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5
< 내 언데드 100만 >
제255화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의 유희
그의 외침에 한성은 키예프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알어. 켈트인이잖아.”
“그, 그럼!”
키예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키예프도 바보가 아니다.
한성과 발토르의 대화에서 서로 원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유추해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터!
“걱정하지 마. 넌 특별히 살살 밟아 줄 테니까. 살살 밟히면 안 아파.”
“네? 아니 그게 무슨…… 끄헉!”
한성의 말에 항의하려던 키예프는 옆구리에서 전해지는 통증에 비명을 질렀다.
‘안 아프기는 개뿔이!’
키예프는 한성을 바라봤다.
“사, 살려 주세요!”
이대로 가다간 죽지 않을까 걱정이 된 키예프는 다짜고짜 한성에게 살려 달라고 아우성쳤다.
“아, 걱정 말라니까. 안 죽여, 안 죽여. 너한테도 들어야 할 게 좀 있거든.”
한성은 물끄러미 키예프를 바라봤다.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에게 밟힌 탓인지 꽤 초췌해 보였지만 어둠의 신봉자들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과 함께 다니는 걸로 봐서는 뭔가 정보를 가지고 있을 터였다.
“네놈이 알고 있는 걸 순순히 말하면 그만둬 두지.”
“으으.”
키예프는 고민하는 눈치였다.
무슨 놈의 뼈다귀가 힘이 얼마나 강한지 살살 밟혀도 뒤질 만큼 아팠다.
‘배, 배신은 할 수 없어.’
하지만 정보를 흘린다면 어둠의 신봉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배신자의 말로가 어떤지 알고 있었다.
그에 비한다면 밟히는 게 나았다.
“아직도 고민하냐? 그냥 순순히 알고 있는 거 다 읊고 편해지는 게 나을 텐데?”
“저, 전 몰라요.”
“모르긴 개뿔이. 블랙 레이븐 클랜이랑 어떤 관계인지, 네놈들 아말감의 목적이 무엇인지 죄다 말해라. 안 말하면…….”
한성은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에게 눈짓했다.
“소드소드.”
“방방.”
“매지컬매지컬.”
한성의 눈짓에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키예프를 빙 둘러쌌다. 형형하게 빛나는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의 푸른 눈동자들이 키예프를 무심하게 내려다본다.
“으으으.”
그 모습에 키예프는 몸을 떨었다.
그런 그에게 한성은 한마디 덧붙였다.
“순순히 말하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뼈다귀로 만들어 주마.”
퍼버버벅!
한성의 한마디와 함께 다시 시작된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의 밟기에 키예프는 입에 게거품을 물며 바지를 축축하게 적셨다.
* * *
“으아악!”
“이제 물약이 없어!”
“히, 힐러! 회복 마법 좀…….”
“나한테 쓰기도 바빠!”
“으아아악! 회복 마법을 쓸 마나가……!”
“나 죽는다, 이놈들아! 끄헉!”
털썩털썩.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에게 밝히기 시작한 공격대원들이 하나둘 차가운 땅바닥에 쓰러지기 시작했다.
생명력 포션에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생명력 포션이 떨어지자 공격대들은 아비규환에 빠졌다.
회복 마법을 쓸 수 있는 힐러들을 부르짖으며 죽어 가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모든 걸 포기하고 그냥 배째라는 놈들도 있었다. 그나마 힐러들은 좀 더 오래 버텼다.
회복 마법을 자신에게 걸어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쳤으니까.
하지만 점점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에게 밟혀 죽는 대원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그 모습을 한성의 입가에는 화려한 미소가 피어났다.
“야, 통수왕 새끼야. 저 자식들 살려라.”
“뭐?”
“죽은 놈들 다시 살려내라고. 안 살리면 네가 죽는다. 알겠냐?”
“……!”
‘이 악독한 새끼!’
순간 발토르는 깨달았다.
한성이 무한 PK를 하려 한다는 사실을!
