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0
< 내 언데드 100만 >
제260화 최후의 일격
“타이탄 아룸! 시체 소환!”
한성의 주위로 푸른 마법진이 나타나면서 시체 40구가 순식간에 생겨났다.
그뿐만이 아니라 틴달로스의 그림자가 쭉 늘어나며 추가적으로 시체 60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크 봄버로 페르젠이 아무것도 못하고 있을 때, 한성은 틴달로스에게 주변에 있는 시체들을 모아 달라고 부탁을 미리 해 놓았던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준비된 100구의 시체들.
그 속에서 한성은 아크스태프를 힘껏 지면에 내려쳤다.
쿵!
“나와라, 나의 종들아! 스켈레톤 솔저 소환!”
펑펑!
100구의 시체들이 터져나가면서 시체 하나당 10마리의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어둠 속에서 푸른 눈빛을 터트리며 나타났다.
총 1,000마리의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
덜그럭덜그럭.
칠흑의 전신 뼈갑옷을 입은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은 한성을 에워쌌다.
영주성 내부의 넓은 공터를 거의 가득 채우다시피 할 정도로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의 숫자는 많아 보였다.
“밀어.”
한성의 명령에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영주성 내부에는 영지군들을 상대하고 있는 수백마리의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이미 있었다.
그들 또한 영지군들을 밀어붙였다.
기존에 있던 언데드 군단 뒤에 무려 1000마리의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더 있었으니 말이다.
“이딴 잡병들에게 내가 당할 것 같으냐!”
눈앞을 까맣게 메우고 있는 블랙 스켈레톤 군단 앞에서 페르젠은 붉은 마기를 내뿜으며 저항했다.
쉬에엑!
블러드 체이서가 붉은 마기를 흩뿌리며 휘둘러져 온다.
상대를 절대 놓치지 않는 유도 공격이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후려쳤다.
파삭! 파사삭!
2차 각성 후 휘두르는 블러드 체이서 앞에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은 속수무책으로 부서져갔다.
하지만 한 마리가 쓰러지고 빈자리가 생기면 두 마리가 그 자리를 메꿨다.
페르젠의 블러드 체이서 앞에 많은 수의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사라졌지만, 그보다 더 많은 숫자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끝이 없는 소모전.
아무리 페르젠이 강하다고 해도 질릴 수밖에 없었다.
“이, 이 잡놈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페르젠은 블러드 체이서를 휘둘렀다.
어둠 속에서 붉은 빛이 번쩍일 때마다 블랙 스켈레톤 솔저 2~3마리가 비명횡사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성은 블랙 스켈레톤 군단 뒤에서 상황을 지켜봤다.
‘아직이야. 아직 때가 안 됐어.’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은 쉴 틈도 없이 페르젠을 덮쳤다.
그 덕분에 꽤 많은 수의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페르젠의 곁을 에워싸고 있었다.
수많은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페르젠을 향해 달려들고 있는 상황.
“이쪽으로 와라,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
크롸롸롸롸!
한성의 외침에 영주성의 성벽을 무너뜨리고 있던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이 날아올랐다.
“가랏!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 몸통 박치기!”
한성은 페르젠을 향해 아크스태프를 겨누며 명령을 내렸다.
크라라라?
상공에 떠 있던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은 잠시 한성을 바라봤다. 한성을 내려다보는 깜용이의 푸른 눈에 근심이 서려 있었다. 얼마 전 한성에게 한번 데인 적이 있으니 말이다.
“수직 낙하 몸통 박치기!”
크락?!
조금 전보다 난이도가 올라간 한성의 명령에 푸른 눈의 검은 해골용은 자신의 운명을 직감했다.
크라아아아아아.
블루 아이즈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은 구슬픈 울음소리를 내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리고 잠시 후.
쌔애애액!
어두운 밤하늘을 가르며 페르젠의 머리 위로 수직낙하하며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자식!”
페르젠은 거칠게 욕설을 내뱉으며 블러드 체이서를 치켜들었다. 사방에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뭉쳐 있었기 때문에 피할 공간이 없었다.
거기다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의 크기는 대략 50미터 정도.
피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모여라, 나의 시종들이여!”
페르젠의 외침에 어둠의 신봉자들, 아말감의 네크로맨서들과 흑마법사들이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크악!”
“끄어어어억!”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둠의 신봉자들은 피를 토해 냈다.
눈과 코, 입을 통해서 솟구쳐 나온 붉은 피가 블러드 체이서를 휘감았다.
수십 명에 달하는 흑마력이 농축되어 있는 붉은 혈액.
“블러드 배리어.”
페르젠은 머리 위로 방어 마법을 펼쳤다.
피처럼 붉게 빛나는 막이 페르젠의 머리 위로 씌워졌다.
그 직후 간발의 차로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이 블러드 배리어와 격돌했다.
콰아아아아아앙!
영주성을 뒤흔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50미터 크기의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이 떨어져 내린 충격은 엄청나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즈즈즈즈증!
“미친 저걸 막아?”
한성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어둠의 신봉자들에게서 추출한 피로 만들어 낸 방어막이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의 거구를 막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긴 뼈밖에 없으니…….’
확실히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은 거대하다.
하지만 그 내부는 텅텅 비어 있었다.
뼈로 이루어진 드래곤이었으니 말이다.
거기다 페르젠이 사용한 피도 한몫했다.
네크로맨서와 흑마법사들의 피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상당한 마나가 농축되어 있었다.
