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238화 (238/318)

# 238

< 내 언데드 100만 >

제238화  막타를 노려라!

이블 스파이더 퀸과의 전투는 쉽지 않았다.

이벤트 보스라는 느낌으로 등장한 이블 스파이더 퀸은 마계에서 존재하는 마수다.

비슷한 레벨의 보스 몬스터들보다 좀 더 강한 편이며, 5미터나 되는 여덟 개의 다리는 위협적이기 짝이 없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같이 등장한 베이비 이블 스파이더들을 전멸시켰다는 사실이었다.

‘진짜 끈질기네.’

이블 스파이더 퀸과 한성의 전투가 시작한지 꽤 시간이 흘렀다. 그와 중에 이블 스파이더 퀸은 여덟 개의 다리 중 절반이 잘려나갔다.

뒷다리 두 개, 중간다리 두 개가 반쯤 잘려 나간 상황.

덕분에 이블 스파이던 퀸의 기동력은 처음보다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쿠오오오오!

하지만 그럼에도 기세는 죽지 않았다.

이블 스파이더 퀸은 앞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이며 한성을 향해 내려쳤다.

쾅쾅쾅쾅!

앞다리를 연타하듯 내려치는 이블 스파이더 퀸의 공격에 한성은 이를 악물며 피해 냈다.

앞다리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난 한성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전투는 막바지에 다다라 있었다.

한성의 생명력과 마나도 절반 이하였다.

아직 회복 포션이 남아 있기는 했지만, 몇 개 되지 않는 데다가 쿨타임도 있어서 막 쓸 수는 없었다.

‘소환수들만 있었다면 이렇게 힘들지 않을 텐데…….’

새삼 한성은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좋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1:1을 하려고 하니 온몸이 쑤셨으니까.

‘하지만 이제 얼마 안 남았어.’

그동안의 공격으로 이블 스파이더 퀸의 생명력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앞으로 조금만 더 상대하면 쓰러트릴 수 있을 터!

한성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앞다리를 피해 옆구리로 달려갔다.

슈슈슉!

그러자 이블 스파이더 퀸의 옆구리에서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한성은 재빨리 아크스태프와 육죽창을 내밀어 튕겨 냈다.

팅팅팅!

“무슨 털이 이렇게 긴 건지, 원.”

아크스태프와 육죽창에 맞아 튕겨나간 건 다름 아닌 이블 스파이더 퀸의 튼튼한 털이었다.

옆구리에 나 있는 강철처럼 단단하고 긴 털이 마치 화살처럼 날아들었던 것이다.

부웅!

그때 한성을 향해 아직 멀쩡한 이블 스파이더 퀸의 중간다리 하나가 휘둘러져 왔다.

“어딜!”

자신을 향해 내려쳐 오는 중간다리를 향해 한성은 전설의 육죽창을 내질렀다.

푸욱!

끼에에에엑!

이블 스파이더 퀸은 자신의 다리에 육죽창이 깊숙이 박히자 괴성을 내질렀다.

동시에 반사적으로 찔린 다리가 위로 들려졌다.

그 틈을 노리고 한성은 이블 스파이더 퀸의 몸통을 향해 돌진했다.

“에어 스텝!”

팡! 팡!

200레벨이 되면 배우려고 준비한 스킬.

에어 스텝은 일정시간 동안 공중을 걷거나 뛸 수 있게 해 준다. 원래는 파이터 계열 전용 스킬이지만, 패왕 직업에서 전승을 한 덕분에 한성도 배울 수 있었던 것이다.

공중을 뛰어오르며 순식간에 이블 스파이더 퀸의 몸통에 도달한 한성은 육죽창을 내지르고 휘둘렀다.

푸욱! 스칵!

이미 디버프 3종 세트 디케이, 디지즈, 포이즌 스킬을 시전한터라 육죽창으로 낸 상처를 통해 지속 데미지를 입혔다.

키아아아아악!

쿠웅!

옆구리에 데미지를 입은 이블 스파이더 퀸은 다시금 괴성을 내지르며 지면에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한성은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제 끝이 다가왔다고.

실제로 이블 스파이더 퀸의 생명력은 아슬아슬한 상태였다.

하지만 한성 또한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한성의 생명력도 4분의 1이하로 떨어졌으니까.

“이제 그만 끝내자.”

지면에 쓰러진 채 몸을 들썩이며 숨을 몰아쉬고 있는 이블 스파이더 퀸을 바라보며 한성은 아크스태프를 치켜들었다.

처음 시전한 데스사이즈 모드가 끝난 지 한참 지나 있었다.

다시 사용하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

하지만 보통의 상태로도 충분히 데미지를 줄 수 있었다.

