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7
< 내 언데드 100만 >
제277화 블랙 레이븐 클랜 창고
블랙 레이븐 클랜의 규모는 한성이 나오기 전보다 훨씬 더 커졌다.
그 예로 지금 한성이 습격을 건 클랜성은 블랙 레이븐이 소유하고 있는 것들 중 하나였다.
정확하게 말하면 블랙 레이븐 클랜의 옛날 본성이었다.
‘오랜만이네.’
스텔스 망토로 영주성에 잠입한 한성은 아련한 눈으로 내부를 둘러봤다.
블랙 레이븐 클랜에서 탈출하기 전까지 한성은 이 성에서 지냈다.
그리고 탈출할 때 이 성에 있는 황금 창고 열쇠를 들고 튀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저 그런 별 볼 일 없는 성으로 전락해 있었을 줄이야.’
규모가 커진 블랙 레이븐 클랜은 예전 구(舊) 본성을 버리고 더 크고 시설이 좋은 새로운 클랜성으로 본거지를 옮겼다.
현재 이곳에는 약 200명 정도의 클랜원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잡다한 아이템들을 보관하고 있는 창고성으로 전락했다.
단 한 곳.
한성이 들고 튄 황금 열쇠의 창고를 제외하고 말이다.
물론 창고용 성이 되었다고 해도 이곳에서 나오는 이익은 무시할 수 없었다.
여전히 주변 영지에서 일정량의 세금이 들어오는 데다가, 클랜원들이 창고성을 거점으로 주변 사냥터들을 관리하고 있었으니까.
스르륵.
스텔스 망토의 지속 시간이 풀리자 한성의 모습이 드러났다.
“누구냐!”
창고성 복도에서 한성을 발견한 블랙 레이븐 클랜 두 명이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성 밖에서 공격 받고 있다는 보고를 듣고 달려가다가 운 없게 한성과 마주친 것이다.
말없이 인벤토리에서 전설의 육죽창을 장비한 한성은 다짜고짜 내질렀다.
푸욱!
“컥!”
[3배 크리티컬이 터졌습니다!]
가장 가까이 있는 클랜원의 심장에 죽창을 찔러 넣자 33% 확률의 크리티컬이 터졌다.
한성은 재차 육죽창을 한 번 더 찔러 넣었다.
푹!
[Lv210 내얼굴실화냐, 님이 즉사하셨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3% 확률 밖에 안 되는 즉사가 떴다.
“끄헉! 마, 말도 안 돼.”
내얼굴실화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런 그에게 한성은 조용한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네 얼굴 실화 맞다.”
“고, 고맙…… 푸크럴어어억!”
원래 죽으면 아무 말을 할 수 없었지만, 즉사해서 완전 사망에 이르는 짧은 시간에 내얼굴실화냐는 한마디를 겨우 남겼다.
아니, 한마디를 남기기도 전에 피를 토하면서 죽었다.
“부모님한테 감사하고 효도해라.”
한성은 입에서 피를 거하게 한 사발 토하는 내얼굴실화냐를 안쓰러운 표정으로 내려다보며 말했다.
죽어도 주변에서 하는 말은 들을 수 있었다.
푸욱.
그리고 이미 시체가 되어 버린 내얼굴실화냐의 가슴에 한성은 육죽창을 한 번 더 찔렀다.
‘더럽게 잘 생겼네.’
제법 얼굴이 잘생긴 탓에 입에서 피를 토하는 모습도 멋있게 보였기 때문이다.
“이 자식 감히 내 동생을!”
그러자 옆에 있던 클랜원 하나가 분개한 표정으로 한성을 노려봤다.
내얼굴실화냐와 형제로 보였다.
한성은 그를 향해 전설의 육죽창을 내질러 주었다.
푸푸푸푸푹!
리드미컬하게 쏟아지는 전설의 육죽창.
[33% 확률로 크리티컬이 터졌습니다.]
[33% 확률로 크리티컬이…….]
“크어어어억!”
마구 내질러지는 전설의 육죽창에서 33% 확률 3배 크리티컬 데미지가 미친 듯이 터졌다.
털썩.
결국 내얼굴심하다는 전설의 육죽창 앞에 쓰러지고 말았다.
“…….”
땅바닥에 쓰러진 내얼굴심하다는 어딘가 기대하는 눈빛으로 한성을 올려다봤다.
“어떠냐? 내가 더 잘 생겼지?”
