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253화 (253/318)

# 253

< 내 언데드 100만 >

제253화  블랙 레이븐 클랜의 제1공격대

“제법 감이 좋군.”

약 스무 명 정도 되는 무리들 앞에서 발토르가 망토의 모자를 벗으며 말했다.

“……!”

하얀 달빛 아래에 얼굴을 보인 발토르의 모습에 한성은 속으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놈이 왜 여기에?’

한성은 재빨리 인벤토리에서 하얀 눈가면을 꺼내 착용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한성이 어둠 속에 있다는 점과 망토에 달린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때문에 발토르는 한성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대체 이건 무슨 상황이지?”

발토르는 눈앞에 펼쳐져 있는 풍경을 보더니 혀를 찼다.

크리스토 백작가에서 파견한 것으로 보이는 영지군들이 포박된 상태로 전원 기절해 있었기 때문이다.

“크리스토 백작가에서 영지군들을 천오백 명 정도 파견했다고 들었는데 내가 잘못 들었었나? 오백 명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은데?”

주변에는 영지군들과 언데드 몬스터들의 시체들이 남아 있었다. 영지군들의 시체는 천 명이 넘게 있어야 했지만, 대부분 구울에게 당해 좀비가 되거나 아니면 한성의 언데드 소환 마법의 제물이 되어 사라졌다.

그래서 남아 있는 시체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이봐. 설마 네가 영지군들을 죽…… 어?”

순간 발토르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왜냐하면 눈앞에 검은 갑주와 하얀 망토를 입고 있는 사내에게서 황금빛이 스파크처럼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사내의 모습이 흐릿해졌다.

“감히 어디서!”

발토르는 한성의 의도를 단숨에 알아챘다.

허리에 차고 있는 빙결검 라기오스에 손을 가져다 댔다.

발검은 발토르가 자랑하는 공격스킬이다.

검집에서 라기오스를 뽑아 적을 공격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고작 1초.

푸른 일섬과 같았다.

번쩍!

한성의 모습이 흐릿해짐과 동시에 발토르는 빙결검 라기오스를 뽑았다.

검집에서 푸른빛이 터져 나오며 라기오스가 좌에서 우로 휘둘러졌다.

콰가가가각!

“……!”

순간 발토르는 경악한 표정으로 눈을 부릅떴다.

분명 발검하며 좌에서 우로 휘둘러졌어야 할 라기오스가 은빛 건틀렛에 막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설령 막는다고 해도 냉기까지는…….’

빙결검 라기오스의 성가신 점은 차가운 냉기다.

라기오스에 닿으면 무엇이든지 간에 얼어 버린다.

실버팽도 예외는 아니었다.

쩌저적!

라기오스와 닿은 부분에 하얀 서리가 끼더니 이내 얼어 버렸다. 장비가 얼면 성능과 내구도가 떨어지게 되며 결국 부서져 버리고 만다.

하지만 지금 한성은 실버팽을 착용한 오른손으로만 라기오스를 막아 내고 나머지 왼손은 놀고 있는 중이었다.

퍼억!

“끄헉!”

오른손으로 라기오스를 막자마자, 거의 바로 왼손이 발토르의 명치에 꽂혀 들어갔다.

그 일격에 발토르는 숨넘어가는 소리를 지르며 뒤로 나가떨어졌다.

무엇이든 얼려 버리는 라기오스라고 해도 아주 잠깐 맞닿은 정도로는 얼려 버릴 수 없었다.

“대, 대장!”

“발토르 님!”

1공격대 대원들과 키예프는 놀란 표정으로 발토르를 향해 우르르 다가갔다.

설마 발토르가 한 방에 나가떨어지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약 20명의 인원들 중 가장 강한 방문자는 다름 아닌 발토르였으니 말이다.

“조져 버려!”

한성에게 불의의 일격을 얻어맞은 발토르는 악에 받친 얼굴로 소리쳤다.

그 명령에 1공격대 대원들이 한성을 노려보며 공격 준비에 들어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한성의 심정은 착잡했다.

‘믿었었는데 날 배신한 놈들.’

블랙 레이븐 클랜의 규모가 커졌다고는 해도 1공격대의 멤버는 바뀌지 않았다.

그 덕분에 눈앞에 있는 놈들은 한성이 잘 알고 있는 녀석들이었다.

한때 한성의 직속 부하였던 녀석들이었으니 말이다.

