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270화 (270/318)

# 270

< 내 언데드 100만 >

제270화  아이언 래빗의 최후

콰콰콰콰콰!

머리 셋에서 쏘아진 불사룡의 브레스가 아이언 래빗을 밀려나게 만들었다.

마력집속포에 집어삼켜진 아이언 래빗은 고통스러운 괴성을 질렀다.

하지만 이미 체격에서 차이가 났기 때문에 속수무책이었다.

이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마어마한 대폭발이 일어났다.

푸른 마력의 빛이 주변을 집어삼켜가면서 모든 것을 날려 버렸다.

잠시 후 말살의 라스트 스타 브레이커가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특히 아이언 래빗이 있던 자리는 거대한 크레이터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해치웠나?”

크롸롸롸ㅤㄹㅘㄱ.

한성과 블루 아이즈는 크레이터를 바라봤다.

그때 한성의 눈앞으로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Lv250 얼티밋 패밀리 트리플 헤드 아이언 래빗을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250000 골드와 아이언 래빗의 심장을 받습니다.]

[월드 히든 미션 마인들의 음모와 관련된 모든 진행 사항들을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으로 20000 골드와 Lv200 유니크 보물 상자가 지급됩니다.]

[월드 히든 미션이 새롭게 갱신되었습니다.]

“끝났네.”

역시 아무리 트리플 헤드 아이언 래빗이라고 해도 불사룡의 브레스를 버틸 수 없었다.

“마, 말도 안 돼…….”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있었던 일들을 지켜본 빌란드는 믿을 수 없는 눈으로 한성과 불사룡을 바라봤다.

“너, 너 패왕이 아니었나? 대체 언제부터 네크로맨서가…….”

빌란드가 알고 있는 한성은 파이터 계열 4차 직업 패왕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강력한 소환수들을 데리고 다니고 있었을 줄이야.

“네가 알 필요 없지.”

한성은 차가운 눈으로 빌란드를 바라봤다.

빌란드에게 충분히 힘의 차이를 보여 줬다.

볼일이 끝난 것이다.

“이제 너도 갈 시간이야.”

한성은 불사룡을 향해 눈짓을 했다.

크롸롸롸롸.

그러자 불사룡은 거대한 뒷다리를 치켜들더니 그대로 빌란드를 짓밟았다.

“으, 으아아악!”

콰직!

불사룡에게 짓밟힌 빌란드는 그대로 죽었다.

이미 생명력이 밑바닥을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빌란드를 처치했다는 메시지를 확인하며 한성은 엔트 울프 서식지를 바라봤다.

엔트 울프 서식지는 그동안 블랙 레이븐 클랜에서 관리하고 있는 사냥터다.

그렇기 때문에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만 이용이 가능했다.

“그럼 어디 깽판 좀 쳐 볼까?”

한성은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렸다.

*       *       *

엔트 울프 서식지에 블랙 스켈레톤 마스터 솔저 1,000마리를 숨겨놓고 나온 한성은 현재 거점으로 사용 중인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주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걸로 5개째인가?’

지난 수일 간 한성은 블랙 레이븐 클랜이 관리하는 사냥터들을 습격했다.

그중 네 개는 MPK로 위장해서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을 쓸어냈다.

그럼에도 살아남은 녀석들은 마스터 솔저들로 마무리 지었다.

그 때문에 한동안 블랙 레이븐 클랜 내에서 말이 많이 나왔다.

누군가가 자신들을 노리고 있는 건지, 아니면 무슨 일이 터져서 언데드 몬스터들이 나타나고 있는 건지.

본래라면 한성에게 혐의가 씌워졌을 것이다.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주성 지하에 감금되어 있는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이 게임 바깥에서 연락을 보냈을 테니까.

블랙 레이븐 클랜의 수장인 슈타인이나 간부급 인물들이라면 이제 한성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놈들이 풀려나려면 이제 20일 정도 남았나?’

한성이 흑풍도의 쿠로시마 클랜을 박살 낸 다음 얼마 지나지 않아 업데이트된 내용이 있었다.

방문자들이 감금되었을 경우, 최대 한 달이 지나면 무조건 풀려나도록 말이다.

플레이어 보호를 위한 시스템이 하나 추가된 것이다.

그 때문에 영주성에 감금된 클랜원들을 계속 붙잡아 둘 수 없었으며, 그들이 풀려나기까지 대략 20일 정도 남았다.

‘늦어도 20일 안에는 블랙 레이븐 클랜 놈들과 결착을 봐야지.’

지난 수일간 한성은 블랙 레이븐이 관리하는 사냥터를 털고 다니면서 월드 히든 미션도 진행되었다.

원래는 수행할 생각이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클리어되었던 것.

한성은 블랙 레이븐 클랜이 관리하는 던전이나 필드에서 클랜원 놈들뿐만이 아니라 보스들까지 잡았다.

