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295화 (294/318)

# 295

< 내 언데드 100만 >

제295화  한성 vs 다니엘

죽음의 신 타나토스의 특수 스킬, 망자의 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발동시킬 수 있는 까다로운 스킬이다.

전체 스텟이 25% 이상 하락해야 발동시킬 수 있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사용할 일이 없었다.

다만 그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금방 끝내주마.”

한성을 중심으로 지면이 검게 죽어 갔다.

지면에 피어 있는 아름다운 꽃들이 검게 시들며 죽어 갔고, 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나무들도 검게 변색되면서 생명을 잃었다.

마치 한성을 중심으로 죽음이 퍼져나가고 있는 것처럼.

“일어나라, 나의 종들아.”

쿵!

아크스태프를 검게 죽은 지면에 내려찍으며 한성은 두 번째 스킬 발동어를 말했다.

불쑥불쑥!

그러자 지면에서 손들이 튀어나오는 게 아닌가?

“뭐, 뭐야?”

“이게 무슨?”

한성을 중심으로 한 반경 100미터 이상이 죽음의 대지로 변했다.

그리고 그 대지에서 죽은 자들의 손이 튀어나와서 슈바르츠 솔다트들의 발목을 움켜 쥔 것이다.

키에에엑!

쉬이익! 쉬에에에엑!

슈바르츠 솔다트들뿐만이 아니었다.

재빠르게 움직이며 나무 위를 뛰어다니던 아머 스파이더들도 지면에 착지한 순간 죽은 자들의 손에 붙잡힌 채 옴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무슨 짓이야!”

육죽창에 한번 관통된 탓에 꽤 데미지를 입은 슈타인이 여전히 날카로운 눈으로 한성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뭐긴 뭐야? 이제 슬슬 우리 악연에 종지부를 찍으려고 하는 거지.”

망자의 대지는 발동 조건이 까다롭다는 것만 빼면 사기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으어어어어!

검게 죽은 지면에서 죽은 자들이 기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효과 범위 내에 죽은 자들의 손이 튀어나와 상대를 붙잡은 다음 죽은 자들이 기어 올라온다.

“허, 헉!”

“이것들은 또 뭐야?”

“죽여라!”

지면에서 튀어나온 살아 움직이는 시체들은 근처에 있는 슈바르츠 솔다트들과 아머 스파이더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서걱!

슈카가각!

살아난 시체들은 이내 슈바르츠 솔다트들과 아머 스파이더들의 공격에 썰려 나갔다.

공격력과 방어력이 딱히 좋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숫자였다.

망자의 대지가 발동 중에는 시체들이 계속 지면에서 기어올라 오기 때문이다.

“이, 이건…….”

망자의 대지에서 기어 올라오고 있는 시체들을 바라보며 슈타인은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직감적으로 느낀 것이다.

단순히 시체들을 한성이 불렀을 리 없다는 사실을.

“틴달로스.”

즐거운 미소로 슈타인과 슈바르츠 솔다트들을 바라보던 한성은 틴달로스를 불렀다.

그러자 한성의 그림자가 등 뒤로 쭉 늘어나면서 라이와 루루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처음부터 준비 중이었던 마스터 솔저 부대까지도.

“하이하이.”

“팔랑팔랑.”

“레인레인.”

“디펜디펜.”

“매지컬매지컬.”

그림자 속에서 푸른 안광을 빛내며 잘 무장된 블랙 스켈레톤 마스터 솔저들이 솟아 올라왔다.

그 숫자는 전부 합쳐서 약 2,000.

크롸아아아아!

그리고 때마침 하늘에서 미리 소환해 두었던 블루 아이즈 얼티메이트 다크 플레임 언데드 드래곤이 거대한 몸을 자랑하며 상공을 선회했다.

[배틀 스탠바이.]

거기다 다크 메탈 골렘도 나타나서 전투 준비를 마쳤다.

틴달로스의 숙련도 레벨이 마스터가 되면서 이제 한성의 지배력 수치만큼 병력을 운송할 수 있게 되었으며, 병력 운송 중에는 소환수들의 지속 시간이 정지한다.

그렇기에 언제든지 미리 소환해서 대기시켜 놓은 다음 병력을 불러서 사용하기 편해졌다.

“깜둥아. 근접 전투 모드.”

[명력 수락. 노멀 모드에서 스페셜 크로스 레인지 배틀 모드로 이행.]

스페셜 크로스 레인지 배틀 모드.

(근거리 특화 공격 형태).

