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6
< 내 언데드 100만 >
제256화 상업도시 카먼스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주성 주변에는 켈트인들의 마을들이 존재한다.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지민들이다.
그리고 그보다 좀 더 떨어진 곳에 방문자들과 켈트인들이 공존하는 도시가 있다.
도시의 이름은 카먼스.
상업도시다.
“여기서 정비를 한 다음 영주성으로 갈 거야.”
한성은 상업도시 카먼스의 입구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일행들에게 말했다.
몬테리드 평원에서 있었던 전투 때문에 가지고 있던 물약이 거의 다 떨어진 데다가, 내구도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상업도시 카먼에서 한성은 일단 태세를 재정비한 다음 영주성을 공격할 생각이었다.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지군들 중 살아남은 자들은 몬테르디 평원에 놔두고 왔다.
기절시키고 꽁꽁 묶어 두었기 때문에 당분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거기다 무장해제도 시켜 두었으니 평원을 빠져나가는 것은 요원할 것이다.
“저들은 어쩌고?”
한성의 말에 세이란이 물었다.
그녀의 말에 한성은 슬쩍 발토르를 비롯한 배신자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지금 기절한 상태로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 등에 업혀 있었다.
‘분명 카먼스에도 미스릴 지부가 있다고 했었지?’
현재 한성이 활동하고 있는 미트리아 왕국에서 미스릴과 아말감도 움직이고 있었다.
특히 디아나가 부활하고 난 다음부터 매우 빠른 속도로 미스릴의 지부가 늘어났다.
어지간한 크기의 도시라면 미스릴의 지부가 있을 정도였다.
몬테르디 평원으로 떠나기 전, 디아나로부터 상업도시 카먼스에 있는 미스릴 지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었다.
“카먼스에 내가 알고 지내는 조직이 있어. 이놈들은 그들에게 맡길 거야.”
“조직? 뭐하는 곳인데?”
“어둠의 신봉자 놈들과 싸우고 있는 조직이 있어.”
“……!”
한성의 말에 세이란을 비롯한 마리사와 마나, 카나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둠의 신봉자들이라면 이상 현상과 연관이 있는 놈들이잖아!”
“뭐?”
세이란의 말에 한성 또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상 현상을 조사하다가 어둠의 신봉자들이라는 조직과 종종 마주쳤었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어둠의 신봉자들이라면 조금 알아요.”
놀란 한성의 반문에 마리사가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답해 주었다.
“그럼 이상 현상이라는 건 그놈들이 일으키고 있는 거라고?”
“그건 아직 몰라. 우연일 일수도 있고, 다른 요인일 수도 있고. 그래서 그거 알아보려고 조사를 하고 있는 거니까.”
“흠.”
세이란의 말에 한성은 생각에 잠겼다.
가상 현실 세계 티르 나 노이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상 현상들은 대부분 처음 보는 몬스터들의 출현이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지형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싱크홀처럼 지면에 구멍이 뚫려 있다던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구체가 나타났다가 사라진다던가 하는 일들이 생기고 있었다.
가상 현실 세계 티르 나 노이에서 무언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틀림없었다.
“게임 자체 내의 버그나 오류는 아니라는 건가?”
“그래서 운영자들이 더 혼란스러워하더라고.”
문제는 그걸 오딘 사의 개발자들과 인공지능 관리 시스템인 이시스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가상 현실 진단 프로그램이나, 이시스의 검사 시스템상으로는 문제없음이라고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상 현상으로 인한 버그나 에러, 오류는 발생하지 않았다.
마치 가상 현실 세계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거기에 어둠의 신봉자 놈들이 개입되어 있다고?’
더 정확히 본다면 어둠의 신봉자들 뒤에 있는 마인들의 개입일 확률이 더 높았다.
그리고 이세트라는 인물도.
“그럼 가상 현실 프로그램 문제는 아니라는 건데.”
그렇다면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이상 현상이라는 건 무엇이란 말인가?
게임 자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면 개발자들이 모른다고는 해도, 관리 시스템까지 모를 수 없었다.
오딘 사에는 가상현실 세계 티르 나 노이의 내부 프로그램을 스캔할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이 하나 있다.
티르 나 노이를 관리하기 위한 인공지능인 이시스와는 다른 별개의 시스템이다.
만약 이시스에게 문제가 생겼을 경우 이 관리 시스템으로 진단 및 문제해결을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오딘 사는 현재 티르 나 노이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상 현상을 해명할 수 없었다.
오딘 사의 입장에서는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그렇다는 건 가상현실 세계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란 건가?’
관리 프로그램이 문제없다고 진단을 내렸다면 남은 건 가상현실 세계 자체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마치 현실처럼.
그리고 그 일을 일으키고 있는 주체는 어둠의 신봉자들과 마인들이라는 소리였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오딘 사의 개발자들과 가상현실 서버통합운영 인공지능인 이시스조차 파악할 수 없는 일들을 NPC들인 켈트인들이 벌이고 있다는 것이었으니까.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
“가상 현실 프로그램 문제가 아니라면 걱정하지도 되겠지.”
큰일이었으면 진작에 오딘 사에서 공지를 띄웠을 테고, 그 전에 방문자 플레이어들에게 위험요소가 있었다면 3대 명검 중 하나인 긴급점검을 휘둘러 캡슐접속을 끊었을 터였다.
단지 불안요소가 있다면 이시스가 이상 현상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뿐.
그래서 세이란에게 조사 의뢰를 한 것이다.
“일단 카먼스에서 미스릴 지부와 접촉을 해야 돼.”
