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6
< 내 언데드 100만 >
제296화 슈타인과 다니엘의 최후 (1)
“지랄하지 마라, 사기꾼아. 보이지 않는다고 도끼, 활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한성은 코웃음을 쳤다.
자신의 무기가 무엇인지 혼란을 주려고 하는 다니엘의 치졸한 말에 기가 막힌 것이다.
“이런 게 다 전략인 거지. 내 무기가 검인지 아니면 창인지 의구심이 들지 않나?”
“검인들 어떠하리, 창인들 어떠하리. 죽창 앞에서는 만물이 평등한 것을.”
한성은 전설의 육죽창을 빙글빙들 돌리다가 다니엘을 향해 겨눴다.
그 모습을 본 다니엘은 전신에서 금빛 기운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깟 대나무창으로 내 페어슈테켄을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다니엘은 페어슈테켄을 한성을 향해 겨눴다.
플람베르그와 마찬가지로 페어슈테켄도 천공섬에서 보스 몬스터를 잡고 얻은 최상급 유니크 무기다.
성능만 놓고 본다면 어지간한 레전드 등급 무기의 턱 아래까지는 온다.
“네놈의 죽창 따위 갈기갈기 부셔주지.”
다니엘은 한성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자 한성은 비웃음을 흘렸다.
“그래서 천공섬에서 내려오지 않았던 거냐? 어쩐지 클랜성을 먹었는데도 안 온다 싶더라. 천공섬 드랍 아이템이 꽤나 짭짤했나 보네.”
클랜성을 함락한 직후, 한성은 천공섬에 올라갈 준비를 하면서도 방어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언제 어느 때 슈타인이 내려올지 몰랐으니까.
하지만 슈타인은 내려오지 않았다.
그 이유는 천공섬에서 아이템을 파밍하는 게 더 이득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돈에 환장한 미친놈들.”
한성은 차가운 눈으로 죽창에 한번 거하게 찔리고 회복 중인 슈타인과 뒤로 물러나 있는 다니엘을 노려봤다.
슈타인과 다니엘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중앙 대륙에 있는 클랜성과 블랜 레이븐 클랜원들까지 버린 것이다.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군. 우리가 천공섬에 남아 있는 이유는 전략적인 판단이었다.”
“전략 같은 소리하고 있네. 그래서 그렇게 잘난 전략을 구사한 게 지금 이런 상황이냐?”
한성은 비웃음을 흘리며 등 뒤를 가리켰다.
한성의 등 뒤에는 마스터 솔져 2,000기와 라이와 루루 다크 메탈 골렘이 대기 중이었다.
그에 반해 슈바르츠 솔다트들은 10명이 채 되지 않았고, 죽창으로 몸이 꿰뚫려서 회복 중인 슈타인과 페어슈테켄으로 한성을 겨누고 있는 다니엘 밖에 없었다.
“…….”
슈타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를 지그시 악물었다.
아직 슈타인과 다니엘에게는 역전의 한 수가 남아 있었다.
스카이 레이크에서 떨어진 던전과 필드에서 사냥 중인 400명이 넘는 슈바르츠 솔다트 부대원들이 있었으니까.
그들은 천공섬에서 얻은 유니크 장비들로 무장했으며, 레벨도 높았다.
평균적으로 270레벨은 되었으니까.
한성의 레벨이 265 정도 된다는 걸 감안하면 높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그들이 스카이 레이크로 모이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는 사실이었다.
크르르릉.
“마스텅. 루루도 도와줄까영?”
그때 한성의 등 뒤에 있던 라이와 루루가 앞으로 나섰다.
“아니, 괜찮아. 저 두 놈은 나한테 맡겨. 내가 직접 처리할 거니까.”
한성은 루루와 라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다른 놈들은 모르겠지만 슈타인과 다니엘은 직접 처리할 생각이었다.
자신을 배신한 핵심적인 인물들이었으니 말이다.
“네놈 혼자서 우리들을 상대하겠다고?”
어느 정도 몸을 치료한 슈타인이 플람베르그를 뽑아들며 다니엘의 옆에 섰다.
“당연하지. 내가 네놈들 때문에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추적자들에게 붙잡혀서 수십 번도 넘게 죽었다.
티르 나 노이에서 이루어놓은 모든 것들을 잃을 뻔했다.
