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9
< 내 언데드 100만 >
제299화 흑염불사룡 vs 풀 아머 스파이더 퀸
“트레인.”
스카이 레이크에서 좀 떨어진 곳의 상공.
그곳에 붉은 코트를 펄럭이며 떠 있는 사내가 있었다.
마인들 중 하나인 페르젠이었다.
그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이를 악물었다.
“저자인가? 우리들에게 최대 위협 요소가 된다는 존재가.”
상공에는 페르젠만 있지 않았다.
다른 마인들도 공중에 떠 있었다.
그들 중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금발에 하얀 코트를 입고 있는 사내가 차가운 눈으로 흑염불사룡과 헤비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을 내려다봤다.
“그래. 내가 소환한 수천 마리가 넘는 마수를 쓰러트렸었지.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야. 수정구를 이용한 실험을 할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더군.”
페르젠은 붉은 눈을 찌푸렸다.
지금까지 한성에게 온갖 방해를 받았다.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를 이용한 소소한 실험 때는 안 보이다가 유독 무언가 큰 실험을 할 때마다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실험을 방해했다.
그 때문에 조금씩 그들의 계획은 차질을 빚고 있었다.
“아니 아니. 문제는 그게 아니지. 마인이면서 저 방문자 놈에게 네가 패배했다는 사실이 더 문제지 않아?”
그때 하얀 코트의 사내 옆에서 수인족 소녀가 나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검은자위막에 섬뜩한 붉은 눈과 새까만 칠흑 같은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
그녀는 다름 아닌 흑혈랑 레비아였다.
“닥쳐라, 잡종개!”
“헤에? 물려 죽고 싶나봐?”
레비아는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페르젠을 노려봤다.
“그쯤해라.”
“쳇.”
하얀 코트의 사내, 카르엘의 말에 레비아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혀를 찼다.
카르엘은 다시 스카이 레이크 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
“저자가 우리에게 방해가 된다면 처분할 수밖에 없겠지.”
“당연하다. 더 강해지기 전에 손을 써야 할 거다. 마침 저 멍청이들이 수정구를 썼으니 데이터를 얻기 위한 좋은 기회이지.”
“뭐, 저런 걸 소환하는 걸 보면 보통 녀석은 아니겠네.”
마인들의 시선이 블루 아이즈 얼티메이트 다크 플레임 언데드 드래곤에게로 향했다.
루루의 궁극기로 무려 3배나 더 커져 있는 상황.
240미터 크기의 흑염불사룡은 마인들에게도 꽤 위협적이었다.
그 때문에 어둠의 신봉자들의 흑마력을 쥐어짜 내다시피 해서 제작한 수정구를 투입시켰다.
“괴수대혈전이 어떻게 끝날지, 우리가 준 수정구를 사용한 쓰레기 같은 방문자 두 놈이 어떻게 될지 기대되는데?”
레비아는 붉은 혀로 입술을 핥으며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스카이 레이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싸움을 내려다봤다.
* * *
“우오와아앙! 괴수대혈전이당!”
어마어마한 크기의 풀 아머 스파이더 퀸과, 빅 그로우로 인해 3배 정도 커진 진 궁극의 흑염불사룡을 번갈아보며 루루는 팔을 번쩍 치켜들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는 주변에 널려 있던 아머 스파이더들의 시체들을 흡수하면서 변형했다.
그 결과 기본 형태가 아머 스파이더처럼 되었다.
흑염불사룡보다는 작은 크기였지만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의 위용은 엄청났다.
단순한 괴성을 내질렀을 뿐인데도 그로 인해 공기가 떨리면서 아래에 있던 마스터 솔저들은 꽤 많은 데미지를 받고 말았다.
‘망할 놈의 수정구는 어디를 가도 나타나네.’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의 모습에 한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설마 마인들이 프로토타입용으로 제작한 수정구를 슈타인과 다니엘에게 주었을 줄이야.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저 둘이 처음이라는 건가?’
