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243화 (243/318)

# 243

< 내 언데드 100만 >

제243화  변이한 구울

쿠구구구궁.

검은 구체가 빠르게 굴러온다.

흙먼지가 피어오르고 지면이 흔들리며 시끄러운 굉음이 울려 퍼져왔다.

“뭐냐? 저건?”

한창 레이몬과 검을 주고받던 카몬은 검은 구체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 녀석들도 모르는 건가?’

카몬의 반응에 한성은 눈을 가늘게 뜨며 검은 구체를 노려봤다. 그사이 검은 구체는 영지군 근처까지 다가왔다.

쿠구구구구.

검은 구체는 영지군과 약 30미터 정도 되는 거리에서 멈췄다.

슈슉.

순간 검은 구체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밧줄 같은 촉수였다.

쉬이이익, ㅤㅊㅘㄱ!

검은 구체에서 튀어 나온 수십 개의 촉수들은 주변에 있던 영지군 병사들을 휘감았다.

“뭐, 뭐야!”

“이익!”

촉수에 감긴 병사들은 검을 휘두르며 자르려고 했다.

하지만 사람 팔 두께만 한 촉수들은 쉽사리 잘리지 않았으며 오히려 병사들을 꽉 옥죄여 갔다.

“이거 놔!”

“대체 이건 뭐야?”

검은 촉수에 감긴 채 들려진 병사들은 얼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검으로 베어도 금방 재생되고, 하나를 자르면 두 개의 촉수가 날아오는 통에 손쓸 방도가 없었다.

거기다 문제는 이제 시작이었다.

스르륵.

하얀 달빛 아래로 검은 구체에서 흑마력이 흘러나왔다.

푸푸푹!

“컥!”

“크헉!”

처음에 그저 병사들을 다양하게 묶고만 있던 촉수들이 공격적으로 돌변했다. 촉수의 끝이 병사들의 몸에 틀어박혔던 것이다.

팔이나 다리, 가슴이나 배에 박힌 건 양반이었다.

일부 재수 없는 병사들은 입이나 항문에 박히기도 했으니까.

꿀럭꿀럭.

병사들의 몸에 박힌 촉수들이 꿈틀꿈틀거렸다.

검은 구체에서 흑마력이 촉수를 통해 병사들에게 흘러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끄어어억!”

“끄워어어어어!”

흑마력을 주입받기 시작한 영지군 병사들은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흘리며 경련을 일으켰다.

“서, 설마?”

그 모습을 본 한성은 눈을 크게 떴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해 보였으니까.

[경고!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가 나타났습니다.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가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지군들을 변이시킵니다.]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지군들이 구울로 변이하였습니다.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에 의해 변이한 오리지널 구울에게 물리면 감염됩니다. 일반 켈트인들은 감염되면 구울로 변이하니 유의하십시오. 일정 확률로 강력한 개체로 변이할 수 있습니다.]

[변이한 오리지널 구울들을 제거하십시오.]

[월드 히든 미션 마인들의 음모가 새롭게 갱신되었습니다. 진행사항을 확인하십시오.]

[월드 히든 미션: 마인들의 음모.]

진행사항(1): 중앙 대륙에 존재하는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 조사하기(1/10).

진행사항(2): 변이한 오리지널 구울 처치(0/300).

‘헐.’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읽은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검은 구체의 정체가 다름 아닌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저놈의 수정구는 내가 가는 곳마다 있냐?”

야생의 안드로말리우스 수정구도 아닌데 말이다.

한성은 미간을 찌푸리며 검은 수정구를 바라봤다.

몬테르디 평원 필드에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가 나타났기 때문인지 월드 히든 미션도 조금 달라졌다.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를 조사하는 건 이전과 같았지만 중간에 말이 던전에서 중앙 대륙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저주받은 폐광에서 카오스 테라 매지션스 나이트를 처치했기 때문인지 이미 하나가 완료되어 있었다.

크아아아아!

그때 변이를 마친 영지군들이 괴성을 지르며 주변 병사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변이 구울이라…….”