그랬더니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들이 알아서 나타나는 게 아닌가?

그렇게 한성은 겸사겸사 블랙 레이븐 클랜의 사냥터들을 박살 내고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에 대해서 조사도 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였다.

‘이제는 뭐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는 어딜 가도 있네. 월드 히든 미션 때문인가?’

한성으로서는 어째 가는 곳마다 수정구가 있는 것이 아무래도 월드 히든 미션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 여겼다.

사실 최근 들어 중앙 대륙에서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던전이나 필드의 보스를 사냥하던 중이나 사냥 후에 목격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서 방문자들 사이에서도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에 대한 이야기가 솔솔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걸 감안하더라도 한성이 수정구와 얽히게 되는 확률은 확실히 높았다.

‘미션은 확인했고…… 이제 슬슬 슈타인 녀석 열을 받기 시작했을 테지.’

벌써 다섯 개나 되는 사냥터에 피해를 줬다.

그렇다면 습격자에 대한 대비를 해 놓아야 할 터.

하지만 한성이 느끼기에 대비는 미비했다.

호위 병력이 있어야 하는데 없었으니까.

‘하지만 반응이 없어도 너무 없어.’

블랙 레이븐 클랜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사냥터를 건드려 봤지만 반응이 확 오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한성에 대한 걸 덮고 있는 느낌도 들었다.

방금 전 빌란드가 관리하는 사냥터가 다섯 번째임에도 불구하고 한성에 대해 잘 모르는 눈치였기 때문이다.

‘뭐, 내 정체를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 것도 있긴 하지만 정황상 알 텐데 말이야.’

이미 영주성에 감금 중인 발토르를 비롯한 클랜원들이 한성에 대한 정보를 블랙 레이븐 클랜에 보냈을 터였다.

그럼에도 사냥터에서 만난 블랙 레이븐 클랜 놈들은 한성을 보고 놀라는 눈치였다.

즉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소리다.

‘설마 나에 대한 걸 숨기고 있는 건가?’

블랙 레이븐 클랜 내에서 한성에 대한 정보를 은폐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대체 어째서?

‘슈타인 이 빌어먹을 놈이 클랜 좀 컸다고 나 같은 건 이제 상대도 안 된다는 거냐?’

으득.

한성은 이를 갈았다.

만약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아주 큰 오산이다.

‘아무래도 판을 좀 더 크게 키워야겠군.’

사냥터 습격은 블랙 레이븐 클랜을 치기 위한 작은 발판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반응하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블랙 레이븐 클랜을 칠 필요성이 있었다.

‘네놈의 그 무거운 엉덩이를 반드시 움직이게 만들어 주마.’

그러기 위해서는 한성도 약간의 준비가 필요했다.

‘어쩌면 차라리 잘된 것일 수도 있지. 그놈이 나한테 신경 쓰고 있지 않다면 빠르게 준비를 끝마칠 수 있을 테니까.’

한성은 당분간 조용히 있기로 결정했다.

5차 전직을 하기 전까지 말이다.

*       *       *

“늦었나?”

한성이 사라지고 얼마 후, 다섯 명이 엔트 울프 서식지에 나타났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칠흑의 갑주를 입고 있었으며, 가슴에는 세발 까마귀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이었다.

“망할 자식 더럽게 빠르네.”

“이번에는 따라잡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상황을 보니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들은 주변을 둘러봤다.

엔트 울프 서식지는 완전 초토화가 되어 있는 상황.

거대한 무언가가 할퀴고 지나간 듯 한 자국과 어마어마한 크기의 크레이터가 지면에 남아 있었다.

“이봐 카슈발. 정말 트레인 그놈이 맞는 걸까?”

“슈타인 님이 말했잖아. 그놈이 돌아왔다고 말이야.”

트레인에 대해 언급하는 그들의 정체는 한성 추적대였다.

카슈발을 대장으로 소규모 인원인 그들은 여전히 한성의 뒤를 쫓고 있었다.

그들의 목적은 당연히 한성이었다.

“아니, 나도 레이든 말에 동감이야. 정말 트레인 혼자서 사냥터를 휩쓰는 게 말이 돼?”

그때 카이드가 끼어들었다.

지금까지 그들은 한성이 휩쓸고 지나간 사냥터들을 차례대로 방문 중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간발의 차이로 한성과 만나지 못했다.

거기다 그들이 방문한 사냥터들은 하나 같이 박살이 났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처럼 던전이나 필드의 피해가 크면 클수록 몬스터들의 리젠율이 떨어진다.

