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239화 (239/318)

# 239

< 내 언데드 100만 >

제239화  4차 전직

콰콰콰쾅!

어마어마한 굉음과 폭발이 공터를 뒤흔들었다.

여덟 자루의 본 스피어와 크로틴의 백색섬광은 거의 동시에 이블 스파이더 퀸을 공격했다.

이블 스파이더 퀸의 생명력은 본 스피어든, 백색섬광이든 한방이면 죽을 정도로 낮았다.

막타를 먼저 날린 자가 이블 스파이더 퀸을 먹는 상황.

‘누가 막타를 날린 거지?’

한성은 눈앞에서 피어오르고 있는 흙먼지들을 노려봤다.

자욱하게 피어오른 흙먼지 때문에 이블 스파이더 퀸의 상태를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곧 흙먼지가 가라앉기 시작하면서 이블 스파이더 퀸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

한성은 눈을 부릅떴다.

3미터나 되는 이블 스파이더 퀸의 동체에는 2미터 길이에 가까운 여덟 자루의 블랙 본 스피어가 일정 간격으로 꽂혀 있었다.

하지만 이블 스파이더 퀸의 머리도 날아가고 없었다.

크로틴이 쏜 백색섬광에 증발해버린 모양.

“공격이 동시에 들어간 건가?”

그 모습을 본 크로틴이 아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에 반해 한성은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블 스파이더 퀸의 머리가 날아갔다는 사실에 눈앞이 하얘졌다.

“야, 이 개자식아아아아!”

분노의 외침을 지르며 한성은 하얀 성기사 갑옷을 멋들어지게 입은 크로틴을 향해 달려들었다.

쌔애액!

어찌나 빠르게 다가오는지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까지 났다.

무의식중으로 한성이 다리에 마나를 집중시켰기 때문이다.

크로틴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이블 스파이더 퀸을 잡기 위해 고생한 행동들이 주마등처럼 한성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런데 그걸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리다니!

“헉!”

아크스태프를 움켜쥐고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악귀 같은 한성의 모습에 크로틴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크로틴의 앞까지 다가간 한성은 다짜고짜 아크스태프를 휘둘렀다.

빠악!

“크억!”

쾅! 쿵! 슈아아아악!

머리에 아크스태프로 후려쳐 맞은 크리톤은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지면에 한번 내동댕이쳐졌다가 다시 떠오른 다음 공터 바닥을 나뒹굴며 뒤로 밀려났다.

“망할 놈이 갑자기 나타난 것도 마음에 안 드는데 거기다 막타까지 뺏어 먹어? 가정교육을 도둑질로 배웠냐?”

이블 스파이더 퀸의 막타를 빼앗겼다는 생각에 한성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었다.

겨우 한 대 갖고는 화가 풀리지 않는다.

크로틴 때문에 4차 전직을 하려면 현실 시간 기준으로 무려 세 달이나 기다려야 하니 말이다.

한성은 아크스태프를 빙글빙글 돌리며 크로틴을 향해 다가갔다.

“크, 크으윽.”

한성에게 한 대 후려쳐 맞은 크로틴은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야. 그거 갖고 엄살 부리지 마라. 스태프로 살살 쳤으니까.”

“이 자식! 감히 단장님을!”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오판 기사단의 기사들이 한성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닥쳐!”

한성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려는 기사들을 향해 소리치며 패왕 전승 스킬을 시전했다.

200레벨이 되면서 각성한 전승 스킬, 패왕의 오러.

상대에게 공포감을 심어 주는 스킬로, 쿨 타임은 20분이고 지속시간은 5분이다.

지속시간 동안 상대는 공격력 20%, 방어력 5%, 명중률이 25%까지 떨어진다.

“헉!”

“히익!”

한성의 몸에서 퍼져 나오는 검은 기운에 기사들과 기마병들은 화들짝 놀라며 주춤거렸다. 인원수는 많았지만, 패왕의 오러로 인해 두려움을 느낀 것이다.

비록 효과는 일시적이었을 뿐이지만.

그들은 두려운 눈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하지만 이미 기사들과 기마병들은 공터 주변을 포위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일반 병사들도 공터 주변을 감싸며 포위망을 구축 중이었다.