카슈발을 비롯한 추적자들에게 무한 척살을 당하고 티르 나 노이를 접을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몰렸었다.
4차 전직 패왕까지 키우기 위해 한성이 쏟아 부은 시간과 돈은 결코 적지 않았다.
그런데 블랙 레이븐 클랜과 슈타인이 뒤통수를 날리면서 전부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던 것이다.
그러니 슈타인과 다니엘만큼은 한성이 직접 처리할 생각이었다.
‘만약 전승 아이템과 히든 전직서를 얻지 못했으면…….’
생각만 해도 등골이 서늘했다.
진짜 만약 2차 각성을 한 흑사림의 보스 몬스터 데스나이트를 잡고 전승 아이템과 히든 전직서를 얻지 못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야말로 모든 것을 잃고, 현실에서 부모님들의 등쌀과 주변 지인들에게 온갖 무시를 받았을 것이다.
-역시 네가 게임을 해서 무슨 돈을 벌어?
-그냥 일이나 하지 무슨 게임을 하겠다고. 쯧쯧.
같은 소리를 들으면서 말이다.
‘아, 다시 생각하니까 열 받네.’
한성은 차가운 눈으로 슈타인과 다니엘을 노려봤다.
그래도 그들은 블랙 레이븐 클랜에 있을 때 믿었던 동료들이었다.
그런데 뒤통수를 호되게 후려칠 줄이야.
“미안하다는 말은 없냐?”
“클랜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네놈 하나 때문에 다른 클랜원들이 피해를 받을 수 없는 일이지.”
“명예 퇴직했다고 생각해라.”
슈타인과 다니엘은 조금도 미안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한성을 내친 이유는 전부 클랜을 위해서라는 대의명분이 있었으니까.
“웃기고 있네. 내가 클랜을 위해서 얼마나 희생을 했는데. 클랜을 위해서 날 그냥 퇴출한 거라면 모를까 무한 척살까지 시켰으면서 감히 내 앞에서 그런 말을 내뱉어?”
한성은 아크스태프와 죽창을 꽉 움켜쥐었다.
클랜을 위해 헌신했더니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것도 모자라 파멸까지 시키려고 했다.
그랬으면서 클랜을 위해서였다니.
기가 막히는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 네놈을 그냥 놔뒀으면 분명 방해가 되었을 테니까. 위협이 되는 싹은 미리 없애둬야지.”
그렇기에 슈타인은 안타까웠다.
한성이 다시 나타났다는 소리 들었을 때 철저하게 밟아 두었어야 했다.
하지만 다른 대형 클랜들이 천공섬 공략에 먼저 나섰기 때문에 그 당시 슈타인은 조급해진 상태였다.
그 때문에 다시 나타난 한성에게 신경을 쓰지 못하고, 팔켄이나 다른 간부급 인물들에게 맡겨 두었던 것이다.
현재 블랙 레이븐 클랜의 규모는 한성이 퇴출되기 전보다 몇 배나 더 커져 있던 상황이었다.
한성이 아무리 날고뛰어 봐야 규모가 커진 블랙 레이븐 클랜을 어찌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설마 이렇게 자신의 앞을 가로막을 줄이야!
“아무래도 네놈과 나는 여기서 끝을 봐야겠구나.”
“당연하지. 그러려고 온 거니까.”
한성과 슈타인은 서로를 노려봤다.
“날 배신하면 어떻게 되는지 몸으로 가르쳐 주마, 슈타인.”
“네놈 혼자라면 지지 않는다!”
스팟!
몸을 회복한 슈타인과 한성의 모습이 허공 속으로 녹아들 듯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다니엘도 금빛을 흩뿌리며 모습을 감췄다.
카가가가각!
순간 허공에서 둔탁한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고속 전투 영역 안에서 한성이 슈타인과 다니엘을 상대로 맞붙기 시작한 것이다.
“액티브 스킬 발동. 데스사이즈 모드.”
한성은 아크스태프를 근접 전투 형태로 변형했다.
아크스태프 끝에서 푸른 마력의 칼날이 솟구쳐 나오며 거대한 낫처럼 형태를 바꿨다.
오른손에는 데스사이즈, 왼손에는 전설의 죽창.
거기다 한성은 전승 스킬인 패왕의 오러까지 전개하는 것도 모자라, 디케이, 디지즈, 포이즌 삼종 디버프 세트까지 무기에 걸어뒀다.
