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5
< 내 언데드 100만 >
제245화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
“축포 한번 요란하네.”
폭발이 일어난 지점을 바라본 한성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방금 점 폭발은 엘레오노라의 작품이었던 것이다.
한성이 레이몬드와 한바탕 하고 있던 사이 엘레오노라는 무사히 광역 마법 준비를 끝마쳤다.
그리고 블랙 스켈레톤 매지션 100기와 함께 수십 미터 크기의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를 향해 광역 마법을 날렸던 것.
블랙 스켈레톤 매지션들은 화염으로 이루어진 파이어 랜스를, 엘레오노라는 광역 마법 플레임 카타플리즘을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로 날렸다.
플레임 카타플리즘은 최상급 화염계 마법 스킬이며, 그 위력은 어마어마하다.
일단 상대의 머리 위에 직경 50미터 크기를 가진 마법진이 생겨난다. 그리고 마법진의 중앙에서부터 화염이 상대를 향해 쏟아져 내린다. 그 모습은 불기둥과 같으면서도 마치 물이 쏟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쏟아진 화염은 물체에 닿으면 바로 대폭발을 일으킨다.
크고 작은 폭발을 수도 없이 일어나면서 주변을 초토화시켜 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진짜 어마어마하네. 설마 이 정도로 강할 줄은…….’
붉은 화염으로 감싸인 검은 수정구를 바라보며 한성은 신음성을 삼켰다.
캐스팅 시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플레임 카타플리즘은 한성이 봐도 엄청난 위력이었다.
여전히 검은 수정구를 중심으로 붉은 화염 폭발이 일어나고 있었으며, 그 주변은 거의 초토화가 되어 있었다.
이 모든 게 엘레오노라의 작품이었다.
리치라는 존재가 강력한 흑마법사이기는 하지만 설마 이런 위력을 가진 마법을 사용할 줄이야.
‘화내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화가 난 엘레오노라가 무슨 마법을 쓸지 알 수 없었으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그때 레이몬드가 놀란 표정으로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붉은 화염 폭발 때문에 수정구의 상태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상당한 데미지를 입었다는 사실만큼은 알 수 있었다.
한성은 레이몬드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포기해라. 이미 다 끝났다.”
그 말에 레이몬드는 옆구리에서 흐르는 피를 손으로 막으며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한성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말했다.
“네놈을 죽일 때까지 나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럼 어쩔 수 없고. 어차피 나는 널 죽일 생각이 없지만 말이야.”
“뭐?”
한성의 말에 레이몬드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뭘 그렇게 놀래? 죽일 때 죽이더라도 네놈이 알고 있는 건 다 들어봐야지. 이세트가 누구인지, 마인 놈들과는 어떤 관계인지. 우리 참 이야기할 게 많을 것 같다, 그치?”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레이몬드를 향해 한성은 즐거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웃기지 마라! 내가 말할 거 같으냐!”
“네놈이라면 알고 있을 텐데? 자백시키는 방법이 얼마나 많은지 말이야.”
“…….”
레이몬드는 아무 말 하지 않고 그저 한성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포로의 자백을 시키는 방법은 굉장히 많다.
한성 또한 지금 당장 레이몬드의 입을 열게 만들 방법이 몇 가지 있었다.
언데드 몬스터로 만들겠다고 협박을 한다던가, 아니면 자백시키는 마법약을 먹인다던가.
루루의 서큐버스 고유스킬 매혹도 유용했다.
“그래도 지금은 자고 있어라.”
한성은 레이몬드의 뒤통수를 향해 손날을 쳤다.
퍽!
“억!”
생명력이 거의 바닥 상태였던 레이몬드는 간단히 기절했다.
한성은 인벤토리에서 쇠사슬을 꺼내 묶었다.
일반 밧줄로 마인처럼 붉은 기운을 내뿜는 레이몬드를 구속시킬 수 없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단 하나는 해결했고.’
한성은 주변을 둘러봤다.
