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5
< 내 언데드 100만 >
285화 아이트게노센
[경고! 블루 아이즈 얼티메이트 다크 플레임 언데드 드래곤의 소환 지속 시간이 1분 남았습니다.]
블루 아이즈의 지속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메시지는 한성의 시야에도 떠올라 있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본래 스켈레톤 드래곤의 소환 지속 시간은 그리 긴 편이 아니었다.
거기다 3체 융합까지 하면서 소환 지속 시간이 더더욱 짧아졌다.
그만큼 높은 위력을 가지지만.
덕분에 블랙 레이븐 클랜성에 피해를 상당히 입히지 않았던가?
‘지속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어쩔 수 없지.’
한성은 성벽 위에서 블루 아이즈와 화이트 헤론 군단을 바라봤다.
블루 아이즈는 화이트 헤론 군단 주위를 배회하면서 날아다니고 있었다.
“굴러라! 블루 아이즈!”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한성은 언데드 몬스터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쿠아아아아아!
한성의 명령에 블루 아이즈는 화이트 헤론 군단을 향해 돌격하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궁!
이윽고 화이트 헤론 군단에 80미터에 달하는 블루 아이즈가 몸통 박치기를 시전하며 지면을 뒹굴었다.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은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블루 아이즈의 뒹굴기에 몸이 깔린 화이트 헤론 클랜원들 수가 제법 많았다.
거기다 블루 아이즈는 화이트 헤론의 하얀 군단 안까지 굴러 들어갔다.
‘지금이다!’
“본 익스플로전.”
콰아아아아앙!
블루 아이즈의 소환 지속 시간이 끝나기 직전 한성은 본 익스플로전을 시전했다.
그러자 거대한 블루 아이즈가 폭발하면서 사방으로 뼛조각을 날렸다.
뼛조각은 크레모아처럼 사방으로 비산하면서 화이트 헤론 클랜원의 방어구를 관통했다.
지근거리에서 터진 뼛조각에 맞은 놈들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좀 떨어진 거리에 있던 녀석들은 피해를 좀 입긴 했지만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이 정도로는 무린가?’
블루 아이즈는 화이트 헤론 군단에게 절반에 가까운 광범위한 피해를 입혔다.
하지만 크루세이더들에게는 피해를 크게 주지 못했다.
신성기사단인 그들은 항마력이 높은 튼튼한 사각 방패와 한손 검으로 무장한 탱딜러들이었으니까.
마법과 물리 방어에 좋은 커다란 사각방패를 가지고 있는 탓에 큰 피해를 입히지 못한 것이다.
‘좋지 않네.’
화이트 헤론 군단에게 피해를 입히기는 했지만, 부상자들까지 합하면 아직 절반 이상이 생존해 있었다.
거기다 핵심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크루세이더들이 건재한 상황.
시간을 끌면 이쪽이 오히려 불리해진다.
‘일단 이놈들부터.’
한성은 차가운 눈빛으로 전방을 주시했다.
성벽 위에는 아직 많은 수의 원거리 딜러들이 살아남아 저항을 계속하고 있었다.
라이와 레이몬, 스켈레톤 나이트 50기와 한성의 활약으로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의 숫자를 줄이고 있었지만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그리고 악재는 언제나 겹쳐서 터지는 법이었다.
덜컹!
갑자기 클랜성 내부의 홀로 이어지는 문이 굉음과 함께 열렸다.
그리고 그 문을 통해 약 20명 정도 되는 인원이 쏟아져 나왔다.
그 모습을 본 한성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뭐야? 저거? 슈타인 직속 아이트게노센 놈들이잖아? 저놈들이 왜 여기서 튀어나와?”
한성은 성벽 위에서 눈살을 찌푸리며 붉은 갑주로 무장하고 나타난 무리들을 내려다봤다.
지금까지 상대한 클랜원들과는 확연히 다른 기세를 내뿜고 있는 자들.
블랙 레이븐 클랜 안에서 유일하게 붉은 갑주로 무장한 최정예 부대, 아이트게노센.
최소 유니크 최상급 장비로 무장하고, 레벨도 250이 가뿐히 넘는다.
전투력만 놓고 본다면 화이트 헤론의 크루세이더들 보다도 더 강자들이었다.