아크스태프를 치켜든 한성은 최후의 일격을 준비했다.

‘어?’

그때 한성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두두두!

천천히 조금씩 지면이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무언가 대규모 무리가 다가오고 있는 것 같은 소리도 들려왔다.

“뭐야?”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던 한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바라봤다.

하얀 별빛 아래에서 희미하게 흙먼지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서, 설마?”

그 모습을 본 사라와 세라 또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초원을 헤치며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무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먼저 그들 앞에서 역삼각형 모양의 방패 뒤에 두 자루의 검이 교차하고 있는 문장 깃발이 보였다.

“저건 백작가의 영지군이잖아!”

깃발을 확인한 사라가 놀란 얼굴로 소리쳤다.

이쪽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 무리들은 다름 아닌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지군으로 기사단과 기마병으로 이루어진 선발대였다.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한성이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아주 난리가 났군.”

은빛 마갑을 착용한 하얀 백마를 탄 인물이 주변을 둘러보며 혀를 찼다.

“다, 당신은!”

그를 본 세라는 눈을 크게 떴다.

크리스토 백작가 오판 기사단의 단장, 크로틴.

크로틴이 이끄는 오판 기사단은 크리스토 백작가에서 자랑하는 최강 기사단이다.

이전에 상대한 레이몬드가 단장으로 있는 옴팔 기사단은 사실 2군으로 100레벨 초반대의 기사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 한성의 눈앞에 나타난 오판 기사단은 완전히 급이 다르다.

평균 레벨이 무려 180이나 되었으니까.

거기다 단장인 크로틴은 200레벨이었다.

“너희가 백작님이 말한 첩자들이로군. 이리아 아가씨는 무사한가?”

크로틴은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과 한성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사라와 세라를 향해 다가가며 물었다.

“소드소드.”

“파이크파이크.”

크로틴이 다가오자 블랙 스켈레톤 검병과 창병이 앞을 막았다. 그러자 크로틴은 피식 웃었다.

“하찮은 해골 따위가 감히 내 앞을 막는 것인가?”

번쩍!

순간 크로틴이 차고 있는 장검에서 하얀빛이 터져 나왔다.

파사삭.

짧은 시간 크로틴의 앞에서 하얀빛에 노출된 블랙 스켈레톤 솔저 몇 마리가 골다공증 걸린 해골처럼 부서져 내렸다.

“……!”

그 모습을 본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건 신성력이다!’

놀랍게도 크로틴은 한성의 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성기사였던 것이다.

다그닥다그닥.

하얀 백마를 타고 사라와 세라가 있는 장소로 다가가면서 크로틴은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손쉽게 처리했다.

그가 다가오자 세라는 놀란 눈으로 크로틴을 올려다봤다.

“어, 어째서 당신이…….”

“당연한 걸 묻는군.”

크로틴은 하얀 장검을 꺼내들었다.

스릉! 스르릉!

그러자 크로틴의 뒤를 따라 오판 기사들과 기마병들이 검을 뽑아들었다.

“저놈을 처리하고 너희들을 무사히 데려가기 위함이지.”

크로틴은 하얗게 빛나는 장검을 한성에게 가리켰다.

“네놈이 레이몬드를 쓰러트린 네크로맨서지? 역시 이번에도 우리들을 방해하기 위해 나타났군.”

“날 알고 있나?”

“물론이지. 레이몬드 녀석이 널 만나면 죽이겠다고 벼르고 있어서 말이야.”

‘그 녀석, 정말로 살아 있나 보군.’

크로틴의 말에 한성은 속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옴팔 기사단의 단장, 레이몬드.

그는 확실히 한성의 손에 죽었다.

하지만 크로틴이 하는 말을 들어 보면 죽지 않고 살아있는 모양이었다.

“한 번 죽였던 적이 있는 놈인데 두 번 죽이기 어려울까?”

“뭐라고?”

한성의 말에 크로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뭘, 그렇게 놀라지? 레이몬드 녀석이 죽었다가 살아났다는 사실을 모르나?”

“그건 또 무슨 개 짖는 소리냐, 시체술사.”

크로틴은 날카로운 눈으로 한성을 노려봤다.

얼마 전, 레이몬드가 옴팔 기사단을 이끌고 이리아를 마중 나갔었다.

그리고 돌아온 자는 단, 한 명 레이몬드뿐이었다.

레이몬드는 자신이 이끌고 나간 옴팔 기사단은 네크로맨서 방문자 한 명에게 전멸 당했다고 했다.

크로틴은 레이몬드가 말한 네크로맨서가 한성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챘다.

레이몬드가 묘사한 인상착의가 비슷한데다가, 사라와 세라가 있는 장소에 해골 병사들이 있었으니까.

