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290화 (289/318)

# 290

< 내 언데드 100만 >

제290화  스페셜 요리

“네놈 같은 반동분자들은 방해만 되지. 그리고 화이트 헤론 클랜에서도 네놈만큼은 꼭 빼 달라고 부탁을 해오더군.”

“그래서 날 배신했다고? 블랙 레이븐 클랜을 키우기 위해 헌신한 나를?”

“사실대로 말하면 네놈이 나가고 나서 우리 클랜은 몇 배나 더 커졌다. 네놈이 있을 때와 비교도 안 되게 말이야.”

팔켄은 한성을 비웃었다.

“고작 그런 이유로 말도 하나 없이 날 배신했다는 말이야?”

“고작 그런 이유는 아니지. 네놈을 퇴출하고 난 후 클랜의 수익과 규모가 몇 십 배나 더 커졌으니까. 그리고 어차피 없애야 할 사람한테 자세한 이야기를 해 주면 어쩔 건데? 그런다고 네놈이 그냥 당해 줄 리도 없잖아. 안 그래?”

팔켄은 빈정거리는 표정으로 말했다.

화이트 헤론 클랜과 손을 잡은 순간 한성을 퇴출시켜야 했다.

화이트 헤론 클랜에서 한성을 퇴출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해 왔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블랙 레이븐 클랜에서도 화이트 헤론 클랜의 위험 인물 리스트를 만들어 보냈다.

서로서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인물들을 내버린 것이다.

“알겠다. 블랙 레이븐 클랜과 슈타인에게 있어서 나는 겨우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 인간이었다는 거네.”

팔켄의 말을 들은 한성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블랙 레이븐 클랜을 키우기 위해 한성은 헌신했다.

그랬는데 블랙 레이븐 클랜, 아니 슈타인은 헌신짝처럼 한성을 버렸다.

화이트 헤론 클랜과 철천지 원수처럼 된 이유도 따지고 보면 블랙 레이븐 클랜을 키우기 위함이었다.

그 사실을 블랙 레이븐 클랜의 수장인 슈타인이 모를 리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한성을 내버렸다.

배신자로 낙인찍고 그때까지 한성이 이루어 왔던 모든 것들을 없애려고 했다.

“그럼 이제부터는 내가 모두 돌려주겠다. 날 적으로 두면 어떻게 될지 지금쯤이면 슈타인 놈도 알게 되었겠지.”

한성은 차가운 눈빛으로 팔켄을 내려다봤다.

클랜성에서 전투가 끝난 지 꽤 시간이 지났다.

지금쯤이면 죽어서 현실에 대기 중인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이 하늘 섬, 통칭 천공섬 하르모니아를 공략 중인 슈타인에게 소식을 전했을 것이다.

클랜성을 빼앗겼다고.

“네놈들은 실수한 거야. 눈앞에 이익 때문에 날 배신한 게 얼마나 잘못된 선택이었는지 느끼게 될 것이다.”

“흥. 웃기는 군. 네놈이 비록 클랜을 위해 노력한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네놈 혼자 벌어들일 수익과 화이트 헤론 녀석들과 손을 잡고 하늘 섬 공략에 따른 이익은 비교도 안 돼. 당연히 네놈을 버리는 게 훨씬 더 이익이지. 애초에 네놈 혼자서 기업과도 같아진 클랜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나?”

혼자서 벌어들이는 수익과 클랜이 대규모 보스 레이드를 뛰어서 들어오는 수익은 아무래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팔켄은 여전히 비웃는 표정으로 한성을 향해 빈정거리고 있었다.

그런 팔켄에게 한성은 가소로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래서? 지금 네놈들은 왜 클랜성 지하 감옥에 묶여 있다고 생각해? 성도 빼앗겼지, 지하 감옥에 갇혀 있지. 왜 이렇게 된 것 같아?”

“…….”

묵직한 팩트로 심장을 가격하는 한성의 말에 팔켄은 입을 다물었다.

쓸모없다고 생각해서 내다 버린 한성이 블랙 레이븐 클랜이 자랑하는 철옹성을 함락시켰다.

거기다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과 지원 나온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도 전멸했다.

약 수십 명 정도 되는 포로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내 생각에는 네놈들을 잘만 상대한 것 같은데? 넌 그렇게 생각 안 하냐?”

“…….”

팔켄은 한성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하지만 입이 열 개라도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대체 어떻게…….”

