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5
< 내 언데드 100만 >
제275화 그녀들의 파트너
아스테리온 버스터가 일직선으로 쏘아져 나가며 근위병대 파라포네라들을 집어삼켰다.
전방에 있던 근위병대들은 아스테리온 버스터의 일격에 휩쓸려 나갔다.
콰콰콰콰콰!
다크 메탈 골렘은 좌우로 몸을 움직이며 근위병대 전체에 아스테리온 버스터를 날렸다.
아스테리온 버스터가 내뿜는 검은빛의 초고열 마력 앞에 근위병대들은 불타오르며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대다수의 근위병대들이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은 것이다.
‘역시 양념테리온.’
비록 근위병대들을 일격에 죽이지는 못했지만 생명력이 빨피였다.
근위병대 전체에 골고루 양념을 친 상황.
[냉각 모드로 이행합니다. 180초 동안 행동 불능.]
푸쉬익.
공격을 마친 다크 메탈 골렘은 뜨거운 수증기를 어깨와 옆구리 팔과 다리에서 내뿜었다.
아스테리온 버스터는 광역 공격이 가능하고 상대에게 큰 데미지를 준다.
하지만 한번 공격을 하고 나면 냉각을 시켜줘야 다시 또 쓸 수 있었다.
더욱이 냉각 중에는 움직일 수 없었다.
키이익!
끼에에엑!
간당간당하게 살아남은 근위병대들은 여섯 개의 다리를 필사적으로 버둥거리며 지면 위를 이리저리 기어 다녔다.
아스테리온 버스터의 공격으로 인해 혼란 상태에 빠진 것이다.
키야아아아악!
그때 근위병대 너머에서 조용히 웅크리며 숨죽이고 있던 킬러 퀸이 몸을 일으켰다.
역시 보스 몬스터라 그런지 2미터에서 3미터 정도 되는 파라포네라들보다 배는 덩치가 훨씬 컸다.
‘이제야 움직이네.’
몸길이가 5미터에 달하는 킬러 퀸이 괴성을 지르자 그 소리를 들은 근위병대들이 정신을 차렸다.
그뿐만이 아니라 마스터 솔저들과 싸우고 있던 일반 파라포네라들도 슬금슬금 킬러 퀸 주위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키야아아악!
[경고. 킬러 퀸이 회복 마법을 사용합니다.]
순간 한성의 시야에 경고 메시지가 떴다.
그 직후 킬러 퀸에게서 초록빛이 터져 나오더니 주변에 있던 파라포네라들의 생명력이 약 30% 정도 차올랐다.
“헐. 미친.”
개미새끼들 주제에 회복 마법이라니!
빨피였던 근위병대의 생명력이 이제 절반 가까이 회복되었다.
그밖에도 상태가 좋지 않았던 일반 파라포네라들도 생명력을 상당히 회복했다.
킬러 퀸의 회복 마법 범위가 상당히 넓었던 것이다.
‘이러면 소모전이 길어질 뿐인데.’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한성은 킬러 퀸을 노려봤다.
킬러 퀸을 중심으로 파라포네라들은 두텁게 방어진을 만들고 있었다.
그 방어진을 허물기 위해 사방에서 마스터 솔저들이 달라붙어 있었지만 뚫기가 쉽지 않았다.
외곽 쪽에 있는 파라포네라들의 생명력이 위험해질 것 같으면 킬러 퀸이 회복 마법을 썼기 때문이다.
키익. 키이익.
킬러 퀸의 붉은 눈이 한성을 보며 웃는다.
마치 들어올 수 있으면 들어오라는 듯이.
‘저 망할 벌레 놈이!’
킬러 퀸의 도발에 한성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어디 한 번 두고 보자고.’
근위병대들이 킬러 퀸을 지킬 때 썼던 방법.
한 번 더 그 방법으로 길을 뚫어야 할 것 같았다.
‘그렇다면.’
“사라! 세라!”
한성은 사라와 세라를 불렀다.
“불렀어? 주인?”
“부르셨나요? 마스터.”
한창 파라포네라들을 향해 공격을 퍼붓던 사라와 세라가 한성의 부름에 달려왔다.
“너희들이 길을 뚫어져야겠다. 그 녀석들이랑 함께.”
한성은 사라와 세라 주위를 맴돌고 있는 존재들을 내려다봤다.
“왕! 왕!”
“냐앙?”
사라와 세라 주위에는 강아지와 고양이가 있었다.
