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3
< 내 언데드 100만 >
제273화 파라포네라 사냥
‘경험치 북 같은 녀석들.’
한성은 사라가 일으킨 폭발 덕분에 땅속에서 기어 나오고 있는 파라포네라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개미숲은 레벨 업 작업을 하기에 안성맞춤인 필드다.
평균 245레벨인 파라포네라는 경험치를 꽤 많이 주는 편이며, 무엇보다 개체수가 어마어마하다.
그야말로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는 물량이 땅속에서 기어 올라온다.
오죽하면 방문자들이 파라포네라를 보고 경험치가 땅속에서 솟구쳐 올라온다고 할까.
하지만 개미숲의 문제 또한 바로 그 물량이었다.
처음에는 많은 경험치와 많은 물량에 좋다고 사냥을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끝없는 물량을 버텨 내지 못하게 된다.
그만큼 파라포네라의 숫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리젠 속도가 상당히 빨랐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레이드 팀을 이루었다고 해도 조심해 가면서 사냥을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까닥 잘못하면 전멸당하기 십상이었으니까.
그래서 켈트인들은 물론 방문자들도 이곳을 꺼려 했다.
하지만 그 이유 때문에 한성은 개미숲에서 사냥을 하고 있었다.
보는 눈이 없어야 마음 편하게 블랙 스켈레톤 마스터 솔저들을 대규모로 소환해서 사냥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거기다 블랙 레이븐 클랜과 전쟁 중이었기에 되도록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싶지 않았다.
파라포네라들의 물량이 많다는 사실도 마음에 들었다.
‘원래는 이렇게 개미집을 건드리면 패망이지.’
한성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면을 새까맣게 물들이고 있는 파라포네라들을 바라봤다.
저 정도 숫자면 레이드 팀이 아니라 레이드 팀 할아버지가 와도 눈 깜짝할 사이에 전멸이다.
“디펜더 앞으로.”
“디펜디펜.”
한성의 명령에 오각 방패로 무장한 블랙 스켈레톤 마스터 디펜더들이 앞으로 나섰다.
디펜더들은 밀집방어진형을 취했다.
“스피어들 팔랑크스 진형 준비해.”
“스피스피.”
촤자자작.
순간 스피어들의 창이 무려 2배 가까이 길어졌다.
스피어들은 디펜더들의 방패 사이사이로 장창을 밀어 넣었다. 그 일련의 행동들은 숙련된 정예 병사들보다 더 빠르고 정확했다.
마스터 솔저라는 이름에 걸맞게 말이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디펜더들과 스피어들이 만든 진형은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를 방불케 했다.
“팔랑팔랑.”
모든 준비를 마친 팔랑크스 스피어맨들은 한성을 돌아봤다.
각각 10마리씩 디펜더들과 스피어맨들이 모여서 5개의 진형들이 만들어져 있었다.
“돌격.”
쿵쿵쿵.
진형을 완성한 디펜더들과 스피어맨들이 앞으로 전진 한다.
그 뒤에서 레인저 50마리, 위저드 50마리로 혼성된 부대가 원거리 공격 준비를 끝마쳤다.
하이랜더 50마리들은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후방에서 대기 중이었다.
푸푸푸푹!
키에에엑!
스피어맨들의 장창에 파라포네라들이 꽂히면서 비명을 내질렀다.
팔랑크스 진형의 장점은 긴 장창이었다.
무턱대고 돌진해 오면 장창의 먹잇감이 되어 버린다.
실제로 전징 중인 디펜더들과 스피어맨들을 향해 파라포네라들이 달려들었다가 몸에 바람구멍이 났다.
그 뒤 디펜더들과 스피어맨들의 혼성부대는 다른 진형들과 연계를 하며 파라포네라들을 압박했다.
팔랑크스 진형 앞에 제대로된 연계를 하지 않고 그저 수만 믿고 몸을 던지는 파라포네라들은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이쪽이 유리하기는 한데…….’
무작정 달려드는 파라포네라들을 상대로 블랙 스켈레톤 마스터 솔저들은 노련하게 대처했다.
