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4
< 내 언데드 100만 >
제264화 앞으로의 계획
[장미꽃다발이 나왔습니다.]
“…….”
한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무려 200레벨 레전드 등급의 보물 상자들.
그중 벌써 세 개를 열었다.
개다래 술, 강아지 사료, 그리고 장미꽃다발.
“이거 완전 폭망각 아니야? 꽃다발은 대체 누구 주라고 나온 거야?”
쓸 만한 장비가 나오길 바라며 이시스에게 기도를 올렸건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전승 특전 효과가 아니었으면 이미 망했었겠네.’
그나마 붉은 유성의 효과로 보물 상자들을 3개씩 받았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이미 망해 있었을 것이다.
개다래 술과 강아지 사료만 받았을 테니까.
그 생각을 하니 한성은 눈앞이 아찔했다.
‘남은 건 이제 3개인가?’
한성은 나머지 보물 상자들을 바라봤다.
남은 세 개만큼은 잘 나오기를 바라며 보물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덜그럭덜그럭.
요동치기 시작하는 보물 상자들.
‘제발 이시스님! 테스타로사님! 제발 좋은 거 좀 나오게 해주세요!’
이시스에 이어 티르 나 노이 세계관에서 공식적으로 테스타로사, 방문자들 사이에서는 텟사로 불리는 여신의 이름을 부르며 한성은 기도를 드렸다.
‘이번에도 좋은 거 안 나오면 운영자들한테 항의해야지. 보물 상자 확률 사기라고!’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가?
과금 유도 랜덤 뽑기가 판을 치던 대한민국 게임들이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그에 비하면 티르 나 노이는 혜자다.
무료 콘텐츠만으로도 충분히 게임을 즐겁게 즐길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현재 보물 상자에서 나온 아이템은 쓸모가 있다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었다.
예전에는 보물 상자에서 흙이 나와도, 모래가 나와도, 짱돌이 나와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왜냐하면 그때는 레벨이 낮았었고 루루가 재밌게 가지고 놀았으니까.
하지만 200레벨 레전드 등급 보물 상자다.
거기다 블랙 레이븐 클랜과 어둠의 신봉자들을 본격적으로 상대하려고 하는 상황.
슬슬 쓸 만한 장비들이 나오지 않으면 곤란했다.
사실 티르 나 노이에서 200레벨 이상 넘어가는 레전드 등급 장비를 구하는 건 어려웠다.
그나마 지난번 업데이트 이후로 구하기가 조금 수월해졌다는 이야기가 인터넷 게시판에 나돌고 있었다.
하지만 레전드 장비를 구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리고 레전드 장비보다 보물 상자가 구하기 쉬웠다.
아이템이나 장비가 랜덤으로 나온다는 함정이 있지만 말이다.
‘그런 점에선 헨리한테 정말 고맙지.’
구하기 어려운 200레벨 레전드 방어구를 제작해주었으니까.
몬테르디 평원과 영주성 전투에서 헨리가 제작해 준 스컬로드의 검은 군단 갑주 세트는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갑주 자체의 방어력도 좋았지만, 옵션이 사기적이었다.
특히 하의 갑옷에 붙은 소환수가 적 처치 시 생명력이 회복되는 옵션은 포션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
크게 데미지를 입는 일이 없는 한 말이다.
‘아무튼 이번에는 제발 좋은 거 나와라!’
한성은 눈앞에서 요동치고 있는 보물 상자를 노려봤다.
벌컥!
[축하합니다! Lv200 위대한 군주의 반지가 나왔습니다!]
“오?”
한성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드디어 그토록 원하던 쓸 만한 장비가 나온 것이다.
[위대한 군주의 반지]
타입: 반지.
최소 요구 레벨: 200.
등급: 레전드.
옵션(1): 마력 +25, 지배력 +25.
옵션(2): 쿨 타임 -10%.
‘괜찮은데?’
한성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위대한 군주의 반지는 이전에 착용하고 있던 탐욕스러운 자의 반지보다 기본 성능이 훨씬 위였다.