수십 미터 크기의 안드로말리우스 수정구에게 데미지를 크게 입혔지만, 여전히 구울들은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영지군의 절반 이상이 좀비로 변한 상황.
구울들이 영지군을 덮치면서 생긴 혼란 덕분에 엘레오노라와 마법 병대는 무사했다.
하지만 절반 이상 좀비로 변한 영지군들이 서서히 한성이 있는 쪽 진영을 노리고 있었다.
[마스터! 시체 수거해 왔쪄요!]
그때 한성의 눈앞에 틴달로스가 불쑥 뛰어나왔다.
한성과 레이몬드의 전투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나온 것이다.
지면의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온 틴달로스는 한성의 몸을 타고 어깨까지 기어 올라왔다.
[마스터. 머리 쓰다듬어 주세요! 머리 쓰다듬어 주시면 더 노력할게요! >_<]
작은 소녀의 모습의 틴달로스는 한성의 볼에 비벼 왔다.
그 모습에 한성은 웃으며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래. 잘했어.”
[헤헤. +_+]
기쁜 표정을 짓고 있는 틴달로스를 뒤로하고 한성은 수거해 온 시체들을 확인했다.
‘딱 100구인가.’
소환 스킬 한 번에 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숫자다.
이미 스켈레톤 솔저 소환 스킬의 쿨 타임도 한참 전에 끝나 있었다.
“해골 병사 소환.”
한성은 시체 100구를 제물로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펑펑! 퍼버버벙!
잠시 후 한성의 눈앞에 블랙 스켈레톤 솔저 1,000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방패병 300마리, 검병 200마리, 창병 100마리, 궁병 200마리, 마법병 200마리.
최전방에 방패병들이 배치되어 있고, 방패병들 사이에 창병들이 흑골창을 삐죽이 내밀었다.
그리고 그 뒤에 검병들이 도열해 대기 중이었으며, 그 너머에는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궁병들과 마법병들이 공격 준비 중이었다.
“레드레드.”
그뿐만이 아니라 전에는 직접 전투에 참여하였던 블랙 스켈레톤 배틀 커맨더들은 후방으로 돌아섰다.
자기 병과에 맞는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뒤에서 지휘하며 전투에 참여한 것이다.
‘흠.’
한성은 고개를 뒤로 돌렸다.
사라와 세라는 최후방에서 블랙 스켈레톤 솔저 수십 마리에게 여전히 둘러싸여 있었다.
‘혼란을 틈타서 도망이라도 칠 줄 알았더니.’
상황이 워낙 급변하다 보니 지켜보기로 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리아는 기절을 한 건지, 자고 있는 건지 사라의 품 안에 꼭 안겨 있었다.
어찌되었든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건 구울들과 좀비들이었다.
키에에엑! 키릭! 케흑!
그렇지 않아도 좀비들은 블랙 스켈레톤 방패병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
하지만 스킬 숙련도 10레벨인 블랙 스켈레톤 방패병들의 방어력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어디 그뿐인가?
푹! 푸푸푹!
방패병들은 방패들을 한데 모아 진영을 구축해 있었다.
그리고 방패 틈 사이사이에 창병들이 흑골창으로 방패 앞에 달라붙는 좀비들을 찌르며 처리해 나갔다.
그 때문에 좀비들은 방패병들을 쉽사리 뚫지 못했다.
“진군하라.”
그때 한성은 블랙 스켈레톤 솔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 명령에 블랙 스켈레톤 솔져들이 전진하기 시작했다.
키익! 키에엑!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의 진군에 좀비들은 당황한 듯 허둥댔다.
하지만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은 거침이 없었다.
허둥대는 좀비들을 흑골창으로 처리하던가, 아니면 아예 방패로 밀어 버렸다.
거기다 후방에서는 엘레오노라의 지휘 아래 궁병대와 마법 병대가 원거리 지원 공격을 했다.
‘이대로만 가면 어떻게든 될 거 같기는 한데…….’
숫자는 적어도 전반적으로 블랙 스켈레톤 솔저 군단에게 유리한 상황이었다.
