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1
< 내 언데드 100만 >
제281화 한성 vs 팔켄
“그냥 뼈다귀들도 꽤 강한데…….”
“물량 어쩔 건데?”
“거기에 본 드래곤이 세 마리라니…….”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은 다들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마스터 솔저들은 예상보다 강한 데다가 그 수도 자신들 보다 훨씬 많았다.
그래서 겨우 비슷한 수준으로 싸우고 있는데 난데없이 본 드래곤이 한 마리도 아니고 무려 세 마리나 나타난 것이다.
“가라. 블루 아이즈!”
크아아아아아아!
블루 아이즈 세 마리는 날개를 활짝 펼치며 우렁찬 포효소리를 내질렀다.
“으으…….”
그 소리에 일부 클랜원들이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블루 아이즈들의 드래곤 피어 삼중주로 인한 상태이상 공포에 걸렸기 때문이다.
“망할.”
팔켄은 눈살을 찌푸리며 블루 아이즈들을 노려봤다.
그사이 블루 아이즈 세 마리는 50미터의 거체를 움직이며 클랜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그그그극!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은 육중하고 긴 꼬리뼈로 지면을 긁으며 클랜원들에게 휘둘렀다.
“마, 막아!”
“방패벼어엉!”
“그냥 피해 빠가사리들아!”
거대한 크기의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이 공격해 오자 클랜원들은 패닉에 빠졌다.
아무리 뼈밖에 없다고 해도 드래곤이 가진 힘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일부 패닉에 빠진 클랜원들은 있지도 않은 방패병들을 찾으며 막으라고 하는 게 아닌가?
막기보다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콰가가가가각!
“크아아악!”
“제에엔자아앙!”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의 꼬리뼈에 처맞은 클랜원들이 공중에 떠오르며 성벽에 날아가 박혔다.
약 10명 정도 되는 전사 직업 클랜원들이 한번 막아 보겠다고 나섰다가 오히려 당해 버린 것이다.
“아, 저 대가리 빠가사리 놈들.”
그걸 본 원거리 계열 직업의 클랜원들은 혀를 찼다.
하지만 아직 스켈레톤 드래곤은 두 마리나 더 남아 있는 상황.
“가라! 다크 플레임 드래곤! 플레임 버스터다!”
화르르륵!
한성의 외침에 다크 플레임 드래곤의 주위에 검붉은 화염이 타오르는 작은 구체들이 무수하게 나타났다.
“헐.”
“자, 잠깐!”
“마법사들 뭐해! 방어 마법! 방어 마법!”
클랜원들은 한눈에 다크 플레임 드래곤이 광역 스킬을 사용하려는 걸 눈치챘다.
그걸 알고 일부 마법사들은 배리어를 외쳤고, 나머지들도 각자 방어 스킬을 쓰며 데미지를 격감시키려고 했다.
“……는 페이크고! 가라! 다크 메탈 드래곤! 굴러라!”
“……!”
한성의 외침에 클랜원들은 머리에 총 맞은 비둘기 같은 표정을 지었다.
뒤통수를 호되게 맞은 꼴이 되었으니까.
다크 플레임 드래곤의 광범위 마법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블랙 레이븐 클랜의 마법사들은 방어 마법을 펼치고 있었다.
나머지 전사계 직업 클랜원들은 마법사들이 펼쳐 놓은 방어 마법 뒤에 숨어 있는 상황.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다크 메탈 드래곤이 물리 공격인 뒹굴기를 시전했다.
쿠구구구궁.
“이, 이런 망할!”
“피, 피해!”
“아, 안 돼! 이미 늦었어!”
한곳에 모여 있던 클랜원들은 뒤늦게 뿔뿔이 흩어지려 움직였다.
하지만 이미 다크 메탈 드래곤은 땅 위를 구르며 도망치는 클랜원들을 덮치고 있었다.
다크 메탈 드래곤의 겉모습은 뼈 위에 금속 갑주를 입혀 놓은 모양새였다.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이었다면 듬성듬성 나 있는 갈비뼈들의 틈이 넓어 그리 큰 피해를 입히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크 메탈 드래곤은 검은 갑주를 몸체에 걸치고 있었기 때문에 빼놓지 않고 클랜원들을 짓누르며 지나갔다.
