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6
< 내 언데드 100만 >
제276화 5차 전직 미션
“하이하이?”
한성의 외침에 저 멀리서 하이랜더들이 올 것이 왔다, 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하이랜더뿐만이 아니라 스피어맨들도 디펜더들도 같은 표정이었다.
“하이랜더 30마리와 시체 10구를 제물로 바치겠다. 나와라! 블루 아이즈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
가장 먼저 한성은 블루 아이즈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을 소환했다.
하이랜더 30마리의 발밑으로 제물용 푸른 마법진이 전개 되었다.
“하이하이.”
그러자 제물로 바쳐진 하이랜더 30마리가 체념한 표정을 지으며 동료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하이하이(먼저 갈게).”
“스피스피(응.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어).”
“디펜디펜(우리도 곧 따라갈게).”
스피어맨들과 디펜더들은 손을 흔들며 하이랜더들을 배웅해 주었다.
그 직후 하이랜더들은 발밑에 전개된 마법진의 푸른 빛 속으로 삼켜지면서 사라졌다.
“이어서 스피어맨 30마리와 시체 10구를 제물로 바쳐 블루 아이즈 다크 플레임 스켈레톤 드래곤을 소환!”
“스피스피(디펜더들아. 나도 간다).”
“디펜디펜(그래 조금 있다 보자).”
제물로 선택된 스피어맨들은 디펜더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하이랜더들처럼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남은 디펜더들은 마음의 준비를 했다.
남은 건 이제 자신들의 차례였으니까.
디펜더들은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한성을 바라봤다.
그리고 드디어 한성의 입이 열렸다.
“마지막으로 레인저 30마리와 시체 10구를 제물로 바쳐 블루 아이즈 다크 메탈 스켈레톤 드래곤을 소환!”
“레, 레인레인(어, 어째서 우리들을)?”
“디펜! 디펜디펜(우와! 살았다! 우린 살았어!)!”
디펜더들과 레인저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디펜더들은 자신들이 제물로 바쳐 칠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레인저들이 바쳐졌던 것이다.
디펜더들의 얼굴에는 희망이, 레인저들의 얼굴에는 절망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레인저들의 발밑으로 제물용 마법진들이 전개되었다.
“디펜디펜(미안하지만 잘 가. 너희들의 희생은 잊지 않을게).”
“레인레인(우리들에게도 골권을)!”
그렇게 마스터 솔져들의 희생이 있고 난 후, 한성의 머리 위로 50미터 크기의 거대한 드래곤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푸른 눈의 흑룡 세 마리가 등장한 것이다.
크아아아아아!
푸른 눈 세 마리는 길게 포효를 하며 여전히 그라비티 버스터의 중력에 짓눌려 있는 킬러 퀸을 내려다봤다.
키, 키에에엑.
킬러 퀸은 다리를 버둥거리며 중력권 내에서 탈출하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러게 왜 날 도발해?”
한성은 킬러 퀸을 바라보며 비웃음을 흘렸다.
들어올 수 있으면 들어와 봐 라고 한성을 도발한 킬러 퀸.
지금 그 응보를 받아야 할 때가 왔다.
“밟아.”
한성은 나직한 목소리로 푸른 눈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푸른 눈 세 마리는 킬러 퀸을 중심으로 에워쌌다.
그리고 거대한 다리를 들더니 말 그대로 킬러 퀸을 밟아대기 시작했다.
퍽! 쿵! 퍼버벅! 쿠구구궁!
켁! 키엑 키게게게ㅤㄱㅔㄱ!
불쌍한 여왕개미는 세 마리의 드래곤들에게 짓밟혔다.
푸른 눈들은 신나게 리듬을 타며 킬러 퀸을 밟아 댔다.
50미터에 달하는 드래곤들의 발길질에 킬러 퀸은 별다른 저항조차 할 수 없었다.
몸 크기가 10배나 차이 났으니 말이다.
[축하합니다! Lv250 킬러 퀸 파라포네라를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250000 골드와 킬러 퀸의 눈물을 획득합니다.]
“끝났네.”