그 덕분에 페르젠은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의 몸통 박치기를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걸로 네놈은 이제 끝이다. 순순히 블러드 체이서의 먹잇감이 되어라.”
“그건 네 생각이고.”
페르젠의 도발에 한성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지금 페르젠은 블러드 배리어로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을 들어올리고 있었으며, 그 주위에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즉, 페르젠의 주위는 블랙 스켈레톤 몬스터들이 한가득 있다는 소리였다.
한성은 페르젠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리고 아크스태프를 지면에 내려치며 말했다.
“잘 가라. 본 익스플로전!”
“어?”
한성의 말에 페르젠이 놀란 표정으로 눈을 부릅떴다.
그제야 상황을 눈치 챈 것이다.
하지만 이미 늦어 있었다.
콰콰콰콰콰콰콰쾅!
순간 조금 전 울려 퍼졌던 충돌음과는 비교도 안 되는 폭발음이 영주성을 강타했다.
50미터 크기의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과, 페르젠의 주위를 에워싸고 있던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터져 나갔다.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한성이 있는 장소까지 폭발로 인한 충격파가 덮쳐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장소도 마찬가지였다.
크아아아앙.
[아, 이런 미친 계약자님놈아! 우리까지 죽일 생각이냐!]
비교적 폭발 장소와 가까운 장소인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던 라이와 레이몬은 재빨리 엄폐물을 찾아 바닥에 엎드려야 했다.
폭발 범위에 약간 걸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라이는 서글프게 울었으며, 레이몬은 작은 목소리로 한성을 욕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세이란 일행을 비롯한 엘레오노라와 루루는 페르젠과의 전투 장소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래서 폭발의 여파를 가장 적게 받았다.
그리고 한성이 있는 장소는 충격파가 꽤 강하게 왔다.
라이와 레이몬처럼 바닥에 엎드려도 데미지를 꽤 받을 만큼 말이다.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까지 터트린 건 너무했나?’
한성은 자신을 돌아보던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의 불쌍한 눈빛을 떠올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처아처.”
“매지컬매지컬.”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불쌍한 눈으로 한성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은 현재진행형이었다.
한성의 주위에 있는 궁병들과 마법병들이 불쌍한 눈으로 한성을 돌아보고 있었다.
본 익스플로전의 여파로 전멸당할 위기에 처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살짝 안도감이 서려 있었다.
“아처아처아처(그래도 이번에는 마스터가 함께네).”
“매지컬매지컬(오늘은 같이 가는 겁니까, 마스터!).”
궁병들과 마법병들은 한성이 자신들과 함께한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눈치였다.
그동안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만 희생하다가 이번에는 한성도 함께하게 된 사실이 만족스러웠던 것이다.
그런 소환수들의 생각을 느낄 수 있는 한성은 마음이 무척 아팠다.
“미안하다. 셀피쉬.”
본 익스플로전의 폭발이 한성이 있는 장소를 집어삼키기 직전, 한성은 방어 스킬을 시전했다.
[당신은 셀피쉬를 사용하셨습니다. 10초 동안 무적 상태가 됩니다. 하지만 반경 5미터 내에 있는 아군들은 3배 데미지를 입습니다. 지속 시간이 끝나면 일정 시간 동안 스텟이 20% 하락합니다.]
“아처아처?”
“매지컬매지커르어어어억!”
[당신의 주위에 있는 블랙 스켈레톤 아처들과 매지션들이 3배의 데미지를 입습니다!]
본 익스플로전의 폭발에 휘말린 블랙 스켈레톤 아처들과 매지션들은 3배의 데미지를 입으며 사망했다.
만약 한성이 셀피쉬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조금이라도 살 수 있을 가능성이 있었으리라.
‘하지만 내가 살려면 어쩔 수 없지.’
폭발에 휘말리면 생명력이 바닥을 찍는 건 기정사실이었다.
그런 위험에 한성은 모험을 할 생각이 없었다.
‘그보다…….’
한성은 본 익스플로전의 폭심지를 바라봤다.
블루 아이즈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과 수백 마리에 달하는 해골 병사들을 희생시켰다.
아무리 페르젠이 강하다고 해도 쓰러지지 않으면 곤란하다.
스스슥.
폭심지에는 폭발의 여파로 생긴 흙먼지들과 화염으로 인해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
한성은 라이에게 명령을 내려 바람을 일으켜서 시야를 가리고 있는 것들을 치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람에 날려 사라지는 흙먼지와 화염, 회오리바람 속에서 폭심지의 상황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크레이터가 생겨나 있는 폭심지.
그 중심에서 꼿꼿하게 서 있는 존재가 있었다.
페르젠이었다.
“이 정도의 공격을 받고도 살아있다고?”
한성은 이를 악물었다.
즉사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강렬한 폭발을 페르젠에 먹였다.
그럼에도 페르젠은 죽지 않았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긴 했지만 말이다.
‘응?’
순간은 한성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폭심지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페르젠만이 아니었다.
페르젠의 옆에 누군가가 있었던 것이다
“누구냐!”
한성은 페르젠과 그 옆에 있는 존재를 노려봤다.
‘뭐지? 어린애인가?’
키는 페르젠의 허리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다리까지 내려오는 하얀 빛을 발하는 머리카락과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소녀였다.
소녀의 시선이 한성을 향했다.
아름다운 은빛 눈이 한성을 응시한다.
한성은 소녀에게서 기시감을 느꼈다.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스윽.
그때 소녀가 손을 앞으로 살짝 휘둘렀다.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