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8
< 내 언데드 100만 >
제258화 영주성 공략전
[개밥그릇을 빼앗긴 강아지의 인형 옷.]
“가, 강아지 인형 옷이라니.”
털썩.
다른 종족의 인형 옷이라면 모를까, 하필이면 강아지라니!
“난 묘인족이라구!”
사라는 항의했다.
하지만 한성은 단호했다.
“입어라. 안 입으면 디아나한테 넘기겠다.”
“후냑!”
한성의 말에 사라의 고양이 귀와 꼬리가 바짝 일어섰다.
그런 사라에게 몸을 돌리며 한성은 한마디 남겼다.
“셀라스틴 같은 꼴이 되고 싶다면 나도 안 말리지만.”
텁.
사라는 몸을 돌리는 한성의 어깨를 붙잡았다.
한성은 자신의 어깨를 붙잡은 사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사실 전부터 강아지 옷을 한번 입고 싶었어.”
뒤를 돌아본 그곳에 빛의 속도로 태세전환을 마친 사라가 있었다.
사라는 필사적인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도 디아나가 무섭긴 무서운가 보네.’
한성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어둡고 복잡한 사정이 있지만 틀리지는 않았다. 머릿속에 폭발 마법 밖에 없는 사라가 사색이 된 표정이었으니까.
결국 사라는 한성이 내민 강아지 인형 옷을 입었다.
“…….”
개 밥그릇을 빼앗긴 강아지의 인형 옷을 입은 사라는 나라 잃은 백성 같은 얼굴로 멍하니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한데 모은 무릎 위로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도도도.
강아지 옷을 입은 사라를 향해 루루가 달려오면서 한마디 던졌다.
“와~ 고양이 강아지다~”
움찔.
루루의 말에 사라의 몸이 들썩였다.
결국 그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는지 세라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럼.”
강아지 옷을 입고 훌쩍이기 시작하는 사라를 뒤로 하고 한성은 영주성을 노려봤다.
상당한 방어력을 갖춘 어둠의 장막이 사라지고, 성문과 성벽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남은 건, 돌입하는 것뿐.
“시작해 볼까?”
데스엠페러 서머너 스킬.
타이탄아룸. 시체 소환.
한성을 중심으로 30구의 시체 꽃이 피어났다. 거기에 추가적으로 시체 10구가 잎처럼 타이탄아룸을 둘러쌌다.
“블랙 스켈레톤 소환!”
총 40구의 시체에서 400마리의 블랙 스켈레톤 솔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었다.
“틴달로스!”
스르륵.
한성의 외침에 그림자가 넓게 퍼졌다.
그리고 그림자 속에서 미리 준비해 두었던 나머지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과 나이트들까지 불러냈다.
“블랙 스켈레톤 배틀 커맨더 소환!”
뒤이어 한성은 다른 언데드 소환수들까지 전부 소환했다.
수백 마리가 넘는 언데드 몬스터들의 행렬들.
“가라.”
덜그럭덜그럭.
한성의 명령에 소환수들이 영주성을 향해 달려갔다.
* * *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냐! 레이몬드 자식은 어디로 간 거야!”
영주성 집무실에서 리처드 백작은 안절부절못하는 얼굴로 이를 갈았다.
레이몬드가 이리아와 가문의 반지를 가지고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던 백작이었다.
그런데 정작 자신에게 온 것은 정체불명의 침입자였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리처드 백작님. 레이몬드 님이 계시지 않아도 저희들이 있지 않습니까?”
집무실에는 검은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는 인물이 한 명 있었다. 뱀처럼 가는 실눈으로 리처드 백작을 바라보는 그는 교활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제 부하들의 보고에 의하면 이리아 아가씨가 영주성 앞까지 와 있다고 합니다. 우리들로서는 오히려 기회이지요. 이리아 아가씨와 가문의 반지를 둘 다 손에 놓을 수 있는.”
“그건 그렇지.”
리처드 백작은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영주성에 병력이 얼마 없다. 그리고 너희들이 자랑하는 방어마법도 깨졌다고 하지 않았나?”
“그래도 아직 충분한 영지군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지금 같은 때를 대비해서 저희들 아말감의 전투원들이 대기하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가는 실눈의 사내, 아말감의 간부인 스네이크는 여유로운 미소로 말했다.
