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5
< 내 언데드 100만 >
제265화 시작되는 블랙 레이븐 클랜과의 전쟁
하지만 문제는 발토르들이었다.
‘멍청한 놈들.’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주성 지하 감옥에 갇혀 있는 발토르들.
영주성에 붙잡혀 있는 제1공격대 대원들을 생각한 슈타인은 눈살을 찌푸렸다.
크리스토 백작가가 가지고 있는 광산은 하늘 섬 업데이트가 되고 난 이후 어마어마한 가치를 가지게 되었다.
하늘 섬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무기나 방어구에 크로나 오어 나이트를 코팅해야 한다.
크로나 오어 나이트가 코팅된 장비가 아니면 하늘 섬에서 등장하는 몬스터들을 제대로 공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 없기
때문에 크로나 오어 나이트는 하늘 섬 공략을 위한 키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티르 나 노이의 하이 레벨 클랜들은 크로나 오어 나이트가 생산되는 광산들을 손에 넣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블랙 레이븐 클랜도 그중 하나였다.
‘광산만 손에 넣으면 계획이 더 빨라졌을 텐데…….’
크로나 오어 나이트가 채굴되는 광산들을 찾던 중 블랙 레이븐 클랜은 크리스토 백작가와 접선했다.
크리스토 백작가의 광산에서 크로나 오어 나이트가 묻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그 후 슈타인은 리처드 백작과 계약을 맺었다.
리처드 백작이 가문의 반지와 이리아를 손에 넣는 걸 도와주는 대가로 광산을 받기로 말이다.
그런데 멍청한 발토르들이 실패하고 말았다.
그로 인해 전(前) 가주인 라이먼 백작의 딸인 이리아가 다시 백작가를 탈환했으며, 계약자였던 리처드 백작은 공개처형을 당했다.
슈타인으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도움이 되지 않는 녀석들은 필요 없다.’
크로나 오어 나이트가 채굴되는 광산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중요한 임무를 발토르들은 실패했다.
거기다 붙잡히기까지.
문제는 발토르들이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주성에 감금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당연히 영지군들이 경계를 서고 있을 터.
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놈들을 구하는 건 당분간 뒤로 미뤄둬야겠군. 지금은 하늘 섬 공략에 집중해야 될 때니까.’
하늘 섬 공략 경쟁은 치열했다.
하늘 섬에 존재하는 던전을 클리어할 경우 중앙 대륙의 보상보다 훨씬 더 좋았으니까.
그 때문에 대형 클랜들이 구하기 힘든 크로나 오어 나이트를 힘겹게 모아 장비에 떡칠을 하면서까지 하늘 섬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블랙 레이븐 클랜에서도 상위 랭커들은 이미 하늘 섬에 올라가 있었다.
슈타인도 곧 하늘 섬에 올라갈 예정이었다.
‘지금은 포탈을 지킬 인원만 있으면 돼.’
하늘 섬에 올라가려면 중앙 대륙 중심부에 있는 포탈을 통하면 된다.
포탈은 수십 개가 넘었다.
그 덕분에 생각보다 클랜들끼리의 포탈 쟁탈전은 심하지 않았다.
특히 예전에 어느 한 클랜이 포탈을 여러 개 독점했다가 다른 대형 클랜들의 제재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 후 암묵적으로 클랜 하나당 포탈 하나라는 룰이 생겨났다.
그래도 포탈을 가지지 못한 다른 클랜이 노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지킬 병력은 남겨둬야 했다.
“나를 방해하는 놈들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슈타인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 * *
쾅!
“뭐야? 트레인을 발견했다고?”
광산도시 크래프트 마인의 술집.
거하게 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있던 카슈발은 테이블 위에 술잔을 거칠게 내려놓았다.
“네. 방금 지부를 통해서 연락이 들어왔습니다.”
“내가 그럴 줄 알았어. 그 독종 새끼가 그냥 사라졌을 리가 없지.”
카슈발은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의 손으로 복수할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드디어 그놈이 꼬리를 드러냈구나!”
“그놈 때문에 던전에 깔려 죽은 걸 생각하면 진짜.”
