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6
< 내 언데드 100만 >
제236화 한성 vs 구울부대
크워어어어!
사라와 세라 앞에 나타난 구울들은 괴성을 지르며 무기를 치켜들었다.
“어, 어째서?”
갑작스러운 사태에 세라는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구울들의 복장은 크리스토 백작가의 기사 갑옷이었다.
대체 저들은 왜 구울이 되어 있는 것일까?
꾸워어어억!
하지만 세라의 생각은 길지 않았다.
얼핏 봐도 열 마리가 넘는 나이트 구울들이 수풀 속에서 나오며 사라와 세라를 향해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파이어 볼트!”
푸확!
달려드는 나이트 구울 한 마리를 향해 사라가 화염 마법을 시전했다.
붉은 불덩어리가 허공에 생성되면서 나이트 구울을 향해 날아갔다.
쾅! 화르륵!
워낙 다급한 상황에서 급조하듯이 사용했기 때문에 위력은 높지 않았다.
하지만 달려드는 나이트 구울들을 주춤거리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그사이 사라는 다음 화염 마법을 시전할 수 있었다.
“내 앞을 가로막는 붉은 벽이 되어라! 파이어 월!”
화르르륵!
사라와 세라 앞에 화염으로 이루어진 장벽이 생겨났다.
“잘했어요, 언니!”
사라 덕분에 세라는 전투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수풀 속에서 나이트 구울 열 다섯 마리가 나타난 이후에도 계속해서 일반 구울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울은 언데드 계열 몬스터로 좀비보다 더 강력한 존재였다.
거기다 구울들의 평균 레벨은 200 안팎.
그동안 수련을 해서 100레벨 중반이 된 그녀들에게 나이트 구울 세 마리를 상대하는 건 벅찬 일이었다.
그런데 일반 구울들까지 나타나고 있었기에 사라와 세라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다 세라는 등에 이리아까지 업고 있는 상황.
혹시나 있을 사태에 대비해서 전투 준비를 마친 그녀들은 지체 없이 파이어 월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공터의 절반이 넘을 정도로 넓게 퍼져 있는 파이어 월은 구울들의 접근을 막아 주고 있었다.
크워어어어!
하지만 구울들은 정면에만 있지 않았다.
양옆 수풀에서도 구울들이 나타나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짧은 순간 사라와 세라는 눈빛을 교환했다.
“익스플로전!”
쾅!
순간 왼쪽에서 달려드는 구울 앞에 화염 폭발이 일어났다.
키에엑!
폭발에 휘말린 구울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가떨어졌다.
레벨 차이가 좀 났지만, 대부분의 언데드들은 화염 속성 공격에 약했다. 거기다 일반 구울이었기 때문에 데미지를 꽤 입었다.
“트리플 레이!”
어둠 속에서 하얀 별빛을 받으며 세라의 레이피어가 차가운 기운을 흩뿌렸다.
핑!
세라의 레이피어는 파공성을 내며 오른쪽에서 달려들고 있는 구울을 향해 찔러 들어갔다.
퍽! 퍽! 퍽!
정확히 구울의 이마 한 점에 레이피어가 세 번 꽂혔다.
말할 것도 없이 크리티컬 데미지가 터졌다.
쩌저적!
그 직후 구울의 이마에 박혀 들어간 레이피어를 중심으로 차가운 기운이 흘러나왔다.
끄어어어.
순식간에 구울의 머리가 얼어붙어 버렸다.
그렇게 구울 두 마리를 제압한 사라와 세라는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녀들의 레벨로는 일격에 구울들을 쓰러트릴 수 없었다.
크워어어어어!
그때 파이어 월 너머에서 괴성이 울려 퍼졌다.
쿵쿵쿵!
화륵! 화르륵!
“마, 말도 안 돼!”
사라는 놀란 표정으로 눈을 부릅떴다.
나이트 구울들이 파이어 월을 뚫고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끄에에에엑!
나이트 구울의 발밑에서 일반 구울들이 화염이 치솟아 오르고 있는 지면을 몸을 던져 막고 있었다.
아무리 구울들이 몸으로 파이어 월을 막는다고 해도 뚫고 오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는 언데드 몬스터들.