자연스럽게 레이몬드가 말한 네크로맨서가 떠올랐던 것이다.

그런데 레이몬드가 죽었다가 살아났다니?

“모르면 말고. 그놈과 만나면 자연히 알게 되겠지. 어차피 영주성에 가 볼 생각이니까.”

“여기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당연히.”

“네놈이 강한 힘을 가진 네크로맨서라고 해도 과연 이 병력을 뚫고 갈 수 있을까?”

“네놈들 수십 명 정도 따위 내 상대가…….”

순간 한성은 말을 멈췄다.

‘헐, 대박.’

어두워서 자세히 보지 못했었는데 크로틴 너머로 서른 명 정도 되어 보이는 기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 뒤에는 기마병들이 삼백 명 정도 모여 있었다.

처음에는 기사들의 숫자가 열 명 정도 되었고, 기마병들도 많아봐야 서른 명이 좀 넘어 보였었다.

그런데 크로틴과 대화를 하는 사이 숫자가 확 늘어나 있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저벅저벅.

기마병들 너머로 적어도 수백 명은 넘을 것 같은 병사들이 다가오고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좋지 않은데…….’

상황이 급변했다.

생각보다 크로틴이 이끌고 온 병력이 많았던 것이다.

“이제 상황 파악이 좀 되나?”

크로틴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거기다 지금 한성의 상황이 어떤지 대충 눈치채고 있었다.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베이비 이블 스파이더들과 한성의 곁에 쓰러져 있는 거대한 보스 몬스터를 보면 손쉽게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그 몸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걸?”

“그건 네놈 생각이지.”

한성은 크로틴의 말에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이블 스파이더 퀸을 상대하느라 생명력과 마나가 바닥상태였던 것이다.

그나마 크로틴과 대화를 하면서 어느 정도 회복시킬 수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크로틴이 데리고 온 병력의 숫자가 어마어마했으니까.

거기다……

키야아아악!

그때 숨통이 끊어질 듯 말 듯 하고 있는 이블 스파이더 퀸이 괴성을 지르며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살아 있었나!”

크로틴은 흠칫 놀랐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이블 스파이더 퀸이 난데없이 괴성을 지르며 거구를 일으켰던 것이다.

“내가 끝장을 내주지!”

크로틴은 자신의 장검에 신성력을 주입하며 이블 스파이더 퀸을 향해 겨눴다.

“안 돼!”

그 모습을 본 한성은 다급하게 스킬을 시전했다.

“본 실드!”

키잉!

순식간에 크로틴과 이블 스파이더 퀸 사이에 검은 뼈로 이루어진 본 실드 네 개가 생성됐다.

번쩍!

그 순간 크로틴의 장검에서 하얀 빛이 일직선으로 이블 스파이더 퀸을 향해 쏘아졌다.

콰콰콰쾅!

어둠을 가르며 쏘아진 하얀 빛은 본 실드와 충돌하며 폭발을 일으켰다.

키익! 키에에엑!

그 모습을 본 이블 스파이더 퀸은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크로틴의 하얀빛에 위협을 느낀 것이다.

하긴 상성을 놓고 보면 천적과도 같았다.

“우, 우왁!”

“피, 피해!”

200레벨에 달하는 보스 몬스터의 몸부림은 아무리 오판 기사단이라고 해도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저놈들에게 막타를 뺐길 수는 없지!’

막타도 막타지만 만약 오판 기사단 놈들이 이블 스파이더 퀸을 건드리기도 하면 망한다. 그들의 개입에 한성의 4차 전직이 실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전에 내가 끝낸다!’

비록 크로틴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 자신뿐 아니라 이블 스파이더 퀸 역시 좀 회복을 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생명력은 바닥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금도 늦지 않은 것이다.

한성은 이블 스파이더 퀸을 향해 최후의 일격을 준비했다.

“본 스피어! 쿼드라 본 리터레이션!”

한성의 외침에 검은 뼈로 이루어진 해골창이 총 여덟 개가 이블 스파이더 퀸의 상공에서 생성되기 시작했다.

“나도 질 수 없지!”

그때 크로틴이 장검에 신성력을 집중시키며 소리쳤다.

“아니, 넌 왜 노리는 건데!”

“당연히 막타를 먹기 위함이다.”

“미친!”

설마 크로틴이 이블 스파이더 퀸의 막타를 노리려고 할 줄이야!

그사이 한성과 크로틴은 서로 공격 준비를 끝냈다.

잠시 후 여덟 자루의 본 스피어와 크로틴의 장검에서 뿜어져 나온 강렬한 백색섬광이 이블 스파이더 퀸을 노리고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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