수십 미터 크기의 검은 수정구에서 직접 흑마력을 주입 받은 병사들은 강력한 개체로 성장했다.

100레벨 중반에서 후반이 되었으니 말이다.

“우, 우와아아아악!”

“사, 살려 줘!”

“저리 가!”

“마, 막아라!”

영지군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에 빠졌다.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에 의해 변이한 오리지널 구울들이 주변 병사들에게 달려들어 목에다 혀를 침처럼 박아 넣는다.

쭈웁쭈웁.

병사의 목에 박힌 혀를 통해 구울들은 붉은 피를 빨아 마셨다. 그와 동시에 흑마력을 병사의 몸에 주입했다.

끄워어어어어!

피가 빨리면서 말라비틀어지던 병사가 괴성을 지르며 다시 일어섰다.

구울에게 피를 빨린 병사들은 좀비로 다시 태어났다.

비록 구울보다 약한 개체이긴 했지만, 좀비도 무시할 수 없었다. 180레벨인데다가, 아직 좀비가 될 소재들은 1,000명이 넘게 남아 있었으니까.

“크하하하하!”

그때 레이몬드의 광소가 울려 퍼졌다.

“드디어 때가 온 것인가! 모조리 다 쓸어버려라! 크하하하핫!”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와 영지군들을 덮치고 있는 구울들을 바라보며 레이몬드는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저 자식!’

한성은 레이몬드를 노려봤다.

분명 자신의 손에 죽었음에도 다시 살아났다는 사실이 수상쩍었다.

거기다 레이몬드에게서 느껴지고 있는 불쾌한 기운.

페르젠과 같은 느낌이었다.

갑자기 전장에 찾아온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와 무언가 연관이 있을 터!

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틴달로스, 시체 좀 더 모아 줘. 저놈들에게 뺏기지 말고.”

[네~ >_<]

틴달로스의 대답과 동시에 한성의 그림자가 영지군들을 향해 뻗어나갔다.

앞으로 조금만 더 있으면 스켈레톤 솔저 소환 스킬을 다시 쓸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시체들의 수급이었다.

변이한 구울들이 영지군 시체에 혀를 꽂아 흑마력을 흘려 좀비로 되살리고 있었다.

적대 세력의 언데드 몬스터는 제물이나 스킬로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러니 구울들이 시체들을 좀비로 만들기 전에 회수할 필요가 있었다.

“엘레나.”

“네, 마스터.”

“변이한 구울들부터 먼저 처리해라.”

“알겠습니다.”

한성의 명령에 엘레오노라는 마녀 모자를 살짝 들어 올려보였다. 그리고 블랙 스켈레톤 매지션들에게 한성의 명령을 전달했다.

“아, 그리고 저 구체에게 큰 거 하나 날려 줄 수 있나?”

그때 한성이 한마디 더 덧붙였다.

“큰 거 말인가요?”

“어. 큰 거.”

엘레오노라의 반문에 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쿵!

엘레오노라는 들고 있던 지팡이를 지면에 꽂았다.

그러자 엘레오노라를 중심으로 거대한 푸른빛의 마법진이 지면에 생겨났다.

그 상태로 엘레오노라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푸른빛의 마법진은 지면에서 뿐만이 아니라 엘레오노라의 전방에서도 전개되고 있었다.

‘마력 부스트 마법진인가? 역시 리치이긴 한가 보네.’

엘레오노라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은 어마어마했다.

“이건.”

“이 기운…….”

얼마 지나지 않아 레이몬드와 카몬을 비롯한 오판 기사들은 블랙 스켈레톤 매지션들이 포진해 있는 진형 뒤에서 푸른빛 마법진을 전개하고 있는 엘레오노라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녀의 마력이 위협적이라고 감지한 것이다.

키륵? 케엑?

그뿐만이 아니라 오리지널 구울들도 엘레오노라가 있는 쪽을 노려봤다.

‘흠. 역시.’

하나둘 엘레오노라를 노리기 시작하는 적들의 상태를 바라보며 한성은 손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대규모 광역 마법은 캐스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 때문에 엘레오노라는 광역 공격 마법보다 블랙 스켈레톤 매지션들과 함께 상성이 좋은 마법을 시전하며 영지군들을 상대했다.

