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241화 (241/318)

# 241

< 내 언데드 100만 >

제241화  리치 킹의 등장

파앗!

눈앞에서 터져 나오는 화려한 금빛의 향연.

주변에 있던 한성은 물론 영지군들도 손으로 눈을 가리며 고개를 돌렸다.

“뭐, 뭐야?”

카몬은 손으로 금빛을 가리며 한성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하지만 한성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

레이몬드는 눈에 검은 막을 형성해 공중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금빛을 바라봤다.

‘무얼 하는 거지?’

강렬한 금빛은 심상치 않았다.

분명 위협이 될 터.

그렇다면 배제해야 했다.

스윽.

명멸하는 금빛 속에서 레이몬드는 전신에 붉은 마기를 일으키며 달려들었다.

그 순간!

크르르!

레이몬드의 앞에 거대한 늑대 한 마리가 금빛을 등지고 뛰어내렸다.

“설마 네놈은?”

레이몬드의 눈가에서 붉은 기운이 피어올랐다.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리처드 백작의 명으로 블랙 레이븐 클랜으로부터 이리아를 넘겨받으러 임무를 나갔다가 한성과 싸우게 되었다.

그때 자신과 직접 치고 박고 싸웠던 존재가 바로 파이어 스톰 라이컨슬로프, 라이였다.

그때는 인간형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거대한 한 마리의 늑대였기에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바로 눈앞에 나타나자 라이가 자신을 방해한 늑대인간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네놈은 그때 그 건방진 개새끼로군. 네놈만큼은 내 손으로 직접 찢어발겨 주마!”

라이를 확인한 레이몬드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분노가 들끓어 올랐다.

크아아앙!

순간 라이가 레이몬드를 향해 포효를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파지지직!

라이의 발에서 푸른 전격이 번쩍인다.

순식간에 레이몬드와 거리를 좁힌 라이는 입을 크게 벌렸다.

“감히 어디다 대고 입을 벌리는 것이냐!”

스스슥.

순간 레이몬드가 들고 있는 붉은 장검이 해머로 변형되는 게 아닌가?

부웅!

이윽고 붉은 해머는 공기를 가르며 라이를 향해 휘둘러졌다.

스팟!

하지만 라이는 다리에 푸른 전격을 방전하며 엄청난 속도로 레이몬드의 등 뒤를 잡았다.

“뭣?!”

놀라는 레이몬드가 뒤를 돌아보기도 전에 라이의 발톱이 사선을 그었다.

라이트닝 클로(Lighting Claw)!

콰지지지직!

푸른 전격을 머금은 라이의 발톱이 레이몬드의 등을 사선으로 긋고 지나갔다.

“크아아아악!”

라이에게 등을 당한 레이몬드는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재빨리 등에 붉은 기운으로 이루어진 방어막을 형성했다. 지혈을 함과 동시에 추가 공격을 막기 위함이었다.

“이, 이 자식!”

레이몬드는 등 뒤를 돌아보며 라이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죽여 주마!”

파파파팟!

순간 레이몬드가 등에 형성한 붉은 막에서 가시 같은 돌기가 솟구쳐 올랐다.

1미터가 넘는 크기의 붉은 가시 돌기들이 라이를 노렸다.

펄쩍!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낀 라이는 뒤로 뛰었다.

푸욱!

컹!

하지만 라이보다 붉은 가시 돌기들이 조금 더 빨랐다.

라이의 어깨에 붉은 가시 돌기 하나가 살짝 박혀 들었다.

크르르르.

고통에 분노하듯 라이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레이몬드를 노려봤다.

“끝을 내 주지.”

자신을 향해 적의를 드러내는 라이를 향해 레이몬드는 살기를 흘리며 무기를 다시 붉은 장검으로 변형시켰다.

잠시 후 레이몬드와 라이는 다시 맞붙기 시작했다.

*       *       *

레이몬드와 라이가 한바탕하고 있는 사이 명멸하던 금빛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프나코틱 서먼 바이블의 네 번째 소환수, 리치 킹이 한성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리치 킹의 모습을 한성은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엘레오노라 폰 메르시예요. 잘 부탁해요, 마스터.”

한성의 눈앞에서 금발 미녀가 눈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해온다.