“내가 당한 걸 네놈들도 똑같이 당해봐야 내 기분이 어땠는지 알지.”
그 말에 1공격대 녀석들은 악마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역시 미친 사냥개 트레인!’
‘폭주기관차 트레인!’
‘막나가는 트레인!’
그제야 1공격대 녀석들은 트레인이라는 인물이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 기억해 냈다.
“다시 살려. 그리고 밟아.”
나직하지만 단호한 한성의 말에 공격대원들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리고 대원들은 발토르를 바라봤다.
현재 부활 아이템 중 절반은 발토르의 손에 들려져 있는 상황. 같은 클랜원인 발토르만이 공격대원들을 살릴 수 있었다.
즉, 달리 말하자면 발토르가 살려 주지 않으면 무한 PK를 당해서 경험치가 깎이는 일은 없다는 소리였다.
“귀찮게 하지 마라. 네가 안 살려도 살리게 만들 놈은 많으니까.”
“…….”
발토르는 이를 악물었다.
한성의 말대로였다.
설령 발토르가 하지 않아도 죽기 싫어하는 공격대원들 중 한 놈을 선택해서 살리라고 시킨다면 어떨까?
스물 명 중에서 적어도 네 놈은 시키는 대로 할 것이다.
다섯 명이 모이면 그중에 한 명은 쓰레기가 있을 테니까.
“아니면 네가 무한 PK를 당할래?”
한성은 인벤토리에서 전설의 육죽창을 꺼냈다.
“……!”
육죽창의 휘황찬란한 모습을 본 발토르의 눈이 부릅떠졌다.
한눈에 봐도 상당히 강력한 무기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블랙 레이븐 클랜의 발토르님이 우리어머님에게 부활의 깃털을 사용합니다.]
[축하합니다. 우리어머님이 부활하셨습니다!]
“발토르 대장! 왜 살렸…… 쿠엑!”
우리어머라는 닉네임을 가진 클랜원이 살아나자마자 다시 블랙 스켈레톤의 발길질이 시작되었다.
차마 우리어머와 눈을 마주치지 못한 발토르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변명하듯 중얼거렸다.
“미안. 우리 어머니 같아서…….”
“그게 무슨 되도 않은 말…… 쿠엑.”
발토르의 변명에 뭐라 답변을 하려던 우리어머는 비명을 내질렀다.
그런 우리어머를 바라보며 한성은 혀를 찼다.
“저 자식 저거 아직도 닉네임 안 바꿨냐? 야, 내가 너 닉네임 바꾸라고 했지? 아니 무슨 게임 닉네임을 우리어머로 하냐? 이 패륜아 자식아!”
오른손에 육죽창을 든 한성은 성큼성큼 우리어머한테 다가갔다.
“넌 좀 죽어 봐야겠다.”
푹푹푹푹푹!
“크헉! 컥! 끄헉!”
죽창 앞에는 만인이 평등하다.
사정없이 찔러오는 죽창의 연속공격에 우리어머는 차가운 지면에 쓰러졌다.
그때 한성의 시야에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우리어머님이 사망하셨습니다!]
메시지를 본 한성은 나직한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패륜아 자식.”
‘크흑.’
한성의 차가운 목소리에 우리어머는 눈물이 났다.
그리고 과거, 블랙 레이븐 클랜에 들어간 후 제1공격대가 되기까지의 여정 중 하나인 클랜전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우리어머님이 발라키아 클랜전에서 대활약을 하셨습니다!]
[우리어머님이 발라키아 클랜의 돌격대장을 처치하셨습니다!]
[우리어머님이 학살 중입니다.]
[우리어머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아무도 우리어머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전장의 지배자, 우리어머님!]
‘엄마, 미안.’
블랙 레이븐 클랜에서 있었던 발라키아 클랜전을 떠올리며 우리어머는 눈물 한 방울을 또르륵 흘렸다.