거기다 마나 컨트롤로 마력을 전신에 흘려보내면서 신체 능력 또한 상승시켰다.
카가가가강!
데스사이즈의 푸른 낫이 어지럽게 움직이면서 플람베르그의 하얀 화염을 베어 냈고, 전설의 죽창이 빠르게 내질러지면서 보이지 않는 페어슈테켄을 쳐냈다.
“욕심이 지나쳤군. 네놈 혼자서 과연 우리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설마 진짜로 2:1로 우릴 이길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슈타인과 다니엘은 가소로운 눈빛으로 한성을 노려보며 양쪽에서 공격해 들어왔다.
그걸 한성은 데스사이즈와 죽창으로 아슬아슬하게 막아 냈다.
“네놈들 따위 나 혼자면 충분하다, 더러운 배신자 놈들아!”
“어리석은 놈. 우릴 우습게 보다니. 여기서 끝을 내주마!”
“그만 죽어라!”
슈타인의 플람베르그에서 조금 전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렬한 하얀 화염이 터져 나왔고, 보이지 않는 검 페어슈테켄이 공간을 뛰어넘으며 한성을 향해 쇄도해왔다.
광휘검(Brilliant Blade).
백화(White Flower).
왼쪽에서는 하얀 꽃잎이 흩날리는 것처럼 화염이 한성을 덮쳐 오고,
플라츠 플류겔(Platz Flugel).
오른쪽에서는 공간을 뛰어넘은 페어슈테켄이 찔러져 들어온다.
슈아아아아악!
이윽고 하얀 화염 꽃잎이 아름답게 휘몰아치며 한성을 덮쳤다. 뒤이어 페어슈테켄이 한성의 심장을 향해 꽂혀 들어갔다.
‘끝났다.’
슈타인과 다니엘은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다.
자신들이 시전한 회심의 공격이 한성에게 적중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방어는 무리다.
광휘검 백화는 아름다운 하얀 화염의 꽃잎들이 상대를 끊임없이 날카롭게 베면서 불태운다.
그리고 플라츠 플류겔, 공간의 날개는 허공을 가로질러 상대에게 크리티컬 데미지를 입힌다.
간단히 말해 다니엘이 멀리 떨어져서 페어슈테켄을 내지르면 공간을 뛰어넘어서 상대를 공격할 수 있었다.
굳이 가까이 다가갈 필요도 없이 원거리에서 기습적으로 급소에 찌르기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소리다.
그리고 조금 전 보이지 않는 검 페어슈테켄은 한성의 심장에 정확히 꽂혀 들어갔다.
거기다 광휘검 백화의 지속 공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아무리 한성이 강해졌다고 해도 버틸 수 없었다.
“혼자서 우리들을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어리석은 놈.”
“네놈만 없으면 나머지 놈들은 오합지졸일 뿐이지.”
슈타인과 다니엘은 한성이 네크로맨서 계열 직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소환수들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한성이 없으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비록 숫자가 좀 많아 보이기는 하나 정예부대인 슈바르츠 솔다트 450명이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터.
‘하지만 지금은 물러나야겠군.’
슈타인은 한성이 소환한 언데드 군단을 바라보며 뒤로 빼기 시작했다.
현재 전력만으로는 아무래도 상대하기 벅찼다.
거기다 조금 전에 한성과 싸우며 생명력과 마나를 소비한 상황.
지금은 물러나서 다음 기회를 봐야했다.
한성을 처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크나큰 수확이었으니까.
남은 건 한성의 부활 지점을 찾아서 척살하는 것뿐이다.
그렇게 생각한 슈타인은 다니엘과 눈빛을 주고받은 뒤 몸을 돌렸다.
“……!”
순간 다니엘과 슈타인의 눈이 부릅떠졌다.
“어딜 도망가려고?”
믿을 수 없게도 멀쩡한 모습의 한성이 슈타인과 다니엘의 눈앞에 있는 게 아닌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슈타인과 다니엘이 승리에 젖어 있는 사이 한성은 회심의 기술을 준비 중이었다.
“이제 끝을 보자. 베르세르크(berserkr).”
콰아아아아!
순간 한성을 중심으로 푸른빛이 찬란하게 터져 나왔다.
그 상태에서 한성은 슈타인과 다니엘을 향해 작은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 던졌다.
“입 벌려. 죽빵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