“이런 미친!”
“이게 뭐야아!”
“쿠억!”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은 패닉 상태에 빠진 채로 다크 메탈 드래곤에게 깔리고 말았다.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데미지를 크게 입은 클랜원들.
거기에 한성이 쇄기를 박았다.
“지금이다! 플레임 버스터!”
화르르륵.
순간 다크 플레임 드래곤 주위에 있던 검붉은 화염 구체들이 클랜원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콰쾅! 콰콰쾅!
검붉은 화염 구체들은 클랜원들이 있는 장소에 떨어지면서 폭발을 일으켰다.
온 사방으로 검붉은 화염이 화르륵 번져 나갔다.
크아아아아!
그뿐만이 아니라 다크 플레임 드래곤은 전신에 열기를 내뿜으며 주변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다크 메탈 드래곤이 검은 갑주를 착용한 것처럼, 다크 플레임 드래곤은 검붉은 화염이 전신에서 불이 타오르고 있는 형상이었다.
“마, 말도 안 돼…….”
갑작스러운 스켈레톤 드래곤 세 마리의 출현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팔켄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세 마리의 드래곤이 연계 공격을 펼치자 많은 수의 클랜원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후퇴! 후퇴하라!”
팔켄은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드래곤 세 마리도 문제지만, 아직 남아 있는 많은 수의 마스터 솔저들도 문제였다.
탁 트인 공간에서 한성의 소환수들을 상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팔켄은 수성전으로 전향할 생각이었다.
“어딜 도망가?”
하지만 한성은 팔켄을 마음대로 놔둘 생각이 없었다.
마스터 솔저들은 재빨리 클랜원들의 앞을 막아섰고, 한성 또한 팔켄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 모습에 팔켄은 코웃음을 치며 소리쳤다.
“멍청한 놈! 지금 나한테 다가온 거냐? 크로스 레인지는 내 거리라고!”
팔켄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한성을 향해 건틀렛을 휘둘렀다.
팔켄의 직업은 크로스 레인지(Close Range: 근접전)에서 순위를 다투는 파이터 계열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네크로맨서로 직업을 바꾼 한성이 근거리에서 자신을 상대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까앙!
순간 팔켄의 건틀렛과 한성의 라이트닝 실버 건틀렛이 서로 맞부딪치며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뭐, 뭣?”
팔켄은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한성을 노려봤다.
“벌써 잊었나? 크로스 레인지는 내 거리이기도 하다고?”
라이트닝 실버 건틀렛으로 팔켄의 공격을 막아 낸 한성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이, 이 자식이!”
순간 팔켄의 묵빛 건틀렛에서 붉은빛이 터져 나왔다.
팔켄의 밥줄과도 같은 기본 스킬인 블러드 스트라이크였다.
“죽어라!”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묵직한 일격이 한성을 향해 날아들었다.
“마나 포스 배리어.”
순간 한성이 착용하고 있는 황혼의 목걸이에서 푸른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한성의 주위로 푸른 막이 생겨났다.
콰아아앙!
그 직후 블러드 스트라이크가 마나 포스 배리어와 충돌하면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이, 이건?”
팔켄의 얼굴에 낭패감이 어렸다.
블러드 스트라이크는 적에게 큰 데미지를 입힘과 동시에 생명력을 흡수한다.
성가신 점은 방패나 무기로 막아 낸다고 해도 상대의 생명력을 흡수한다는 사실이다.
상대의 장비를 통해 생명력 흡수를 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처럼 방어막으로 공격을 막아 낸다면 다르다.
방어막 너머에 있는 상대의 생명력은 흡수할 수 없었으니까.
‘아주 좋군.’
한성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황혼의 목걸이에서 발동한 마나 포스 배리어 덕분에 피해를 입지 않았다.
거기다 확실히 이전 성령의 네클레스보다 마나 배리어의 효율이 좋았다.
팔켄의 공격을 막아 내면서 생각보다 마나의 소비가 많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 이번에는 내 차례다.”
한성은 라이트닝 실버 건틀렛을 꽉 움켜쥐었다.
파직! 파지직!
그와 함께 은빛 건틀렛에서 푸른 전격이 튀어 올랐다.
