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2
< 내 언데드 100만 >
제292화 복수의 끝 (1)
슈와아아아악!
공기 중의 수분을 증발시키며 푸른빛이 공간을 가르며 레이크 서펜트를 향해 날아왔다.
콰콰콰콰쾅!
푸른 빛줄기는 레이크 서펜트의 몸통 위를 타고 지나갔다.
그와 함께 레이크 서펜트 몸 위에서 대폭발이 일어났다.
“…….”
갑작스러운 사태에 슈타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푸른빛이 날아온 쪽을 바라봤다.
하지만 아직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푸슈슈슛!
슈와아아아악!
“헐. 미친.”
“뭐, 뭐야? 어떤 자식이야!”
슈바르츠 솔다트 대원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함을 질렀다.
푸른빛에 이어 다양한 원거리 공격들이 날아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푸른 빛과 붉은 빛, 그리고 검붉은 빛의 마력 에너지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쌔애액! 슈슈슉!
검은 화살들이 하늘을 새까맣게 메우며 레이크 서펜트와 슈바르츠 솔다트들을 향해 소나기처럼 떨어져 내리는 중이었다.
“전원 방어에 전념해라!”
그 모습을 본 슈타인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슈바르츠 솔다트들은 방패를 들어올리거나 각자가 가진 방어 스킬들을 발동했다.
그 직후.
콰콰콰쾅!
타다다다다다닥!
푸푸푸푸푹!
콰앙! 콰아아앙!
어마어마한 폭발과 굉음이 슈바르츠 솔다트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
하늘에서 비스듬하게 사선을 그리며 떨어진 마력 에너지들은 슈바르츠 솔다트들이 있는 지면을 긁고 지나갔다.
그와 함께 폭발이 일어나면서 많은 수의 슈바르츠 솔다트들이 나가떨어졌다.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진 수많은 검은 화살들은 슈바르츠 솔다트들의 방어구들을 뚫고 상당한 데미지를 입혔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막아 냈지만 숫자가 문제였던 것이다.
거기다 생각 이상으로 화살의 관통력이 굉장히 높았다.
“어떤 빌어먹을 놈이…….”
슈타인은 격노한 표정으로 눈을 치켜떴다.
감히 어떤 미친놈들이 자신들을 공격한단 말인가?
물론 블랙 레이븐 클랜보다 더 강력한 클랜들이 천공섬을 공략 중이긴 했다.
하지만 그들은 대부분 천공섬의 중앙 지점을 공략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
솔직히 말해서 블랙 레이븐 클랜을 공격해서 얻는 이익보다 천공섬을 공략하는 게 훨씬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는 말은…….
‘경쟁 클랜 중 하나인가?’
슈타인은 이를 악물었다.
현재 천공섬의 각 지역별로 많은 클랜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현재 슈바르츠 솔다트들이 있는 지역도 마찬가지.
이 주변 지역에서도 블랙 레이븐 클랜과 규모가 엇비슷한 클랜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스카이 레이크 주변에 있는 클랜 중 하나가 공격을 해온 모양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어디서 굴러먹다가 온 클랜놈들인지는 모르겠지만 감히 우리들을 건드려?”
슈타인과 슈바르츠 솔다트 대원들의 얼굴에 얕잡아 보였다는 불쾌감이 퍼져 나갔다.
클랜 규모가 비슷하다면 단연 블랙 레이븐 클랜의 전력이 더 앞선다.
그런데 감히 자신들을 공격하다니?
슈타인은 조금 전 화살들이 날아온 쪽을 노려보며 액티브 스킬 하나를 발동시켰다.
[액티브 스킬: 나이트 아이(Knight Eye)]
일정 시간 동안 동체 시력을 상승시켜 주는 나이트 아이, 일명 기사의 눈.
나이트 아이는 근접 거리에서 상대의 움직임을, 원거리에서는 멀리 있는 것을 가깝게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저놈들인가?’
슈타인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초장거리 마력 공격은 거리가 너무 멀어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검은 갑주를 입고 있는 무리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마 그놈들이 검은 화살로 공격한 원거리 공격대인 모양이었다.