아무리 보스 몬스터라고 해도 드래곤 세 마리의 발길질을 버텨내지 못했다.
그렇게 킬러 퀸은 한성에게 눈물을 떨구고 죽었다.
‘킬러 퀸의 눈물이라…….’
한성은 킬러 퀸의 눈물을 바로 확인해 봤다.
[킬러 퀸의 눈물]
타입: 젬 스톤.
최소 요구 레벨: 250.
제한: 방어구 소켓 한정.
등급: 유니크.
옵션: 방어력 25% 증가. 근력 25 증가.
내구도: 1500/1500.
설명: 킬러 퀸의 한이 서려 있는 눈물.
젬 스톤 소켓이 붙어 있는 방어구에 장착할 수 있다.
방어력과 근력을 증가시켜 준다.
“그럭저럭 쓸 만하네.”
킬러 퀸의 눈물 정보를 확인한 한성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방어구에 붙여서 사용할 수 있는 젬 스톤으로 옵션이 제법 괜찮았다.
다만, 근접탱커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옵션이기에 한성에게는 딱히 불필요했다.
‘여차하면 마나 배리어도 있고 말이야.’
현재 한성이 장비 중인 성령의 네클레스은 마나 배리어를 사용할 수 있었다.
데미지를 받을 때마다 마나가 소모되기는 하지만 충분히 쓸 만했다.
“그럼.”
한성은 주위를 둘러봤다.
아직 천 마리가 넘는 파라포네라들이 남아 있는 상황.
보스인 킬러 퀸을 잃은 파라포네라들은 도망가지도 못하고 혼란에 빠져 있었다.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정신없어 하는 파라포네라들을 바라보며 한성은 푸른 눈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전부 쓸어버려라.”
* * *
[축하합니다! 당신은 250레벨이 되어 5차 전직이 가능해졌습니다. 전직 미션을 확인하십시오.]
[히든 5차 전직 미션(1단계): 디아나를 찾으십시오.]
당신은 데스브링어의 히든 5차 전직 미션을 할 수 있는 레벨에 도달했습니다. 5차 전직 미션을 수행하려면 디아나를 찾아 가십시오.
최소 요구 레벨: 250.
난이도: E랭크.
보상: 다음 5차 전직 미션 2단계로 이동.
“헐.”
한성은 눈앞에 떠오른 안내 메시지와 전직 미션창을 확인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남아 있던 파라포네라들을 전멸시키면서 한성은 드디어 250레벨이 되었다.
그러자 5차 전직이 가능해졌다면서 안내 메시지가 떠오른 것이다.
“디아나를 만나야 한다니.”
250레벨이 되면 5차 전직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설마 디아나를 만나야 할 줄이야.
‘뭐, 별수 없나.’
디아나는 한성의 히든 직업인 데스브링어의 스승이었다.
5차 전직을 하기 위해서는 만나야 하는 존재였다.
‘이제 거의 마무리가 되었으니 슬슬 돌아가 볼까?’
한성은 주변을 둘러봤다.
파라포네라들은 10마리가 채 남지 않은 채 마스터 솔져들에게 집단 다굴을 당하고 있었다.
프나코틱 바이블에 봉인되어 있던 소환수들도 지금은 다 쉬고 있었고, 사라와 세라도 지쳤는지 불도그와 프랑소와즈를 품에 안고 숲속 나무에 등을 기댄 채 쉬고 있는 중이었다.
거의 마무리가 된 상황.
쉬고 있는 소환수들을 바라보며 한성은 조금 더 있다가 영주성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 * *
그로부터 약 나흘 뒤.
[히든 5차 전직 미션(2단계): 죽음을 증명하라!]
당신은 디아나에게 인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마지막 죽음의 시련이 남아 있습니다.
죽음을 증명하고, 5차 전직을 하십시오.
최소 요구 레벨: 250.
난이도: S랭크.
진행사항(1): Lv250 이상 몬스터 사냥(5000/5000).
진행사항(2): Lv250 이상 방문자 사냥(0/1000).
보상: 데스브링어의 5차 직업들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흠.”
