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254화 (254/318)

# 254

< 내 언데드 100만 >

제254화  본 익스플로전

“……!”

한성의 외침에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과 솔저들이 고개를 휙 돌렸다.

한성을 돌아보는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의 시선이 애잔하다.

그들의 표정은 이젠 하다 하다 폭발까지 시키느냐는 듯한 눈빛이었다.

크아? 크아아?

그보다 더 믿을 수 없는 건 깜용이었다.

설마 소환 지속 시간이 다 되어 간다고 폭끔살을 시키다니!

번쩍!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과 드래곤이 한성은 돌아본 시간은 몇 초 되지 않았다.

한성을 돌아본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몸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하는 하얀빛이 애잔한 시선을 묻어 버렸다.

하얀빛 속에서 블랙 스켈레톤 솔져들과 드래곤은 고개를 떨구었다.

그 직후,

콰콰콰콰콰콰쾅!

어마어마한 대폭발이 일어났다.

50미터 크기의 깜용이를 시작으로 수십 마리의 블랙 스켈레톤 솔져들이 터지면서 뼛조각을 주변에 흩뿌렸다.

“크아아악!”

그러자 폭발에 휩쓸린 공격대원들은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한성의 외침을 듣고 나름 방어를 하긴 했지만 의미가 없었다. 워낙 가까운 거리인 데다가, 무엇보다 폭발로 인해 튀어나온 뼛조각들이 방어구를 관통했기 때문이다.

단숨에 블랙 레이븐 클랜의 정예 스물 명이 전투불능 상태로 빠졌다.

“마, 말도 안 돼.”

다른 대원들처럼 생명력이 바닥인 상태로 쓰러져 있는 발토르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 같은 강력한 소환수를 이렇게 간단히 희생을 시키다니!

“뭐가 말도 안 된다는 거냐?”

어느 틈엔가 한성은 발토르의 머리맡에 다가와 서 있었다.

“독한 새끼. 우리들을 잡기 위해 강력한 소환수를 희생시켜 버리다니…….”

“너희들이 달려들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거다. 그리고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은 내 소환수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아. 보스 몬스터가 아니라고.”

“크윽.”

발토르는 분한 듯 이를 악물었다.

애초에 거대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듯 레이드를 하려고 했던 전략 자체가 잘못되어 있었다.

한성의 말대로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은 보스 몬스터가 아니라 그저 한 마리의 소환수였을 뿐이었으니까.

물론 굉장히 강력한.

‘지속 시간만 더 남아 있었어도 본 익스플로전은 안 썼을 테지만.’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의 지속시간은 거의 다 끝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유용하게 쓰기 위해 한성은 블랙 레이븐 클랜원 놈들에게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을 붙인 다음 폭파시켰던 것이다.

거기다 몸통 박치기로 달라붙게 만들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저쪽에서 달려와 주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그럼.”

콰직!

한성은 아크스태프를 지면에 내려 꽂았다.

“히익!”

자신의 머리 옆에 아크스태프가 내려 꽂히자 발토르는 화들짝 놀라며 한성을 올려다봤다.

“우리 조용히 이야기 좀 해볼까? 통수왕통수야.”

“어, 어째서 내 원래 닉네임을…….”

발토르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통수왕통수는 발토르의 오리지널 닉네임이다.

하지만 블랙 레이븐 클랜에 들어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닉네임을 발토르로 바꾸었다.

그 때문에 통수왕통수를 아는 존재는 많지 않았다.

“내가 네놈 닉네임을 처음 봤을 때 알아봤어야 했다니까.”

한성은 망토의 모자를 벗고, 얼굴을 가리고 있던 은빛 눈가면까지 벗었다.

그리고 예전 블랙 레이븐 클랜에 있던 시절의 헤어스타일과 비슷하게 만들었다.

“어? 어?”

한성의 얼굴을 본 발토르는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발토르를 향해 한성은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야, 이 통수왕 새끼야! 네가 나한테 그러면 안 되지! 내가 널 얼마나 귀여워해 줬었는데!”

한성은 발토르의 이마에 아크스태프를 꾸욱 누르며 말했다.

“끄어어억!”

