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274화 (274/318)

# 274

< 내 언데드 100만 >

제274화  근위병대 파나포네라 vs 한성

어마어마한 수의 블랙 스켈레톤 마스터 솔저들과 파라포네라들이 서로 맞부딪쳤다.

전투 초반은 파라포네라들이 우세했다.

마스터 솔저들로만 파라포네라들을 상대했기 때문이다.

처음 약 3,000마리 정도였던 파라포네라들은 마스터 솔저들과 싸우고 있는 와중에도 꾸역꾸역 땅속에서 계속 기어 나왔다.

3,000마리에서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에 맞서 한성도 쿨 타임이 끝나는 대로 꾸준히 마스터 솔저들을 뽑아냈다.

거기다 처음에는 시체들 숫자가 부족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넘쳐났다.

그 결과.

“하이하이.”

“스피스피.”

“디펜디펜.”

근접전 병과인 마스터 솔저들의 숫자가 엄청나게 늘어나 있었다.

‘슬슬 끝을 내야겠군.’

한성은 숲속의 지면을 까맣게 메우고 있는 파라포네라들을 노려봤다.

현재 상황은 서로 비등비등했다.

킬러 퀸이 괴성을 지를 때마다 지면 속에서 파라포네라들이 고개를 내밀며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하지만 한성도 해골 병사 소환스킬의 쿨 타임이 돌 때마다 한 번에 마스터 솔저들을 1,000마리씩 불러낼 수 있었기 때문에 물량에서 밀리지 않았다.

주변에 쌓인 파라포네라들의 시체들이 무진장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야말로 끝없는 물량 소모전인 상황.

“너희들도 가라.”

한성은 조금 전부터 몸을 풀고 있던 소환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레드레드.”

화르륵.

가장 먼저 붉은 갑주와 불타오르는 화염검으로 무장한 레드 파이어 하이랜더 스켈레톤이 앞으로 나섰다.

블랙 스켈레톤 배틀 커맨더들도 뼈 강화가 되면서 검은색으로 바뀌었지만 무기나 방어구는 각각 속성에 맞는 색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또한 배틀 커맨더들도 숙련도를 마스터까지 찍었다.

그러자 변화가 생겼다.

레드 파이어 하이랜더 스켈레톤.

블루 아이스 디펜더 스켈레톤.

그린 윈드 헌터 레인저 스켈레톤.

퍼플 포이즌 팔랑크스 스켈레톤.

옐로우 라이트닝 위저드 스켈레톤.

마스터 솔저들처럼 각각의 명칭이 조금씩 변했던 것이다.

명칭이 변한 만큼 이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능력이 좋아졌다.

단독 전투 능력이 상승했고, 무엇보다 각 병과마다 지휘할 수 있는 마스터 솔저들의 숫자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덕분에 한성은 많이 편해졌다.

한성 혼자서 몇 천에서 몇 만이나 되는 마스터 솔저들을 통솔하기란 쉽지 않았으니까.

몇 천, 몇 만에 달하는 숫자를 한성이 직접 전투를 하면서 지휘하는 건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배틀 커맨더들에게 맡기기만 해도 대규모 물량전에서도 체계적인 전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레드를 시작으로 스켈레톤 배틀 커맨더들이 뒤따르자 루루가 검은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올랐다.

“가자, 깜둥아!”

살짝 날아오른 루루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다크 메탈 골렘의 어깨에 올라탔다.

쿵쿵쿵.

앞서 가고 있는 배틀 커맨더들의 뒤를 따르며 루루는 신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오색빛깔 총공격이다!”

“레드레드.”

루루의 외침에 배틀 커맨더들이 대답을 하며 파라포네라들을 향해 달려 나갔다.

“라이, 레이몬.”

크아아앙.

[알겠다고.]

나직한 한성의 말에 라이와 레이몬도 루루를 어깨위에 태운 다크 메탈 골렘을 뒤따랐다.

파라포네라들이 마스터 솔저들과 배틀 커맨더들을 뚫고 다크 메탈 골렘을 타고 있는 루루를 건드리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전장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서 라이와 레이몬에게 호위를 붙인 것이다.

“엘레오노라. 이제 저놈들 삭제 좀 시키자.”

“마스터가 원하시는 대로.”

한성의 등 뒤에서 대기 중이던 엘레오노라는 드레스자락을 잡아 올리며 살짝 무릎을 숙였다.

