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288화 (287/318)

# 288

< 내 언데드 100만 >

제288화 화염검의 스테판

“너, 너!”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의 선두에 있던 스테판은 놀란 표정으로 앞을 바라봤다.

“설마 트레인이냐?”

“그렇다면 어쩔 건데?”

한성은 스테판을 향해 바로 달려들었다.

마나 컨트롤로 전신에 마나를 두르고 질주한다.

플래시 드라이브까지는 아니지만 허공에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빠르게 스테판을 향해 접근했다.

그리고 다짜고짜 있는 힘껏 실버 건틀렛을 휘둘렀다.

콰가가강!

“이 자식 진짜구만!”

화염검으로 비스듬하게 실버 건틀렛을 막아 낸 스테판은 얼굴을 찡그렸다.

서로 본 지 5초도 안 돼서 주먹이 날아왔다.

자신에게 이런 짓을 할 놈은 트레인, 한성 밖에 없었다.

“그동안 잘 지낸 거 같다? 얼굴이 아주 그냥 기름이 줄줄 흘러내리네.”

“그러는 네놈은 참 힘들게 지냈나 본데? 얼굴에 다크서클이 천지구만!”

까앙!

서로 웃는 얼굴로 독설을 주고받은 후, 스테판은 화염검을 후려치며 뒤로 물러났다.

“인사는 했으니까 이제 끝을 보면 되나?”

“망할 놈. 그게 인사냐?”

한성의 말에 스테판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들은 한성이 블랙 레이븐 클랜에 있을 때부터 악연이었다.

클랜끼리 항전을 할 때 언제나 최전선에서 맞붙어 싸워 왔다.

“너랑 나 사이잖아. 우리가 언제 말로 했다고.”

“그렇긴 하지.”

화르륵!

스테판은 검뿐만이 아니라 전신에서 붉은 화염을 일으켰다.

레벨이 높아짐에 따라 화염 컨트롤이 좋아진 덕분에 검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대로 불을 끌어낼 수 있었다.

그래서 한성은 그를 이렇게 부른다.

“드디어 시작했구만, 방화범 자식.”

“닥쳐, 음침한 놈아. 패왕까지 성장했던 놈이 어디서 되도 않은 해골바가지들을 이끌고 와서는. 네크로맨서 주제에 나한테 이길 거라 생각하냐?”

전신에서 내뿜고 있는 붉은 화염을 컨트롤해서 스테판은 등에 날개 모양으로 만들어 붙였다.

플레임 윙 부스터.

이동 및 공격속도와 공격력까지 올려주는 버프 스킬이 발현된 것이다.

스테판은 한성을 향해 지면 위를 날듯이 쇄도했다.

붉은 화염으로 불타오르는 화염검을 들고.

“한동안 안 본 사이 물러졌구나, 방화범 스테판!”

“화염검의 스테판이다!”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이 자식이!”

레이몬에게 옮은 듯한 한성의 말에 스테판의 이마에서 혈관이 툭 불거져 나왔다.

도발 스킬을 쓰지 않았음에도 도발이 제대로 된 것이다.

그 때문에 스테판은 알지 못했다.

어느 틈엔가 한성의 그림자가 넓게 퍼져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금이다! 팔랑크스대 공격!”

슈슈슈슉!

한성의 외침에 스테판의 발밑에까지 퍼져 있던 그림자 속에서 장창이 솟구쳐 올라왔다.

“뭐, 뭐야?”

깜짤 놀란 스테판은 붉은 화염의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오르려고 했다.

“틴달로스!”

[넵! >_<]

휘리리릭!

순간 그림자 속에서 검은 촉수가 재빠르게 솟구쳐 올라오더니 스테판의 발목을 휘감았다.

“앗!”

워낙 빠르게 일어난 일이 스테판은 촉수를 피할 수 없었다.

그 직후.

푸푸푸푹!

그림자 속에서 솟구쳐 올라온 팔랑크대의 길고 긴 장창이 스테판을 꿰뚫었다.

“컥! 이, 이건 말도 안 돼…….”

스테판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봤다.

지면에서 튀어나온 정체불명의 장창에 오른쪽  어깨와 왼쪽 옆구리, 그리고 오른쪽 다리가 꿰뚫리고 말았다.

다행히 급소는 피했다.

그나마 몸을 비틀어서 피해를 최소화한 것이다.

하지만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런 비겁한 놈! 이게 무슨 짓이냐!”