이마에 압력이 가해지자 발토르는 비명을 질렀다.

그러면서도 발토르의 눈동자는 빠르게 굴러다녔다.

‘뭐지? 누구지? 날 아나?’

“일단 맞고 시작하자.”

한성은 고개를 뒤로 돌려봤다.

아직 한성의 등 뒤에는 총 400마리의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건재했다.

그들을 향해 한성은 한마디 던졌다.

“밟아.”

덜그럭덜그럭.

한성의 그 한마디에 약 100마리 정도 되는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다가왔다.

“왁! 왁!”

“저, 저리 가!”

“대체 뭘 하려고……!”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다가오자 공격대원들은 각자 무기를 겨우 들고 휘젓듯이 휘둘렀다.

하지만 본 익스플로전의 후유증으로 상태이상 둔화에 걸려 있었기 때문에 움직임이 느렸다.

그에 반해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은 민첩하기 짝이 없었다.

공격대에게 다가간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은 발로 밟기 시작했다.

퍽퍽퍽!

“끄악!”

“그, 그만!”

“왁! 왁! 나 죽는다!”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공격대원들을 밟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에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번쩍! 번쩍!

하얀 달빛 아래의 어두운 공터에서 붉은빛이 터져 나왔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공격대원들은 생명력 회복 포션을 빨기 시작한 것이다.

“미친놈들. 뒤지지 않으려고 아주 용을 쓰네, 용을 써.”

그 모습을 본 한성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공격대로서는 당연한 행위였다.

어떻게든 살아서 기회를 노릴 생각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들은 전부 240레벨이 넘었기 때문에 한 번 죽으면 페널티가 어마어마했다.

레벨이 높은 만큼 죽으면 경험치가 많이 깎여 나가고 일정기간 동안 스텟이 떨어지니 말이다. 거기다 진짜 운이 없으면 고가의 아이템이 떨어질 수도 있었다.

“야, 통수왕통수. 너 부활 템 가지고 있는 거 있지?”

“네놈은 대체 누구냐?”

“이 자식이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할 것이지.”

빠악!

자신의 질문에 오히려 되물어오는 발토르의 말에 한성은 머리를 걷어찼다.

“컥!”

“야, 통수왕 새끼야. 아직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냐?”

한성은 발토르의 머리맡에 쪼그려 앉으며 내려다봤다.

머리에 피가 한 줄기 흐르는 발토르는 한성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소리쳤다.

“야, 이 개새끼야!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우리가 누군지 알고 건드리는 거냐?”

지금 상황에 빡쳐 있던 발토르는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만약 자신들이 누구인지 안다면 절대 이런 행동은 하지 못할 것이다.

특히 블랙 레이븐 클랜의 본거지와 비교적 가까운 지역에 있는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지에서라면 말이다.

“우린 블랙…….”

빡!

한성은 빡쳐 있는 얼굴로 소리치는 발토르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닥쳐, 이 자식아. 네놈들이 블랙 레이븐 클랜인 거는 잘 알고 있으니까.”

“뭐? 그걸 알면서 우릴 건드렸다고? 이거 완전 미친놈 아니야?”

발토르는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어디서 굴러다니다가 나타난 말 뼈다귀인지는 모르겠지만 감히 블랙 레이븐 클랜을 건드리다니!

“게임하기 싫냐? 무한 척살을 당하고 싶은 거냐?”

“올 테면 오던가. 난 이제 안 무서워.”

붉어진 얼굴로 소리치는 발토르를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명백한 도발이다.

‘뭐, 무한척살을 하겠다고 찾아와도 이제는 안 무섭지.’

블랙 레이븐 클랜을 도발한 놈을 잡겠다고 척살조를 보내봐야 몇 명이나 보내겠는가?

기껏해야 수십 명 정도다.

그 정도로는 한성을 잡을 수 없었다.

“그보다 야, 이 멍청한 통수왕 발통 새끼야. 너 아직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냐? 네놈이 안면인식 장애까지 있는 줄은 몰랐네?”

“뭐? 발…… 뭐?”

한성의 말에 발토르는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발통.

참으로 오래간만에 들어보는 별명이었다.