결국 팔켄은 쥐어짜 내듯이 겨우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 말에는 여러 가지가 내포되어 있었다.

대체 어떻게 그만한 언데드 군단을 소환할 수 있는가?

대체 어떻게 혼자서 클랜을 상대할 수 있는 힘을 손에 넣게 되었는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팔켄에게 한성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비웃음을 흘려 줄 뿐이었다.

“그걸 네놈이 굳이 알 필요가 있겠어? 지금 넌 자기 몸부터 챙겨야 할 텐데? 지금부터 네놈뿐만이 아니라 저놈들한테도 내가 당한만큼 돌려줄 게 있거든.”

한성은 즐거운 미소로 팔켄과 포로로 잡아온 클랜원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주섬주섬 아이템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부활의 날개 50개.]

[불사조의 깃털 10개.]

[민트 초코맛 부활 포션 100개.]

[요구르트 절임 문어다리 50개.]

[생크림 오징어다리 30개.]

[정어리 샌드위치 20개.]

팔켄을 비롯한 블랙 레이븐과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 눈앞에서 한성이 꺼내놓은 아이템들이 지하 감옥 바닥에 주르륵 진열되었다.

“이, 이건 대체……?”

팔켄은 자기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리며 의아한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처먹어라. 개인적으로는 민트 초코맛 부활 포션을 추천한다. 그리고 네놈들도 먹어야 될 거다.”

“아니 우린 왜?”

포로로 잡힌 클랜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왜긴 왜야? 다시 부활시키려고 그러는 거지.”

그 말에 포로들은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한성의 의도를 눈치챈 것이다.

부활 아이템은 같은 파티원이나 클랜원이 아니면 쓸 수 없었으니까.

“거절한다! 우리가 그런 짓을 할 것 같으냐!”

“맞아! 우릴 뭘로 보고!”

포로들은 서로간의 의리를 지키려는지 한성의 말에 언성을 높였다.

그 모습을 본 한성은 실소했다.

“네놈들이 그래 봐야 배신당하는 거 한순간이야. 나 봐라. 너희들은 아마 내가 강퇴당하고 나서 들어온 녀석들이라 모르나 본데 나 원래 블랙 레이븐 클랜원이었어. 거의 초창기 멤버라고 보면 돼. 그런데도 배신당하는 거 한순간이더라. 너네 클랜 믿지 마라.”

한성은 반은 농담, 반은 진담으로 충고했다.

“그, 그래도 우린 배신하지 않아!”

“그, 그래! 우린 의리를 중요시한다고!”

한성의 말에 잠시 눈알을 굴리던 클랜원들은 여전히 거부의사를 밝혔다.

“그래. 그런 것 같네.”

포로들의 말에 한성은 감탄한 표정으로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그들에게 한마디 했다.

“그런 너희들에게 선물을 주지. 레이몬.”

손가락을 까닥 거리며 레이몬을 부르는 한성.

“서, 설마?”

그 말에 포로로 잡힌 클랜원들의 표정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약을 팔아도 상대를 봐 가면서 팔아라. 요즘 블랙 레이븐 클랜놈들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다 알고 있는데 의리 같은 소리 하고 나자빠졌네.”

[크크큭. 내 앞에서 의리를 논하다니 기개가 있는 놈들이군. 진정한 의리가 무엇인지 내가 설명을 해주겠다, 쓰레기들아. 진정한 의리란 입으로 하는 게 아니다. 행동으로 하는 것이지. 네놈들 중에서 한명이 요구르트 절임 문어다리 50개를 먹을 수 있는 녀석이 있나? 만약 너희들 중 누군가가 문어다리 50개를 먹는다면 내가 나의 계약자에게 부탁해서 지금 당장이라도 풀어 주겠다.]

“무, 문어다리를?”

레이몬의 말에 포로 클랜원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들 중 한 명이 문어다리 50개를 먹으면 지하 감옥에서 해방될 수 있다.

‘나쁘지 않은데?’

‘문어다리 50개가 아니라 100개라도 먹어 주마!’

‘게임 시간 기준으로 이곳에서 몇 달이나 시간 허비를 할 수는 없지!’

포로 클랜원들 중 덩치가 있는 녀석들의 눈이 빛났다.

특히 그중에서 한 끼 식사에 밥 세 공기를 3분 만에 처치할 수 있는 전사 그란트가 입을 다시며 손을 들었다.

