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251화 (251/318)

# 251

< 내 언데드 100만 >

제251화  사라와 세라의 벌

스스슥.

하얀 달빛이 내리고 있는 평원을 날듯이 빠르게 가로 지르며 달려가는 무리들이 있었다.

각양각색의 무기와 방어구들로 무장해 있었으며 가슴에는 똑같은 문장이 새겨져 있다.

블랙 레이븐 클랜의 상징, 검은 세발 까마귀가.

“아직 멀었냐?”

일행들의 선두에서 달려가고 있던 20대 후반의 사내가 입을 열었다.

“곧 다 와 갑니다, 발토르 님.”

발토르라고 불린 사내의 옆에서 검은색 로브를 뒤집어쓴 30대 초반의 사내가 답했다.

그는 다른 무리들처럼 세발 까마귀의 문장이 없었다.

검은 로브의 사내는 켈트인이었다.

“영지군을 천 명이 넘게 투입했으면서 굳이 꼭 우리들까지 가야 되나?”

“죄송합니다. 리처드 백작님께서 블랙 레이븐 클랜 여러분들에게 꼭 부탁해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놈의 반지랑 여자가 뭐라고.”

블랙 레이븐 클랜의 제1공격대 대장, 발토르.

그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크리스토 백작가의 가주인 리처드의 강력한 요청으로 블랙 레이븐 클랜는 정예요원들을 투입했다.

발토르를 필두로 한 제1공격대 20명이었다.

예전 트레인이 있던 자리를 발토르가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저도 함께 있지 않습니까? 저희 조직도 이번 일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검은 로브의 사내, 키예프는 히죽 웃어 보였다.

그의 말에 발토르는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야 광산 하나를 받기로 계약을 맺으니 그렇다 쳐도 너희들은 정말 모르겠단 말이야. 대체 리처드 백작에게 무슨 보상을 받기로 한 거지?”

“흐흐. 발토르 님은 저희 아말감에 관심이 많으신 모양이군요. 이참에 저희 쪽으로 오시는 게 어떻습니까? 발토르 님처럼 능력 있으신 분이 오신다면 대환영입니다만.”

키예프는 기분 나쁜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그러자 발토르는 손사래를 쳤다.

“아, 알았어. 더 이상 물어보지 않지.”

“그렇습니까? 아쉽군요.”

진심일까, 농담일까.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키예프의 시선에 발토르는 식은땀을 흘렸다.

아말감의 신봉자들은 어딘가 모르게 모두 위험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나저나 기껏 제1공격대 대장이 되었는데 이런 뒤처리 같은 일을 하게 되다니.’

발토르는 속으로 푸념했다.

하지만 발토르의 입꼬리는 살짝 치켜 올라가 있었다.

‘그래도 트레인 자식이 없으니 속이 다 후련하네.’

발토르는 제1공격대의 만년 부대장이었다.

제1공격대에는 미친 사냥개, 혹은 폭주기관차라고 불리는 트레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배신자로 낙인 찍혔을 때는 진짜 재미있었는데.’

지금까지 가상 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를 하면서 그때만큼 짜릿했던 적은 없었다.

가장 처음 한성의 등에 칼을 꽂은 인물이 다름 아닌 발토르였으니까.

‘그때 그 표정이란. 흐흐흐.’

한성이 제1공격대에 있을 때부터 발토르는 속으로는 한성을 싫어했지만, 겉으로는 충직한 부하역할을 해 왔다.

그렇기에 한성 또한 발토르를 믿었다.

어찌 되었든 같은 클랜, 같은 공격대의 부대장이었으니까.

거기다 한성의 오른팔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그랬던 발토르는 간단히 한성에게 등을 돌렸다.

이전부터 블랙 레이븐 클랜의 최정예 클랜원들이 모인 제1공격대의 대장이 되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게임을 접은 건지, 아닌 건지.’

카슈발의 추적대가 던전에서 전멸을 하고 난 후, 한성의 행방은 묘연해졌다.

그 때문에 클랜 내에서도 어떻게 할 건지 대책 회의를 열기도 했다.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이 흐르자 결국 추적대는 축소되었으며, 지금은 하늘 섬 공략에 더욱 힘을 싣고 있었다.