“네가…… 리치 킹?”

“네. 제가 리치 킹이랍니다.”

“아니아니아니. 전혀 리치처럼 보이지 않는데.”

한성은 리치 킹을 바라보며 손을 좌우로 휘저었다.

리치 킹이라고 하기 보다는 마녀에 가깝다.

실제로 검은 마녀 모자와 원피스처럼 보이는 로브를 입고 있었다.

“마스터? 저 이래 보여도 리치라구요?”

엘레오노라는 허리를 숙여 보였다.

그러자 디아나에게도 지지 않는 그녀의 풍요로운 가슴이 한성의 눈앞에서 좌우로 흔들렸다.

‘지, 진짜 리치 맞아?’

그녀의 가슴에서 애써 눈을 떼며 한성은 엘레오노라를 바라봤다.

일단 그녀가 입고 있는 마녀 복장은 노출이 심했다.

하얀 눈 같은 피부의 그녀의 가슴이 반 가까이 드러나 남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디 그뿐인가?

허리까지 웨이브를 지며 내려오는 황금색 머리카락과 붉은 눈동자는 상당히 매혹적이었다.

나이 또한 20대 중반으로 보이기도 하고, 30대 초반으로 보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그녀는 마성의 매력을 가진 금발 미녀(마녀)였다.

“엘레나 언니~”

그때 엘레오노라를 본 루루가 활짝 웃으며 지면을 날듯이 깽깽이 발로 뛰어왔다.

“루루!”

루루를 발견한 엘레오노라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팔을 벌렸다.

폴짝!

루루는 엘레오노라의 가슴 품 안에 폭 안겼다.

“부드러워영~ 헤헤.”

엘레오노라의 풍요로운 가슴에 얼굴을 부비며 루루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한성 또한 엘레오노라의 가슴에 안겨 귀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루루를 흐뭇한 미소로 바라봤다.

주변에 있는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지군들도 한성과 다를 바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부럽…… 아, 참 이게 아니지.’

한성은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

루루의 행동을 보아 그녀가 리치 킹이라는 사실은 맞는 모양이었다.

한성이 생각한 리치 킹과는 다르게 생겼지만 말이다.

“루루야?”

한성의 부름에 루루가 뒤를 돌아본다.

“이리 와서 춤춰.”

이제는 영지군과 한판 벌여야 할 상황.

아니, 이미 한성이 미리 소환해 두었던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과 레이몬은 자신들을 둘러싼 오판 기사단과 기마병들을 견제하고 있는 중이었다.

“네~ 알겠어영.”

엘레오노라의 품에서 벗어난 루루는 뒤편으로 오더니 애니멀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성은 엘레오노라를 바라봤다.

“지금 도와줄 수 있을까?”

“물론이에요, 마스터.”

엘레오노라는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그 모습을 본 한성은 살짝 안도감을 가졌다.

‘레이몬 같지 않아서 다행인가?’

100레벨이 되고 레이몬과 계약을 맺으려고 했을 때를 떠올린 한성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프나코틱 서먼 바이블에 봉인 중인 소환수들이 레이몬처럼 패드립을 치는 녀석들만 있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다행스럽게도 엘레오노라는 한성의 명령에 순순히 따랐다.

비록 겉모습은 리치 킹 같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럼 계약의 증표를…….”

그때 엘레오노라가 한성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대로 한성을 품에 안으려고 했다.

“자, 잠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한성은 한걸음 뒤로 물러서며 바로 눈앞에 있는 엘레오노라를 바라봤다.

그러자 엘레오노라는 섭섭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싫으신가요?”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럼…….”

한 걸음 엘레오노라가 한성을 향해 다가왔다.

그녀가 다가오자 달콤한 향이 한성의 코끝을 간지럽혔다.

한성은 살짝 몽롱함을 느꼈다.

“거부하지 마세요. 그대로 몸을 저한테 맡기시면 되요.”

아름답고 아찔한 미소를 지으며 엘레오노라는 한성을 품 안에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천천히, 엘레오노라의 매력적인 붉은 입술이 다가왔다.

가슴에 닿고 있는 부드러운 느낌과 기분 좋은 향기에 둘러싸인 한성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턱.

“무슨 짓이지?”