한성이 도망갈 곳은 없었다.

머지않아 정신을 차린 기사들과 기마병들이 달려들 터.

그 전에.

‘이 자식만이라도 끝낸다.’

한성은 눈앞에 자빠져 있는 크로틴을 내려다봤다.

아크스태프로 선빵을 맞은 크로틴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최대한 빨리 크로틴을 박살 내고, 결사항전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한성의 생명력과 마나가 바닥이었으니까.

그에 반해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지군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었다. 지금 눈에 보이는 숫자만 최소 천명은 넘었다.

“잘 가라.”

한성은 아크스태프를 치켜들어 올렸다.

그 순간,

- 띠링.

한성의 귀에 메시지 도착 알림음이 들려왔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혼자서 Lv200 이블 스파이더 퀸과의 전투에서 승리하셨습니다. 보상으로 Lv200 유니크 보물 상자와 200000 골드를 지급합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히든 4차 전직 미션 극한도전, 죽음의 시련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다음 중 4차 히든 직업을 선택하십시오.]

[명왕, 카오스 위저드, 데스엠페러.]

‘헐.’

한성은 놀란 표정으로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바라봤다.

‘뺏긴 게 아니었네?’

일말의 안도감과 함께 한성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4차 전직을 하기 위해서 현실 시간으로 3개월이나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한성은 미안한 표정으로 크로틴을 내려다봤다.

막타를 빼앗기지 않았는데 크로틴을 말도 없이 후려쳐 버렸으니까.

“미안하다.”

“무, 무슨……?”

“막타, 네가 아니라 내가 먹었더라. 근데 때려서 미안.”

갑작스럽게 한성이 사과를 해오자 크로틴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조금 전 한성에게 맞은 머리가 여전히 아팠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한성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치켜들었던 아크스태프를 다시 내려치기 시작했다.

빠악! 퍼억! 콰직!

“끄헉!”

전설의 금속 오리하르콘과 흑철로 이루어진 단단한 아크스태프가 무자비하게 크로틴의 머리를 강타한다.

이미 선빵을 맞고 몸을 가누지 못하는 크로틴은 거의 무방비상태로 공격을 받았다.

“아, 아까는 미안하다며!”

방금 전 말과 다른 한성의 행동에 크로틴은 억울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어쨌든 막타 뺏어 먹으려고 한 건 마찬가지잖아. 안 그래?”

“이런 개…… 크헉!”

어둠 속에서 아크스태프가 빠르게 움직이며 크로틴의 머리를 연타했다.

“그, 그만!”

아크스태프를 팔로 어떻게든 막으며 크로틴은 소리쳤다.

“네놈 혼자서 우리들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순순히 무릎을 꿇고 포박되어라!”

머리에서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크로틴은 눈에서 형형한 기세를 흘렸다.

그는 여전히 자신에게 상황이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찌되었든 적은 한성 혼자였으니까.

“그리고 야, 이 망할 자식들아! 네놈들은 언제까지 구경만 하고 있을 거냐! 당장 안 도와아아아악!”

“다가오지마라!”

한성은 다시 한 번 크로틴의 머리를 후려치며 주변의 영지군들을 노려봤다.

그렇지 않아도 영지군들은 틈을 노려서 한성을 향해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성이 패왕의 오러를 흘리고 있는 데다가, 영지군의 총사령관이기도 한 크로틴의 안전 때문에 함부로 달려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크로틴은 한성의 인질이 되고 말았다.

“다가오면 바로 죽이겠다.”

한성은 인벤토리에 수납시켰던 전설의 육죽창을 크로틴을 향해 겨눴다.

“오, 오지 마! 너희들 절대 다가오지 마라!”

한성의 말에 크로틴은 빛의 속도로 태세전환을 했다.

아직 죽기는 싫었으니까.

그 때문에 영지군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한 채 거리를 두고 한성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시간이 필요해.’

한성은 크로틴의 한쪽 다리를 붙잡고 사라와 세라를 비롯한 소환수들이 모여 있는 장소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약 백 마리에 가까운 블랙 스켈레톤 솔져들과 검은 갑주를 입고 있는 레이몬, 그리고 머리에 검은 뿔과 날개를 가진 루루가 대기하고 있었다.