한성은 5차 전직 미션창을 확인했다.
파라포네라들을 몰살하고 영주성으로 돌아온 한성은 바로 디아나를 찾아갔다.
5차 전직을 서둘러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왜 이렇게 잘 찾아오지 않느냐고 핀잔을 들었다.
하지만 무사히 5차 전직 미션을 갱신하고, 전직에 필요한 아이템을 하나 받았다.
[소생(蘇生)의 정수]
타입: 수정구.
최소 요구 레벨: 250.
등급: 레전드.
설명: 5차 전직 미션 아이템.
죽음의 시련을 통과하고, 죽음의 여신에게 인정을 받게 되면 소생의 정수가 발동한다.
정수의 힘을 끌어내지 못하면 5차 전직을 할 수 없다.
“5차 전직하기가 왜 이렇게 어려워?”
한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5차 전직을 하려면 일단 250레벨이 넘는 몬스터들을 5천 마리를 때려잡고, 방문자들을 1,000명이나 때려잡아야 했다.
어디 그뿐인가?
마지막은 죽음의 여신에게 인정받아야 했다.
가상 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의 공식 여신은 테스타로사다.
테스타로사는 이시스의 또 다른 모습으로 생명의 여신이라고도 불린다.
플레이어 방문자들은 테스타로사를 줄여서 텟사라고 부른다.
‘그런데 죽음의 여신은 뭐지?’
지금까지 한성은 죽음의 여신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생명의 여신인 텟사의 대칭격인 존재라면 마신이 있었다.
일곱 마왕의 머리 위에 존재하는 마계의 신.
티르 나 노이 게임 설정에서 이 둘은 서로 대립하는 관계였다.
‘인터넷에 검색해도 안 나오던데…….’
새롭게 업데이트가 된 거라면 인터넷에 정보가 공개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없었다.
그리고 티르 나 노이의 기본 스토리를 보면 모든 방문자들은 마계와 대립한다.
플레이어 방문자들의 주적은 마족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부분에 관해서 유동적인 부분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방문자들의 적은 중앙 대륙을 노리고 있는 마족들이었다. 마족들 중에는 방문자들에게 힘을 빌려주는 존재들도 있었으니까.
대표적으로 서큐버스인 루루나, 리치킹인 엘레오노라, 데스나이트인 레이몬이 그러한 존재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한성의 주력 소환수들처럼 마족들 중에는 중앙 대륙의 켈트인들이나 방문자들과 손을 잡고 계약을 맺은 자들이 상당수 있었다.
그들은 중앙 대륙에 해를 끼치지 않고 도움을 준다.
그 대신 그들도 자신들이 원하는 걸 보상으로 받지만 말이다.
‘원래라면 마신이나 마왕한테 인정을 받으라고 해야 되는데 말이야.’
히든 1차 직업 데스브링어는 네크로맨서 계열이다.
그렇기에 마계와 연관성이 높다.
그러니 5차 전직을 하는데 디아나가 아닌 마신이나 마왕들 중 한명에게 인정을 받아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죽음의 여신에게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이제 남은 건 250레벨이 넘는 방문자 1,000명을 잡아야 하지.’
몬스터 5,000마리는 지난 나흘간 어떻게든 할당량을 채웠다.
남은 건, 250레벨 이상인 방문자들을 사냥하는 일뿐.
그리고 그 일을 하기 위해 지금 한성은 어느 장소에 와 있었다.
“이제부터는 내가 네놈들을 사냥해 주마.”
한성은 차가운 눈빛으로 눈앞에 있는 거대한 성을 노려봤다.
성 지붕에는 세발 까마귀 문장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블랙 레이븐 클랜이 점령하고 있는 클랜성.
잠시 후 클랜성 앞 수풀 속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한성의 모습이 사라졌다.
신비한 화이트 스텔스 망토의 투명 마법을 시전하면서 블랙 레이븐 클랜성에 잠입을 시도한 것이다.
그리고…….
콰콰콰콰콰콰쾅!
한성이 미리 소환해 둔 언데드 몬스터들이 블랙 레이븐 클랜성을 향해 공격을 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