엘레오노라의 붉은 입술은 한성의 손가락에 막혀 있었으며, 조금 전까지 흐릿해져 있던 한성의 눈은 날카로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상태이상 매혹에서 회복되었습니다.]

‘후, 하마터면 당할 뻔했다.’

엘레오노라가 아군이라는 생각에 한성은 마음을 놓고 있었다. 그 틈을 엘레오노라의 매혹이 파고든 것이다.

“이번 마스터는 가드가 단단하네요. 후훗.”

여전히 한성을 끌어안고 있는 엘레오노라는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경계를 하시지 않으셔도 되요. 저는 리치 킹. 이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마나가 필요하답니다. 그래서 마나를 얻기 위해 마스터의 도움이 필요해요.”

“내 도움?”

“네. 그리고 빨리 저와 계약하지 않으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엘레오노라는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아닌 게 아니라 한성과 엘레오노라가 꽁냥꽁냥하고 있는 사이,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의 숫자는 꽤 줄어들어 있었다.

그나마 레이몬과 라이가 견제를 하고 있는 덕분에 영지군들이 섣불리 다가오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또한, 사라와 세라가 이리아를 데리고 움직이지 않고 있는 덕분에 블랙 스켈레톤 솔져들을 영지군을 견제하는데 상당수 돌릴 수 있어서 버티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는데?”

결국 한성은 엘레오노라의 말에 넘어가주었다.

그녀의 말대로 빨리 계약을 맺지 않으면 위험할 수도 있었으니까.

“저한테 전부 맡기시면 된답니다.”

엘레오노라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붉은 혀로 입술을 핥았다.

그녀는 먹이를 노리는 포식자의 눈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그럼.”

“……!”

순간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엘레오노라가 입술을 포개어 왔기 때문이다.

“으읍.”

그뿐만이 아니었다.

엘레오노라의 혀가 입안을 휘젓는가 싶더니 한성은 무언가 빨려나가는 걸 느꼈다.

[당신의 소환수 리치 킹, 엘레오노라 폰 메르시에게 마나가 흘러나갑니다.]

한성이 가진 마나의 일부가 엘레오노라에게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축하합니다. 당신의 소환수 리치 킹, 엘레오노라 폰 메르시와 계약을 완료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성의 눈에 계약이 완료되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마나 또한 더 이상 엘레오노라에게 흘러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한참 동안 엘레오노라의 키스는 계속 이어졌다.

“하아.”

잠시 후 뜨거운 숨을 내쉬며 엘레오노라는 한성에게서 떨어졌다.

얼굴이 살짝 붉어진 엘레오노라의 백옥 같은 하얀 피부는 윤기가 흐르며 광택이 났다.

이전에 비해 조금 더 젊어져 보였으며 전신에서 기운이 넘쳐나고 있었다.

반면 한성은 기력이 빠져나간 얼굴로 탈력감을 느꼈다.

“고마워요. 마스터. 덕분에 피부가 좋아졌어요.”

엘레오노라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피부가 탱탱해진 사실이 어지간히도 기쁜 모양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한성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해 봐. 서큐버스지?”

“어라? 서큐버스는 루루고 저는 리치 킹이랍니다.”

엘레오노라는 상냥한 눈으로 한성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전장에서 뭘 그렇게 여유를 부리고 있는 것이냐! 이 쓰레기 같은 네크로맨서 놈아!”

그때 블랙 스켈레톤 솔저 무리들을 뚫고 나온 오판 기사 하나가 한성을 향해 소리쳤다.

덩치가 2미터에 가깝고 양손에 위협적인 대형도끼로 무장한 그는 출중한 실력을 자랑하는 오판 기사단의 넘버4 기사, 반트였다.

샤아아아아.

순간 엘레오노라에게서 스산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상냥한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어지고 살이 에일 것 같은 한기와 살기가 반트를 향해 쏘아졌다.

엘레오노라는 차가운 눈으로 반트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감히 하등생물 주제에 나의 마스터를 욕하다니. 죽음이 두렵지 않은가 보구나!”

눈 깜짝할 사이에 엘레오노라는 2미터 길이의 얼음창을 생성했다.

스팟!

이윽고 얼음창은 파공성을 내며 반트를 향해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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