초토화가 된 지면이나 주변 지형지물들부터 수복이 된 다음 마지막으로 몬스터가 리젠이 되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사냥터에서 레벨업을 해야 할 클랜원들이 오히려 렙다를 당하거나 운이 없는 경우 고가의 장비를 잃어버리기도 했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고, 알게 모르게 이런 작은 피해들이 누적되어 어느새 블랙 레이븐 클랜에 큰 피해를 주고 있었다.

“MPK라고 하잖아. 그놈 혼자서 사냥터에 있는 몬스터들이나 우리 애들을 처리할 수는 없지.”

“하지만 언데드 몬스터들이 나타났다는 소리도 있던데? 그건 그럼 대체 뭐야?”

“나도 모르지. 그걸 알아보려고 트레인 그 자식을 뒤쫓고 있는 거잖아.”

카슈발의 말에 모두는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일행 중 막내인 제라드가 카슈발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우리 사냥터를 습격하는 놈이 은빛 눈가면 쓰고 다닌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너도 그 점이 걸리냐?”

“네. 광산 도시 크래프트 마인에서 그리폰 타고 날았던 놈 있지 않습니까? 왠지 그놈이 그놈 같아서요.”

“아, 맞아. 나도 그 생각 했어.”

제라드의 말에 레이든도 맞장구쳤다.

그들은 사냥터를 습격한 자에 대한 정보도 수집했다.

그래서 한 가지 패턴을 알 수 있었다.

최초의 공격은 항상 대규모 몬스터 무리들이 사냥터를 휩쓸고 지나갔다.

본래 있어야 할 장소에서 존재하는 몬스터들이 갑작스럽게 대규모로 몰려왔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상현상이 아닌가 의심했었다.

얼마 전부터 인터넷에서 중앙 대륙의 이상 현상이라는 제목으로 많은 글들이 올라왔었으니까.

그래서 처음에는 이 또한 그런 이상 현상인 줄 알았었다.

첫 번째 습격이었을 때는 대규모 몬스터 무리들이 사냥터에서 깽판만 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달랐다.

블랙 스켈레톤들이 나타나서 몬스터 무리들을 끌고 오는 걸 클랜원 하나가 목격했다.

그 정보를 입수한 추적대는 이상함을 눈치 챘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사냥터를 습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 번째, 네 번째 습격 때 트레인이라고 추정되는 인물이 목격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인상착의를 보면 그때 그놈이 맞는 것 같기는 해.”

“그때 그놈을 놓쳐서는 안 됐는데!”

카슈발은 아쉬운 표정으로 이를 악물었다.

광산도시에서 본 은빛 눈가면이 트레인이라니!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자신들은 눈앞에서 트레인을 놓쳤다는 말이 된다.

“다음에 만나면 무조건 족친다. 이자까지 쳐서 두 번 다시 게임을 못하게 만들고 만다.”

카슈발은 트레인에 대한 분노를 키웠다.

그놈 때문에 클랜 내에서 욕이란 욕은 다 처먹었으니까.

수십 명이 몰려가서 트레인 한 놈 못 잡았다고 말이다.

“그런데 이제 어떡하죠?”

제라드는 일행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어떡하긴, 뭘 어떡해? 그놈이 노릴 만한 사냥터로 가서 잠복해야지. 엔트 울프 서식지에서 가장 가까운 우리 클랜 사냥터가 어디 있냐?”

카슈발은 스마트 밴드워치로 지도를 띄워 살펴보기 시작했다.

한성의 다음 목적지가 블랙 레이븐 클랜이 관리하는 사냥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카슈발이 지도를 찾고 있을 때 레이든은 엔트 울프 서식지를 둘러봤다.

“완전 초토화가 됐네.”

대체 어떻게 해야 지면에 저런 크레이터가 생긴단 말인가?

레이든은 눈살을 찌푸리며 엔트 울프들의 서식지를 바라봤다.

“응?”

그때 레이든의 눈에 이상한 게 보였다.

까맣게 타 버린 지면에서 무언가가 솟아 올라왔기 때문이다.

“저게 뭐야?”

“왜? 뭐 있어?”

레이든의 말에 곁에 있던 추적대원들이 엔트 울프 서식지의 지면을 바라봤다.

그 순간!

불쑥불쑥!

“허, 허억?”

“히이이이익!”

그들은 비명을 질렀다.

그들의 발밑에서 검은 손들이 나타나 발목을 붙잡았던 것이다.

“이, 이게 뭐야?”

“귀, 귀신이다!”

카슈발을 비롯한 추적대원들은 한순간 패닉상태에 빠졌다.

난데없이 발밑에서 뼈로 된 손이 올라와 발목을 붙잡았으니 놀랄 만도 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헐…….”

“미친…….”

“사, 살려 줘!”

그들의 눈앞에 지면 속에서 검은 뼈다귀들이 솟구쳐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엔트 울프 서식지를 가득 메우며 솟구쳐 올라오고 있는 수백, 수천의 검은 스켈레톤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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