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284화 (283/318)

# 284

< 내 언데드 100만 >

제284화  엘레오노라의 위기

“어지간하면 안 쓰려고 했는데.”

4차 전직을 하면서 디아나가 전해 준 3개의 스킬 주문서들.

하지만 지금까지 한성은 가능한 그 스킬들을 사용하지 않았다.

너무 위험했던 것이다.

‘뭐가 주력 스킬이라는 건지.’

디아나가 전해 주었을 때는 4차 직업 전용 주력 스킬이라고 했다.

하지만 주력으로 쓰기에는 위험부담이 컸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과도 스킬.

‘일단 성문부터 뚫는다.’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은 성문을 지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근접 전투 직업을 가진 거의 모든 클랜원들이 성문에 모여서 마스터 솔저들과 막고 있는 상황.

아무리 마스터 솔저들의 숫자가 많다고 해도 200레벨 중반에 가까운 클랜원들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부분 레어 장비를 착용하고 있거나 일부는 유니크 장비까지 끼고 있는 놈들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무엇보다 장소가 문제였다.

성문이라는 좁은 장소에서 자신보다 강한 클랜원들을 상대하기에는 마스터 솔저들로서는 벅찼다.

넓은 장소였다면 마스터 솔저들이 포위 섬멸전을 할 수 있어서 숫적 우위를 충분히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1:1 대결을 강요하게 되는 좁은 장소에서는 아무래도 마스터 솔저 쪽이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성문 쪽 상황을 확인한 한성은 결단을 내렸다.

사실 디아나가 준 스킬들 중 하나는 바로 이런 상황에서 효력을 발휘한다.

“스켈레톤 컴바인!”

한성은 디아나가 준 스킬을 발동시켰다.

그러자 한성을 중심으로 푸른빛의 화려한 문양을 가진 마법전이 전개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남은 약 1,000마리에 가까운 블랙 스켈레톤 마스터 솔저들의 발밑에도 직경 1미터 정도의 작은 마법진이 생겨났다.

그리고 뒤쪽에 있는 마스터 솔저들부터 서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조금 전 한성이 시전한 스켈레톤 컴바인은 10마리의 마스터 솔저들을 1마리로 융합 합체시킬 수 있는 스킬이었다.

그 때문에 장단점이 뚜렷했다.

일단 단점은 병력 숫자가 10분의 1로 줄어든다.

다양한 전술을 사용해야 하는 물량전에서는 오히려 좋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단점은 10마리가 합쳐졌다고 해서 마스터 솔저가 10배 강해진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대략 3배 정도 강해진다.

설령 숙련도 레벨을 마스터까지 찍는다 해도 10배까지 강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한성은 스킬을 배우기만 하고 관망 중이었다.

또한 한 가지 더 단점이 있었다.

스켈레톤 컴바인을 사용한 후에는 약 30분 동안 모든 소환 스킬을 사용할 수 없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한성은 되도록 스켈레톤 컴바인을 사용하지 않았다.

‘뭐, 실제로 사용할 일이 별로 없기도 했지만.’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분명 도움이 될 터.

스켈레톤 컴바인을 발동하게 되면 마스터 솔저들은 각 병과대로 융합 합체를 되어 3배나 더 강해지니 말이다.

“하이하이!”

“스피스피!”

“디펜디펜!”

각 병과대로 융합 합체를 하여 3배씩 강해진 마스터 솔저들의 몸에서 붉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뿐만이 아니라 투구의 이마 부분에 붉은 뿔이 솟아나오기까지 했다.

턱!

“어?”

“뭐, 뭐야?”

“조금 전이랑 전혀 다른데?”

“갑자기 무슨 일이야!”

전방에서 싸우던 일반 마스터 솔저들이 뒤로 빠지고, 붉은 기운을 흘리며 3배 강화된 마스터 솔저들이 앞으로 나섰다.

3배 강해진 마스터 솔저들은 클랜원들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 냈다.

클랜원들 사이에서 놀란 목소리가 터져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하이하이.”

클랜원 한 명의 공격을 막아 낸 하이랜더는 푸른 눈을 빛내며 앞으로 한 걸음 스윽 걸어 들어갔다.

“미친! 이 죽다만 뼈다귀 새끼가!”

이에 약이 오른 전방 탱커를 담당하고 있던 가디언 직업 클랜원이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둘렀다.

스륵.

“어어?”

순간 가디언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는 막기는커녕 눈앞에 있던 하이랜더가 가벼운 움직임으로 공격을 슬쩍 피해 버리는 게 아닌가?

“하이하이.”