그 때문에 총원은 약 50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그중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며 한성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트레이이인!”
“…!”
순간 한성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 저 자식은 또 언제 저기에…….’
놀랍게도 아이트게노센 안에 카슈발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봤던 것이 광산 도시 크래프트 마인이었다.
그런데 설마 아이트게노센에 있었다니!
그리고 자세히 보니 카슈발 뿐만이 아니라 한성을 뒤쫓던 추적대의 클랜원들이 적지 않게 보였다.
한 며칠 사이 카슈발을 비롯한 추적대원들은 레벨업을 상당히 한 모양이었다.
아이트게노센은 블랙 레이븐 클랜의 정예 중에서도 정예들만 들어가는 부대였으니까.
“역시 네놈이었구나아아아!”
한성을 발견한 카슈발을 비롯한 일부 아이트게노센 대원들이 성벽을 가뿐하게 뛰어오르며 달려왔다.
“제길.”
설마 화이트 헤론에 이어 아이트게노센까지 튀어나올 줄이야.
아이트게노센 대원들 중 절반은 성문으로 향했고, 나머지 절반은 한성을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성의 눈앞에 카슈발이 도착했다.
“트레인 이 자식 설마 아직도 게임을 하고 있었을 줄이야.”
카슈발은 한성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봤다.
“왜? 접었을 줄 알았냐? 내가 억울해서라도 그렇게는 못하지. 너도 내 성격 알잖아?”
“이런 썩을 놈이…….”
카슈발은 침음성을 냈다.
당하고는 못사는 한성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이번에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 우리들을 적으로 돌리면 어떻게 되는지 다시 한 번 가르쳐 주마.”
“지랄한다. 네놈들만큼은 진짜 게임 접을 생각해라. 0레벨까지 경험치를 날려 버려 줄 테니까.”
“할 수 있으면 해 보던가. 이 개놈의 자식아.”
“그래. 기대해라.”
한성은 인벤토리에서 죽창을 꺼내 들었다.
약 10명 정도 되는 아이트게노센 대원들.
그뿐만이 아니라 아직 성벽 위에는 많은 수의 원거리 딜러들이 남아 있었다.
[어떻게 할 거냐? 계약자여.]
한성의 옆에서 거대한 대검을 치켜들며 레이몬이 물어왔다.
현재 한성의 전력은 급감한 상황이었다.
50마리의 스켈레톤 나이트들 중에서 이제 겨우 10마리 조금 넘게 남아 있었으며, 라이와 레이몬도 상당히 지쳐 있었으니까.
“어떡하긴 뭘 어떡해?”
휩쓸고 지나가야지.
비록 말을 하지 않아도 한성의 눈빛을 이해한 레이몬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지! 그래야 내 계약자지! 그럼 휩쓸러 가자!]
“소환수도 제정신이 아니군. 겨우 네놈들 따위가 우리들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레이몬의 외침에 카슈발은 코웃음을 쳤다.
그의 말대로 확실히 지금은 한성 쪽이 불리하긴 했다.
스켈레톤 컴바인의 후유증으로 한성은 더 이상 병력을 소환할 수 없었다.
현재 있는 병력으로 아이트게노센과 아직 약 100명 이상 남아 있는 클랜원들을 상대해야 했다.
지상 또한 아이트게노센의 개입으로 위험해져 있는 상황.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지, 쓰레기 배신자 자식아.”
[네놈들의 부모님은 안녕하신가! 쓰레기들아!]
크아아앙!
한성과 레이몬, 라이는 아이트게노센을 향해 달려들었다.
목적은 난전이었다.
아이트게노센들은 대부분 근접 전투 계열이었다.
그렇기에 접근전을 벌인다면 적어도 원거리에서 공격당할 일은 없었다.
난전 상황이면 아군이 공격받을 수 있기 때문에 원거리 딜러들은 함부로 손을 댈 수 없었다.
그리고 나머지 스켈레톤 나이트들이 성벽 위를 뽈뽈거리며 뛰어다니면서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클랜원들의 어그로를 끌었다.
난전 중인 한성 일행들 보다 스켈레톤 나이트들을 공격하는 게 더 손쉬웠으니까.
아이게노센을 향해 빠르게 접근한 한성은 카슈발을 향해 죽창을 내질렀다.
