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287화 (286/318)

# 287

< 내 언데드 100만 >

제287화  화이트 헤론 클랜

“하이하이!”

“스피스피!”

“매지컬매지컬.”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을 상대하는 마스터 솔저들은 정신이 없었다.

블루 아이즈의 희생으로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에게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

하지만 정작 주력 부대인 신성기사단 크루세이더에게는 이렇다 할 데미지를 입히지 못했다.

그 결과 크루세이더의 홀리 소드에 마스터 솔저들은 먼지처럼 바스러지면서 하나둘씩 사라져 가고 있었다.

“프로즌 스피어!”

슈아아악!

마스터 솔저들 뒤에서 엘레오노라는 프로즌 스피어를 시전했다. 그러자 그녀의 주변에 공기 중의 수분과 마력이 융합하며 2미터 길이의 빙결창 8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랏!”

투확! 쌔애애액!

프로즌 스피어 8개는 시간차로 쏘아져 나갔다.

하얀 달빛 아래에서 8개의 창이 푸른빛을 발하며 화이트 헤론의 하얀 군단을 향해 날아든다.

콰콰콰쾅!

이윽고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과 충돌한 프로즌 스피어는 폭발하면서 사방으로 얼음조각들을 터트렸다.

그와 함께 퍼져 나가는 하얀 냉기의 안개.

주변 일대를 얼려 버리며 폭발과 함께 냉기 지속 데미지가 화이트 헤론 군단을 덮쳤다.

“마법사들! 불 피워!”

“화염 마법을 시전해라!”

“크루세이더들은 해골 놈들을 압박해라!”

하지만 화이트 헤론의 대처는 발 빨랐다.

프로즌 스피어의 냉기 폭발 데미지로 입해 피해를 입은 클랜원들은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나거나 전투 불능 상태로 빠졌다.

하지만 광역 지속 데미지를 입히는 냉기의 안개는 화염 마법을 시전하는 것으로 무마시켰던 것이다.

그리고 크루세이더들은 사각 방패로 아예 프로즌 스피어를 원천 봉쇄시켰다.

“하아하아.”

프로즌 스피어를 날린 엘레오노라는 뜨거운 숨을 내쉬었다.

현재 남아 있는 마스터 솔저들의 숫자는 이제 800마리 남짓.

그에 반해 화이트 헤론은 아직 절반에 달하는 병력들이 남아 있었다.

크루세이더들의 공격에 마스터 솔저들이 거의 녹아내렸기 때문이다.

‘이제 한계야.’

그나마 엘레오노라를 중심으로 구성된 마법 병단과 배틀 커맨더들의 지휘로 그럭저럭 버텼다.

하지만 이제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

끝이 없을 거 같던 엘레오노라의 마력도 슬슬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끝까지 버텨야 돼.’

엘레오노라는 포기할 수 없었다.

그녀의 마스터가 시간을 벌어달라고 부탁을 했으니까.

그녀는 화이트 헤론을 끝까지 막을 작정이었다.

“디펜디펜!”

그때 엘레오노라의 앞을 벽처럼 막고 있던 블랙 스켈레톤 마스터 디펜더들이 다급한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해골 뼈다귀들 주제에 감히 내 앞을 막아서는 것이냐!”

부웅! 깡! 까가가강!

2미터에 달하는 대검이 거짓말처럼 가볍게 휘둘러지면서 방패를 들고 있는 디펜더들을 튕겨 냈다.

벽처럼 모여 있는 디펜더들이 뚫리면서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화산 같은 열기를 내뿜으며 대검을 휘두르고 있는 붉은 머리의 사내.

그는 다름 아닌 화이트 헤론의 사령관 스테판이었다.

화르륵.

그의 거대한 대검에서 붉은 화염이 넘실거리며 피어올랐다.

그의 능력은 다름 아닌 화염.

화염을 다루는 히든 직업, 플레임 나이트로 전직한 스테판이었다.

화염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대검을 쓰는 그를 보고 사람들은 화염검의 스테판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화염은 언데드 몬스터들에게 빛 속성 외에 가장 큰 효과 데미지를 준다.

그 때문에 주변에 있는 마스터 솔저들은 섣불리 다가가지 못했다.

“흥. 패기도 없는 놈들.”

스테판은 마스터 솔저들을 바라보며 비웃음을 흘렸다.

그의 화염에 재가 되어 사라진 마스터 솔저들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아무리 마스터 솔저들이 숫자가 많고 강하다고 해도 히든 직업 보유자 앞에서는 골골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레드레드!”

“블루블루!”

“퍼플퍼플!”