라이트닝 실버 건틀렛은 한성의 전투 스타일에 딱 맞았다. 상대에게 추가 마법 데미지를 입히니까.
한성은 팔켄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어림없다!”
유감스럽지만 파이터로서의 필요한 기본 스텟은 팔켄이 더 높다. 한성은 네크로맨서 계열 히든 직업이었으니까.
“제트 스텝!”
팔켄의 앞에서 한성은 재빠르게 지그재그로 움직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한성은 팔켄의 등 뒤를 잡았다.
“쥐새끼처럼 발은 빠르구나!”
등 뒤를 잡혔지만 팔켄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성에게 한 대 맞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한성에게 한 대 처맞기 전까지는.
“익스플로전 스매시!”
팔켄의 등을 향해 푸른 전격이 번쩍거리는 은빛 건틀렛이 날아들었다.
콰앙!
“끄허억!”
근접전에서 여유를 부리던 팔켄은 한성에게 등 뒤를 정통으로 맞고 몇 미터나 나가떨어졌다.
“멍청한 놈.”
한성은 전승 특전 덕분에 기본 스탯이 굉장히 높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최소 유니크 장비로 도배해서 기본 스탯을 더욱 더 높였다.
파이터에게 필요한 근력이나 민첩, 생명력은 팔켄에 비해 꿇리지 않는다.
그뿐만이 아니라 추가 마법 데미지를 입힐 수 있었기에 부족한 근접 공격력을 충분히 채우고도 남았다.
“이 망할 놈이…….”
하지만 역시 기본적으로 파이터 직업은 맷집이 좋았기 때문에 팔켄은 눈을 부라리며 일어섰다.
순간 팔켄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한성을 노려봤다.
“네놈만큼은 내가 손봐 준다.”
지금 블랙 레이븐 클랜을 공격중인 언데드 몬스터들은 한성의 소환수들이었다.
그 말은 한성을 쓰러트리면 게임 끝이라는 소리다.
거기다 지금 한성은 혼자인 상황.
주변에 한성의 소환수로 보이는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한 팔켄은 다시 공격 태세를 취했다.
길게 끌면 좋지 않았다.
되도록 한 순간에 끝을 내야 했다.
한성이 소환수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말이다.
스팟!
순간 팔켄의 모습이 사라졌다.
강인한 하체의 힘으로 한성을 향해 빠르게 뛰어든 것이다.
오로지 힘으로 한성을 눌러 버릴 셈이었다.
‘태클인가?’
빠르게 돌진해 오는 팔켄을 바라보며 한성은 카운터를 준비했다.
팔켄은 완전히 파이터들끼리의 전투를 상정하고 달려들고 있었다.
사실상 이런 근거리에서 네크로맨서들은 힘을 못 쓴다.
흑마법을 발동하는 시간보다 파이터의 공격이 훨씬 더 빠르니까.
그렇게 생각하다 방심해서 조금 전 한성에게 등을 허용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한성이 파이터와 같은 전투 스타일이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남은 건 즐거운 육탄 전투뿐.
“한번 놀아 보자! 트레인!”
팔켄은 흥분한 얼굴로 즐겁게 웃으며 한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응. 너 혼자 놀아라.”
순간 한성의 그림자가 넓어졌다.
한성의 앞으로 검은 그림자가 넓게 퍼진 것이다.
그 사실을 모르는 팔켄은 한성을 향해 슬라이딩 태클을 걸어왔다.
다리를 걸어 한성을 넘어트린 후 마운트 자세로 연속기를 쓸 생각이었던 것이다.
팔켄이 한성의 그림자 위로 슬라이딩해 들어온 순간,
“틴달로스.”
푸푸푸푹!
그림자 속에서 블랙 스켈레톤 장창병 팔랑크스들의 긴 창이 팔켄의 몸을 꿰뚫었다.
“커, 커헉!”
팔켄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그러게 상대를 보면서 덤벼야지. 내가 클랜에 없는 사이 잊어 버렸어? 나 트레인이야.”
한성은 미소를 지으며 인벤토리에서 무기 하나를 꺼냈다.
초록빛의 귀기가 흘러나오는 전설급 무기.
이 무기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하다.
한성은 전설의 육죽창을 손에 들고 작은 미소를 지으며 팔켄을 향해 말했다.
“복수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