슈타인은 즉각 결정을 내렸다.
“스카이 레이크 공략은 잠시 대기한다. 스카이 레이크를 지킬 최소 인원만 남기고 우릴 공격한 놈들부터 잡는다.”
“슈타인 대장님. 레이크 서펜트는 어떻게 합니까?”
슈타인의 말에 천공섬 원정대인 슈바르츠 솔다트의 부대장인 다니엘이 질문했다.
슈타인은 블랙 레이븐 클랜의 클랜장이었지만, 슈바르츠 솔다트를 이끌고 있는 책임자였기에 여기서는 대장이라고 불렸다.
“레이크 서펜트 공략도 잠시 중단한다. 이대로 레이크 서펜트를 잡다가는 우릴 공격한 놈들에게 뒤통수만 맞게 될 테니까.”
스카이 레이크의 보스 몬스터인 레이크 서펜트의 생명력은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레이크 서펜트는 생명력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었으며, 언제 또 슈바르츠 솔다트들을 노리는 정체불명의 클랜원들에게 공격을 받을지 알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슈타인은 스카이 레이크에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최소 인원만 남기고 자신들을 공격한 건방진 놈들을 때려 잡을 생각이었다.
“주변에 흩어져 있는 원정대 녀석들에게 연락해서 최대한 움직일 수 있는 인원들을 여기로 오라고 해라. 우릴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철저하게 가르쳐줘야 하니까.”
슈타인은 차가운 눈으로 스카이 레이크 주위를 감싸고 있는 숲속 너머를 노려봤다.
지금 스카이 레이크에는 약 50명 정도 되는 인원이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450명은 각각 공대를 짜서 던전과 필드를 제압 중이었으며, 그들 중 움직일 수 있는 인원들을 최대한 모아서 반격할 생각이었다.
보다 확실하게 적들을 짓밟기 위해서.
그전에…….
“놈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최대한 시간을 번다. 가자.”
슈타인은 10명만 남기고 자신을 포함한 나머지 40명을 이끌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흠.”
스카이 레이크의 상공.
그리폰을 탄 한성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옆에는 블루 아이즈 얼티메이트 다크 플레임 언데드 드래곤이 날고 있었으며, 등에는 다크 메탈 골렘과 루루가 올라타 있었다.
스카이 레이크에 있던 레이크 서펜트와 슈바르츠 솔다트를 공격한 마력 에너지 공격은 블루 아이즈와 다크 메탈 골렘의 작품이었다.
“마스터. 계획대로 적들이 T-1지점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래?”
등 뒤에서 들려오는 엘레오노라의 목소리에 한성은 반색했다. T-1지점은 블랙 스켈레톤 레인저들이 모여 있는 장소였다.
그곳에 한성은 레인저들을 약 200마리 정도 배치해 놓았다.
“일단 1차 작전은 먹힌 건가? 엘레나 나도 좀 보여 줘.”
한성은 만족스러운 미소로 지상을 내려다봤다.
하지만 너무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지상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다.
“네, 마스터.”
지금 엘레오노라는 장거리 탐색 마법, 아웃사이트를 발동 중이었다.
아웃사이트는 슈타인의 나이트 아이보다 장거리 탐색 능력이 월등히 좋지만, 근거리에 있는 상대는 관찰하지 못한다.
오로지 멀리 떨어진 대상만 관찰할 수 있으며, 아웃사이트로 볼 수 있는 시야를 타인과 공유할 수도 있었다.
잠시 후 한성의 눈에 슈바르츠 솔다트들이 조심스럽게 전진하며 레인저들이 모여 있는 장소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성공이군.”
한성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예상대로 레인저들이 있는 장소로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존심 하나만큼은 강했으니 말이야.’
당장 자신을 공격한 놈들을 때려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럼 우리도 움직여 볼까?”
한성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 * *
지난번 팔켄의 심문 이후, 한성은 빠르게 움직였다.