“뭐래? 내가 네크로맨서로 전직했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지 않나? 설마 내가 네놈 상대로 진짜 맨손 전투를 할 거라 생각한 건 아니겠지?”

“…….”

승리자의 미소를 짓고 있는 한성의 모습은 확실히 말해 얄미웠다.

‘근접 전투를 해 올 줄 알았는데…….’

최초의 만남에서 주먹을 날려 오길래 스테판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근접 전투를 할 줄 알았다.

예전부터 트레인과 만났을 때는 항상 검과 주먹을 주고받으며 싸워왔었으니까.

그런데 설마 이런 꼼수를 쓸 줄이야!

“썩을 놈! 내가 이래서 네놈을 싫어하는 거다, 트레인!”

“지랄하네. 내 상황이 되었으면 나랑 같은 짓을 할 놈이.”

“내가 넌 줄 아냐!”

“내가 네놈이랑 몇 번이나 싸웠다고 생각하냐? 네놈 생각이 내 생각이고, 내 생각이 네놈 생각이다, 방화범 스테판!”

“화염검의 스테판이라고!”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크아아아악! 이 빌어먹을 자식이!”

둘의 대화를 듣고 있다 보면 어째서 스테판이 한성을 싫어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저 자식 잡아서 내 앞으로 끌고 와!”

결국 화를 참지 못한 스테판은 한성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크루세이더들을 향해 소리쳤다.

현재 스테판의 주위에는 뒤에서 쫓아오고 있는 언데드 나이트들을 피해 철수하고 있는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 앞에는 한성과 그림자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팔랑크스대 병력이 조금 있을 뿐이었다.

반면 자신들 쪽에는 크루세이더들도 건재한 상황.

스스슥.

스테판의 명령에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과 크루세이더들이 빠른 속도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내가 누군지 벌써 잊었나? 스테판.”

한성은 인벤토리에서 아크스태프를 빙글빙글 돌리며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지면에 내려치며 소리쳤다.

“그라운드 웨이브.”

쿵!

순간 한성의 전방을 향해 부채꼴 모양으로 지면이 요동쳤다.

“뭐, 뭐야!”

“우와아아악!”

갑작스럽게 지면이 물결처럼 요동치자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은 한성을 향해 달려오다가 나자빠졌다.

그라운드 임팩트는 단 한 번의 충격파로 상대에게 데미지를 주면서 쓰러트린다.

하지만 그라운드 웨이브는 지속시간이 길었다.

거기다 물결처럼 지면이 요동치기 때문에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오, 오지 마 이 자식들아!”

“비, 비켜!”

“우와아아아악!”

그라운드 웨이브에 휘말려든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은 난리가 났다.

그라운드 웨이브에 휘말린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은 전부 땅바닥에 쓰러졌다.

그런데 뒤에서 후속 클랜원들이 달려오는 기세를 이기지 못하고 앞에 쓰러져 있는 녀석들과 엉키면서 바닥을 뒹굴었기 때문이다.

“이, 이런…….”

그 모습을 본 스테판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나름 정예들로 이끌고 온 클랜원들이 스킬 한 방에 진형이고 뭐고 그냥 다 볼썽사납게 땅바닥 위에 나자빠져 있었으니까.

“그럼 난 이제 시체들을 깔도록 하지. 시체 소환! 타이탄아룸!”

한성의 앞으로 지면에 마법진이 생겨나면서 시체 200구가 소환되었다.

‘이게 패시브 스킬 무한의 시체가 가진 효과인가?’

눈 깜짝할 사이에 시체 200구가 생기는 모습을 본 한성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5차 직업 죽음의 신, 타나토스로 전직한 후, 모든 스킬들이 사기적으로 강해졌다.

시체 소환 스킬만 봐도 본래 10구밖에 소환 못했지만, 지금은 다섯 배인 50구를 소환할 수 있었다.

타이탄아룸도 마찬가지로 30구에서 150구까지 시체들을 소환할 수 있게 되었다.

“일어나라! 나의 종들이여! 다크 메탈 스켈레톤 마스터 솔저 소환!”

퍼버버버벙!

이윽고 시체 200구에서 마스터 솔저들이 소환되기 시작했으며, 그 순간 패시브 스킬 진(眞) 무한의 제물이 발동했다.