일단 마법 방어력이 상당히 높아졌으며 옵션도 좀 더 좋아졌다. 레벨 차이가 50 정도 나고 레전드 등급이었으니 당연했다.
또한 지력이 지배력으로 바뀌었다는 점이 달랐다.
‘이제 남은 건 두 개.’
한성은 나머지 보물 상자들을 노려봤다.
덜그럭덜그럭.
이번에는 2개를 동시에 선택했다.
드디어 고대하던 장비가 나왔다.
이 기세를 몰아서 한꺼번에 연 것이다.
덕분에 한성은 이시스와 텟사에게 2배로 기도를 올렸다.
덜컥덜컥!
[축하합니다! Lv200 성스러운 천계의 수호팔찌가 나왔습니다!]
[축하합니다! Lv200 신비한 화이트 스텔스 망토가 나왔습니다!]
“헐. 대박이다!”
200레벨 레전드 보물 상자에서 3연속 장비가 떴다!
‘사실 이번에는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애초에 기대를 하니까 배신을 당하는 거다.
그리고 이미 200레벨 레전드 등급의 반지가 나왔기 때문에 한성은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팔찌와 망토가 나올 줄이야!
‘전부 나한테 필요한 것들이었는데…….’
이제 건틀렛만 바꾸면 200레벨 장비 세트가 완성된다.
한성은 천계의 수호팔찌와 화이트 스텔스 망토의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성스러운 천계의 수호 팔찌]
타입: 팔찌.
최소 요구 레벨: 200.
등급: 레전드.
옵션(1): 마력 +25, 지배력 +25.
옵션(2): 마법 방어력 +25%.
옵션(3): 쿨타임 -10%.
[신비한 화이트 스텔스 망토]
타입: 망토.
최소 요구 레벨: 200.
등급: 레전드.
옵션(1): 투명 마법 60초 가능. 쿨타임 120초.
옵션(2): 분신 1체 소환 가능.
“역시 레전드.”
한성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200레벨 레전드 액세서리답게 기본 성능이 상당히 높았던 것이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디자인과 탁월한 방어 능력.
물론 220~230레벨 유니크 등급 액세서리와 비교하면 성능이 낮지만 어지간한 레어 등급 보다는 높았다.
그리고 옵션은 유니크 등급이라고 해도 비교 불가였다.
200레벨이라고 해도 레전드 등급인 천계 팔찌와 스텔스 망토가 더 옵션 능력이 더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거 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액세사리들을 확인한 한성은 피식 웃었다.
현재 240레벨이 넘어 있는 상황.
슬슬 200레벨이 아니라 250레벨 장비를 준비해야 했다.
‘레벨업이 빠른 게 문제가 될 줄이야.’
아무래도 영지군 병사들을 몰살시킨 게 컸다.
전승 특전인 붉은 유성의 효과로 경험치를 3배로 받기 때문이다.
거기다 영지군 병사들뿐만이 아니라 기사들도 있었고,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가 변형한 암흑거인 잡았다.
그거 말고도 영주성에서 나름 고레벨이었던 어둠의 신봉자들까지 잡았더니 240레벨을 넘겨버렸던 것이다.
‘250레벨 장비는 언제 다 맞추지.’
200레벨 스컬로드 갑주는 헨리의 도움으로 맞출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레전드 등급인 덕분에 200 초중반 레벨까지 커버가 가능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니 이제 슬슬 250 레벨 장비를 슬슬 준비해야 했다.
그 전에 250 레벨이 되는 게 관건이었다.
영지군 병사들과 어둠의 신봉자 녀석들은 좋은 경험치가 되었다.
그런 기회는 다시 오기 힘들 것이다.
‘전쟁 이벤트라도 있으면 또 모르겠지만…….’
현재 티르 나 노이의 국가들은 평화로웠다.
애초에 전 세계 규모의 플레이어 방문자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었기 때문에 대륙이 상당히 넓었다.
중앙 대륙만 하더라도 말이나 마차를 타도 며칠은 걸렸다.
현실로 치면 중국 대륙만 했다.
그리고 켈트인들로 이루어진 중앙 대륙의 제국과 왕국은 다 합쳐서 10국이다.