최대한 빨리 천공섬에 오르기 위해 디아나의 조직인 미스릴과 크리스토 백작가를 통해서 크로나 오어 나이트를 얻어냈다.
특히 크리스토 백작가에 있는 광산에 크로나 오어 나이트가 묻혀 있었기 때문에 충분한 양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수많은 블랙 스켈레톤 마스터 솔져들에게 삽을 쥐어 주며 크로나 오어 나이트를 캐내라고 시켰으니까.
그렇게 손에 넣은 크로나 오어 나이트로 한성은 모든 장비에 코팅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라이를 비롯한 프나코틱에 봉인되어 있던 소환수들을 이끌고 천공섬으로 올라온 것이다.
포탈을 통해 천공섬으로 이동한 다음은 간단했다.
그리폰과 블루 아이즈를 소환해서 슈타인이 있는 장소를 수색하며 찾으러 다녔다.
그 결과 스카이 레이크에서 레이크 서펜트를 사냥 중인 슈타인과 슈바르츠 솔다트들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제 다 왔나?”
엘레오노라의 아웃사이트를 통해 지상을 확인하던 한성은 작은 미소를 지었다.
슈바르츠 솔다트들을 이끌고 있는 슈타인이 레인저들과 교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종지부를 찍자. 슈타인 이 망할 개객기야.”
* * *
“뭐야? 이놈들은?”
슈타인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떤 정신 나간 놈들이 자신들을 공격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빠르게 달려왔다.
그 결과 자신들을 화살로 공격한 놈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레인레인?”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순진무구한 푸른 눈으로 슈타인과 슈바르츠 솔다트들을 바라보고 있는 블랙 스켈레톤 마스터 레인저들.
“쓸어버려라!”
약 200마리의 마스터 레인저들을 발견한 슈타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명령을 내렸다.
잠시 후 슈바르츠 솔다트 40명은 레인저들 사이를 파고들며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레인레인(우린 또 이렇게)…….”
“레, 레이인! 레이이이인(바, 방패병! 방패병을 불러 달라!)!”
“레인레인 레인레인(골권만세 골권만세).”
본래라면 레인저들을 지켜 줄 다른 병과의 마스터 솔저들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레인저들은 미끼에 불과했다.
슈타인과 슈바르츠 솔다트들을 붙잡기 위한.
비록 숫자는 레인저들이 많지만 슈바르츠 솔다트들은 블랙 레이븐 클랜내에서 정예들 중의 정예였으며 장비도 출중했다.
거기다 크로나 오어 나이트로 코팅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기본 성능도 강화되어 있었다.
슈카가각!
서걱!
슈바르츠 솔다타들의 검에서 빛이 번쩍일 때마다 레인저들은 여러 조각으로 썰려 나갔다.
검은 뼈로 이루어진 활로 어떻게든 저항을 하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레인저들은 원거리 특화 공격 부대.
접근전에서는 약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분명 이놈들뿐만이 아니라 다른 놈들도 더 있겠지.’
한 걸음 물러나서 슈바르츠 솔다트들이 레인저들을 썰고 다니는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슈타인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자신들을 공격하면서 고작 이 정도 병력일 리 없었다.
그리고 상대는 플레이어 방문자가 아닌 검은 갑주와 활로 무장한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
‘숨어 있는 병력이 더 있…….’
순간 비교적 냉정하게 현 상황을 분석하고 있던 슈타인의 눈이 살짝 치켜떠졌다.
‘검은…… 해골 병사들?’
천공섬에서 다른 클랜에게 공격 받았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어서 눈치채는 게 늦었다.
불과 얼마 전에 슈타인은 부하 클랜원들에게 보고를 받지 않았던가?
‘검은 해골 병사’들을 이끌고 있는 트레인에게 클랜성을 함락당했다고!
“함정이다! 모두 이곳에서 벗어나!”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슈타인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 시각.
블랙 스켈레톤 마스터 레인저들이 모여 있는 상공.
“이미 늦었어.”
아웃사이트로 지상의 상황을 빠짐없이 확인하던 한성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수어사이드 본 익스플로전(Suicide Bon Explo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