귀여운 강아지와 고양이를 내려다보며 한성은 살짝 쓴웃음을 지었다.
‘설마 네리아가 준 알에서 얘들이 태어날 줄이야.’
강아지와 고양이의 정체는 다름 아닌 네리아가 준 상자 안에 들어있던 알에서 태어난 존재들이었다. 붉은 상자와 푸른 상자에 각각 알과 문서가 하나 들어 있었다.
‘사실 알보다 더 놀라운 건 문서였지.’
상자 안에 들어있던 정체불명의 문서.
그 문서는 사라와 세라가 한성을 마스터로 따르겠다는 내용이 담긴 계약서였다.
그녀들을 한성이 구해 주고 나서 대우가 달라지긴 했었지만, 설마 진짜로 계약을 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그리고 네리아에게도 한 가지 오산이 있었다.
원래는 한성에게 부탁을 하나씩 하면서 은밀한 선물, 정체불명의 알과 문서가 담긴 상자들을 각각 전해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자신과 한성의 혼인 신고서를 보상으로…….
그런데 한성의 전승 특전 효과 때문에 네리아는 한 번에 모든 보상들을 주게 된 것이다.
덕분에 지금 한성의 인벤토리 안에는 네리아와 자신의 혼인 신고서가 보관되어 있었다.
‘계약서는 도움이 되니까 놔 둔다쳐도 이놈의 신고서는…….’
한성은 언젠가 반드시 신고서를 증발시켜 버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왕왕!”
헥헥헥.
그때 강아지가 한성을 올려다봤다.
화르르륵.
놀랍게도 강아지의 전신에서는 화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강아지는 꼬리를 신나게 붕붕 흔들며 한성의 발밑을 맴돌았다. 그 모습을 본 사라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불도그가 주인이 마음에 드나봐.”
붉은 화염을 내뿜고 있는 강아지.
사라는 강아지에게 불도그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불도그는 프렌치 불독과 비슷하게 생겼으며 훨씬 더 귀엽게 생겼다.
“바보 언니. 강아지 이름이 그게 뭐예요?”
“너한테 그런 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데.”
“제 프랑소와즈가 무슨 문제라도?”
“미야앙?”
세라는 러시안 블루처럼 생긴 고양이에게 프랑소와즈라는 우아한 이름을 지어 주었다. 실제로 프랑소와즈는 자신의 이름이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또한 불도그가 붉은 화염을 내뿜고 있는 것처럼, 프랑소와즈도 푸른 한기를 내뿜었다.
불도그와 프랑소와즈는 사라와 세라처럼 각각 불속성과 얼음속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사라와 세라는 속성 공격력이 이전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해졌다.
불도그와 프랑소와즈의 주인이 되어 속성 능력치를 끌어올렸으니까.
한성은 계약서를 통해 불도그와 프랑소와즈뿐만이 아니라 사라와 세라도 손에 넣은 것이다.
거기에 네리아까지도.
그리고 한성은 아직 모르고 있었지만 네리아가 억지로 떠넘겨 주다시피 한 신고서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이리아의 이름도 새겨져 있었다.
“싸움은 나중에 하고 지금은 길 좀 뚫어 봐.”
사라의 폭발 마법과 세라의 얼음검이라면 파라포네라 군단을 뚫는데 도움이 될 터.
“그리고 엘레오노라도.”
사라와 세라, 엘레오노라는 강력한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클래스였다.
비록 세라의 직업이 검사 계열이긴 하나 광범위한 얼음 속성 공격 스킬들이 제법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들이 마력을 모아서 공격한다면 파라포네라들에게 상당한 피해를 입힐 수 있을 것이다.
“맡겨 주세요, 마스터.”
한성의 부름에 엘레오노라가 다가오며 대답했다. 그리고 그녀를 중심으로 양옆에 사라와 세라가 다가와 섰다.
“저 녀석들 전부 날려 버리면 되는 거지?”
“지면을 기어 다니는 벌레들에게 차가운 맛을 보여 줘야겠네요.”
“마스터의 앞을 가로막는 어리석은 것들에게 고통과 절망을 안겨 드려야겠군요.”
‘어, 잠깐 뭔가 좀…….’
적의로 불타오르고 있는 그녀들의 모습에 한성은 등 뒤로 식은땀을 흘렸다.
특히 즐겁게 웃고 있는 엘레오노라의 얼굴에서 한성은 섬뜩함을 느꼈다.
