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6
< 내 언데드 100만 >
제266화 MPK
크아아앙!
엔트 울프 세 마리가 괴성을 지르며 여섯 명 파티인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을 향해 달려든다.
“마일런!”
“알고 있어!”
바람의 마법사인 라일의 외침에 탱커인 마일런이 파티원들의 앞으로 나섰다.
“이리 와서 나와 싸워라!”
강철 같은 나무 피부를 가진 엔트 울프 한 마리가 마일런을 향해 몸통 박치기를 시전했다.
쾅!
하지만 마일런은 침착하게 한 손 방패로 공격을 막아 냈다.
“겨우 이 정도냐!”
마일런은 배쉬 스킬을 시전하며 엔트 울프를 향해 장검을 내려쳤다.
그는 4차 전직 하이 팔라딘으로 공격력과 방어력의 밸런스가 잘 잡힌 탱커였다.
팍!
“역시 단단하네.”
하지만 역시 엔트 울프에게 데미지를 주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220레벨 엔트 울프는 공격력은 높지 않지만 방어력이 높아서 잡기가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쌔애액!
그때 마일런의 등 뒤에서 원거리 공격 준비를 끝마친 스나이퍼 레인저가 피어싱 샷을 날렸다.
시계 방향으로 축회전을 하며 날아드는 날카로운 강철 화살.
퍽!
캥!
4차 전직 스나이퍼 레인저, 발드의 피어싱 샷은 엔드 울프의 머리에 정확하게 꽂혀 들어갔다.
“나이스 샷!”
시원하게 강철 화살이 머리에 박힌 엔드 울프는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하지만 아직 두 마리가 더 남아 있는 상황.
크르릉!
크앙!
이번에는 나머지 두 마리가 동시에 마일런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나한테 맡겨!”
그때 마일런 옆으로 거대한 핼버드를 치켜든 제이드가 뛰어나갔다.
제이드는 4차 전직 로얄 바바리안이었다.
앞으로 치고 나간 그는 한 차례 높게 뛰어오르다니 그대로 핼버드를 지면에 내려쳤다.
“워 스톰프!”
콰콰콰쾅!
순간 엔트 울프 앞으로 지면이 마구 흔들리면서 충격파가 퍼져 나갔다.
그 때문에 엔트 울프 두 마리는 달려오다가 휘청거렸다.
하지만 그대로 당할 엔트 울프들이 아니었다.
슈슉!
엔트 울프는 감싸고 있는 나무줄기가 촉수처럼 날아들었던 것이다.
“어딜! 배리어 실드!”
즈아앙!
제이드를 노리고 날아드는 나무줄기들 앞에서 마일런은 방패를 중심으로 거대한 마력 방벽을 전개했다.
터터텅! 팅팅!
푸른빛의 마력 방벽은 나무줄기들을 완벽히 막아 냈다.
“블레이드 스톰!”
그때 후방에서 캐스팅을 하고 있던 라일이 소규모 광역 마법 스킬을 시전했다.
컹! 캥!
엔트 울프들을 중심으로 바람의 칼날이 무수하게 솟구쳐 오르면서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가장 처음 피어싱 샷을 맞은 엔트 울프도 블레이드 스톰의 공격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엔트 울프 세 마리는 블레이드 스톰에 공격당하면서 하늘 높이 올라갔다가 다시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끝났나?”
워 스톰프를 내려치고 뒤로 빠진 제이드는 엔트 울프들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Lv220 엔트 울프를 처치하셨습니다!]
그런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의 시야에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메시지를 확인한 그들은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현재 엔트 울프 서식지에서 사냥 중인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은 마일런들뿐만이 아니었다.
비슷한 레벨에서 경험치를 많이 주는 편인 엔트 울프들을 닥사 중인 파티가 최소 두 개는 더 있었다.
마일런 파티를 포함하면 총 18명이다.
‘잘하고 있군.’
블랙 레이븐 클랜 소속 파티 세 개가 엔트 울프 서식지에서 사냥을 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엔트 울프 서식지를 관리하고 있는 빌란드였다.
레벨은 230 중반.
검사계열 4차 직업인 블러드 글라디에이터다.