그렇게 블랙 레이븐 클랜의 제 1공격대원들은 통수왕통수, 발토르의 손에 살아났다가 블랙 레이븐 솔저들에게 밟혀서 죽어 갔다.
“소드소드(해골만세)!”
“아쳐아쳐(밟아밟아)!”
“파이크파이크(그래, 이 느낌이야)!”
“방방(신난다)!”
“매지컬매지컬(와아아)!”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신이 난 존재는 다름 아닌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었다.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은 리듬을 타면서 즐겁게 공격대원들을 밟아댔다.
지금까지 한성으로부터 지키지 못했던 골권에 대한 울분을 풀기라도 하듯이.
* * *
그날 블랙 레이븐 클랜의 제 1공격대들은 무한 레벨 다운을 경험했다.
평균 240레벨이었던 그들은 각자 최소 2번씩은 죽었다.
공격대원들이 가지고 있던 부활 템 50개 중 40개를 쓴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10개는 블랙 레이븐 클랜에 있을 때 오른팔 역할을 했던 통수왕통수, 발토르가 차지했다.
최소 12번은 죽은 발토르는 240 초반까지 떨어졌다.
원래 250레벨이었던 발토르로서는 허무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은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에게 밟힌 후 전부 뻗어 있었다.
일방적인 구타로 무한 렙다를 시킨 다음 기절시켜 놓았던 것이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뭐, 그런 클랜이 다 있어?”
마리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한성을 바라보고, 세이란은 눈살을 찌푸리며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 노려봤다.
그녀들이 있는 장소에서 한성은 1공격대 녀석들을 손봐 줬다.
그 때문에 그녀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블랙 레이븐 클랜에게 자신이 무슨 짓을 당했었는지를.
물론 전승이나, 직업에 대한 이야기는 뺐다.
단지 블랙 레이븐 클랜과 한성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적당히 이야기했던 것이다.
한성의 이야기를 들은 그녀들은 반신반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세이란은 한쪽 말만 들어서는 알 수 없다며 발토르에게 사실여부를 확인했다.
하지만 발토르는 세이란의 질문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무언의 긍정을 한 것이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일단은 지금 진행 중인 미션을 완료할 생각이야.”
현재 한성은 히든 미션 크리스토 백작가의 찬탈자를 수행 중이었다.
이 미션을 완료하면 네리아로부터 은밀한 선물을 받기로 되어 있었다.
“이놈들은 가둬 놔야지.”
한성은 차가운 눈으로 1공격대원 놈들을 내려다봤다.
이제 슬슬 자신의 존재가 블랙 레이븐 클랜 놈들에게 드러나도 상관이 없었다.
그만큼 한성이 성장을 했기 때문이다.
‘날 잡겠다고 인원을 투입한다고 해도 얼마나 할 수 있으려고.’
현재 알려진 블랙 레이븐 클랜의 숫자는 약 2천여 명.
하지만 블랙 레이븐 클랜은 하늘 섬 공략으로 바쁜 상황이다. 한성을 잡기 위해 투입할 인원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많아 봐야 백 명? 무리하면 삼백 명까지 되려나?’
그 정도 인원이라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기껏해야 수십 명 정도 일 것이다.
블랙 레이븐 클랜은 한성이 얼마나 강한지 모를 테니까.
‘그래도 숨길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숨겨야지.’
한성은 미스릴에게 부탁해 1공격대 녀석들을 감금할 생각이었다. 그런다고 해도 머지않아 자신에 대한 정보가 블랙 레이븐 클랜에게 넘어갈 것이다.
로그아웃을 한 후, 현실에서 연락을 취하는 것까지 막을 수 없었으니까.
그래도 최소한 크리스토 백작가의 히든 미션을 완료할 때까지 시간은 벌 수 있을 터.
“그럼 이제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주성으로 가 볼까?”
그렇게 한성은 세이란 일행과 소환수들을 이끌고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주성으로 향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