한성에게 계속 연연하는 것보다 하늘 섬 공략에 집중하는 편이 나았으니까.

하지만 한성에게 전멸당한 추적대 녀석들 중 일부는 끝까지 쫓고 있는 중이었다.

본래라면 클랜에서 허가를 해 주지 않았을 테지만 한 가지 사실 때문에 허가했다.

‘그러게 왜 창고 열쇠를 강탈해서는.’

발토르는 속으로 혀를 찼다.

블랙 레이븐 클랜의 창고 열쇠를 한성이 도망치면서 탈취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블랙 레이븐 클랜은 다른 경쟁 클랜들보다 스타트가 늦어져 버렸다.

그로 인해 블랙 레이븐 클랜이 장비 제조에 필요한 광물이나 광석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아말감과 손을 잡게 되었고 이를 통해 리처드 백작과 알게 되어서 계약을 맺었다.

이리아와 반지를 무사히 영주성으로 인도하는 조건으로 광산 하나를 받기로 한 것이다.

‘역시 욕심에 눈이 멀면 안 돼.’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고, 제1공대 대장 자리를 노리고 한성을 배신한 발토르는 리처드 백작을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고작 가주 자리에 오르기 위해 가치가 어마어마한 광산을 팔아치웠으니 말이다.

크리스토 백작가 내의 광산은 다양한 광물들과 광석들이 묻혀 있었다.

그 가치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블랙 레이븐 클랜 입장에서는 횡재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야 하는 법.

블랙 레이븐 클랜은 광산을 확실하게 접수하기 위해 리처드 백작의 요청에 응해서 제1공격대 대원들 중 20명을 차출했다.

그리고 그들을 이끌고 있는 게 발토르였다.

“발토르 님. 상황이 이상합니다.”

그때 상념에 잠겨 평원을 달리던 발토르에게 키예프가 말했다. 발토르는 속도를 늦추며 키예프를 바라봤다.

“뭐가?”

“영지군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영지군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탐색마법으로 주변 상황을 확인한 키예프의 말에 발토르는 눈살을 찌푸렸다.

“영지군들이 전멸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처음 보는 언데드 몬스터들이 초원을 배회하고 있는 중입니다.”

“……!”

그 말에 발토르뿐만이 아니라 함께 온 공격대원들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대장. 이거 혹시?”

발토르 옆에 가죽갑옷으로 무장한 레인저 직업 대원 하나가 화색이 만연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그런 거 같지?”

발토르 또한 표정이 밝았다.

영지군들이 전멸했다면 걱정해도 모자랄 판에 그들은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벤트다.”

티르 나 노이에서 갑자기 발생하는 돌발 이벤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뒤를 이어 키예프의 말이 이어졌다.

“초원 쪽에 이리아 아가씨와 반지의 힘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다른 방문자들의 기운도 느껴지는군요.”

탐색 마법으로 초원을 조사한 키예프는 굳은 표정이었다.

리처드 백작이 파견한 영지군의 총 숫자는 얼추 1,500명에 가깝다.

그중 기마병만 무려 300명이다.

그런 영지군이 전멸했다.

보통 상황이 아닌 것이다.

“그건 가서 확인해 보면 될 일이지.”

하지만 발토르는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이었다.

발토르뿐만이 아니라 공격대원들의 얼굴에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하긴, 그럴 수밖에.

그들은 블랙 레이븐 클랜의 최정예 대원들이다.

레벨만 해도 230이 넘는다.

그중 발토르는 레벨이 무려 240이었다.

업데이트하기 전 최고 레벨이 250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나름 꽤 높았다.

“가자, 얘들아. 일단 저놈들부터 족치자.”

발토르가 노려보고 있는 곳에는 총 다섯 명의 방문자들이 있었다.

다름 아닌 한성과 티르 나 노이의 최상위 랭커 검성, 세이란이 말이다.

*       *       *

“언니 표정, 표정.”

“언니 얼굴 좀 피세요.”

몬테르디 평원의 초원.

지금 그곳에서 때 아닌 사진촬영회가 열리고 있었다.

사진찰영은 임시로 세워둔 천막 안에서 진행되고 있는 중이었다.

“하우으으…….”