“따분한 게 문제지만.”
엔트 울프 서식지에 빌란드가 있는 이유는 단순히 보험 때문이었다.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해결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정신이 나가지 않은 이상 블랙 레이븐 클랜이 관리하고 있는 사냥터에 시비를 걸어올 놈들은 없었다.
엔트 울프 서식지를 건드린다는 말은 곧 블랙 레이븐 클랜에게 싸움을 걸겠다는 소리와 같았으니까.
거기다 220레벨 사냥터에 230 중반 레벨인 빌란드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엔트 울프 서식지에는 빌란드를 제외하고도 약 20명이 넘는 인원들도 있지 않은가?
빠르게 레벨을 올리기 위해 엔트 울프들을 사냥 중인 자들도 있었고, 빌란드처럼 사냥터를 관리하기 위해 파견 나온 자들도 있었다.
엔트 울프 서식지에 있는 블랙 레이븐 클랜의 전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무슨 일 좀 안 생기려나?’
빌란드는 숲속 공터에 있는 나무에 등을 기대며 따분함을 줄이기 위해 스마트 밴드워치를 조작했다.
스마트 밴드워치를 통해서 다양한 음악이나 동영상을 비롯한 영상매체들을 감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이 씨가 된 것일까.
두두두두.
“뭐, 뭐야?”
스마트 밴드워치로 시간을 때울 생각이었던 빌란드는 갑자기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엔트 울프 서식지 전체가 흔들렸다.
빌란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키에에엑!
크아아아!
쉬에에엑!
그 직후 엔트 울프 서식지 근처에서 무시무시한 괴성이 울려 퍼졌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은 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봤다.
그러자 당장 난리가 났다.
“야, 야! 사냥 중에 뭐하는 짓이야?”
“아니, 그게 지금 소리 못 들었어?”
“일단 저것들부터 잡아야지!”
“야, 이 미친 힐러 놈아! 너희들이 한눈을 팔면 안 되지!”
엔트 울프들을 상대하던 파티의 탱커들이 힐러들에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최전방에서 엔트 울프들에게 맞아가면서 탱킹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힐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한번에 엔트 울프 여러 마리들을 동시에 상대하던 탱커들은 죽을 맛이었다.
그리고 그 반대인 파티도 있었다.
탱커가 한눈을 팔아 한 번에 데미지를 크게 입으면서 힐러들의 부담이 커진 것이었다.
그때 난데없이 괴성이 들려온 장소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던 블랙 레이븐 클랜원 하나가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MPK다!”
“뭐라고!”
그 소리에 빌란드의 얼굴이 팍 일그러졌다.
MPK.
통칭 몬스터 플레이어 킬러.
대규모 몬스터 무리들을 이끌고 와서 플레이어를 죽이는 행위를 뜻한다.
‘대체 어떤 미친놈이!’
빌란드는 기가 막힌 표정을 지으며 몬스터들을 끌고 오고 있을 정신 나간 미친놈을 보기 위해 튀어나갔다.
빌란드뿐만이 아니다.
엔트 울프들과 싸우고 있지 않은 클랜원 몇 명도 몬스터들을 막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바로 이런 때를 위해서 빌란드 같은 관리자들이 있는 것이니까.
엔트 울프들을 상대하고 있는 클랜원들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어떤 미친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들을 건드린 걸 후회하게 해주마!”
“그냥 처죽여 버리자!”
“맞아 맞아! 죽이자!”
관리자들은 신난 표정으로 달려 나갔다.
마치 택배 왔다는 소리를 듣고 뛰쳐나가는 모습과 흡사했다.
‘하여간 저놈들도 제정신은 아니라니까.’
희희낙락한 표정으로 달려드는 관리자들을 바라보며 빌란드는 혀를 찼다.
비교적 레벨이 높은 편인 관리자들은 엔트 울프 서식지를 지키느라 지루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내 지루함을 달래 줄 작은 사건 하나가 생긴 것이다.
빌란드 또한 마음에 안 든다는 눈빛으로 관리자들을 바라봤지만, 내심 그들과 같은 심정이었다.
지루하기는 빌란드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리고 누군지는 몰라도 블랙 레이븐 클랜을 건드린 놈은 묵사발을 내야 했다.