하지만 상황은 여유롭지 않았다.

본래라면 탱커역을 할 블랙 스켈레톤 검병이나 방패병들을 먼저 소환한 후 광역 공격 마법 명령을 내릴 생각이었다.

그편이 보다 안전하니까.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수정구가 나타난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으니까.’

후방에서 상황을 주시하던 한성은 몸을 풀기 시작했다.

“이 마력의 주인은 누구냐아아아!”

푸확!

영지군쪽에서 붉은 기운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다.

‘레이몬드.’

한성은 실버팽을 꽉 움켜쥐며 소환 스킬 하나를 시전했다.

“다크 메탈 골렘 소환!”

한성의 외침에 틴달로스의 그림자 속에서 다크 메탈 골렘이 솟아올라 왔다.

[다중 마력 술식 마법진 가동 중. 마나 엔진 정상. 아그니카 시스템 정상 작동 중. 다크 메탈 골렘 기동을 완료합니다.]

틴달로스의 그림자 속에서 스텐 바이 중이던 다크 메탈 골렘은 기동을 완료했다.

“루루. 지휘를 맡긴다.”

“넹! 마스터!”

한성의 명령에 답하며 루루는 다크 메탈 골렘의 어깨에 올라탔다.

그사이 한성은 전방을 향해 몸을 날렸다.

붉은 기운을 흘리며 레이몬드가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팡! 팡!

에어 스텝을 시전한 한성은 블랙 스켈레톤 매지션들의 머리 위를 뛰어오르며 전방으로 향했다.

공중으로 올라선 한성은 아래를 내려다봤다.

갑작스러운 구울들의 공격에 영지군들은 혼란에 빠져 있었다. 카몬을 비롯한 간부급 지휘관들이 어떻게든 혼란을 수습하려 하고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

300마리의 구울들에게 습격당한 영지군 병사들이 좀비로 변하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좀비들은 다시 주변 영지군들을 덮쳤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에 혼돈인 상황.

그 속에서 붉은빛의 잔상을 남기며 레이몬드가 엘레오노라가 있는 곳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 중이었다.

크아아아아앙!

그리고 그 뒤로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라이가 푸른빛의 라이트닝 볼텍스를 시전하며 뒤따르고 있었다.

“그라운드 임팩트!”

에어 스텝으로 공중에 뛰어올라 있던 한성은 빠른 속도로 낙하했다.

위치는 블랙 스켈레톤 매지션 부대와 레이몬드 사이였다.

콰콰콰콰콰쾅!

쩌저저적!

지면에 낙하한 한성은 그대로 실버팽을 지면에 때려 박았다.

낙하 에너지와 실버팽에 집중한 마나에 의해 그라운드 임팩트의 위력은 어마어마하게 올랐다.

한성을 중심으로 크레이터가 생겨날 정도였으며 마치 지진이 난것처럼 몬테르디 평원 전체가 흔들릴 정도였으니까.

거기다 지면에 금이 쩍 가면서 일부 좀비들과 영지군 병사들이 지하로 떨어져 내리기도 했다.

“크하하하핫! 겨우 이 정도냐!”

하지만 역시 레이몬드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한성이 지면과 격돌하면서 충격파를 터트리기 전에 레이몬드는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그라운드 임팩트의 공격을 회피한 것이다.

공중으로 높이 도약한 레이몬드는 한성의 머리 위에서 지면을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런 레이몬드의 몸에서 화염처럼 붉은 기운이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앙!

그때 레이몬드의 등 뒤에서 라이의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뭣?!”

레이몬드는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어느 틈엔가 라이가 레이몬드와 같은 높이로 도약하며 달려들고 있었다.

커다랗게 벌린 라이의 입이 레이몬드의 목을 노린다.

공중으로 도약한 레이몬드로서는 피할 수도, 그렇다고 막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야말로 완벽한 타이밍.

이윽고 어둠 속에서 라이의 송곳니가 날카롭게 빛나며 레이몬드의 목에 박혀 들어가려 했다.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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