실제로 영주성에는 최소 수백 명이 넘는 병사들과 옴팔 기사들이 남아 있었으며, 아말감의 전투원들도 있었다.
아말감의 전투원들은 전원 흑마법의 대가들이었다.
어둠 속에서 기습, 암살, 납치에 특화된 자들이 있는가 하면, 언데드들을 자유자재로 부리는 자들도 있었다.
하나같이 일당백의 실력자들이었다.
“방어마법은 별거 아닙니다. 그들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이곳을 노린 건 명백한 실수입니다.”
스네이크는 자신이 있었다.
어디에서 굴러먹다가 나타난 놈들인지는 모르지만 영주성을 공격한 건 실수였다.
물론 정체불명의 적들이 성벽을 무너뜨릴 정도로 실력자 집단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뿐이다.
스네이크의 직속수하들만으로도 영주성을 함락시킬 수 있었으니까.
“저들이 레이몬드 님을 어떻게 따돌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레이몬드 님이 영지군을 이끌고 곧 돌아오실 테니까요.”
‘그리고 그분도 계시니.’
스네이크는 레이몬드가 곧 올 거라 생각했다.
또한 영주성에는 그분도 계셨다.
아말감의 일원으로서 감히 범접할 수 있는 존재가.
“그 말, 정말이겠지?”
“네. 저에게 맡겨 두십시오.”
리처드 백작을 안심시킨 스네이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몸을 돌렸다.
그렇게 집무실을 나서는 스네이크의 입가는 뒤틀려 있었다.
* * *
쌔애액.
어둠 속에서 하얀 칼날이 빛을 발하며 한성을 향해 쇄도해 온다.
카앙!
한성은 실버팽으로 나이프를 막아냈다.
‘이놈들은 뭐지?’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앞세우고 영주성으로 돌입한 한성은 후방에서 전황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런데 안전해야 할 후방에서 암행복을 입은 정체불명의 인물들이 기습을 해왔다.
크허어엉!
[어둠 속에서 암습이라니. 비겁한 짓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네놈들의 부모는 대체 누구냐!]
하지만 한성의 소환수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야생동물의 감각을 가진 라이가 가장 먼저 암살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뒤를 이어 레이몬도 패드립을 동반한 정신 공격으로 상대의 빈틈을 만든 뒤 물리 공격을 행했다.
기습을 하려다 도리어 역습을 당한 것이다.
그 때문에 암살자들은 초반 피해를 크게 입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감히 우리 큰언니를 노려?”
“우리 큰언니 팬덤들한테 밟혀봐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암살자들 중에서는 세이란 일행들을 노린 녀석들도 있었다.
그들은 지금 바닥에 쓰러진 채 마나와 카나에게 밟히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들에게 밟히고 있는 암살자들은 그나마 양호했다.
“아이언 스킨.”
한성은 전신을 강철처럼 만드는 패왕 전승 스킬을 시전하며 눈앞에 있는 암살자를 향해 아크스태프를 휘둘렀다.
빠악!
아크스태프는 경쾌한 소리를 내며 암살자의 머리를 후려쳤다.
“크헉!”
머리를 강타당한 암살자는 바로 그 자리에 쓰러졌다.
“감히 루루를 노려? 방패병!”
“방방.”
한성의 부름에 블랙 스켈레톤 방패병 다섯 마리가 달려왔다.
“이 자식 처리해.”
키잉.
한성의 명령에 방패병들의 눈에서 푸른 광망이 터져 나왔다.
덜그럭.
그리고 블랙 본 쉴드를 치켜들었다.
그 모습을 본 암살자가 팔을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자, 잠…….”
퍽! 퍽! 퍽!
하지만 암살자는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치켜 올라 간 블랙 본 쉴드들이 암살자들을 향해 내려쳐졌기 때문이다.
“흠.”
루루를 노린 암살자를 방패병들이 처리하는 사이 한성은 전방을 바라봤다.
예상대로 영주성 안에는 영지군 병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숫자는 대략 500명 정도.
그뿐만이 아니라 오판과 옴팔 기사단의 기사들도 수십 명 정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만으로는 언데드 군단을 막아낼 수 없었다.
수많은 숫자의 블랙 스켈레톤 솔져들뿐만이 아니라 스켈레톤 나이트들과 배틀 커맨더들, 데스나이트들, 그리고 푸른 눈의 해골용과 다크 메탈 골렘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저놈들은 뭐지? 어둠의 신봉자 놈들인가?’