그 덕분에 마스터 솔저들의 피해는 적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라포네라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마스터 솔저들의 숫자는 약 250마리 정도 되었지만, 당장 눈앞에 있는 파라포네라들의 숫자는 1,000마리에 가까웠으니까.
“익스플로전!”
콰아아아앙!
순간 파라포네라들의 무리에서 엄청난 화염 폭발이 일어났다.
“엄호할게, 주인!”
한성의 옆에서 사라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말부터 먼저 하고 해.”
선공격 후보고를 하는 사라.
그런 그녀의 말에 한성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며 핀잔을 주었다.
그리고 고개를 뒤로 돌았다.
그곳에는 공격 준비를 마친 레인저들과 위저드들이 있었다.
“너희들도 공격해라.”
“레인레인.”
“위저위저.”
슈슉!
쌔애액!
이윽고 레인저들의 블랙 애로우들과 위저드들의 다크 플레어가 파라포네라들을 향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콰쾅! 퍼버벅!
슈아아아아악!
온갖 굉음이 파라포네라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
블랙 애로우들은 여러 갈래로 분열하면서 파라포네라들에게 피해를 입혔고, 다크 플레어는 검은 화염을 사방으로 넓게 퍼트리며 소규모 광역 데미지를 입혔다.
“익스플로전! 익스플로어전! 익스으프로어어어죤!”
거기에 즐겁고 해맑은 미소로 파라포네라들을 향해 신나게 화염폭발 마법을 날리고 있는 사라도 있었다.
그녀가 일으킨 붉은 화염은 사방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그 덕분에 파라포네라들은 직접적인 폭발 데미지뿐만이 아니라 대규모 광역 화염 데미지도 지속적으로 입을 수밖에 없었다.
“위저위저!”
더욱이 사라의 폭발 마법에 블랙 스켈레톤 마스터 위저드들도 자극을 받았다.
스켈레톤 위저드들은 저마다 해골 지팡이를 높게 치켜들며 검은 화염을 날렸다.
50마리나 되는 스켈레톤 위저드들의 검은 화염은 사라의 붉은 화염과 어울리며 주변에 있는 파라포네라들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이 무슨 화염지옥이지?’
팔랑크스 진형 근처에 있는 파라포네라들을 불사르고 있는 붉고 검은 화염들을 바라보며 한성은 자기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그 정도로 마법공격을 퍼부은 결과, 파라포네라들은 빠른 속도로 병력을 잃어 갔다.
이 기세라면 머지않아 파라포네라들을 몰살시킬 수 있을 터.
그렇게 약 절반이 넘는 파라포네라들이 불에 타 죽었다.
키야아아아악!
돌연 파라포네라들이 괴성을 지르며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뭐지?’
갑작스러운 상황에 한성은 눈을 가늘게 뜨며 파라포네라들을 노려봤다.
쿠구구구궁.
그 순간 지면이 조금씩 떨리는 게 아닌가?
마치 땅속에서 무언가가 솟구쳐 올라오고 있는 것처럼.
콰아아아앙!
역시나 파라포네라들 너머에서 굉음이 울려 퍼지더니 지면이 폭발했다.
[경고. 킬러 퀸 파라포네라가 등장했습니다.]
“뭐?”
눈앞에 떠오른 경고 메시지에 한성은 눈을 부릅떴다.
파라포네라의 보스 몬스터라고 할 수 있는 여왕개미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아니, 네가 왜 거기서 나와?”
한성은 파라포네라 무리들 너머의 지면 속에서 기어 올라오고 있는 킬러 퀸을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이거 참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킬러 퀸의 등장 확률은 랜덤이다.
개미숲에서 일정 확률로 조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한성은 애초에 킬러 퀸과 만날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한성의 목적은 파라포네라들을 최대한 많이 잡고 빠질 생각이었으니까.
그래서 개미숲 깊은 곳이 아닌 그나마 외곽 쪽을 돌면서 파라포네라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개미숲 깊은 곳은 말 그대로 개미지옥이니까 말이야.’
그나마 외곽 지역임에도 약 1,000마리에 가까운 파라포네라들이 득실거린다.