3제국과 7왕국.
이들 10국은 아슬아슬하게 공존하고 있었다.
3제국들끼리 서로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머지 7왕국은 연합국가를 형성했다.
3제국에게 대항하기 위해서.
사실상 4개 국가가 서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켈트인들간의 전쟁은 그다지 내키지는 않지.’
방문자들끼리의 전쟁이라면 또 모를까, 켈트인들끼리 전쟁이 일어난다면 좋다고 볼 수 없었다.
티르 나 노이는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가상현실 게임 세계.
켈트인들은 죽으면 그걸로 끝이다.
만약 플레이어 방문자들에게 미션을 주는 켈트인이 전쟁으로 인해 죽으면 그걸로 끝이라는 소리였다.
두 번 다시 그 켈트인들이 주는 미션을 수행할 수 없게 되니까.
그 외에도 평소 친하게 지내던 켈트인이 전쟁으로 죽으면 두 번 다시 볼 수 없게 된다.
그 때문에 켈트인들간의 전쟁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방문자들이 상당히 많았다.
‘250레벨 던전을 노려봐야 하나.’
대규모 하늘 섬 업데이트를 하고 나서 수많은 던전들이 새롭게 생겨났다.
대부분 250레벨 이상의 던전들이다.
그 덕분에 업데이트를 하기 전보다 250레벨 찍기가 편해졌다.
이전에는 대형 클랜들 중 일부가 몇 없는 고레벨 사냥터를 독점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대형 클랜 이외의 방문자들은 레벨업을 하기가 힘들었다.
운영자들도 게임 버그나, 계정 해킹과 같은 불법 행위가 아닌 제재를 하지 않았다.
게임 내에서 일어나는 인과관계와 갈등에는 개입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고레벨 사냥터를 독점하지 않고 방문자들을 도와주는 착한 클랜들도 많았다.
거기다 대규모 업데이트 이후 고레벨 사냥터와 던전들이 많이 늘어났다.
일부 대형 클랜들이 사냥터 독점을 하는 행위에 대한 대처 수단으로 오딘 사에서 던전을 많이 풀었던 것이다.
덕분에 고레벨 방문자들은 신이 났다.
더군다나 하늘 섬은 완전히 노다지였다.
하늘 섬에는 어마어마한 보스 몬스터들과 미션들, 그리고 보상이 방문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하늘 섬에서의 사냥은 다른 의미로 까다로웠다.
일단 250레벨을 찍어야 입장할 수 있으며, 특수한 광물로 코팅한 장비를 착용해야 몬스터들을 사냥할 수 있었다.
‘일단 250레벨 던전들부터 털어야겠네. 250레벨부터 찍고 봐야하니까.’
잠시 생각에 잠겼던 한성은 결론을 내렸다.
250레벨까지 이제 앞으로 조금이다.
그리고 250레벨이 되면…….
‘다 털어먹어 주마, 망할 자식들아.’
한성은 인벤토리에서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블랙 레이븐 클랜의 황금 창고 열쇠를 바라보며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 * *
“…….”
톡. 톡. 톡.
조용한 집무실에서 규칙적으로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블랙 레이븐 클랜 본부.
클랜장 집무실.
그곳에 허리까지 길게 내려오는 은빛 머리카락에 검은 코트를 입고 있는 사내가 있었다.
하얀 피부와 조각 같은 이목구비를 가진 북유럽계의 남자.
그가 바로 블랙 레이븐 클랜의 수장, 슈타인이었다.
‘트레인 녀석이 다시 나타났다고?’
슈타인은 살며시 미간을 찌푸렸다.
조금 전, 게임 밖에서 제1공격대 대장 발토르로부터 연락이 왔다.
크리스토 백작가의 임무는 실패 했으며 트레인이 나타났다고 말이다.
“벌레 한 마리 때문에 하늘 섬 공략을 포기할 수는 없지.”
지금은 하늘 섬 공략을 위한 중요한 시기.
한성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방해를 받는 건 더더욱 좋지 않았다.
“지금의 블랙 레이븐 클랜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가르쳐 주마, 트레인.”
슈타인은 차갑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