‘어째서 슈타인이 날 배신했는지 밝혀내야지.’

한성은 발토르를 지긋이 노려봤다.

그래도 1공격대에서 가장 믿었었던 놈이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한성의 등을 찌른 놈이기도 했다.

“죽어라!”

“건방진 자식!”

“감히 우리들을 건드려!”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1공격대 녀석들이 한성을 향해 온갖 스킬과 마법을 날렸다.

불타오르는 화살들이 날아들고, 얼음 덩어리들과 지면에서 솟아오르는 흙기둥들이 한성을 향해 쏟아졌다.

하지만.

“본월.”

콰콰콰콰콰!

눈 깜짝할 사이에 한성의 바로 앞 지면에서 검은 뼈방벽이 겹겹이 솟구쳐 올라왔다.

콰콰쾅! 쿠구궁! 쾅쾅!

검은 뼈방벽 너머로 어마어마한 굉음이 울려 퍼지며 지면이 흔들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콰지지직!

1공격대의 원거리 공격을 막고 있는 검은 뼈방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펑!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뼈방벽은 박살이 났다.

‘흠. 역시 이 정도로는 못 막나?’

비록 한성의 스텟이 높다고는 하나 상대는 240레벨 이상의 방문자 20명이다.

스킬 하나로 막기에는 무리일 수밖에 없었다.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지금 한성은 검은 뼈방벽에서 물러나 있었다.

본월은 거리를 벌리기 위한 시간 벌이용이었을 뿐이다.

“감히 마스터를 공격하다니!”

그때 마녀 복장을 한 엘레오노라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을 노려봤다.

그녀는 비행 마법으로 상공에 떠 있는 상태로, 1공격대가 나타났을 때부터 조용히 광역 공격 마법의 캐스팅을 시작했었다.

그리고 지금 캐스팅이 끝났다.

“지면을 기어 다니게 만들어 주마!”

즈즈즈증.

엘레오노라는 자신을 중심으로 푸른 마법진을 전개했다.

직경 약 3미터 크기의 마법진이 그녀의 앞에 생성되었으며, 그 주위로 1미터 크기의 마법진이 추가적으로 전개되었다.

“왓 더…….”

“태, 탱커들 앞으로!”

“방어 스킬 준비해!”

엘레오노라의 등장에 1공격대는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대비책에 들어갔다.

딜러형 직업의 클랜원들은 탱커들 뒤에 몸을 숨겼고, 힐러나 서포터들은 방어 스킬들을 준비했다.

“블리자드 익스플로전(Blizzard Explosion)!”

쏴아아아!

후두두둑!

3미터 크기의 마법진에서 푸른얼음 조각들이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흥. 별거 아니군.”

“겨우 이 정도냐!”

공격대의 탱커들은 방패나 방어 스킬로 얼음 조각들을 막아 내며 가소로운 미소를 지었다.

얼음조각들은 공격대가 있는 구역 전체를 휩쓸고 있었지만 1공격대는 여유롭게 버텨 냈다.

하지만 상공에서 1공격대를 내려다보는 엘레오노라의 눈빛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글쎄. 과연 그럴까?”

딱.

엘레오노라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콰콰콰콰콰쾅!

순간 1공격대를 향해 쏟아져 내리던 푸른 얼음조각들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이, 이게 뭐야!”

“이런 제기랄!”

방패나 방어 스킬로 막힌 얼음조각들은 공격대의 발밑에 수북하게 쌓여 있거나, 혹은 1공격대 주변에 흩날리고 있던 상태였다.

그런 얼음조각들이 일제히 터져 나간 것이다.

방어를 하고 있는 전방을 제외한 옆이나 뒤, 발밑에서 폭발한 얼음조각들이 박혀 들어왔기 때문에 1공격대는 거의 무방비로 상당한 데미지를 입고 말았다.

“젠장! 저딴 년에게 당하다니!”

발토르는 눈살을 찌푸리며 엘레오노라를 노려봤다.

비록 얼음조각 폭발로 피해를 입기는 했지만 치명상을 입은 자들은 없었다.

어쩔 수 없는 레벨 차이 때문이었다.

적어도 약 30레벨 이상 차이가 났으니까.

“태세를 정비해라! 저 건방진 년부터 처리한다!”

발토르는 자신의 대원들에게 명령을 내리며 엘레오노라를 노려봤다.