“아, 물론 마스터에게는 저의 사랑을 안겨 드릴게요.”
한성의 표정을 눈치챈 것일까.
엘레오노라는 한성을 향해 산뜻한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니, 그것도 좀…….’
빛의 속도로 태세전환을 한 엘레오노라의 말에 한성은 차마 자신의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그사이 사라와 세라는 공격 준비를 끝마쳐 두었다.
“칠흑보다 어둡고 흐르는 피보다 더 붉은 진홍의 화염이여. 지금 현현해라! 멀티플 익스~ 플로오오오전!!!”
콰콰콰콰콰쾅!
선방은 사라가 먼저 시작했다.
다중폭발마법 멀티플 익스플로전이 발동하자 사라의 앞으로 수많은 폭발들이 일어났다.
일직선을 향해 크고 작은 화염 폭발들이 파라포네라 군단들을 집어삼키며 불타올랐다.
그뿐만이 아니라 사라의 멀티플 익스플로전은 불도그의 화염 속성 부스터 스킬에 의해 위력이 더 증가했다.
그 결과 이전에 비해 폭발 횟수가 2배나 늘어나고 폭발 범위도 넓어졌다.
“프로즌 타이달 웨이브!”
이어서 세라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내질러진 그녀의 레이피어에서 차가운 한기가 피어오른다.
작은 점으로 시작한 차가운 한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안개처럼 변했다.
뼛속까지 시릴 것 같은 매서운 푸른 안개가 파도처럼 쏟아지며 앞으로 나아갔다.
쩌저적!
절대영도에 가까운 푸른 안개 같은 파도가 퍼져 나가면서 화염으로 고통 받는 파라포네라들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그 즉시 파라포네라들은 차가운 얼음 동상이 되고 말았다.
파직! 파지직!
“블러디 체인 라이트닝.”
그 뒤를 이어 엘레오노라의 광역 공격 마법이 시전되었다.
엘레오노라의 주위에는 핏빛처럼 빛나고 있는 붉은 전격의 구체가 맴돌고 있었다.
번쩍! 파지지지지지직!
이윽고 붉은 전격의 구체에서 강렬한 빛이 터져 나오며 파라포네라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블러디 체인 라이트닝은 얼어붙어 있는 파라포네라들의 몸을 타고 지그재그로 빠르게 움직이며 돌아다녔다.
콰직! 콰지지지직!
콰콰콰콰쾅!
그러자 블러디 체인 라이트닝의 강렬한 전격을 이기지 못하고 얼어붙은 파라포네라들의 몸이 터져 나갔다.
순식간에 킬러 퀸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파라포네라들이 사라졌다.
물론 아직도 사방에는 파라포네라들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한성과 킬러 퀸 사이에는 마치 고속도로라도 생긴 것처럼 일직선의 길이 생겨났다.
키, 키에에에엑!
그 모습을 본 킬러 퀸이 당황한 듯 괴성을 지르며 외곽 쪽에 있는 파라포네라들을 불렀다.
하지만 현재 외곽에 있는 파라포네라들은 마스터 솔저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때문에 파라포네라들이 킬러 퀸의 앞을 다시 막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 잠깐 동안 한성이 킬러 퀸과 데이트를 할 시간이 생긴 것이다.
“플래시 드라이브.”
스팟!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한성은 킬러 퀸을 향해 한 줄기 빛살처럼 돌진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킬러 퀸이 있는 장소에 도착한 한성은 지면을 박차며 뛰어 올랐다.
그리고 건틀렛을 꽉 움켜쥐며 근접 공격 스킬을 시전했다.
“그라비티……”
키이이잉!
한성의 건틀렛에서 검은 구체가 생겨났다.
한성은 그대로 킬러 퀸의 등을 향해 떨어져 내리며 소리쳤다.
“버스터!”
콰아아아아앙!
그 직후 어마어마한 중력이 킬러 퀸의 등을 짓눌렀다.
키익? 키이이이익!
전신을 짓누르는 강력한 중력에 사로잡힌 킬러 퀸은 지면 위로 납작하게 눌려졌다.
그사이 킬러 퀸에서 떨어진 한성은 아크스태프로 다시 무장을 교체했다.
“금방 끝내 주마.”
한성은 아크스태프를 치켜들며 만능결전병기와도 같은 언데드 몬스터를 소환하기 위해 소리쳤다.
“나와라! 블루 아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