카슈발을 비롯한 추적대원들은 한성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한성에게 당한 것도 당한 거지만, 클랜 내에서도 한성 하나 처리하지 못했다고 욕을 엄청 먹었었기 때문이다.
“그놈을 위하여!”
“위하여!”
벌컥벌컥.
카슈발과 추적대원들은 한성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에 자축하며 술을 들이켰다.
그리고 다 마신 술잔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파삭!
튼튼한 나무잔이 바닥과 충돌하면서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바닥에 흩어진 술잔 조각들을 내려다보며 카슈발은 동료들에게 한마디 했다.
“저게 트레인의 미래다. 그놈을 밟아 주러 가자!”
“찬성!”
“다시는 게임을 못하게 만들어주자고!”
카슈발을 비롯한 추적대들은 한성이 발견되었다고 확인된 장소로 가기 위해 술집을 나섰다.
그곳에서부터 한성을 추적할 생각이었으니까.
* * *
그로부터 수일 후.
“여긴가?”
따갑도록 뜨거운 태양빛이 쏟아지는 숲속에서 한성은 눈앞에 탁 트여 있는 공터를 주시했다.
그리고 최소 수 미터가 넘는 나무 그늘 아래에 몸을 숨긴 한성의 등에는 루루가 업혀 있었다.
“마스텅, 찾았어영?”
“응. 그런 거 같네.”
지금 한성이 바라보고 있는 공터는 필드 사냥터로 240레벨 엔트 울프들의 서식지다.
엔트 울프들은 얼핏 보면 약해 보일 수 있다.
전신이 나무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한 대 툭 치면 부서질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거기다 나무이다 보니 화염 속성 공격에 약할 거라는 생각을 많이들 한다.
하지만.
‘저놈들 진짜 성가신 놈들인데.’
엔트 울프들은 겉보기만 나무 같지 실제로는 강철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속성 저항력이 미친 듯이 높았다.
그 덕분에 화염 공격은커녕 마법 데미지를 잘 입지 않았다.
마법 공격 저항력도 높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엔트 울프들을 잡으려면 물리 공격을 해야 했다.
‘그래도 경험치는 짭짤하지.’
한성은 공터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는 엔트 울프들을 바라봤다.
엔트 울프들의 숫자는 얼마 없었다.
대신 크기가 꽤 컸다.
제일 작은 녀석이 3미터, 좀 크다 싶은 애들은 5미터가 넘었으니까.
그런 녀석들이 세 마리씩 뭉쳐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한테는 더 좋고.’
한성은 입꼬리를 씩 말아 올렸다.
영주성에서 보물 상자들을 까고 난 후, 하룻밤이 지나자 아말감과 블랙캣츠에서 지원 병력이 도착했다.
그중에는 네리아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성은 네리아로부터 블랙 레이븐 클랜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블랙 레이븐 클랜이 손에 넣으려고 했던 크리스토 백작가의 광산을 지켜냈다는 사실을 듣고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슈타인 녀석이 배 좀 아프겠다고 생각하면서.
아무튼 한성은 자신이 있을 때보다 조직 커진 블랙 레이븐 클랜에게 타격을 가하기 위해 손발부터 자르기로 했다.
먼저 블랙 레이븐 클랜의 주수입원이 되는 사냥터를 습격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지금 한성이 있는 엔트 울프의 서식지는 블랙 레이븐 클랜이 관리하고 있는 사냥터 중에 하나였다.
사냥터에는 200레벨 초반으로 보이는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이 엔트 울프들을 잡고 있는 중이었다.
“틴달로스.”
[넵! >_<]
한성의 부름에 틴달로스는 그림자 속에서 보관 중이던 몬스터 시체 한 구를 꺼냈다.
“해골 병사 소환.”
펑.
한성의 눈앞에 블랙 스켈레톤 검병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검병의 모습이 이전과 많이 달랐다.
전신을 뒤덮는 검은 강철 갑주.
날카로운 예기를 내뿜고 있는 칠흑의 대검.
덩치도 무려 2미터에 달했다.
‘역시 스킬 숙련도를 마스터시키길 잘했네.’
한성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블랙 스켈레톤 솔저, 아니 블랙 스켈레톤 마스터 솔저들을 바라봤다.
