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4
< 내 언데드 100만 >
제244화 한성 vs 레이몬드
“이 하찮은 개새끼가!”
푸확!
순간 레이몬드의 팔에서 붉은 기운이 굉장한 기세로 분출되었다.
휙!
팔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기운 덕분에 레이몬드는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했다.
그 덕분에 라이의 공격을 피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퍼억!
캐앵!
회전에 의한 원심력을 이용한 카운터펀치를 라이에게 날린 것이다.
“라이!”
그 모습을 본 한성이 눈을 크게 뜨며 라이를 불렀다.
라이는 붉은 기운을 머금은 레이몬드의 주먹에 머리를 후려쳐 맞고 지면으로 낙하했다.
쿵!
지면에 떨어진 라이는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헐떡거렸다.
당분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어 보였다.
“탄달로스! 라이를 지켜!”
[맡겨 주세요! >_<]
한성의 명령에 그림자 일부가 라이를 지키기 위해 분리되었다. 라이는 소환수이기 때문에 아공간으로 돌려보내면 되지만 전투 중에는 그럴 수 없었다.
그렇게 틴달로스를 라이에게 보낸 한성은 공중에서 천천히 떨어져 내려오고 있는 레이몬드를 노려봤다.
“감히 내 강아지를 건드려?”
쾅!
한성은 지면을 박차며 다짜고짜 레이몬드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 한성의 전신에서 레이몬드와 대조적으로 푸른 기운이 흘러나왔다.
몸 전체에 마나를 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마나 컨트롤 속성을 얻었기 때문에 이전보다 스무스하게 마나를 움직일 수 있었다.
“헛!”
한성이 뛰어올라올 줄 몰랐던 레이몬드는 헛숨을 삼키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파앙!
순간 실버팽이 공기를 찢으며 레이몬드를 향해 내질러졌다.
쾅!
레이몬드가 재빨리 방어하기 위해 들어 올린 팔과 한성의 실버팽이 충돌했다.
“크윽!”
한성의 강렬한 일격에 레이몬드는 신음을 흘렸다.
“이대로 떨어져라!”
한성은 깍지를 끼며 그대로 레이몬드의 머리를 향해 내려쳤다.
하지만 호락호락 당할 레이몬드가 아니었다.
레이몬드는 인상을 쓰면서도 멀쩡한 팔을 재빨리 머리 위로 올렸다.
투콱!
비록 팔 하나로 공격을 막아 냈지만 공중에 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한성의 무거운 공격을 버텨 낼 수 없었다.
콰아아아앙!
레이몬드는 한성의 말대로 지면을 향해 곤두박질치며 지면에 충돌했다.
얼마나 충돌이 컸던지 흙먼지가 치솟아 오르고 작은 크레이터가 생겨날 정도였다.
“이 빌어먹을 애송이 새끼가!”
흙먼지 속에서 붉은 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순식간에 주변의 흙먼지를 날려버리며 붉은 기운을 줄기줄기 흘리는 레이몬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죽여 주마!”
“난 죽어도 바로 살아난다만?”
“이 썩을 놈이!”
한마디도 지지 않고 말대꾸를 하는 한성의 태도에 레이몬드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장검을 움켜쥐었다.
“죽어라!”
스팟!
레이몬드는 한성을 향해 붉은 장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아직 한성은 공중에서 떨어져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면에서 레이몬드가 아무리 장검을 휘둘러도 닿지 않는 거리였다.
그런데.
슈와아아아아악!
‘오러 블레이드!’
레이몬드의 붉은 장검에서 오러 블레이드가 쏘아지는 게 아닌가?
오러 블레이드는 검사나 기사계열 직업이 최소 200레벨을 넘기고 4차 전직을 해야 쓸 수 있는 최상급 스킬이었다.
그렇다고 모든 검사와 기사 계열 4차 직업이 오러 블레이드를 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오러 블레이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검사나 기사계열의 4차 직업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나마 히든 직업이 아니라는 사실이 다행이랄까.
그 때문에 가상 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에서는 전직 선택을 잘해야 했다.
“마나 배리어 발동!”
한성은 성령의 네클레스에 붙어 있는 옵션 스킬을 발동시켰다. 그러자 한성의 주위에 마나로 이루어진 투명한 배리어가 생겨났다.