일반 구울들은 파이어 월을 몸을 던져 막으며 죽는 소리를 냈지만 나이트 구울들은 개의치 않았다.
“설마 발목잡기용이었나요?”
사라와 다른 의미로 세라는 놀랐다.
양쪽에서 달려든 구울들은 시간벌기용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크아아아아!
키가 2미터에 달하는 나이트 구울들이 괴성을 지르며 미칠 듯한 스피드로 사라와 세라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아…….’
그 모습을 본 세라는 머리가 새하얘졌다
모든 게 끝났다.
사라와 세라의 걸음걸이로는 나이트 구울들을 따돌릴 수 없었다.
마법사인 사라는 스태미나가 낮은 편이었고, 등에 이리아를 업고 있는 세라 또한 나이트 구울에게 붙잡힐 수밖에 없었다.
본래라면 크리스토 백작가에서 파견한 병력들의 호위를 받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난데없이 200레벨에 해당하는 구울 무리들에게 습격을 받은 것이다.
그것도 언데드 몬스터들이 존재할 리 없는 몬테르디 평원에서!
“이렇게 끝나다니…….”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세라는 절망했다.
모든 계획이 물거품으로 변해 버렸으니까.
적어도 지금까지는.
“본 스피어!”
슈아아악!
순간 상공에서 날카로운 파공성이 울려 퍼지며 거대한 흑색창 4개가 떨어져 내렸다.
쾅! 쾅! 쾅! 쾅!
꾸에엑!
크어어어억!
지면에 흑색창들이 내려꽂히면서 발생한 충격파에 나이트 구울 몇 마리가 휘말리면서 지면을 나뒹굴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본 익스플로전!”
콰콰콰콰쾅!
지면에 꽂힌 흑색창이 폭발하면서 파편들을 사방으로 흩뿌렸다.
크아아아아!
폭발과 파편에 휘말린 나이트 구울에 바람구멍이 났다.
기사 갑주로 몸을 보호하고 있었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터진 뼛조각들을 방어할 수 있을 만큼 재질이 좋은 편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라와 세라를 향해 달려들던 나이트 구울들은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
그 모습을 사라와 세라는 멍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불과 몇 초전까지만 해도 그녀들은 모든 걸 포기했다.
그만큼 나이트 구울들은 그녀들에게 있어서 어떻게 할 수 없는 몬스터들이었으니까.
그런데 한순간에 나이트 구울들을 쓰러트려 버리다니?
물론 방금 전 공격으로 나이트 구울들을 모두 처치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나이트 구울 대부분은 팔다리가 날아가고 생명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채 지면 위에서 버둥거리고 있었다.
처치한 상황과 다를 바 없었다.
스르륵.
그때 사라와 세라의 주위로 푸른 눈빛을 빛내는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지면에서 천천히 솟아올라오고 있었다.
눈 깜짝 할 사이에 블랙 스켈레톤 솔져들에게 퇴로가 막힌 상황.
삐이이익!
그리고 사라와 세라의 머리 위에서 바람소리와 함께 독수리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후냑!”
고개를 들어 올린 사라는 괴상한 소리를 내며 몸을 움츠렸으며, 세라는 겉으로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몸이 떨리는 건 막을 수 없었다.
그녀들의 머리 위에 거대한 그리폰 한 마리가 날갯짓을 하며 날카로운 눈초리로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설명 좀 들어 볼까? 도둑고양이들? 잘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대답 여하에 따라서 벌칙이 주어질 거니까.”
그리폰 위에서 한성은 미소를 지으며 사라와 세라를 향해 말했다.
크아아아아아아!
그때 아직 살아남아 있는 구울들이 괴성을 지르며 마구 날뛰었다.
“저것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한성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아래를 내려다봤다.
나이트 구울 15마리.
일반 구울 약 100마리.
원래는 사라와 세라를 보호하기 위해 파견된 병력들이었다.
지금은 죽어서 구울이 되어 버렸지만 말이다.
“이제타, 윈드 토네이도!”
후우우우웅!
한성의 외침에 이제타는 부리를 벌리며 주변 공기를 끌어모았다.