가상현실 세계 티르 나 노이에서 발토르를 저런 별명으로 부르는 존재는 몇 없었다.

발토르는 부릅뜬 눈으로 다시 한 번 한성을 노려봤다.

머리끝에서부터 다리까지.

“서, 설마 트레인?”

이윽고 한성의 정체를 눈치챈 발토르가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 말에 한성의 입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그걸 이제 알았냐? 통수왕통수 새끼야. 진짜 네놈 예전 닉네임은 지금 생각하니까 대박이네. 처음부터 내 통수 칠 생각이었다는 거잖아. 안 그래?”

“마, 말도 안 돼. 네놈이 어째서 여기에……?”

발토르는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추적대에게 쫓기고 있어야 할 한성이 몬테르디 평원에서 자신들의 앞에 나타나다니!

주변에서 대화를 듣은 다른 공격대원들도 놀란 표정으로 침을 꼴깍 삼켰다.

블랙 레이븐 클랜에 있으면서 한성의 성격이 어떤지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이 알고 있는 한성의 성격이라면 이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네놈들을 진짜 얼마나 믿었었는데 감히 뒤통수를 쳐?”

한성은 날카로운 눈초리로 발토르와 다른 제1공격대 대원들을 노려봤다.

물론 블랙 레이븐 클랜에서 배신을 당했을 때, 도움을 줬던 동료들이 완전히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동료들은 대부분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의 집단 린치를 받거나, 지하 감옥에 갇혔다.

그 때문에 캐릭터를 지워서 새로 키우거나, 아예 게임을 접어 버렸다.

지금 블랙 레이븐 클랜에 남아 있는 놈들은 전부 한성을 배신한 녀석들뿐이었다.

“네놈들도 내가 당한 걸 똑같이 한 번 당해 봐라.”

블랙 레이븐 클랜에서 다른 놈들은 몰라도 1공격대 녀석들만큼은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그들은 한성의 직속 수하들이었으니까.

“야, 발통.”

“…….”

“이 자식이 대답 안 하냐?”

퍽!

“네, 네.”

옆구리를 걷어차이자, 발토르는 마지못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부활 아이템 있지?”

“네.”

“그거 다 수거해라. 허튼짓하면 죽을 줄 알아라.”

발토르에게 으름장을 놓으며 한성은 공격대가 가지고 있는 부활 아이템들을 한곳에 모았다.

공격대원 한 명당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열 명씩 포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성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아주 좋아. 그럼 반은 네가 가져라.”

공격대가 가지고 있던 부활 아이템은 다 합쳐서 50개 정도 되었다.

그중 절반을 발토르에게 넘겼다.

그러자 발토르와 공격대원들은 불안감과 의아함이 깃든 눈초리로 한성을 바라봤다.

그런 그들의 눈빛에 대답하듯 한성은 다시 입을 열었다.

“얘들아, 다시 밟아라.”

퍽퍽퍽퍽퍽!

한성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공격대원들을 밟기 시작했다.

발토르는 제외하고 말이다.

“그, 그만!”

“부활 템 주면 살려주는 거 아니었어?”

“트레인 대장님 용서해주세요!”

번쩍번쩍!

다시 한 번 공격대원들 사이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면서 생명력 회복 포션의 붉은빛이 터져 나왔다.

그들 중에는 용서해 달라고 비는 놈들도 있었다.

죽으면 경험치가 대폭 떨어지고, 경험치가 떨어지면 레벨이 떨어지니까.

200레벨이 넘어가면 레벨 업을 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진다.

비록 최대 레벨 제한이 250에서 300까지 늘어났다고는 하나 레벨 업을 하기가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하물며 공격대원들은 업데이트를 하기 전 최대 레벨에 근접해 있는 240이었다.

죽어서 경험치를 잃고 싶지는 않았다.

“저, 전 방문자가 아닙니다!”

그때 공격대원들 사이에서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인물이 소리쳤다.

블랙 레이븐 클랜 제1공격대 놈들과 함께 싸잡혀서 밟히고 있던 키예프였다.

그의 얼굴에는 억울함이 가득했다.

1공격대의 대원이 아님에도 똑같이 밟히고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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