푸욱!

“컥!”

어느 틈엔가 가디언의 옆으로 돌아간 하이랜더가 거대한 대검으로 옆구리를 찔러 넣었다.

“마, 말도 안 돼.”

순식간에 치명상을 입은 가디언은 하얀 빛을 내뿜으며 사망했다.

남은 건, 차가운 시체뿐.

“하이하이.”

그 모습을 본 하이랜더는 바로 다음 상대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와 같은 일이 성문 주변에서 속출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클랜원들이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붉은색은 3배 빠르고 3배 강하지.”

이마에 붉은 뿔이 돋아난 3배 강화된 마스터 솔저들의 모습을 한성은 흐뭇한 미소로 바라봤다.

성문 입구가 좁았기 때문에 약 80마리의 마스터 솔저들과 약 80명의 클랜원들이 서로 맞붙었었다.

하지만 스켈레톤 컴바인을 사용한 시점에서 80명의 클랜원들은 240마리의 마스터 솔저들을 상대해야 했다.

거기다 약 100마리 정도 되는 스켈레톤 나이트들과 데스나이트 3기도 있는 상황.

그뿐만이 아니다.

[크하하하핫! 누가 내 검을 막을 것이냐!]

크아아앙!

마스터 솔저들의 분전에 레이몬과 라이도 클랜원들 사이를 마구 날뛰었다.

이에 질세라 사라와 세라도 공격에 박차를 가했다.

“아, 안 돼!”

“제길 성문이 뚫리면 안 된다고!”

“원거리 딜러들 뭐해?!”

마법병단과 레인저 부대, 그리고 블루 아이즈가 성문과 성벽을 공격했었다.

그때 성벽 위에 있던 원거리 딜러들은 꽤 피해를 입었으며, 성문으로 내려간 근접 전투 전문 클랜원들도 현재 피해를 입으며 뒤로 물러나고 있는 중이었다.

‘이제 남은 수는 대략 500명 쯤 되나?’

아직 성벽 위에서 공격을 하고 있는 원거리 딜러가 300명, 그리고 성문에서 3배 강화된 마스터 솔저들을 상대하고 있는 근접 클랜원들이 약 200명 정도 되었다.

성문을 막고 있는 클랜원 놈들은 곧 뚫고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문제는 성벽 위나 성 내부에서 원거리 지원 공격을 날리는 놈들이었다.

“틴달로스!”

한성은 틴달로스를 불렀다.

[넵! >_<]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 작은 소녀의 모습인 틴달로스는 한성의 어깨 위에서 팔을 위로 흔들었다.

그러자 한성의 그림자가 쭉 늘어지더니 약 50마리 정도 되는 스켈레톤 나이트들을 집어삼켰다.

“루루야. 여기서 계속 춤추고 있어. 그리고 깜둥이는 루루 잘 지키고.”

“넹!”

[명령 수락.]

디펜스 모드로 성문 앞까지 걸어온 다크 메탈 골렘은 마력 방벽 전개 시간이 다 끝나고 뒤에서 루루와 함께 대기 중이었다.

그리고 루루는 광역 버프를 걸어주는 춤을 추고 있었다.

‘성문 쪽은 마스터 솔저들만으로도 충분하겠지.’

성문 쪽은 그래도 공격력과 방어력이 튼튼한 데스 나이트 3기가 전방에 서서 마스터 솔저들과 함께 클랜원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스켈레톤 나이트들을 수납 후, 한성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라이! 레이몬! 따라와라!”

크앙!

[알겠다!]

라이와 레이몬을 부른 한성은 성문을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그리고 마스터 솔저들의 머리를 밟으며 높이 뛰어 올랐다.

성문의 높이가 5미터는 넘었기 때문에 뛰어오르고도 남았다.

“하이하이?”

한성에게 머리를 밟힌 하이랜더 하나가 고개를 치켜들며 한성을 올려다봤다.

“미안.”

하이랜더에게 손을 한 차례 흔들어 준 한성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키이이잉.

움켜쥔 실버 건틀렛에서 강렬한 푸른빛이 흘러나왔다.

마나 컨트롤로 마력을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마스터 솔저의 머리를 밟고 뛰어오르며 성문을 돌파한 한성은 클랜원들 앞으로 뛰어내렸다.

“그라운드 임팩트!”

콰콰콰콰쾅!

곧이어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부채꼴 모양의 충격파가 클랜원들을 덮쳤다.

“크악!”

“뭐, 뭐야!”