다크 메탈 슬레이어.

(어둠의 학살자).

한성의 명령에 다크 메탈 골렘은 근접 전투 특화형태로 변형을 하기 시작했다.

철컥철컥!

쿵! 쿠웅!

다크 메탈 골렘이 변형을 시작하면서 두터운 장갑이 바닥에 떨어졌다.

근접 전투 모드는 노말 모드 보다 장갑을 경량화시켜서 기동성을 올린다.

그리고 레인지 어택 모드보다 다른 점은 근거리 전용 무기가 생긴다는 점이다.

쯔아아아앙!

장갑 일부를 버린 다크 메탈 골렘의 양손에 흑마력으로 이루어진 블레이드가 튀어나왔다.

초진동 마나 블레이드.

그란세이버.

다크 메탈 골렘이 가진 근접전 최강의 무기다.

“일단은 장갑 거미부터다.”

한성은 아크스태프를 치켜들었다가 지면을 내려쳤다.

내려친 아크스태프로부터 푸른 파동이 퍼져 나갔다.

크워어어?

으어어어?

그러자 살아 움직이는 시체들이 한성과 마스터 솔저들을 바라봤다.

온몸이 썩어 있는 시체들의 얼굴에는 우리 진짜 그래야 되느냐는 표정이었다.

“하이하이(우린 골권이 있지만)…….”

“레인레인(너희들은)…….”

마스터 솔져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뭘 꾸물대고 있어 이 좀비, 아니 시체자식들아! 빨리빨리 안 달라붙어?”

흐워어엉엉.

그워어어엉.

스킬을 썼는데 아직 머뭇머뭇거리고 있는 살아 있는 시체들을 향해 한성이 윽박질렀다.

그러자 시체들은 울음인지 괴성인지 기괴한 소리를 내며 아머 스파이더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쉬에에엑!

망자의 대지에서 솟아오른 손에 붙잡혀 있던 아머 스파이더들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슬레이브 아머 스파이더들은 입에서 산성침을 계속 쏘아 댔으며, 근위 아머 스파이더들은 날카로운 앞발을 휘두르거나 입으로 시체들을 물기도 했다.

그리고 거대한 크기의 헤비 아머 스파이더 퀸인 아라크네는 긴 다리로 시체들을 쳐냈다.

하지만 시체들은 악착같이 아머 스파이더들의 몸에 달라붙었다. 어떤 놈은 몸통에, 어떤 놈은 다리에 찰싹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히익!”

“저, 저리 가!”

“떨어져라, 이놈들아!”

그뿐만이 아니다.

아마 스파이더 주변에 있던 슈바르츠 솔다트들에게도 달라붙었던 것이다.

당연히 슈바르츠 솔다트들은 기겁했다.

악취를 풍기며 온 몸이 썩은 시체들이 달라붙었으니까.

거기다 시체들은 하나같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슈바르츠 솔다트들을 올려다봤다.

“수어사이드 콥스 익스플로전!”

콰콰콰콰콰쾅!

순간 슈바르츠 솔다트들과 아머 스파이더들의 몸에 달라붙어 있던 시체들이 연쇄폭발을 일으켰다.

키아아아악!

단단한 장갑으로 무장하고 있는 아머 스파이더들이 시체 폭발에 휩쓸리며 몸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약 수백 구의 시체들이 터졌다.

시체 파편에 의한 폭발 데미지와 붉은 피보라와 함께 퍼져 나간 보라색 부패가스 덕분에 아머 스파이더들은 물론 슈바르츠 솔다트들도 괴멸적인 데미지를 입었다.

“……!”

그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본 슈타인은 눈을 치켜떴다.

‘무슨 이런 사기가!’

슈타인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하지만 이 정도는 당연했다.

한성은 네크로맨서 계열 히든 직업이었으니까.

일반 네크로맨서와는 비교 할 수 없었으며, 티르 나 노이에 존재하는 히든 직업들 중에서도 5차 직업 죽음의 신 타나토스는 최상위권이었다.

특히 5차 전직 스킬은 거의 다 사기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만 스킬을 사용하기 위한 페널티와 조건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흠.’

한성은 눈앞을 바라봤다.

상대에게 달라붙어서 수백 마리에 달하는 시체들이 폭발하자 아머 스파이더와 슈바르츠 솔다트들은 거의 전멸하고 말았다.