그런 대체 안쪽에는 얼마나 많은 파라포네라들이 존재할까?
애초에 개미숲도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깊은 산속에 위치해 있었다.
그 덕분에 나름 절경이긴 했지만.
[킬러 퀸 파라포네라의 호위 파라포네라들이 등장합니다.]
보스몹인 킬러 퀸과 함께 호위 병력인 파라포네라들이 꾸역꾸역 지면 속에서 기어 나왔다.
킬러 퀸의 성가신 점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강력하지만 호위병력이 가장 큰 문제였다.
말이 호위병력이지, 사실상 파라포네라의 군단이었다.
“흥! 별거 아닌 개미들 따위 내 상대가 아니지!”
“이번에는 전부 저한테 맡겨 주세요. 저런 지면을 기어 다니는 것들은 제가 전부 얼려 버리겠어요.”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파라포네라들을 바라보며 사라와 세라가 호기롭게 말했다.
하지만 한성은 한숨을 내셨다.
“일단 내 등 뒤에서 나오지?”
한성은 자신의 등 뒤에서 사라와 세라가 부들부들 떠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한성은 고개를 돌려 그녀들을 바라봤다.
조금 전 말과는 다르게 그녀들의 얼굴에는 질린 표정이 역력했다.
하긴, 그럴 수밖에.
킬러 퀸이 등장하면서 엄청난 숫자의 파라포네라들이 지면 속에서 계속 기어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저 정도 숫자쯤이야…….”
“그럼 너 혼자 다 상대해 볼래? 사라?”
“살려 주세요.”
한성의 한마디에 사라는 바로 꼬리를 푹 내렸다.
지금 한성의 눈앞에는 조금 전과 비교도 안 되는 수천 마리의 파라포네라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한성은 가늘게 눈을 뜨며 킬러 퀸과 파라포네라 무리들을 노려봤다.
“미친.”
“주인?”
“마스터?”
킬러 퀸의 칭호를 본 한성의 감탄성에 사라와 세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녀들의 물음에 한성은 재빨리 표정 수습을 했다.
‘미친 킬러 퀸 보소. 일광욕을 하고 싶어서 밖으로 나온 거라고?’
사실 한성은 사라가 원인이 아닐까 의심했었다.
사라의 익스플로전 마법이 파라포네라의 서식지를 건드린 데다가, 지하로 폭발 충격이 전해져서 열 받은 킬러 퀸이 기어 나온 게 아닌가 생각했던 것이다.
‘미안.’
한성은 속으로 사라에게 사과를 한 다음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걱정하지 마라. 저 녀석들은 내가 상대할 테니까.”
킬러 퀸이 등장하면서 나타난 파라포네라의 숫자는 무려 3,000여 마리.
그중 300마리는 일반 파라포네라보다도 좀 더 강한 근위대였다.
“물량에는 물량이지.”
현재 한성은 블랙 스켈레톤 마스터 솔저들을 지배력 1당 10마리까지 조종할 수 있었다.
스켈레톤 솔저 스킬 숙련도를 마스터까지 찍은 덕분이었다.
또한 한성의 지배력은 대략 1600정도.
즉 최대 16,000마리까지 블랙 스켈레톤 마스터 솔저들을 부릴 수 있다는 소리였다.
“라이.”
크아아앙!
한성의 부름에 푸른빛이 번쩍이더니 푸른 갈기털을 가진 거대한 늑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루루. 레이몬. 엘레오노라.”
이어서 한성은 프나코틱에 봉인되어 있던 소환수들을 전부 불러냈다.
“루루 왔져영~”
“마스터. 부르셨나요?”
[나는 나보다 약한 녀석은 상대하지 않는다. 내 상대는 누구냐?]
루루는 도도도 달려오더니 한성의 다리에 매달렸고, 엘레오노라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한성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레이몬은 주변을 둘러보며 자기보다 강한 상대를 찾았다.
그 후에도 한성은 다크 메탈 골렘을 소환했다.
“그럼.”
주력 소환수들을 전부 소환한 한성은 눈앞에 있는 파라포네라들을 바라봤다.
“전부 다 휩쓸어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