“어떤 놈이 우리한테 싸움을 걸었는지 어디 면상 좀 볼까!”
빌란드는 호기롭게 외치며 양쪽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꺼냈다.
그리고 어떤 간 큰 놈이 자신들을 향해 MPK를 하려고 하는지 전방을 노려봤다.
순간 빌란드의 표정이 굳어졌다.
다른 관리자들도 마찬가지.
왜냐하면…….
“하이하이?”
웬 검은 갑주를 입고 있는 뼈다귀 놈들이 이쪽을 향해 스팀팩을 쳐 맞은 미친개처럼 뛰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헉!”
“어, 어?”
“저, 저건!”
“야, 빼! 튀어!”
“도, 도망쳐!”
하지만 문제는 뼈다귀 놈들이 아니었다.
뼈다귀 놈들 뒤로 쫓아오고 있는 몬스터들이 문제였다.
“아, 썅!”
“저것들 진짜 미쳤나!”
“와, 미친 해골바가지 놈들.”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은 신나게 달려 나갔다가 혼비백산하며 되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왜 네임드 몬스터들을 끌고 오고 지랄이야!”
엔트 울프 서식지 근방에 존재하는 네임드 몬스터들이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균 240레벨에 달하는 네임드 몬스터들.
보스 몬스터에 비하면 약하지만 그래도 성가신 상대라는 건 변함이 없었다.
“하이하이!”
“해, 해골 놈들이 쫓아온다!”
“아, 슈발! 네임드 몬스터들 중에 약 빤 늑대도 있어!”
“뭐라고?”
“야야! 지금 그놈이 문제가 아니야! 강철 토끼도 있다고!”
“뭐? 강철 토끼?”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은 소름이 끼친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붉은 눈을 번득이며 무수하게 많은 다리를 놀리면서 다가오고 있는 Lv240 킹 센터피드.
침을 질질 흘리며 괴성을 토하면서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는 Lv240 트리플 헤드 울프.
숲속을 뒤 흔들면서 달려오고 있는 Lv242 미친 곰, 크레이지 킹 베어.
그리고 그 속에서 폴짝폴짝 평화롭게 뛰어오고 있는…….
쿠웅! 쿠웅! 콰아아앙!
약 10미터 크기의 거대한 강철 토끼 한 마리가 있었다.
끼에에에엑!
크아아앙!
꾸어어어엉!
강철 토끼가 한번 몸을 움직일 때마다 주변에 있는 220레벨의 잡몹들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깔렸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엔트 울프 서식지로 달려오고 있는 몬스터 행렬을 바라보며 빌란드는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 안 돼!”
“저, 저리 가!”
“젠장 대체 어떤 자식이 저런 뼈다귀들을!”
“으아아아악!”
이윽고 네임드 몬스터들을 시작으로 약 수십 마리가 넘는 몬스터들이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을 덮쳤다.
“하이하이.”
그리고 그런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을 하이랜더들은 즐겁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 * *
‘아주 잘하고 있네.’
한성은 즐거운 표정으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이랜더들은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 주었다.
보스보다 약하다고는 하지만 네임드 몬스터들을 4마리나 끌고 왔다.
특히 그중 한 마리는 이 숲속의 2인자인 강철 토끼였다.
보스 몬스터를 제외하면 사실상 1인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거기다 상당한 숫자의 잡몹들까지.
“그럼.”
한성은 몸을 일으켰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혼란스러워 하던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은 이내 전열을 갖추고 몬스터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4분의 1 정도 되는 인원들이 희생되었다.
그래도 아직 스무 명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싸울 수 있었다.
“루루야. 춤출 준비는 됐어?”
한성은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 귀여운 고양이 인형 옷을 입고 있는 루루가 있었다.
“넹! 고양이 춤 준비 다 했어영!”
루루는 양 팔을 치켜들며 대답했다.
“그럼 이제 가 볼까?”
한성은 다시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과 네임드 몬스터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런 한성과 고양이 옷을 입고 있는 루루의 등 뒤로 하이랜더들이 푸른 눈을 빛냈다.
그 앞에서 한성은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 했다.
“막타를 먹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