인의 외침에 다니엘은 움찔거렸다.

그리고 검은 투구 안에서 빛나고 있는 레이몬의 푸른 눈이 부드럽게 휘어졌다.

[정답이다. 블랙 레이븐 클랜의 망할 까마귀 놈들아.]

레이몬은 전신에서 흑마력을 내뿜었다.

조금 전까지 느낄 수 없었던 위압감이 터져 나온다.

“마, 말도 안 돼.”

다니엘은 페어슈테켄을 고쳐 잡으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자, 덤벼 보아라. 부모님이 계시지 않고 머리가 텅텅 비어 있는 불쌍한 자여.]

“이런 미친놈이 진짜…….”

계속되는 패드립에 다니엘은 레이몬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하지만 현재 다니엘은 몸 상태나 장비가 정상이 아니었다.

수정구에 의한 광폭화와 흑염불사룡이 지면에 내려올 때의 여파로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정상적인 몸 상태에서 레이몬과 싸워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설령 슈타인이 합세한다고 해도 레이몬을 쓰러트릴 수 없었다.

그렇기에 레이몬은 다니엘의 말이 가소로웠다.

대체 누가 누구를 없앤단 말인가?

레이몬은 비웃음을 흘리며 마지막으로 다니엘에게 한마디를 날렸다.

[너를 낳은 부모님의 얼굴이 보고 싶구나.]

*       *       *

스카이 레이크 상공.

어마어마한 크기의 흑염불사룡과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의 전투가 막바지에 달하는 걸 지켜보던 하얀 코트의 사내 카르엘이 입을 열었다.

“개입한다.”

그 말에 페르젠과 레비아는 천천히 스카이 레이크를 향해 하강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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