“건방진 놈!”
코웃음을 친 카슈발은 작은 오각 방패를 능숙하게 들어 올리며 방어했다.
콰직!
“어?”
순간 카슈발의 얼굴에 의아함이 피어올랐다.
아주 간단하게 막을 줄 알았던 창이 방패를 꿰뚫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관통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컥! 뭐, 뭐야?”
눈앞에 경고 메시지가 떠오름과 동시에 카슈발은 숨이 막히는 듯 한 비명을 질렀다.
“뭐긴 뭐야? 만인 앞에 평등한 죽창이지.”
한성은 재차 죽창을 카슈발을 향해 내질렀다.
푸푸푸푹!
“크허어어어억!”
카슈발은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으며 비명을 내질렀다.
지금까지 고생해왔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한성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보고 받은 후 카슈발은 지금까지 노력해 왔다.
오로지 한성을 잡기 위해 미뤄왔던 사냥을 미친 듯이 해서 250 레벨도 넘기고, 전투 스타일의 확립과 숙련도를 올리기 위해 특훈까지 했다.
가상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는 현실과 다름없다.
한 가지 기술을 단련하면 할수록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한성도 파이터 직업을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티르 나 노이 안에서는 프로 격투기 선수처럼 움직일 수 있었다.
전승 특전 효과는 스텟과 스킬에 영향을 주지만, 기본적인 몸놀림이나 움직임은 파이터 직업을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이미 단련되어 있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카슈발도 노력했다.
한손 검과 한손 방패를 능숙하게 사용하기 위해 비밀 특훈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방어 무시 옵션을 가진 전설의 육죽창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런 미친!”
방어 무시 관통 데미지를 받은 카슈발은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이미 생명력이 쭉쭉 떨어진 상황.
“죽창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한 법이지. 어디 막을 수 있으면 막아 봐라.”
한성은 재차 죽창을 카슈발을 향해 내질렀다.
[33% 확률로 3배 크리티컬 데미지가 터졌습니다!]
“끄헉?”
갑자기 한방 데미지가 훅 들어오자 카슈발은 눈을 부릅떴다.
“마, 망할 죽… 창… 크헉.”
카슈발은 피를 한 사발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이 자식이!”
그제서야 라이와 레이몬의 견제를 뚫고 몇몇 아이트게노센 대원들이 한성을 향해 달려왔다.
전황은 확실히 말해서 불리하다.
휘리릭!
한성은 아크스태프와 죽창을 각각 한 손에 붙잡고 아래로 내렸다.
아크스태프를 봉으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어쩔 수 없네.’
근접 전투 모드로 들어간 한성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아이트게노센 대원 3명을 노려봤다.
아직 디아나가 준 스킬 2개가 남아 있었다.
디아나가 준 스킬 주문서들은 습득 조건이 있었지만, 이미 전부 클리어해서 다 배운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 한성은 스켈레톤 컴바인 외에 나머지 스킬 2개 중 하나를 쓸 생각이었다.
“베르세르크(berserkr).”
콰아아아아!
순간 한성을 중심으로 어마어마한 마력이 터져 나왔다.
격노에 휩싸여 싸우는 광폭한 전사, 베르세르크.
사용자의 공격력, 방어력, 스피드 3박자를 무려 3배까지 강화시켜 준다.
단, 지속 시간이 있다.
약 3분 동안밖에 사용할 수 없었다.
그리고 지속 시간이 끝나면 약 1시간 동안 모든 능력치가 30% 하락한다는 단점도 존재했다.
“그럼…….”
한성은 아이트게노센들을 노려봤다.
현재 한성은 광폭화 스킬인 베르세르크 말고도 패왕의 오러까지 사용한 상태였다.
전신에서 붉은 기운과 검은 기운을 피어 올리는 한성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협적이었다.
그 때문에 한성을 향해 달려오던 아이트게노센들은 흠칫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멈췄다.
그 모습을 본 한성은 입 꼬리를 말아 올리며 아크스태프와 죽창을 꽉 움켜 잡았다.
“네놈들이 안 오면 내가 가마.”
스팟!
순간 한성의 모습이 아이트게노센들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어마어마한 스피드로 한성이 아이트게노센들을 향해 달려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