그리고 파라포네라들을 상대하기 위해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로써 틴달로스와 스켈레톤 드래곤들을 제외한 한성의 주력 소환수들이 전투에 참가한 것이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한번 보자고.’

한성은 파라포네라 군단 무리 너머에서 붉은 눈을 빛내고 있는 킬러 퀸을 바라보며 살짝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       *       *

키아아아악!

근위병대 파라포네라들이 괴성을 지르며 쓰러진다.

하지만 아직 100마리에 가까운 근위병대들이 킬러 퀸의 주변을 막고 있었다.

“그 정도로 날 막아 보겠다고?”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근위병대 파라포네라들을 바라보며 한성은 코웃음을 쳤다.

킬러 퀸을 지키던 파라포네라 군단은 마스터 솔저들과 한성의 주력 소환수들의 손에 의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땅속에서 꾸역꾸역 기어 나오던 파라포네라들의 지원도 더 이상 없었다.

대신 수천 마리가 넘는 파라포네라의 시체들만이 지면 위에 즐비하게 널려 있었다.

이제 남은 건 약 1,000마리에 가까운 파라포네라들과 100마리의 근위병대뿐.

쉬아아아악!

순간 근위병대 파라포네라 두 마리가 한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사람 크기만 한 거대 전투 개미의 모습은 공포스럽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한성은 그저 아크스태프를 치켜들었을 뿐이었다.

“그라운드 임팩트!”

쿵!

아크스태프와 지면이 충돌하면서 근위병대 두 마리를 향해 부채꼴 모양의 충격파가 터져 나갔다.

쩌저적!

그라운드 임팩트의 충격파는 지면을 뒤흔들며 커다란 금을 만들어 냈다.

키에에엑!

충격파에 몸을 가누지 못하던 근위병대들은 지면에 생겨난 틈에 몸이 빠지며 버둥거렸다. 달려들던 두 마리 뒤에 있던 여덟 마리도 지면의 틈에 빠졌다.

‘그럼 어디 한바탕 놀아 볼까!’

한성은 아크스태프를 장비해제 시켰다.

방어구를 제외한 건틀렛으로 무장만 한 상황.

팟!

순간 한성은 근위병대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플래시 드라이브도 쓰지 않았는데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빠른 움직이었다.

“배틀 스톰프(Battle stomp)!”

지면에 빠진 근위병대들의 중심으로 들어간 한성은 발을 강하게 내려쳤다.

배틀 스톰프는 도시에서 구매한 스킬북으로 배운 근접격투기술이었다.

지난 몇 일간 블랙 레이븐 클랜의 사냥터를 습격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한성은 넘쳐나는 골드로 쓸 만한 스킬들을 상당수 구매했다.

스킬북은 스킬을 배우기 위해 사용할 때 스킬 포인트가 들지 않기에 부담 없이 익힐 수 있다.

그리고 전 직업 공통으로 쓸 수 있는 공용 스킬도 많았다.

그중에는 괜찮은 전투 스킬도 있기 때문에 배워 두면 여차할 때 도움이 된다.

물론 숙련도 레벨을 올리려면 스킬 포인트가 들긴 하지만 1레벨이라고 해도 없는 것 보다는 나았다.

가령 방금 전 한성이 사용한 배틀 스톰프는 지면에 발을 강하게 구르는 스킬로 그라운드 임팩트와 비슷한 효과를 가진다.

정확하게는 하위호환이라 위력이나 범위가 약한 편이지만 마나 소모가 적고 쿨 타임이 빠르다.

거기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최적의 스킬이기도 했다.

키에에에엑!

한성을 중심으로 배틀 스톰프의 충격파가 터져 나가자 근위병대 파라포네라들이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스팟.

순간 한성의 손에서 빛이 번쩍이는가 싶더니 아크스태프가 나타났다.

“다크니스 대거!”

새롭게 배운 스킬들 중 하나인 다크니스 대거.

한성의 머리 위로 그림자 단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총 20개의 그림자 단검이 한성을 중심으로 원을 그렸다.

슈슈슉!

이윽고 그림자 단검들은 총 10마리의 근위병대 파라포네라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푸푸푹!

키에에엑!

다크니스 대거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파라포네라들의 몸을 꿰뚫으며 지나갔다.

다크니스 대거의 큰 특징은 주변 몬스터들을 향해 체인 관통 공격을 한다는 점이다.