열정적인 붉은 머리의 스테판이 디펜더들을 뚫고 나오자 배틀 커맨더들이 엘레오노라의 앞을 막아섰다.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그린과 옐로우는 엘레오노라의 옆에 나란히 섰다.

“네놈들 따위가 날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스테판은 배틀 커맨더들을 비웃으며 불타오르는 화염검을 어깨에 짊어졌다.

저벅저벅.

눈앞에 배틀 커맨더들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자신감이 넘치는 발걸음으로 다가오는 스테판.

그 앞에서 배틀 커맨더들은 긴장한 듯 광대뼈 위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나머지 마스터 솔저들은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을 상대하면서 조금씩 밀리고 있는 상황.

또한 스테판의 등 뒤에는 신성기사단 크루세이더들이 검과 방패를 앞세운 채 다가오고 있었다.

“끝을 내 주마!”

스테판은 화염을 거세게 피어 올렸다.

해골들 사이에 숨어 있는 금발 미녀가 지휘관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만 잡는다면 전투가 끝날 터.

그리고 그녀를 인질로 삼아 주동자를 잡아 낼 생각이었다.

스테판은 앞을 가로막고 있는 배틀 커맨더들을 향해 달려들려고 했다.

두두두두두두!

바로 그때 지면이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히히히힝!

멀리서 말이 울부짖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뭐, 뭐야?”

스테판을 비롯한 크루세이더들은 놀란 표정으로 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봤다.

하얀 달빛 아래에서 빠른 속도로 밀려오는 검은 물결.

그 모습을 본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은 두 눈을 부릅떴다.

“뭐, 뭐야, 저거?”

“팬텀스티드잖아!”

“다크나이트도 있어!”

“아니, 자, 잠깐만! 데스나이트도 있는 것 같은데?”

“야, 야! 목 없는 귀신도 있어!”

“멍청아! 저건 듀라한 나이트잖아!”

어둠 속을 가르며 나타난 유령마와 검은 기사들의 모습에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은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령마, 팬텀스티드를 타고 있는 검은 기사들 중 가장 선두에는 레이몬이 있었다.

[부모님 안 계시는 하얀 벌거숭이 놈들을 전부 숙청해라!]

역시나 레이몬은 시작부터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을 부모님이 안 계시는 고아들로 만드는 패드립을 날렸다.

“뭐라고 하는 거야, 저 미친놈은!”

“시작부터 부모 욕이냐!”

“감히 나한테 부모님이 없다는 소리를 해?”

“너 이 자식 당장 이리와! 오면 바로 없애 주마!”

레이몬의 우렁찬 목소리를 듣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오른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은 당장이라도 레이몬을 잡고 싶어 혈안이 되었다.

그만큼 레이몬의 도발은 효과가 엄청났다.

레이몬이 입을 열면 도발 스킬은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나는 나보다 약한 놈의 말은 듣지 않는다.]

“크아아아악!”

“저, 저 개자식 말하는 거 보소!”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저 쌍놈의 자식만큼은 죽인다!”

“나도!”

레이몬의 계속되는 도발에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검은 물결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솟구쳐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한 것이다.

“야, 이 자식들아! 멈춰! 나가면 안 돼!”

그 모습을 본 스테판은 등골이 서늘했다.

전장에서 효과적으로 싸우려면 진형을 이루어야 한다.

하물며 티르 나 노이에서 전쟁은 중세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더더욱 진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소리다.

그런데 일부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이 막무가내로 뛰쳐나가는 바람에 중요한 진형에 구멍이 났다.

그뿐만이 아니라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은 병사로 치자면 보병들이었다.

그에 반해 레이몬이 이끌고 있는 검은 군단은 기마병대였다.

아니, 그냥 병대도 아니고 거대한 유령마를 타고 있는 기사단이었다.

[돌격 진형!]

두두두두두!

레이몬의 외침에 검은 물결에 변화가 생겼다.

검은 기사단들이 삼각 진형을 이루기 시작한 것이다.

[다크 스파이럴 버스터!]

그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전신에서는 검은 마력이 흘러나와 감쌌다.

이윽고 검은 마력은 삼각 진형 앞에서 드릴 같은 형태를 이루면서 나선 회전을 시작했다.

삼각진형을 이루고 달려드는 언데드 나이트들을 감싸고 있는 검은 마력은 길고 긴 나선창처럼 보였다.

콰가가가가각!

“크아아악!”

“미, 미친!”

“뭐, 뭐야 이건!”

오로지 레이몬을 때려잡기 위해 앞서나갔던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은 기겁했다.

자신들의 돌격에 언데드 나이트들이 뒤로 물러날 줄 알았다.

왜냐하면 자신들은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화이트 헤론 클랜원이었으니까.