“이런 굴욕을…….”

사라와 세라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그라비아 아이돌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그녀들의 복장은 가관이 아니었다.

항상 입던 메이드 복 대신에 수영복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찰칵찰칵!

그런 그녀들 앞에서 마나와 카나가 스마트 밴드워치를 조작해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 중이었다.

“와, 이 언니 몸매 되게 좋다. 마리사 언니보다는 못하지만.”

마나는 부러운 눈으로 사라를 바라봤다.

지금 사라는 노출이 높은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언니. 귀랑 꼬리 좀 세워 봐요. 그리고 팔도 좀 들고. 어차피 여자들밖에 없는데 가슴 가리지 말라니까?”

마나는 사라에게 이런저런 포즈를 요구하며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카나가 동지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세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 이 언니랑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사, 상스러워요.”

지금 세라는 이른바 스쿨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일본 학교에서 수영 시간에 입는 수영복으로 세라에게 무척 잘 어울렸다.

“상스럽긴요. 너무 잘 어울리는데.”

마나와 카나는 각각 사라와 세라를 뜨거운 눈으로 바라봤다.

그뿐만이 아니다.

“하으.”

이리아도 사라와 세라 사이에서 원피스 형태의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사라와 세라 사이에는 이리아만 있지 않았다.

“루루는? 루루는?”

사라와 세라 사이에 이리아와 마찬가지로 귀여운 원피스 수영복을 입은 루루가 눈빛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우리 루루도 귀엽지.”

“꺄. 날 가져도 돼, 루루야.”

사라와 세라 사이에서 루루는 귀여운 포즈를 취하며 마나와 카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찰칵찰칵찰칵찰칵.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카메라 셔터음이 끝도 없이 울려 퍼졌다.

“그런데 너희들 어째서 수영복을 가지고 있던 거야?”

그때 세이란이 마나와 카나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지금 사라와 세라, 루루가 입고 있는 수영복들은 마나와 카나가 가지고 있던 코스튬 옷들이었다.

“음…… 직업상?”

“응응. 맞아.”

마나의 말에 카나가 맞장구친다.

그 모습에 세이란의 눈이 가늘어졌다.

“사이즈가 나랑 마리사 언니에게도 맞아 보이는데?”

“기, 기분 탓이야.”

“그럼, 그럼.”

세이란의 말에 마나와 카나는 눈에 띄게 당황했다.

“마리사 언니. 언니도 한마디 좀 해 봐.”

세이란은 마리사를 향해 돌아봤다.

세이란의 말에 마리사는 곤란한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그러자 안 그래도 풍요로운 가슴이 더욱 부각되어 보였다.

그 상태에서 마리사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수영복이 예쁘네.”

“하. 내가 말을 말아야지.”

세이란은 이마에 손을 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마리사의 말에 마나와 카나는 열렬히 반응했다.

“언니! 언니 것도 있어요!”

“마리사 언니한테는 이거! 이거 추천할게요!”

거의 빛의 속도로 카나는 인벤토리에서 수영복 하나를 꺼냈다. 카나가 꺼낸 수영복을 본 마리사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응, 안 입어.”

“그런.”

털썩.

마리사의 거부에 카나는 좌절한 자세로 쓰러졌다.

그때 여자들만 있는 사진 촬영회에 불청객이 끼어들었다.

[음. 아주 좋은 풍경이군.]

불청객은 다름 아닌 레이몬이었다.

천막 입구에 불쑥 나타난 레이몬은 내부 모습을 훤히 볼 수 있었다.

“후냑!”

“꺅!”

레이몬의 모습에 사라와 세라는 몸을 가리며 비명을 질렀다.

비록 수영복을 입고 있었지만 그래도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스르릉.

“여긴 남자 접근 금지 구역이다. 그냥 가지?”

사라와 세라를 구해 준 건 다름 아닌 세이란이었다.

세이란은 위대한 황금의 검, 엑스칼리버를 레이몬을 향해 겨눴다.

하지만 레이몬이 누구던가?

마계에서 마왕에게 부모님 패드립을 날리는 놈이다.

레이몬은 가소롭다는 눈빛으로 세이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나보다 약한 녀석의 말 따위 듣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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