한성은 후방을 급습하려고 했던 암살자들과 전방에서 언데드 군단을 막아서고 있는 검은 갑주의 기사들을 노려봤다.
은빛 갑주를 입고 있는 크리스토 백작가의 기사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들의 등장으로 인해 무난하게 영주성을 제압하고 있던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의 소모율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적어도 레벨은 나보다 높겠군.’
그렇지 않고서야 같은 레벨보다 스텟이 더 높은 한성의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처리할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검은 갑주의 기사들은 숫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50기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나도 그럼 한바탕 놀아 볼까?’
“세이란.”
한성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세이란을 불렀다.
“왜?”
한성의 부름에 언데드 군단 후방에 있던 세이란이 돌아봤다.
후방을 급습한 암살자들을 처리한 세이란 일행은 지금 루루를 구경하고 있었다.
지금 루루는 군단 버프를 걸기 위해 귀여운 고양이 춤을 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귀엽게 춤을 추고 있는 루루의 모습에 마리사는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마나와 카나는 당장 달려가서 끌어안고 싶은 충동을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 중이었다.
“뒤는 부탁한다. 난 앞으로 가서 저놈들이랑 좀 놀아야 될 것 같아.”
“그거라면 맡겨 둬라.”
한성의 부탁에 세이란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군단 후방에는 버프를 걸어 주는 루루와 블랙 스켈레톤 매지션들로 구성되어 있는 마법부대가 있었다.
조금 전처럼 암살자들이 후방 부대를 급습해 올지도 몰랐기 때문에 세이란에게 맡긴 것이다.
“후방부대는 걱정하지 마세요, 마스터.”
그때 세이란에 이어 엘레오노라가 한성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지금 옐로우 라이트닝 매지션 스켈레톤 배틀 커맨더와 함께 마법부대를 이끌고 있었다.
“그럼 뒤는 맡긴다.”
세이란 일행과 엘레오노라가 뒤를 지켜준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터.
한성은 군단 앞으로 달려 나갔다.
“에어 스텝!”
음성 명령으로 스킬을 발동시키며 한성은 군단의 머리를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최전선 상공에 도달한 한성은 패왕 전승 스킬을 시전하며 지면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그라운드 임팩트!”
콰아아아앙!
지면에 떨어진 한성은 왼쪽 무릎을 꿇고 오른 주먹으로 땅을 강타했다.
그러자 검은 갑주의 기사들을 향해 충격파가 터져 나갔다.
갑작스럽게 터진 충격파에 검은 갑주의 기사들은 휘청거리며 쓰러졌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데스사이즈 모드!”
번쩍! 키이이잉!
아크스태프에서 푸른 마력의 칼날이 방출되면서 사신의 낫과 같은 형태로 변했다.
그 상태로 한성은 또 다시 패왕 전승 스킬을 발동시켰다.
“라이트닝 드라이브!”
한성의 전신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황금의 빛.
이윽고 한성은 어둠 속을 가르는 한 줄기 빛처럼 검은 갑주의 기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스카가가각!
검은 갑주의 기사들 사이에 푸른빛과 황금빛이 잔상을 남겼다.
“크아악!”
검은 갑주의 기사들은 비명을 내질렀다.
한성이 스쳐 지나가면서 데스사이즈의 마력칼날로 공격을 가했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서 검붉은 피가 사방으로 피어오르며 검은 갑주의 기사들은 차가운 땅바닥에 쓰러졌다.
라이트닝 드라이브의 지속 시간인 10초 동안 스무 명에 가까운 검은 갑주의 기사들이 전투불능 상태에 빠졌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손도 써 보지 못한 검은 갑주의 기사들, 다크나이트들을 쓰러트렸다.
남은 건, 레이몬드나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에게 맡기면 충분할 터.
“일어나라! 죽음의 기사들이여!”
그때 영주성 쪽에서 여러 명이 동시에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성은 재빨리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봤다.
“저놈들은…….”
목소리가 들려온 그곳에 검은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는 인물들이 있었다.
그들은 다름 아닌 어둠의 신봉자들, 아말감에 소속되어 있는 네크로맨서들과 흑마법사들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들 앞에 섬뜩한 붉은 눈빛을 흘리며 붉은 코트를 입고 있는 인물이 있었다.
한성도 익히 알고 있는 인물이다.
“페르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