그리고 자신도 있었다.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은 전원 고레벨 플레이어 방문자들이었으며 실전 또한 많이 치룬 전투의 베테랑이었으니 말이다.

이번에도 언제나처럼 정면돌파를 하면서 적을 압살시키려 했다.

그런데 오히려 상대가 돌격해 오는 게 아닌가?

그것도 회전하는 거대한 흑마력 창을 앞세우고 말이다.

“마, 막아!”

“저걸 무슨 수로 막아?”

“피해라!”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이 서로 합심해서 방어 스킬을 사용했지만 헛손질이었다.

회전하는 나선창, 다크 스파이럴 버스터와 함께 언데드 기사단은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을 가차 없이 뚫고 지나갔다.

다크 스파이럴 버스터에 닿은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은 얄짤 없이 튕겨져 날아갔다.

회전력과 돌진력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이런 빌어먹을!”

눈앞에서 부하들이 당하는 모습을 본 스테판은 이를 악물었다.

‘늦어 버린 건가?’

유령마를 타고 나타난 온갖 종류의 언데드 나이트들은 블랙 레이븐 클랜성이 있는 방향에서 나타났다.

이미 블랙 레이븐 클랜성이 함락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했다.

거기다 언데드 나이트들의 숫자도 문제였다.

처음에는 거리가 멀어서 수십 마리이거나, 기껏해야 백 마리가 좀 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돌진해 오는 언데드 나이트들의 숫자는 최소 천은 넘어 보였던 것이다.

조금 전처럼 마스터 솔저 수백 마리면 어떻게 해 보겠지만, 유령마를 타고 있는 언데드 기사단 1,000여 마리를 상대하는 건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

‘현재 쓸 만한 전력은 크루세이더뿐.’

“후퇴! 전원 후퇴하라!”

잠깐의 시간 동안 상황파악을 마친 스테판은 망설임 없이 후퇴명령을 내렸다.

그의 명령에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은 일사불란하게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

레이몬을 때려잡으려고 앞장서 달려들었던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이 본의 아니게 방패가 되어 주었다.

그 덕분에 스테판을 비롯한 신성기사단 크루세이더들과 일부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은 이동 스킬들을 시전하며 안전하게 뒤로 물러날 수 있었다.

후퇴 중인 스테판의 곁으로 필립이 다가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대로 철수해도 괜찮나요? 나중에 블랙 레이븐 클랜 녀석들이 항의할지도 모릅니다.”

“어쩔 수 없잖아. 저놈들을 뚫는 것도 힘들고, 이미 블랙 레이븐 클랜성이 함락되었을 수도 있으니까.”

“버, 벌써요?”

필립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블랙 레이븐 클랜성이 함락되었을 거라고는 상정하지 않은 일이었다.

화이트 헤론에서 보기에도 이번에 새롭게 거점을 옮긴 블랙 레이븐의 클랜성은 요새와도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백번 양보해서 아직 클랜성이 함락 되지 않았다고 해도 현재 우리 병력으로는 저놈들을 뚫지 못해. 그렇다면 하다못해 저놈들을 클랜성에서 떨어뜨려 놓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럼 블랙 레이븐 클랜 녀석들도 납득할 테지.”

이미 화이트 헤론 클랜의 하얀 군단은 언데드 드래곤 한 마리와 3,000마리에 달하는 마스터 솔저들을 때려잡았다.

거기다 새롭게 나타난 언데드 기사들 천 마리까지 상대하기가 힘들었다.

“설마 유도할 생각입니까?”

“그래. 후퇴하면서 저놈들을 클랜성에서 멀리 떨어지도록 유인한다. 그럼 적어도 체면치레 정도는 되겠지.”

“과, 과연…….”

스테판의 말에 필립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데드 나이트 천 마리면 상당한 전력이다.

그러니 비록 언데드 나이트들을 처리하지는 못해도 시간을 벌기만 해도 블랙 레이븐 클랜에게 도움이 될 터였다.

클랜성을 공략하는 병력 일부를 화이트 헤론 클랜에서 상대해 주는 것이니까.

“일단 숲속까지 후퇴한 후, 상태를 보겠다. 전원 달려라!”

스테판은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을 재촉했다.

상대는 유령마를 탄 기사들.

최대한 멀리 떨어지지 않으면 금방 따라잡힐 것이다.

아니, 그 상황은 스테판의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찾아왔다.

“어딜 그렇게 급히 가시나?”

쌔애액!

콰아앙!

돌연 나직한 목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공기를 찢는 소리와 함께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 앞에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올 때는 마음대로지만 갈 때는 아니란다.”

갑작스럽게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 앞에 나타난 한성은 굉장히 반가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왜냐하면 언젠가 얼굴을 날려 주고 싶어 했던 인물이 바로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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