프로토타입이라고 하는 걸 보니 아직 일반 방문자들 사이로까지 퍼지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플레이어 방문자들에게도 퍼질지도 몰랐다.
‘일단 게임 시스템이 맞는 거 같기는 하지만 불확실한 요소도 있으니…….’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는 티르 나 노이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변과 연관이 깊었다.
세계 곳곳에서 있을 리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이변은 운영진도, 유그드라실 인텔리전스 시스템 인터페이스 유닛 이시스도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그리고 사실 운영진들이 하나의 살아있는 세계라고 할 수 있는 가상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에 대한 모든 부분을 파악하고 있지 않았다.
인원도, 자원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플레이어들의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도 있었다.
그렇기에 티르 나 노이를 운영할 AI인 이시스가 있는 것이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바로 해결하기 위해서.
하지만 이시스는 하늘 섬, 즉 천공섬 하르모니아 업데이트 이후 발생한 이변에 대해 알지 못했다.
어째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몬스터들이 나타나는지, 혹은 원래 설계한 지역에 등장하지 말아야할 몬스터들이 나타나는지.
그뿐만이 아니라 이상기후 현상이나, 갑자기 호수에 살고 있던 생명체들이 이유 없이 떼죽음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돌발적인 상황을 이시스는 알지 못했다.
이상기후 현상이 생긴 이유가 마법사들이 실험에 실패해서 생겼다거나, 누군가 호수에 독을 풀어서 생명체들을 죽였다거나 하는 원인이 있다면 이시스가 바로 알아차렸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이시스는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운영진에서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검성 세이란을 비롯한 일부 랭커들에게 이상 현상에 대한 조사를 부탁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게임 시스템은 이상 현상을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는 사건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시스 또한 게임 시스템을 자체 점검을 한 후 아무 문제없다고 특수 대응 전담 프로젝트팀 보고했다.
그 덕분에 프로젝트 팀의 팀장인 신한철은 숨통을 틔울 수 있었다.
하지만 혹시 모를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프로젝트 팀은 계속 유지 중이었다.
가상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의 모든 사항을 알고 있어야 할 이시스가 어째서 처음 이상 현상에 대한 걸 파악하지 못했는지 아직 규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키에에에에엑!
돌연 헤비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이 괴성을 내질렀다.
콰콰콰콰쾅!
초음파와도 같은 괴성이 공기를 찢어발기는 소닉붐을 발생시키며 흑염불사룡을 향해 쏟아졌다.
크롸롸ㅤㄹㅘㄱ!
머리를 뒤흔드는 초음파 진동에 거대해진 흑염불사룡은 몸을 비틀거렸다.
“블루 아이즈! 몸통 박치기다!”
번쩍!
순간 블루 아이즈의 푸른 눈이 광채를 띄웠다.
크아아아아아아!
24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체구의 흑염불사룡이 팔을 들어 올리며 검붉은 화염을 일으켰다.
흑염으로 초음파를 어느 정도 막아 내면서 흑염불사룡은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을 향해 달려들었다.
쿵쿵쿵쿵쿵!
거대한 덩치가 질주하자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뒤흔들렸다.
콰아앙!
잠시 후 흑염불사룡과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이 서로 충돌했다.
키에엑!
초음파를 쏘고 있던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은 흑염불사룡의 솔더차지에 몸을 들썩이며 뒤로 십 미터 정도 밀려났다.
그때 한성이 다시 또 소리쳤다.
“다크 플레임 스켈레톤 테일!”
화르르륵!
흑염불사룡의 꼬리에서 검붉은 화염이 타올랐다.
후우우웅!
검붉은 화염에 휩싸인 흑염불사룡의 꼬리뼈가 채찍처럼 휘어지면서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을 향해 날아들었다.
쾅!
다크 펠레임 스켈레톤 테일은 정확하게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의 머리를 가격했다.
끼에엑!
동체가 지면에서 50미터 정도 떨어져 있던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의 머리가 땅바닥에 처박힐 정도로 강렬한 일격이었다.