갑작스럽게 충격파가 터져 나오면서 지면이 요동치자 클랜원들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충격파에서 멀리 떨어진 자들은 괜찮았지만 가까이 있던 자들은 상당한 데미지를 입으며 튕겨나가기까지 했다.

“사라, 세라. 여길 맡길게.”

“응! 맡겨둬! 전부 다 폭발시켜 버릴 테니까!”

“넌 자중 좀 해라.”

한성은 눈을 가늘게 떨며 사라를 바라봤다.

그 말에 이마에 뿔이 돋아난 마스터 솔저들은 동의한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라의 폭발 마법은 피아불문이었으니 말이다.

혼전이었을 때 잘못 쓰면 아군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

아니 실제로 이미 마스터 솔저들은 피해를 살짝 입었다.

그 때문에 마스터 솔저들은 한성의 본 익스플로전만큼 사라의 폭발마법을 은연중에 두려워하고 있었다.

“폭발 바보 언니는 제가 운전 잘할게요.”

“그래. 믿는다.”

한성은 세라와 눈빛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성벽을 올려다봤다.

성문 주변 성벽 위 감시대 같은 초소에서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클랜원들이 몸을 숨긴 채 지원 사격을 하고 있었다.

“가자. 라이트닝 드라이브!”

한성은 라이와 레이몬을 데리고 성벽을 타기 시작했다.

높이가 7~8미터는 되었지만 라이트닝 드라이브 상태인 한성에게는 식은 죽 먹기였다.

어둠을 가르는 한줄기 빛처럼 한성은 성벽을 타고 올라섰다.

“뭐, 뭣!”

갑작스럽게 눈앞에 나타난 한성의 모습에 클랜원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안녕?”

그런 클랜원에게 한성은 인사를 한 후 실버 건틀렛을 선물로 줬다.

빠악!

“끄억!”

단 한 방에 나가떨어지는 클랜원.

로브를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마법사 계열인 모양이었다.

그 뒤를 이어 벽을 타고 라이와 레이몬이 모습을 드러냈다.

“틴달로스!”

[네넵!]

한성의 외침에 틴달로스는 그림자를 넓게 퍼트렸다.

스스슥.

잠시 후 그림자 속에서 스켈레톤 나이트 50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덮쳐.”

크아아앙!

[크하하하핫! 성벽 위에 숨어서 싸우는 비겁한 겁쟁이 놈들을 숙청할 때가 왔구나! 부모님은 평안하시냐!]

한성의 말에 라이는 포효하며 성벽 위를 질주 했고, 예의 바른 레이몬은 클랜원들의 부모님 안부를 물으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스트스트.”

그 뒤로 검과 창으로 무장한 블랙 스켈레톤 나이트들이 따랐다.

잠시 후,

콰콰콰콰쾅!

성벽 위에서 어마어마한 폭발음과 클랜원들의 비명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       *

한성이 성벽 위를 소탕하는 사이, 언데드 몬스터들을 이끌고 화이트 헤론을 상대하는 엘레오노라는 고전하고 있었다.

“홀리 레이.”

슈와아아아악!

화이트 헤론의 최전선에서 하얀 갑주로 중무장을 한 기사들에게서 하얀빛이 일직선으로 쏘아져 나왔다.

화이트 헤론이 자랑하는 신성기사단 크루세이더들이었다.

그들은 근접 전투 능력도 좋고, 무엇보다 신성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상성이 안 좋네.’

크루세이더들의 신성 마법에 녹아내리는 마스터 솔저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엘레오노라는 고운 이마를 찌푸렸다.

그나마 화이트 헤론의 크루세이더들이 200명밖에 되지 않았고 마스터 솔저들의 숫자가 훨씬 더 많아서 다행이었다.

엘레오노라는 최대한 크루세이더들을 피해 화이트 헤론의 군단 옆구리를 공격했다.

스켈레톤 배틀 커맨더들 덕분에 병력 운용은 어렵지 않았다.

크아아아아!

투확! 콰콰콰콰쾅!

“우, 우아아아악!”

“미친 드래곤 저거 뭐야?”

그리고 블루 아이즈의 엄호 공격 덕분에 엘레오노라는 화이트 헤론 군단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었다.

‘저 녀석들만 조심하면 돼.’

크루세이더들만 조심하면 어떻게든 시건을 끌 수 있을 터.

적어도 엘레오노라는 그렇게 생각했다.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기 전까지는.

[블루 아이즈 얼티메이트 다크 플레임 언데드 드래곤의 소환 지속 시간이 1분 남았습니다.]

“……!”

그나마 여유롭던 엘레오노라에게 생각지도 못한 위기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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