기존의 무한의 제물은 최대 100구의 시체들을 제물로 사용할 수 있었지만, 강화된 진(眞) 무한의 제물은 최대 3,000구의 시체들을 한 번에 소환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한성은 200구의 시체에서 2,000마리의 마스터 솔저들을 소환해 냈다.

한성이 5차 전직을 하면서 마스터 솔저들도 변화가 생겼다.

해골이 강철처럼 단단해진 것이다.

5차 전직을 하기 전, 다크 메탈 골렘처럼 골격이 검은 강철로 바뀌었다.

이전에 입고 다니던 뼈 갑옷도 마찬가지.

다크 메탈 스켈레톤 마스터 솔져는 정예 병사처럼 무기와 장비가 전반적으로 세련되어지고 강해졌다.

어느새 한성의 눈앞에 2000마리의 다크 메탈 스켈레톤 마스터 솔져들이 소환되어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과 대치하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틴달로스!”

[네! +_+]

한성의 부름에 틴달로스는 그림자를 넓게 펼쳤다.

그리고 그 속에서 언데드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덜그럭덜그럭.

다크 메탈 스켈레톤 울프.

다크 메탈 스켈레톤 베어.

검은 금속 뼈로 이루어진 스켈레톤 맹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르르르르!

크허어어엉!

울프가 100마리, 베어도 100마리.

총 200마리의 스켈레톤 맹수들.

5차 전직을 하면서 새롭게 소환할 수 있게 된 스켈레톤 몬스터들이었다.

“가라!”

총 2,000마리의 메탈 마스터 솔져들과 총 200마리의 스켈레톤 맹수들이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런 망할…….”

“저걸 어떻게 상대하라고…….”

앞에서는 총 2,200마리의 스켈레톤 몬스터들이, 뒤에서는 유령마를 탄 언데드 나이트들이 달려들고 있는 상황.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진 것이다.

“…….”

스테판은 멍한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설마 눈 깜짝할 사이에 2,200마리나 되는 언데드 병력을 소환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스테판을 한성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엄지를 치켜 올려보였다.

그리고 천천히 치켜 올린 엄지를 아래쪽으로 180도 반전시키며 산뜻한 미소와 함께 한마디 했다.

“꺼져.”

“트레인 이 개자식아아아아!”

스테판은 화염을 거칠게 내뿜으며 일어섰다.

가까이 다가간 다크 메탈 검병들이 화들짝 놀라며 물러섰다.

하지만 그뿐.

일반 블랙 스켈레톤 솔저였다면 모를까 지금은 다르다.

검은 뼈가 다크 메탈로 변했으니 말이다.

“소드소드.”

퍽퍽퍽!

다크 메탈 솔저들은 스테판이 내뿜는 화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칼질과 발길질을 하기 시작했다.

“저리 비켜 이 해골 뼈다귀 자식들아아아!”

분노한 스테판이 저항했지만 다굴 앞에 장사는 없었다.

처음엔 어느 정도 버텼지만 이내 하나 둘씩 늘어난 수십 마리의 다크 메탈 솔저들이 스테판을 바닥에 쓰러트리고 밟아 대기 시작했다.

“소드소드(신난다)!”

“스피스피(밟아밟아)!”

“디펜디펜(나도나도)!”

다크 메탈 솔저들은 해맑은 표정으로 신나게 스테판을 밟아댔다.

그들 손에는 각각 검과 창, 방패가 들려 있었지만 다크 메탈 솔저들은 굳이 발로 스테판을 밟아 댔다.

지금까지 쌓인 제물에 대한 스트레스를 풀기라도 하는 듯이.

그리고 그 상황은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 사이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애초에 머릿수가 7~8배 정도 차이가 났고, 한성이 5차 전직을 하면서 다크 메탈 스켈레톤 마스터 솔저들은 전반적으로 모든 능력치가 강해졌다.

그 덕분에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은 버틸 수가 없었다.

그나마 신성기사단 크루세이더들은 다크 메탈 솔저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때였다.

두두두두두!

얼마 지나지 않아 유령마를 탄 언데드 기사단들이 크루세이더들의 뒤를 짓밟기 시작했던 것이다.

[모두 짓밟아 버려라! 신, 신…….]

신성기사단 크루세이더들의 뒤를 잡은 레이몬은 잠시 고민했다. 눈앞에 있는 하얀 기사놈들을 잡으라고 명령을 내리고 싶은데 하필 저 크루세이더들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내 레이몬은 밝은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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