스켈레톤 솔저 소환 스킬과 스켈레톤 에볼루션 마스터리를 마스터까지 찍었다.
마스터는 숙련도 레벨 10에서 올릴 수 있으며 스킬 포인트가 많이 든다.
스킬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10포인트 이상 투자해야 찍을 수 있었다.
하지만 덕분에 지금 블랙 스켈레톤 마스터 솔저들은 간지가 흐르는 제국 병사 같은 모습으로 변했다.
예전의 뼈로 이루어진 검과 갑주가 아니었다.
특히 각 병과가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되었다.
가령 검병인 소드맨들은…….
“하이하이.”
하이랜더가 되었다.
아처는 레인저, 파이크는 스피어, 실드는 디펜더, 매지션은 위저드로 각각 진화했다.
스켈레톤 에볼루션 마스터리 덕분이었다.
10마리의 블랙 스켈레톤 하이랜더들은 한성 앞에 정렬했다.
하이랜더들은 흐트러짐 하나 없는 정예병사 그 자체였다.
한성은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하이랜더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쪽 가서 몬스터들 좀 몰고 와라.”
“하이하이?”
중후한 중저음의 목소리로 하이랜더들은 다시 되물었다.
한성이 가리킨 방향은 엔트 울프 서식지의 반대편이었다.
참고로 엔트 울프들의 레벨은 평균 220 정도 된다.
하지만 한성이 손으로 가리킨 곳은 평균 레벨 240이 넘어가는 몬스터들이 판을 치는 곳이다.
하이랜더들은 자기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왜? 가기 싫어? 이 녀석들이 숙련도를 마스터까지 찍어 줬더니만 간덩이가 부었나?”
한성의 으름장에 하이랜더들의 푸른 눈빛이 흔들렸다.
마음 같아서는 항의하고 싶을 것이다.
자신들은 해골 병사들이라 간 같은 건 없다고.
아니, 그보다 지금 문제는 240레벨이 넘어가는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곳으로 가라고 태연하게 말하는 자신들의 주인님이었다.
하이랜더들은 살기 위한 최후의 몸부림을 쳤다.
“고…… 골골?”
“아니, 이 자식들이 지금 레벨이 몇인데 골골이 코스프레야!”
빠악!
250레벨에 근접한 데다가 숙련도 레벨이 마스터가 된 하이랜더들이 약한 모습을 보이자 한성은 아크스태프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녀석의 머리를 후려쳤다.
“하이! 하이! (포, 폭력 반대! 말로 합시다, 주인님.)”
그러자 한 대 처맞은 하이랜더는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하이! 하이!(저희들도 생존할 권리가 있습니다!)”
“하! 이! 랜! 더! 하이하이랜더랜더! (골! 권! 보! 장! 악덕 주인님은 저희들을 귀여워해 줄 의무가 있습니다!)”
“하이랜더! (우리도 귀여움 받고 싶다구요!)”
“하이하이! 하이랜더하이랜더! (맞아맞아! 맨날 펑펑 터트리고. 루루 님만 귀여워하고. 서러워서 해골 병사 하겠나.)”
지금이 기회라고 느낀 건지 하이랜더들은 한성에게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항의했다.
그런 하이랜더들에게 한성은 조용히 한마디 던졌다.
“폭발할래? 아니면 그냥 몰고 올래?”
“하이랜더! (그냥 몰고 오겠습니다!)”
한성의 말에 하이랜더들은 군기가 바짝 든 모습으로 답하며 한성이 가리킨 곳으로 향해 일사불란하게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 뒤에서 한성은 한마디 덧붙였다.
“일 잘하면 선물 준다.”
“루루가 칼슘 영양제 발라 줄겡. 힘내, 까망이들앙!”
“하이! 하이랜더!”
선물을 준다는 말과 루루의 응원에 하이랜더들의 다리가 빨라졌다.
그로부터 잠시 후.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하이랜더들은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이 조심조심 엔트 울프들을 사냥하고 있는 장소를 향해 맹렬하게 질주 중이었다.
그리고 그런 하이랜더들의 등 뒤에는…….
240레벨 이상의 네임드 몬스터들이 쫓아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