잠시 후, 이제타의 입에서 회오리바람이 발생하면서 구울들을 휩쓸었다.
콰콰콰콰콰콰!
날카로운 칼날처럼 윈드 토네이도는 지면을 갉으면서 일직선으로 뻗어나갔다.
쿠에에엑!
윈드 토네이도에 휩쓸린 구울들은 괴성을 지르며 하늘 높이 떠올랐다가 다시 지면에 내동댕이쳐졌다.
이제타의 레벨도 한성과 같았기 때문에 구울들에게 어마어마한 광역 데미지가 들어갔다.
[축하합니다. Lv200 폭주한 나이트 구울을 처치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LV200 폭주한 구울을 처치…….]
잠시 한성의 시야에 구울들이 처치되었다는 메시지가 주르륵 올라왔다.
본 스피어와 본 익스플로전, 그리고 윈드 토네이도를 직격으로 맞은 나이트 구울들은 대부분 사망했다.
하지만 여전히 구울들은 반수가 넘게 남아 있었다.
크워어어어.
꾸엑. 꾸엑.
나머지 구울들은 다시 한 곳에 모여서 한성을 올려다보며 괴성을 흘렸다.
약 60마리 정도 남은 구울들의 모습은 여전히 위협적이었다.
그래도 확실히 이전에 비해 기세가 약해진 느낌이었다.
‘사라와 세라, 이리아를 확보했으니 빠르게 끝을 내 볼까?’
한성은 힐끔 뒤를 바라봤다.
그녀들 주위에는 틴달로스를 통해 블랙 스켈레톤 솔저 30마리를 내려 보냈다.
거기다 혹시 몰라서 그녀들을 포위한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 뒤에 루루와 레이몬도 투입시켜 놓았다.
당분간 사라와 세라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터.
한성은 그리폰의 안장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그대로 지면을 향해 뛰어내렸다.
“트, 트레인!”
그 모습을 본 사라가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세라 또한 놀란 표정으로 공중에서 떨어져 내리기 시작한 한성을 바라봤다.
이제타가 떠 있는 높이는 약 8미터 정도 된다.
건물로 치자면 약 3층 높이다.
그러니 놀랄 수밖에.
“그라운드 임팩트!”
하지만 한성은 그녀들의 놀람을 뒤로하고 패왕 전승 스킬을 시전하며 지면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잠시 후 지면을 뒤흔드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8미터 높이에서 떨어져 내리며 발생한 낙하 에너지와 그라운드 임팩트의 위력이 합쳐지면서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한성을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꺅!”
“소드소드.”
“방방.”
그 충격파에 사라와 세라, 블랙 스켈레톤 솔져들까지 휘말렸다. 그래 봐야 뒤로 밀려나는 수준이었지만.
하지만 이것도 한성이 전방을 향해 부채꼴 형태로 충격파가 발산되도록 조절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뒤로 밀려날 정도였으니 엄청난 위력이 아닐 수 없었다.
“이게 무슨…….”
세라는 놀란 표정으로 앞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앞에 흙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라 있었기 때문에 시야가 보이지 않았다.
그것도 잠시, 이내 흙먼지가 가라앉으면서 전경이 드러났다.
“……!”
눈앞에 드러난 모습에 사라와 세라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한성을 중심으로 지면에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겨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성의 앞으로 지면이 초토화가 되어 있었다.
충격파에 땅이 뒤집혀져 있었으며, 초월 수풀들 일부도 날아가고 없었다.
그리고 그곳에 모여 있던 구울들까지도.
“끝났군.”
지면에 오른쪽 주먹과 무릎을 대면서 착지한 한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폰 밑에서 우글우글 거리던 구울들은 대부분 전멸했다.
남아있는 녀석들은 이제 10마리가 조금 넘는 수준.
그마저도 생명력이 바닥이었다.
남은 건, 잔당 사냥을 하면 될 뿐.
“그럼…….”
이제 사라와 세라에게 어떻게 된 영문인지 일단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이었다.
한성은 고개를 뒤로 돌리려고 했다.
그 순간 한성의 시야에 안내 메시지가 한 줄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200레벨이 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