애초에 서로 싸우느라 생명력이 좀 깎여 있었는데 거기에 한성이 시체 폭발 스킬까지 사용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아머 스파이더들은 거의 다 전멸했으며 보스 몬스터인 아라크네만이 살아남았다.

그리고 나름 실력이 좋은 슈바르츠 솔다트들도.

“네놈!”

살아남은 슈바르츠 솔다트 중에는 부대장인 다니엘이 있었다.

다니엘은 노성을 지르며 한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비록 슈타인보다는 약하지만 그는 레이피어처럼 생긴 무기를 사용하며 강철조차 꿰뚫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공격력을 가진 검사였다.

슈아아아악!

다니엘 또한 5차 전직자였다.

특기는 찌르기.

다니엘은 자신의 애용 무기인 최상급 유니크 레이피어, 페어슈테켄(Verstecken)을 앞세우고 한성을 향해 돌진해 왔다.

은닉이라는 뜻을 가진 페어슈테켄은 그 이름 그대로 서서히 투명해지면서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검인가?”

한성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다니엘을 바라보며 방어 준비에 들어갔다.

전신에서 금빛을 흩뿌리며 달려오는 다니엘의 손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제3자가 본다면 무모해 보일지도 모른다.

맨손으로 달려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하지만 한성은 위협적인 기세로 날아드는 레이피어의 존재를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거기다 검이 보이지 않았기에 간격을 재기도 어려웠다.

‘그렇다면.’

“본 실드!”

한성은 아크스태프를 앞으로 내세우며 방어 스킬을 발동했다.

보이지 않는 검으로 공간을 찢어발길 듯 달려드는 다니엘의 앞에 사람 몸통 크기의 검은 뼈로 이루어진 다섯 개의 오각 방패가 일렬로 늘어서며 모습을 드러냈다.

콰지지지직!

다니엘은 보이지 않는 페어슈테켄으로 본 실드들을 꿰뚫었다.

순식간에 세 번째 방패가 꿰뚫려졌다.

“꿰뚫어라. 페어슈테켄!”

네 번째 방패까지 뚫고 한성의 앞에 본 실드가 하나 밖에 남지 않았을 때 다니엘은 스킬을 시전했다.

“기간트 슐라크(Gigant Schlag)!”

콰아아앙!

순간 페어슈테켄의 끝에서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터져 나오면서 마지막 남은 본 실드를 날려버리고 한성을 향해 쇄도했다.

보이지 않는 페어슈테켄의 칼끝은 이제 한성의 바로 눈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마나 배리어.”

즈와아아앙!

순간 한성을 중심으로 푸른 마나의 막이 생성되었다.

콰콰콰콰콰쾅!

그 직후 기간트 슐라크의 충격파가 마나 배리어를 덮쳤다.

파지지지직!

충격파가 마나 배리어를 지속적으로 강타한다.

그러자 마나 배리어도 강하게 푸른빛을 흩뿌리며 충격파에 맞섰다.

“너의 공격력이 더 높을까? 아니면 내 마나가 더 높을까?”

한성은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다니엘을 내려다봤다.

하지만 미소와는 다르게 한성의 눈은 차가웠다.

슈타인과 더불어 다니엘도 한성에게는 척살 대상 중 하나였으니까.

“네, 네놈! 어떻게 내 공격을…….”

다니엘은 보이지 않는 자신의 공격을 막아 내고 있는 한성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어떻게긴 뭘 어떻게야? 그냥 템빨이지.”

한성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현재 한성이 발동 중인 마나 배리어는 다름 아닌 레전드 등급 목걸이 성령의 네클레스에 붙어 있는 옵션 능력이었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시체 폭발 스킬을 사용한 직후, 한성은 5차 전직을 하면서 얻은 마법을 시전했다.

그건 다름 아닌 모든 상태이상 회복마법 다크 리커버리였다.

덕분에 셀피쉬로 인해 하락한 한성의 모든 스텟이 회복되어져 있었다.

“뭐, 뭐라고?”

다니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자신을 놀리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내 표정 수습을 한 후 뒤로 물러났다.

“네놈이 아무리 좋은 장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나의 페어슈테켄 앞에서는 쓰레기와 다름없다.”

“고작 검이 보이지 않을 뿐인데 허세는.”

“흥. 페어슈테켄이 왜 검이라고 생각하지? 보이지 않는 창일 수도 있고, 도끼일 수도 있지. 아니면 활일 수도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나?”

다니엘은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리며 한성을 도발하듯 바라봤다.

그런 다니엘에게 한성은 한 차례 헛웃음을 흘린 후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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