공격대원들은 다섯 명씩 팀을 맞추며 공격 준비에 들어갔다.

공격대의 팀들은 각각 탱커 두 명, 딜러 두 명, 힐러 한 명으로 밸런스가 좋은 하나의 파티였다.

여러 파티가 뭉친 레이드 팀으로써 엘레오노라를 상대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시체 소환! 타이탄 아룸 소환!”

그때 한성이 시체들을 소환했다.

한성의 앞에 나타나기 시작하는 총 40기의 시체들.

“무슨 짓을 할 셈이지?”

갑작스러운 한성의 행동에 1공격대 인원들은 경계했다.

이미 한성의 주위에는 이미 레이몬과 틴달로스, 그리고 블랙 스켈레톤 솔져 수십 마리가 진형을 갖추고 있었다.

상공에는 엘레오노라가 공중에서 견제를 하고 있는 상황.

거기에 한성이 시체들을 소환한 것이다.

“스켈레톤 솔저 소환!”

퍼버버벙!

순간 시체 40기가 터지면서 블랙 스켈레톤 솔저 400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방방.”

“소드소드.”

“아처아처.”

“파이크파이크.”

“매지컬매지컬.”

다섯 병과에 소속되어 있는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

“헉?”

“무슨 숫자가 이렇게 많아?”

한 순간에 블랙 스켈레톤 솔져 400마리가 모습을 드러내 공격대원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발토르 또한 눈살을 찌푸리며 한성을 노려봤다.

‘네크로맨서라고 예상은 했다만 뭐 이런 사기적인 소환술이…….’

200레벨이 넘은 일반적인 네크로맨서라도 한 번 소환에 많아 봐야 100마리가 한계라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한성은 그 한계를 뛰어넘었다.

예상 밖의 물량에 발토르나 공격대원들은 놀라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직 놀라기는 일렀다.

“일어나라! 깜용아!”

한성은 등 뒤편에서 조용히 누워 있던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을 불렀다.

쿠구구구궁.

“이, 이번엔 또 뭐야?”

갑작스럽게 지면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공격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크롸롸롸롸롸!

작은 언덕처럼 몬테르디 평원 공터에 누워 있던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이 포효하면서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미친.”

“그냥 언덕 아니었나?”

“난 바위인 줄 알았는데…….”

애초에 공격대의 관심은 한성과 주변에 보초를 서고 있는 언데드 소환수들에게 쏠려 있었다.

그 덕분에 공격대는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을 그냥 작은 언덕으로 생각했다.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의 크기가 워낙 큰 데다가 어두운 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저 작은 언덕이라 생각했던 것이 움직이고 있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단숨에 끝내 주마!”

사실 조금 전 신제품처럼 새로 뽑은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남은 지속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성은 지속시간이 다 끝나가는 블랙 스켈레톤 소환수들을 향해 소리쳤다.

“돌격!”

한성의 명령에 가장 먼저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도 공격을 하려는 모양인지 입을 벌렸다.

브레스 공격인 파이널 버스트 스트림을 쓰려고 준비 자세에 들어간 것이다.

“깜용아, 너도.”

크라락?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성을 바라봤다. 그런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에게 한성은 한마디 덧붙였다.

“몸통 박치기, 고!”

크롸롸롸ㅤㄹㅘㄱ!

평소라면 파이널 버스트 스트림을 날렸을 테지만, 이번에는 몸통 박치기 명령이 내려왔다.

그 때문에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은 의아스러웠지만 마스터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까라면 까야 되는 게 소환수들의 의무였기에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은 공격대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쿵쿵쿵.

“이런 젠장!”

“뭐가 저렇게 커?”

50미터 크기의 거대한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이 빠르게 달려오자 공격대는 흠칫거렸다.

“전원 산개! 거대 몬스터 레이드를 뛴다고 생각해라!”

그때 발토르가 대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라면 여유롭게 상대하겠지만, 역시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은 거대했기 때문에 전략이 필요했다.

이미 처음부터 4팀으로 나뉘어져 있던 공격대는 레이드 진형을 짜며 움직였다.

1팀은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의 시선을 끌고, 나머지 3팀이 측면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미끼 역할을 하던 1팀도 상황을 보더니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와중에 공격대의 진로를 방해하는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은 순식간에 부서져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격대는 블랙 스켈레톤 드래곤과 맞붙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한성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리고 손가락을 마주치며 소리쳤다.

“본 익스플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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