슈슈슉!
하지만 풀 아머 스파이더 퀸도 가만히 당하지 않았다.
등에서 흑마력으로 이루어진 두터운 촉수 몇 가닥이 솟구쳐 올라왔던 것이다.
쌔애액!
흑마력의 촉수는 날카로운 파공성을 내며 흑염불사룡을 향해 쇄도했다.
파앙! 파앙!
공기를 찢을 정도의 위력을 가진 촉수가 채찍처럼 흑염불사룡을 후려쳤다.
크아아아!
기습과도 공격에 흑염불사룡은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스스슥.
그러자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의 촉수가 더욱더 길게 늘어나더니 흑염불사룡의 목과 가슴, 팔을 휘감았다.
“이런. 빨리 빠져나와!”
그 모습을 본 한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한성이 말하지 않아도 흑염불사룡은 촉수에게서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강한 힘으로 조여 오는 촉수 때문에 몸을 제대로 가눌 수조차 없었다.
“물어!”
다급하게 소리치는 한성의 말에 흑염불사룡은 입을 크게 벌렸다.
콰직!
키아아아아악!
한성의 명령대로 촉수를 입으로 물자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이 괴성을 지르며 몸부림쳤다.
역시 등과 연결되어 있는 만큼 신경도 연결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흑염불사룡을 옥죄어 오던 촉수의 힘도 덩달아 빠졌다.
“다크 플레임 드래곤 크로우!”
한성은 재차 명령을 내렸다.
흑염불사룡의 앞발에서 검붉은 화염으로 이루어진 날카로운 손톱이 생성되었다.
촤아아악!
흑염불사룡은 망설임도 없이 솟아나온 검붉은 화염 손톱으로 촉수를 잘라 버렸다.
키아아아아악!
그러자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은 괴성을 지르며 몸부림을 쳤다. 그리고 이어지는 흑염불사룡의 공격들.
흑염불사룡은 검붉은 화염으로 드래곤 테일과 드래곤 크로우를 구사하며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을 공격했다.
콰각! 콰가가각!
하지만 울트라 헤비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은 그 이름대로 방어력과 생명력이 굉장히 높았다.
제대로 급소를 노리고 공격하지 않는 한 큰 데미지를 주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에 반해 흑염불사룡은 풀 아머 스파이더 퀸보다 아무래도 방어력이나 생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흑염불사룡에게도 몇 가지 이점들이 있었다.
펄럭펄럭.
흑염불사룡은 날개를 활짝 펼치며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약 10여 미터 이상 올라갔을 때 정신을 차린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이 촉수를 날렸다.
휘리릭!
촉수는 흑염불사룡의 발목을 휘감았다.
그그그그극!
날아오르려고 하는 흑염불사룡과 그걸 필사적으로 저지하는 풀 아머 스파이더 퀸.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은 여덟 개 다리를 지면에 콱 박아 넣으며 버텼다.
그 때문에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의 촉수는 고무줄처럼 길게 늘어났다.
애초에 촉수 자체가 신축성이 좋았던 탓도 있었다.
“지금이다!”
쭉쭉 늘어나는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의 촉수가 한계에 다다라 보이자 한성이 소리쳤다.
크롸아아아아아!
그 소리에 있는 힘껏 날아오르려던 흑염불사룡은 힘을 뺐다.
그러자 한계까지 늘어나 있던 촉수가 흑염불사룡을 빠르게 풀 아머 스파이더 퀸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뿐만이 아니라 240미터 크기인 흑염불사룡의 무게까지 실렸다.
“다크 플레임 드래곤 킥 가즈아아아아!”
한성의 외침에 흑염불사룡은 풀 아머 스파이더 퀸을 향해 다리를 아래로 향한 채 빠른 속도로 떨어져 내렸다.
그 이름 그대로 풀 아머 스파이더 퀸에게 다크 플레임 드래곤 킥을 내리꽂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