단검 하나하나가 몬스터 한 마리를 공격한 다음 그다음 몬스터를 향해 자동적으로 관통 공격을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마법 데미지와 암속성 추가 데미지까지 입힌다.

다크니스 대거는 흑마법 공격 스킬이었으니까.

[Lv248 여왕님 가시는데 따라나온 근위병대 파라포네라를 처치하셨습니다.]

그라운드 임팩트에 배틀 스톰프.

마지막으로 다크니스 대거의 공격까지 받은 파라포네라 열 마리는 순식간에 전멸하고 말았다.

“그럼.”

한성은 나머지 근위병대 파라포네라들을 노려봤다.

아직 90마리가량 남은 근위병대들이 킬러 퀸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저것들을 치우지 않는 이상 킬러 퀸에게 도달할 수 없었다.

“와라! 깜둥아!”

한성은 파라포네라들과 한창 전투중인 다크 메탈 골렘을 불렀다.

“마스터. 부르셨어영?”

깜둥이를 불렀더니 루루도 함께 왔다.

다크 메탈 골렘의 어깨 위에서 깜찍한 표정의 루루가 한성을 바라봤다.

“루루야. 깜둥이랑 같이 저것들 좀 치워 봐.”

“넹!”

한성의 말에 루루는 다크 메탈 골렘의 어깨에서 등을 타고 내려왔다.

“깜둥아. 가서 마음껏 싸웡!”

[명령 수락.]

순간 다크 메탈 골렘에게서 기계적이고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제 다크 메탈 골렘의 숙련도도 마스터까지 찍었다.

이전까진 괴성을 지르는 식으로 답해 왔는데 지금은 단답형이긴 하지만 말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노멀 모드에서 레인지 어택 모드로 이행.]

철컥철컥.

전투 모드로 들어간 다크 메탈 골렘의 외형이 변하기 시작했다. 루루가 올라타고 있던 어깨 부분이 갈라졌다가 다시 합쳐졌다.

어깨 부분에 숨기고 있던 내장 무기를 밖으로 꺼낸 것이다.

마력탄을 발사하는 발사구가 어깨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건틀렛 위로 마력 화살을 발사할 수 있는 석궁처럼 생긴 무기도 나타났다.

그뿐만이 아니라 등에는 곡사포처럼 커다란 마력탄을 쏠 수 있는 무기가 장착되어 있었으며, 그밖에도 다크 메탈 골렘의 전신에는 원거리 공격을 할 수 있는 크고 작은 무기들이 붙어 있었다.

[스페셜 레인지 어택 모드.

(원거리 특화 공격 형태).

다크 메탈 디스트로이어.

(어둠의 파괴자).]

지금 모드는 중장거리 포격이 가능한 형태다.

중장거리에서는 절대적일 정도의 강함을 자랑한다.

적들을 거의 한 방으로 잠재울 수 있는 장거리 곡사포와 중거리에서 견제를 할 수 있는 마력탄과 마력 화살들이 있다.

거기다 방어력도 상당히 높다.

하지만 그만큼 마력 소모가 심하고, 장탄수에 제한이 있으며, 근거리는 생각 이상으로 취약하다.

그래도 강력한 원거리 화력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잘만 이용하면 적들을 순식간에 갈아 버릴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루루야. 큰 거 한 번 날리고 시작하자.”

“넹! 깜둥아 시작해.”

[아스테리온 버스터 공격 요청 확인.]

덜컥.

순간 다크 메탈 골렘의 가슴이 열렸다.

[아스테리온 버스터 매뉴버.]

[인게니움 시스템 기동. 마나 엔진 풀 드라이브.]

키이이이잉!

열려진 다크 메탈 골렘의 가슴 앞에서 검은빛의 구체가 생겨났다.

검은빛의 구체를 중심으로 어마어마한 마나가 소용돌이치며 집속되고 있었다.

[마나 충전 120%. 아스테리온 버스터 브레이커 스탠바이.]

얼마 지나지 않아 마나 임계점에 다다르자 다크 메탈 골렘은 공격 준비가 완료되었다고 보고 했다.

그 즉시 한성은 명령을 내렸다.

“아스테리온 버스터 발사!”

[아스테리온 버스터 사출!]

투확!

슈와아아아아악!

다크 메탈 골렘의 가슴에서 검은 빛의 파도가 전방을 집어삼키며 근위병대 파라포네라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모든 빛은 어둠 속으로.

모든 어둠은 빛 속으로.

남은 건 명멸하는 어둠과 빛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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