아직 살아남은 수백 명의 영지군 병사들과 좀비들이 서로 싸우고 있었다.
그 때문에 사실상 블랙 스켈레톤 솔져들이 상대하고 있는 좀비들은 수백 마리 정도였다.
애초에 좀비들은 그저 막무가내식으로 달려들고 있을 뿐이었고, 영지군 병사들은 혼란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지휘 체계가 잡혀 있지 않은 상태였다.
그에 반해 한성의 언데드들은 지휘 계통이 착실히 잡혀 있었다.
남은 건, 이대로 좀비들과 구울을 없애고 영지군들까지 제압한 다음 바로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주성까지 진격하는 것뿐.
하지만 그때.
콰아아아앙!
안드로말리우스 수정구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한성은 재빨리 수정구를 바라봤다.
“하. 그럼 그렇지.”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를 바라본 한성은 탄식했다.
멀쩡했기 때문이다.
“어, 어떻게…….”
수정구의 상태를 확인한 엘레오노라의 얼굴에 경악 어린 표정이 지어졌다.
한성에게 큰 거 한방을 부탁 받은 엘레오노라는 자신이 가진 공격 마법들 중에서 최상위급 마법을 사용했다.
캐스팅 시간도 길고, 마나도 절반 이상 소모되는 극대급 공격 마법을 시전한 것이다.
그런 공격을 정면으로 받은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는 붉은 화염 폭발 속에서 멀쩡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완전 멀쩡한 정도는 아니었다.
여기저기 그을음이 묻어 있는 데다 잘 보면 금도 꽤 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엘레오노라는 수정구를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런데 겨우 금만 갔을 줄이야!
“마스터. 저 수정구는 제가 책임을 지고 처리하겠어요.”
‘아, 화났다.’
지금까지 눈초리가 상냥하게 처져 있었는데 지금은 살짝 올라가 있었다.
아무래도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모양.
엘레오노라는 제법 매서운 눈초리로 수정구를 노려봤다.
키이잉!
그때 돌연 수정구에서 기이한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게 아닌가?
철컥철컥!
“응?”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수십 미터 크기의 안드로말리우스 수정구가 변형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겉표면에 변형이 일어나면서 둥근 구체였던 수정구가 다른 모습으로 변해 갔다.
[경고!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가 변형했습니다. 월드 히든 미션 마인들의 음모가 새롭게 갱신됩니다.]
[월드 히든 미션 마인들의 음모 진행상황: 안드로말리우스의 암흑거인을 처리하십시오.(0/1)]
“헐.”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한성은 놀란 눈으로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 아니 다른 모습으로 변형된 형체를 바라봤다.
“거인으로 변했다고?”
20미터 크기의 거인으로 변신한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
검은 구체 크기였을 때보다는 작아졌지만, 느껴지는 기운은 전보다 더 컸다.
그리고 거인의 모습 또한 특이했다.
수정구였을 때처럼 겉표면은 검은 광택이었다.
형체는 인간과 비슷했지만, 피부라고 할 수 있는 겉표면은 심연과도 같은 어두운 광택이 돌고 있었던 것이다.
우오오오오오!
“크윽!”
암흑거인이 괴성을 지르자 주변 공간에 압박이 가해졌다.
마치 중력이 강해진 것처럼 모든 것을 짓눌러왔기 때문이다.
“이제는 참 가지가지 하네. 수정구가 변형도 하다니…….”
처음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는 흡수하면 강해지는 강화 아이템 같은 느낌이었다.
그 후에는 점점 폭주화하게 만드는 것 같았으며, 수정구를 흡수한 사람을 이성을 상실한 짐승처럼 만드는 것 같았었다.
그런데 이제는 수정구 그 자체가 저런 식으로 변형을 하게 될 줄이야.
‘대체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라는 건 뭐지?’
한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암흑거인을 노려봤다.
그 순간,
번쩍!
어둠을 가르는 금빛 섬광이 암흑거인을 노리고 날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