그 직후 붉은 오러 블레이드와 마나 배리어가 부딪쳤다.
콰지지지지직!
투명했던 마나 배리어가 선명한 푸른빛을 내면서 붉은 오러 블레이드를 막아냈다.
마나 배리어는 시전자가 해제하거나 혹은 마나를 전부 사용하는 마나 오링 상태가 되지 않는 한 무제한으로 쓸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 한성은 생명력보다 마나량이 더 많았다. 애초에 생명력은 체력X50이었고, 마나는 마력X100이었으니까.
거기다 한성은 마나를 중점적으로 사용하는 지력 캐릭터였다. 그래서 마력을 꽤 올려 두었다.
스킬 숙련도 레벨이 10이 된 현재 최소 마나 소모량은 1000이 넘었다. 다른 스킬들도 기본 몇 천은 되었다.
그 때문에 마나량을 잘 생각해두어야 했다. 마나가 부족해서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으니까.
특히 스켈레톤 드래곤 같은 경우 스킬 한 번 사용하는데 10,000씩 소모되기 때문에 거의 마지막에 최종결전용으로 사용하는 편이었다.
쿵!
마나 배리어로 오러 블레이드들을 막은 한성은 지면에 내려섰다. 레이몬드가 오러 블레이드들을 여러 번 날렸기 때문에 마나 소모가 꽤 컸다.
하지만 그건 레이몬드도 마찬가지.
우웅!
하얀 달빛 아래의 흐릿한 어둠 속에서 붉은빛이 한성을 노리고 날아든다.
카앙!
붉은 오러 블레이드를 두른 레이몬드의 장검과 아크스태프가 맞부딪치며 불꽃을 튀겼다.
“오늘이 네놈의 제삿날인 줄 알아라.”
“웃기고 있네. 죽어도 부활하는 방문자들에게 제삿날이 어딨냐?”
“두 번 다시 이쪽 세계로 오지 못하게 만들면 그게 제삿날 아닌가?”
“뭐?”
의미심장한 레이몬드의 말에 한성은 기가 막혔다.
‘이놈 이거 완전히 맛이 가 버렸네.’
가상 현실 세계 티르 나 노이에 사람들이 접속하지 못하게 막는 방법은 없다.
아니, 애초에 그런 짓을 오딘 사에서 할 리 없지 않은가?
게임이 망하거나 서버를 종료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헛소리는 리처드 백작 앞에서 해라. 아, 그럴 리는 이제 없겠네. 이번에 확실하게 처리해 버릴 거니까.”
“개소리!”
캉!
레이몬드는 붉은 장검을 강하게 휘두르며 소리쳤다.
“죽는 건 네놈이다! 위대하신 이세트님의 이름을 걸고 네놈을 죽이겠다!”
악귀나찰 같은 얼굴로 레이몬드는 붉은 기운을 흘리며 한성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할 수 있으면 해 보던가.”
한성은 아크스태프를 치켜들었다.
“데스사이즈 모드.”
[데스사이즈 모드 발동합니다.]
아크스태프에서 기계적인 여성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키이잉. 철컥철컥.
그 후 아크스태프의 머리 부분이 변형을 하더니 푸른빛의 마나를 내뿜기 시작했다.
오른손에 데스사이즈 모드가 된 아크스태프를 든 한성은 인벤토리에서 무기를 하나 더 꺼내들었다.
모든 만물을 평등하게 만들어 주는 전설의 육죽창이었다.
“야, 너 그거 아냐?”
“뭘 말인가?”
“죽창 앞에는 죽음조차 평등하지.”
그렇게 한마디 하며 한성은 전설의 죽창을 레이몬드를 향해 부드럽게 내질렀다.
푹!
“크아악!”
한성의 바로 앞에 있던 레이몬드는 갑자기 훅 찔러 들어오는 육죽창을 미처 피하지 못했다.
“어, 어째서?”
레이몬드는 비틀비틀 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의 눈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왜? 붉은 마나가 막아 줄 줄 알았나?”
한성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웃어 보였다.
사실 레이몬드는 죽창을 피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분에게서 받은 레드 포스가 막지를 못하다니!’
미간을 찌푸리며 레이몬드는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았다.
레이몬드에게 생명을 주고 강력한 힘을 준 것은 다름 아닌 레드 포스의 힘이었다.