이상 현상 문제는 게임사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가상 현실 프로그램 오류나 에러 문제라면 티르 나 노이에 접속 중인 플레이어 방문자들의 안전을 위해 접속금지를 했을 테지만, 이상 현상이 티르 나 노이 세계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가상 현실 세계 내에서 안전하게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었으니까.
“접촉할 방법은 있어?”
“그거라면 맡겨 둬.”
세이란의 반문에 한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미 광산도시 크래프트 마인에서 나오기 전 디아나로부터 미스릴 지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으니까.
한성은 블랙 스켈레톤 솔져들의 등에 업혀 있는 블랙 레이븐 클랜원 놈들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몬테르디 평원에서 천 명이 넘는 영지군들을 때려잡다 보니 어마어마한 잡템들을 입수했다.
그 일부를 미스릴 지부에 주면 좋아할 것이다.
‘배신자 놈들을 빈손으로 맡길 수는 없지.’
제1공격대원들은 전원이 고레벨을 이룬 위험한 놈들이었다.
카먼스의 미스릴 지부로서도 뜨거운 감자 같을 터.
거기다 한성은 그들의 도움을 받아 영주성을 칠 생각이었기 때문에 빈손으로 가는 것보다 일반 잡템이라도 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자신에 대한 그들의 대우가 달라질 테니까.
* * *
상업도시 카먼스의 미스릴 지부.
“그렇지 않아도 장비가 부족했었는데 덕분에 살았습니다.”
지부장인 30대 초반의 사내가 한성의 손을 붙잡았다.
미스릴 지부와 접촉한 한성은 수월히 배신자들을 넘길 수 있었다.
기절한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을 옮기는 게 문제였었는데, 미스릴 지부의 도움으로 손쉽게 해결했다.
미스릴 지부에서 구한 마차를 통해 카먼스의 입구를 통과한 것이다.
지금 배신자놈들은 미스릴 지부의 지하 감옥에 감금되어 있었다. 덤으로 레이몬드도 가둬 놨다.
마인들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난 세이란 일행과 한성의 소환수들은 미스릴 지부 내부의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한성은 미스릴 지부장실에서 빌포드와 단둘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아뇨, 오히려 제가 감사하죠.”
카먼스의 미스릴 지부장을 맡고 있는 빌포드의 말에 한성은 손사래를 쳤다.
배신자들과 레이몬드를 맡긴 것도 모자라 미스릴 지부에서 물약을 산더미처럼 받았기 때문이다.
당분간 물약 걱정은 없어 보였다.
“그리고 디아나 님으로부터 전언이 있었습니다.”
빌포드는 살짝 굳은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트레인 님을 도와서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주성을 함락하라고 하셨습니다.”
“절 도우라 했다고요?”
“네. 영주성에 있는 어둠의 신봉자들을 제거하라고 어젯밤 연락이 왔었습니다.”
긴장된 표정으로 빌포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상업도시 카먼스와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주성은 굉장히 가깝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다.
그 때문에 카먼스의 미스릴 지부에 동원령이 내려온 것이다.
한성을 도와 영주성에 있는 아말감 조직을 박멸하라고.
하지만 빌포드 입장에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압도적으로 전력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영주성에는 어둠의 신봉자들인 아말감과 영지군들과 기사들이 존재한다.
그들을 상대하기에 카먼스의 미스릴 지부는 역부족이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무슨 걱정을 하시는지 잘 알겠습니다. 전부 저한테 맡기세요.”
빌포드를 향해 한성은 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주성은 현재 전력이 크게 깎여져 있었다.
리처드 백작이 무리하게 파견한 약 1,400명의 영지군들과 100명의 기사들이 몬테르디 평원에서 전멸했기 때문이다.
약 100명에서 200명 정도 살아남은 영지군들이 있긴 했지만 무의미했다.
“영주성을 치실 생각입니까?”
한성의 말에 빌포드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트레인 님이 강하시다는 걸 듣긴 했었지만 우리들만으로 영주성을 친다는 건…….”
빌포드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재차 말을 이었다.
그런 그에게 한성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한마디 했다.
“아뇨. 이미 전 도움을 받을 만큼 받았습니다. 혼자서 영주성을 함락시킬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그런…….”
혼자서 영주성을 함락시키겠다니!
한성의 말에 빌포드의 눈동자가 떨렸다.
“저한테 그냥 맡기면 됩니다.”
빌포드를 향해 미소를 보이며 한성은 지부장실을 나섰다.
이제 남은 건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주성을 함락시키는 일뿐.
* * *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주성.
영주성은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그 성벽도시에는 켈트인들만이 살고 있었다.
모두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지민들이다.
“최대한 빨리 영주성을 제압한다.”
지금 한성은 세이란 일행들과 프나코틱 소환수들을 데리고 영주성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몸을 숨기고 있었기 때문에 영주성에서는 한성 일행을 볼 수 없었다.
거기다 틴달로스가 그림자를 펼치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보기 힘들었다.
또한, 영주성을 중심으로 반경 약 200미터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영지민들도 없었고, 집도 없었다.
“선공은 내가 하지. 틴달로스.”
한성은 뒤를 돌아봤다.
등 뒤로 그림자가 쭉 늘어났다.
덜그럭덜그럭.
이내 그림자 속에서 미리 준비해 두었던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과 시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딘지 모르게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의 얼굴은 슬퍼 보였다.
하긴, 그럴 수밖에.
“나는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과 시체들을 제물로 바쳐 언데드 몬스터 한 마리를 소환하겠다! 나와라, 푸른 눈의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