한성이 사라와 세라를 감시하기 위해 소환한 언데드들도 영지군들이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들 중에 하나였다.

“본 월! 쿼드라 본 리터레이션!”

소환수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간 한성은 사방을 막는 높은 벽을 세웠다.

“이, 이런!”

“무슨 짓이냐!”

검은 뼈로 이루어진 방벽을 세우자 바깥에서 영지군들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단 시간은 벌었고.’

“레이몬. 이놈 좀 맡고 있어.”

한성은 기절해 있는 크로틴을 레이몬에게 넘겼다.

[그러지.]

레이몬은 순순히 크로틴을 넘겨받았다.

꾹꾹.

어느 틈엔가 루루가 레이몬의 발밑에 누운 크로틴 옆에 쪼그리고 앉아 나뭇가지로 찌르고 있었다.

하지만 크로틴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마스터. 죽었어요?”

“아니, 아직 안 죽었어.”

크로틴이 죽으면 인질가치가 없어진다.

그 때문에 한성은 아슬아슬하게 크로틴을 살려 놓은 상태였다. 비록 생명력이 바닥 상태였지만 말이다.

“트, 트레인 님.”

그때 세라가 한성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녀는 뭔가 한성에게 말을 하려고 했다.

“이야기는 나중이다.”

하지만 한성은 세라의 입을 막았다.

쾅! 콰콰쾅!

그와 동시에 한성이 세워 놓은 방벽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참을성이 없는 놈들이군.”

방벽을 세운지 몇 분이나 지났다고 벌써 공격을 해오는 건지.

하지만 본 월의 숙련도 레벨은 9.

거기다 본 리터레이션으로 강화까지 시켜 놓았다.

쉽게 뚫지는 못할 터.

‘그럼 전직부터 해 볼까?’

4차 전직이 가능한 직업은 명왕, 카오스 위저드, 데스엠페러다.

이 중에서 한성이 선택할 만한 직업은 두 가지.

카오스 위저드는 광역 한방 딜이나, 상대 한 명에게 마법 극딜을 넣을 수 있는 스킬들을 쓸 수 있다.

그에 반해 나머지 두 직업은 소환수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직업들이었다.

마법공격보다는 직접 공격과 소환수들을 부리는 것을 선호하는 한성으로서는 카오스 위저드를 제외한 나머지 직업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명왕과 데스엠페러는 소환수들을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하지만 소환수들의 전투 스타일이 달랐다.

‘어느 걸 선택하지?’

잠시 고민한 한성은 결국 명왕과 데스엠페러 중에서 한 직업을 선택했다.

파앗!

순간 한성의 몸에서 눈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

“우왕!”

“꺅!”

갑작스러운 섬광에 사라와 세라, 루루가 손으로 눈을 가리며 귀여운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잠시 후, 하얀 빛이 사라졌다.

[축하합니다! 4차 전직을 완료하였습니다!]

[새로운 4차 직업 전용 스킬들이 생성됩니다.]

[보너스 스텟과 스킬 포인트가 각각 100씩 추가되었습니다. 4차 전직 효과로 인해 모든 생명력과 마나가 회복되었습니다.]

“이게 4차 전직의 힘인가?”

하얀빛이 사라지고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한성은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데스엠페러 전용 스킬들만 해도 어마어마한데, 거기에 보너스 스텟과 스킬 포인트까지 생겨났다.

그뿐만이 아니라 지금 가장 중요한 생명력과 마나까지 회복된 상황!

‘이거라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한성은 검은 뼈 방벽을 해제했다.

콰드드드득!

검은 뼈 방벽이 다시 지면 아래로 사라졌다.

그리고…….

“크로틴 단장님을 내놓아라!”

“오판 기사단의 명예를 걸고 대가를 치르게 해 주마!”

아래로 사라지는 방벽 너머로 분노에 찬 오판 기사들과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지군들이 보였다.

그들을 본 한성은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때 한성의 눈앞에 메시지가 한 줄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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