내얼굴심하다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닉값 하네.”
“…….”
한성의 한마디에 내얼굴심하다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나름 기대를 했었는데 자신이 생각한 대답을 듣지 못해서 자신감이 사라진 것이다.
“빌어먹을 외모지상주의 같으니!”
하지만 이내 내얼굴심하다는 울분을 토했다.
“나도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나!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태어난 건데! 내 동생은 저렇게 생기고 왜 나는 이렇게 만들어서!”
내얼굴심하다는 사실 못생긴 편은 아니었다.
평범하게 생겼지만, 문제는 동생 쪽이 잘 생겼다는 사실이었다.
그 때문에 비교를 많이 당한 모양.
“시끄러워! 네놈의 문제는 얼굴이 아니다. 마음이 문제지. 잘 생겼다는 말을 듣기 전에 다른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는 인간이 되어라.”
“위로해 주는 거야?”
내얼굴심하다는 감동한 표정으로 한성을 올려다봤다.
그런 그에게 한성은 정감 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연히 아니지. 안면인식장애 자식아.”
한성은 다시 내얼굴심하다에게 죽창을 내질렀다.
“크헉!”
한성의 마지막 일격에 내얼굴심하다는 비명을 지르며 사망했다. 싸늘하게 죽어 버린 내얼굴심하다를 내려다보며 한성은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애초에 블랙 레이븐 같은 쓰레기 클랜에 들어간 놈이 제대로 된 인간일 리가 없잖아?”
내얼굴실화냐와 내얼굴심하다는 한성을 배신한 후 막무가내로 나가던 블랙 레이븐 클랜에 들어갔다.
제대로 된 성격의 인물이었다면 블랙 레이븐 클랜이 하는 짓거리를 보고 들어가지 않았을 터.
그렇게 1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두 명을 처리한 한성은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지금 성안에 있는 클랜원들은 정신이 없었다.
마스터 솔저들과 스켈레톤 나이트들, 그리고 데스나이트들이 성문에서 공성 중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다크 메탈 골렘과 라이, 그리고 레이몬이 날뛰고 있었으며, 스켈레톤 배틀 커맨더들이 마스터 솔저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그사이 한성은 성안으로 잠입해 창고를 털 계획이었다.
‘내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등급이 높은 장비들을 보관하고 있었는데…….’
블랙 레이븐 클랜에게 배신당하고 도망칠 때 들고 나온 황금 열쇠의 창고에는 고급 등급 장비들을 보관하고 있었다.
레벨도 상당히 높았다.
그 당시 기준으로 최소 220레벨이 넘는 장비들을 보관했었으니까.
지금은 250 만렙 제한이 풀려서 부족하다는 감이 있긴 했다.
하지만 만렙 제한이 풀린 지 이제 겨우 수개월이 지난 상황이었다.
현재 티르 나 노이의 최고렙은 280이었다.
그리고 고레벨이라고 말할 수 있는 방문자들 대다수가 이제와서 250을 넘긴 정도였다.
그걸 생각하면 한성은 광속으로 폭렙을 한 것이다.
전승 특전 붉은 유성 덕분에 경험치를 3배씩 몬스터들에게 강탈했으니까.
그뿐만이 아니라 미션을 클리어하면 크고 작은 경험치를 준다.
그 덕분에 한성은 빠르게 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과연 어떤 장비가 남아 있으려나?’
잠시 후, 황금 창고 앞에 도착한 한성은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 * *
[아칸드의 무거운 갑옷]
타입: 중갑.
최소 요구 레벨: 232.
등급: 유니크.
제한: 근력 300.
옵션(1): 근력 +15%. 방어 +15%.
옵션(2): 생명력 15% 증가.
내구도: 2000/2000.
설명: 고대 기사 아칸드가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갑옷.
굉장히 무겁지만 착용자의 근력을 증가 시켜 주고 상당히 높은 방어력을 제공해 준다.
[아르카 레인저의 민첩한 부츠]
타입: 가죽.
최소 요구 레벨: 238.
등급: 유니크.
제한: 민첩 300.
옵션(1): 이동 속도 25% 증가.
옵션(2): 스태미너 회복 속도 분당 5%.
내구도: 2000/2000.
설명: 아르카 산악 레인저들의 부츠.
가벼운 가죽으로 제작되었으며, 착용자의 발을 편안하게 보호 한다.
무게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가볍기 때문에 장시간 산을 타도 피로하지 않으며 이동속도 증가 옵션을 가지고 있다.