“그 제안, 내가 받아들이겠다.”

레이몬과 한성을 바라보며 그란트는 자신감이 넘치는 미소로 입을 열었다.

“문어다리 따위 나한테는 한 끼 식사도 안 되지.”

“오오!”

“그란트!”

“너만 믿는다!”

포로들 중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이 그란트를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같은 클랜이었기에 그란트가 얼마나 대식가인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그럼 나도 인정해 주지. 레이몬 말대로 이걸 혼자서 다 먹을 수 있다면 말이야.”

한성은 그란트 앞에 문어다리를 꺼냈다.

하얀 액체에 감싸여 있는 문어다리 접시 몇개가 그란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꾸에에에에엑!”

“커, 커허허헉!”

“이, 이게 무…… 꾸어어억!”

문어다리 요리가 모습을 드러내자 클랜원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다.

문어다리의 냄새가 장난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이게 무슨 문어다리 요리야! 그냥 썩은 거 아니야?”

문어다리를 본 그란트가 대뜸 한성을 향해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그는 대식가이긴 하나 미식가이기도 했다.

그 때문에 이런 썩은 음식을 내놓은 한성을 용서할 수 없었다.

“레이몬이 처음에 말하지 않았나? 분명히 요구르트 절임 문어다리라고 말했던 거 같은데?”

“요, 요구르트……?”

그제야 그란트를 비롯한 클랜원들은 문어다리가 그냥 보통이 아니라 요구르트에 절인 문어다리라는 걸 깨달았다.

‘아, 썩을. 이걸 먹어야 된다고?’

그란트는 눈앞에서 역한 냄새를 내뿜고 있는 요구르트 절임 문어다리를 바라봤다.

과연 저걸 사람이 먹을 수 있는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그때 그란트를 구원해 주는 목소리가 하나 있었다.

“포로 아자씨. 이런 거 먹기 힘들졍? 루루가 더 먹기 쉽게 서비스를 드릴게영.”

작은 보랏빛 머리카락을 가진 귀여운 소녀 루루가 양손에 그릇을 들고 그란트 앞에 섰다.

그란트도 루루를 바라봤다.

그리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마스크를 쓰고 있지?’

하지만 의문은 이내 사라졌다.

그만큼 요구르트 절임 문어다리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숙성된 향기는 구역질이 나올 정도였으니까.

“역시 이런 음식에는 달달한 게 있어야 먹기 좋아영! 루루가 민트 초코를 서비스로 드릴게영!”

그렇게 말한 루루는 요구르트 절임 문어다리에 민트 초코를 쏟아부었다.

조금 전보다 한층 더 역한 냄새와 엄청난 비주얼이 클랜원들의 눈과 코를 테러했다.

“끄어어어어어!”

“이, 이게 무슨 냄새냐!!”

“세기말의 냄새다! 세상의 종말이 온 거야!”

“꾸웨에에엑!”

냄새가 얼마나 독해졌는지 상태 이상 착란에 걸린 클랜원들이 나올 정도였다.

‘악마다.’

‘귀여운 악마네.’

‘무슨 종족이지? 마족인 거 같기는 한데?’

그나마 문어다리 접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클랜원들은 두려운 눈으로 루루를 바라보며 몸을 떨었다.

설마 요구르트 절임 문어다리에 민트 초코를 쏟아붓다니!

“먹기 싫어영?”

그뿐만이 아니다.

루루가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란트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민트 초코를 쏟아부은 후 보인 클랜원들의 반응에 루루가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

그란트는 보았다.

루루의 등 뒤에 서 있는 진짜 악마를.

‘먹어라. 안 먹으면 죽는다. 먹어. 그냥 처먹어. 내 아이 울리면 죽는다?’

부들부들.

그란트는 몸을 떨었다.

루루의 등 뒤에서 패왕의 오러를 비롯한 온갖 위압감과 공포 상태이상을 주는 디버프를 시전한 한성이 그란트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썅. X됐네. 먹는 거라고 괜히 나섰다가…….’

요구르트 절임 문어 다리 스페셜 민트 초코맛을 바라보고 있는 그란트는 머릿속에서 과거의 자신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나 사나이 그란트야! 까짓 거 먹어 본다!”

그란트는 객기를 부렸다.

민트 초코맛 스페셜 요구르트 문어다리를 입안에 털어 넣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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