지금도 레이몬드의 몸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불길한 느낌의 검붉은 기운이 바로 레드 포스다.
레이몬드는 레드 포스의 힘을 믿고 죽창을 피하지 않았다.
레드 포스에 마나 배리어와 비슷한 효과가 있었으니까.
보이지 않는 방어막 같은 것이 몸을 항상 지켜 주고 있기 때문에 공격을 받아도 크게 데미지를 입지 않는다.
그런데 방금 전 죽창은 레드 포스의 방어막을 종잇장처럼 뚫고 들어와 레이몬드의 몸에 상처를 입힌 것이다.
“죽창 앞에 모든 만물은 평등하다.”
한성은 다시 한 번 전설의 육죽창을 치켜들었다.
파팟!
그 모습에 레이몬드는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다른 건 몰라도 전설의 육죽창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이미 늦었어!”
하지만 한성은 뒤로 물러나는 레이몬드를 향해 죽창을 앞세우고 달려들었다.
슈슉!
“젠장!”
레이몬드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한성의 육죽창을 피해냈다.
레드 포스의 효과는 사기적이다.
신체능력을 거의 한계까지 상승시켜 주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100레벨 초중반 정도였던 레이몬드의 레벨이 200이 조금 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좋게 말하면 200레벨까지 강해진 거고, 나쁘게 말하면 레이몬드가 강해질 수 있는 한계가 딱 200레벨까지라는 소리였다.
캉! 까가강!
한성은 아크스태프와 육죽창으로 번갈아 가며 공격했다.
그러자 레이몬드는 육죽창은 피하면서 아크스태프의 데스사이즈 마력 칼날은 레드 포스로 막았다.
레이몬드 입장에서도 그게 최선이었다.
“레이몬드! 대체 어떻게 살아난 거냐?”
“내가 말해 줄 것 같나?”
카가각!
레이몬드는 한성이 내려치는 데스사이즈를 붉은 장검으로 막아내며 답했다.
그 말에 한성은 기습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럼 이세트는 누구지?”
“그분의 이름을 네놈 입에 함부로 올리지 마라!”
분개한 레이몬드가 강렬하게 붉은 기운을 흘리며 장검을 좌에서 우로 휘둘렀다.
캉!
하지만 그 공격은 데스사이즈의 몸통에 가볍게 막혔다.
“그 힘은 이세트가 준 것인가?”
“흥. 네놈이 알 바 아니지.”
레이몬드는 코웃음을 치며 재차 붉은 장검을 한성의 왼쪽 어깨를 노리고 내려쳤다.
“맞나 보네.”
한성은 뒤로 한걸음 물러서며 레이몬드의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레이몬드의 품속으로 파고들며 왼쪽 옆구리를 노리고 전설의 육죽창을 내질렀다.
나름 기습적인 일격이었다.
“큭!”
그걸 본 레이몬드는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비틀었다.
어떻게든 육죽창을 피하려고 한 것이다.
“그렇게는 안 되지!”
하지만 그걸 가만히 두고 볼 한성이 아니었다.
“이걸로 끝이다!”
한성은 손목을 비틀었다.
그에 맞춰 육죽창의 궤도가 수정되었다.
푸욱!
“끄아아아아악!”
어떻게든 한성의 기습적인 일격을 피하려고 온몸을 비틀던 레이몬드의 옆구리에 전설의 육죽창이 시원스럽게 박혀 들어갔다.
[크리티컬이 터졌습니다! 방어 무시 3배 데미지!]
때마침 33%확률의 크리티컬까지 터졌다.
“으으.”
이번에는 데미지가 컸던지 레이몬드는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흘리며 털썩 주저앉았다.
육죽창이 입힌 상처에서 검붉은 피가 흘렀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그때 어마어마한 폭발 소리가 몬테르디 평원에서 울려 퍼졌다. 소리뿐만이 아니었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흔들리고, 공기가 떨렸다.
그리고 폭발에 의한 충격파가 터져 나오면서 근처에 있던 모든 존재들을 땅바닥에 나뒹굴게 만들었다.
한성의 소환수들뿐만이 아니라, 아직 살아남은 영지군 병사들과 좀비들, 거기다 구울들도 마찬가지였다.
‘뭐지?’
한성은 가늘게 눈을 뜨며 폭발이 일어난 지점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