“역시 괜찮은 장비들이 꽤 있네.”
한성은 만족스러운 미소로 창고 안을 둘러봤다.
큰 방 정도 크기의 창고 안에는 갖가지 장비들이 벽에 걸려 있었다.
대부분 225레벨이 넘고 유니크 등급이 많았다.
각 직업군에 맞게 분류되어 있는 수많은 장비들.
‘그러고 보니 그게 아직 있으려나?’
블랙 레이븐 클랜에게 배신당하기 전, 한성이 눈독 들여 놓았던 무기가 하나 있었다.
240레벨의 건틀렛.
격투계 인간형 보스 몬스터인 머슬 팬텀을 잡으면 입수할 수 있는 무기였다.
블랙 레이븐 클랜에서 머슬 팬텀 레이드를 뛰고 나서 입수한 무기로 그 당시에는 창고 안에 보관시켜 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 파이터 계열 직업을 가진 클랜원들 중에서 착용할 수 있는 레벨인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한성이 가장 유력한 후보자였다.
하지만 클랜장인 슈타인은 한성에게 줄 생각이 없었다.
건틀렛이 가진 특성이 그 당시의 한성과 잘 맞지 않았으니까.
‘카슈발 놈들만 아니었어도…….’
한성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카슈발 놈들 때문에 4차 직업 패왕이었을 때 착용 중이던 대부분의 장비들을 잃고 말았다.
특히 그중에서도 무기인 건틀렛을 잃은 건 아까웠다.
방어구들이나 액세사리들은 네크로맨서 계열로 전직한 한성에게 도움이 될 만한 옵션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사용한 건틀렛이 있었으면 200레벨이 되었을 때 잘 사용했을 것이다.
비록 지금 한성이 착용하고 있는 실버팽처럼 추가 마법 공격력이 붙은 건틀렛은 아니지만 기본 성능이 상당히 좋은 유니크 등급의 무기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과거를 회상하며 창고를 뒤지던 한성의 눈에 마침내 목표물이 들어왔다.
[학살자의 라이트닝 실버 건틀렛]
타입: 건틀렛.
등급: 레전드.
최소 요구 레벨: 240.
제한: 근력 300. 지력 300.
옵션(1): 근력 +50. 지력 +50.
옵션(2): 평타에 전격 속성 공격력 추가 +100%.
옵션(3): 크리티컬 25% 확률 2배 데미지. 둔화 25%.
옵션(4): 인간 및 인간형 몬스터들에게 데미지 25% 증가.
내구도: 2500/2500.
설명: 어둠을 가르는 낙뢰.
인간들을 학살하기 위해 만들어진 어둠의 건틀렛이다.
상대에게 전격 속성의 마법 데미지를 주면서 움직임을 둔화시킨다.
울려 퍼지는 뇌성은 적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고, 보이지 않는 어둠의 번개는 적들을 침묵시킬 것이다.
“찾았다.”
한성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은빛 건틀렛을 집어 들었다. 실버팽과 마찬가지로 세련된 디자인을 가진 묵직한 느낌의 건틀렛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속성 마법 공격력 추가 옵션이 붙어 있었다.
바로 이것 때문에 그 당시 슈타인이 한성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다.
한성의 4차 직업 패왕은 순수 물리 데미지였으니까.
패왕으로 전직한 한성은 힘과 생명력에 거의 몰빵하고, 다른 스탯은 필요최저한만 찍었다.
“옵션 진짜 쩌네.”
건틀렛에 붙어 있는 옵션을 확인한 한성의 입꼬리가 자꾸 올라갔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역시 실제로 보니 성능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무려 전설 등급의 무기였다.
‘이건 내가 쓴다.’
한성은 바로 실버 팽을 벗고 학살자의 라이트닝 실버 건틀렛을 착용했다.
앞으로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을 상대하는데 도움이 클 터였다. 인간형인 적들을 상대하는데 특화되어 있었으니까.
“그럼 다음은…….”
한성은 블랙 레이븐 클랜의 창고 내부를 쭉 둘러봤다.
그때 한성의 눈에 검은 갑주가 눈에 띄었다.
은은한 은빛이 흘러나오고 있는 칠흑의 갑주.
지금까지 보아온 갑주들보다 고급스럽고 화려한 디자인의 갑주였다.
“이건…….”
한성은 칠흑의 갑주를 향해 손을 가져다 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