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235화 (235/318)

# 235

< 내 언데드 100만 >

제235화  뜻밖의 사태

뻐억!

[크리티컬이 터졌습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한성의 시야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끄헉!”

갑작스러운 일격에 카슈발은 짤막한 비명을 지르며 눈을 까뒤집었다.

한성이 실버팽을 장비한 채로 후려쳤기 때문에 제법 데미지를 입은 데다가 상태 이상 기절에 걸린 것이다.

“뭐, 뭐야?”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나머지 네 명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그리고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야, 야! 이 새끼 칼프스들 건드린 놈 아냐?”

“지금 그게 문제냐?”

“어디서 감히 주먹질이야!”

“대장!”

추적대들 중 세 명이 한성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나머지 한 명은 입에서 거품을 물며 길바닥에 쓰러진 채 팔딱팔딱거리고 있는 카슈발을 돌봤다.

“힐힐! 큐어 스턴!”

카슈발을 돌보는 자는 회복 계열 사제인 모양이었다.

그는 카슈발의 생명력과 기절 상태 이상을 회복시키는 마법을 시전했다.

“너, 이 새끼 죽었다고 복창해라!”

“감히 겁도 없이 우리를 건드려?”

그사이 탱커 한 명, 원거리 딜러 두 명으로 구성된 추적대원들은 한성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전용 무기를 써서 두들겨 패고 싶겠지만, 그랬다가는 경비병들이 달려올 것이기 때문이다.

“결투신청 받아, 이 새끼야!”

“뒤질 때까지 맨손으로 쳐맞고 싶냐?”

‘카이드, 레이든, 제라드, 게인.’

카이드와 레이든을 무시하며 한성은 눈앞에 있는 추적대들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카슈발과 함께 자신을 집요하게 쫓아왔던 녀석들.

그놈들은 한성에게 끊임없이 결투신청을 걸면서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한성은 결투신청을 거부하며 공격을 피해 냈다.

‘여기서 소동을 크게 만들면 안 돼.’

마음 같아서는 바닥에 쓰러져서 부들부들거리고 있는 카슈발처럼 만들어 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참아야 했다.

소동이 커지면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이 모여들 것이고, 광산도시의 경비병들이 달려올 테니까.

그 때문에 눈앞에 있는 녀석들이 결투신청을 계속하고 있었다.

휙.

한성은 아무 말 없이 곧바로 몸을 돌렸다.

이미 시원스럽게 한 발 뺀 후다.

현자타임이 온 한성은 추적대 놈들을 등 뒤에 남기고 미련 없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추적대 놈들과 드잡이질을 벌이고 있을 때가 아니다.

최대한 빨리 이젯탈 그리폰 500을 소환할 장소로 가서 광산도시를 떠나야 했으니까.

“야, 이 뻑치기 자식아!”

“어딜 감히 우리 앞에서 도망가려고!”

“거기 안 서!”

카이드, 레이든, 제라드가 입에 거품을 물고 소리치면서 한성을 뒤쫓았다.

하지만 그들의 눈앞에서 한성은 빠른 속도로 사라져 갔다.

한성보다 레벨은 높지만 스텟이 낮았기 때문이다.

“뭐가 저렇게 빨라?”

“무슨 다리에 엔진이라도 달았나.”

“레벨도 안 높아 보이는데.”

추적자 세 명은 이를 악물고 뛰었다.

추적대의 대장인 카슈발을 쓰러뜨린 놈을 눈앞에서 버젓이 놓칠 수 없었다.

거기다 그들은 칼프스들을 건드린 은빛 눈가면 자식이 눈앞에 있는 놈이라고 심증을 굳히고 있었다.

‘슬슬 다 와 가는군.’

그래도 명색이 추적자라고 세 명은 한성을 놓치지 않고 뒤쫓아왔다.

비슷한 레벨의 클랜원들이었다면 이렇게 쫓아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오기의 산물.

하지만 한성도 이제 슬슬 위험해지려고 하는 상황이었다.

“야야! 저 자식 잡아!”

“우리 건드린 놈이야!”

그리폰을 소환할 수 있는 장소는 정문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그 덕분에 정문 근처에서 순찰 중인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이 있었다.

“뭐, 뭡니까?”

“저 녀석…….”

“은빛 눈가면이다!”

3인 1조로 순찰을 돌던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은 한성을 보고 자신들이 찾고 있던 정체불명의 인물이라는 걸 눈치 챘다.

“은빛 눈가면이 나타났다!”

“모두 모여!”

순찰조원들은 곧바로 한성이 나타난 걸 사방으로 전파했다.

불과 몇 분도 안 돼서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이 몰려 올 터.

“이미 늦었어.”

한성은 입 꼬리를 말아 올리며 소리쳤다.

“나와라, 이젯탈 그리폰 500!”

휘이이이잉.

순간 한성을 중심으로 강렬한 바람이 소용돌이치며 뻗어 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한성을 중심으로 생겨난 회오리바람 속에서 이제타의 위풍당당한 모습이 나타났다.

“뭐, 뭐야?”

“저거 그리폰 아니야?”

“아니 그리폰이 왜 여기서 나와?”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은 벙찐 얼굴로 몸통만 3미터 정도 되는 이제타를 바라봤다.

그사이 한성은 이제타의 등위에 올라탔다.

“어, 어?”

“자, 잠깐!”

그 모습에 순찰조원들과 추적자들은 낭패한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그런 그들을 향해 한성은 가운데 손가락을 쳐 올리며 소리쳤다.

“잘 있어라, 병신들아!”

후웅! 훙훙!

한성의 한마디를 남기고 이제타가 날갯짓을 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한성을 태운 이제타는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 모습을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은 닭 쫓던 개 같은 심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폰을 잡는 건 힘든데다가 공격 마법이라도 쓰면 바로 경비병들이 뛰어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거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카이드, 레이든, 제라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타락한 악몽의 숲, 흑사림에 있는 던전에서 한성이 랜덤 텔레포트를 실행하면서 추적자들에게 외쳤던 말이었다.

하지만 워낙 좀 오래전에 있었던 일이라 기억을 떠올리지 못했다.

그리고 설마 그리폰을 타고 있는 은빛 눈가면이 한성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너 이 자식 잡히면 게임 접게 만들어 주마!”

“각오해라!”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은 한성의 밑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쳤다.

“흥.”

그들의 모습에 한성은 코웃음을 치고 사라와 세라가 있는 장소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녀들이 있을 예정인 몬테르디 평원으로.

*       *       *

광산도시 마인 크래프트의 미스릴 지하 아지트.

“일단은 예정대로인가?”

미스릴 지부 집무실에서 디아나는 네리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

여전히 토끼 인형 옷을 입고 있는 네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웃고 있는 디아나의 얼굴과 다르게 네리아는 어딘가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그가 갔으니 충분히 시간을 벌 수 있을 거다. 이번에는 리처드도 지난번처럼 안일하게 대처하지 않겠지. 우리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나아.”

“그래서 더 걱정이에요. 이번에는 간단하지 않을 테니까요.”

디아나와 네리아가 말하는 지난번이란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과 크리스토 백작가의 병사들에게서 한성이 이리아를 구출한 것을 말한다.

그때 이리아를 빼앗겼다는 사실을 리처드 백작은 후회하고 있을 터.

“그에게는 안성맞춤인 시련이지.”

“디아나 님!”

네리아는 소리를 쳤다.

마치 디아나의 말에 의하면 한성의 시련을 위해 이리아가 위험해져도 상관없다는 의미로 들렸으니 말이다.

“어쩔 수 없잖아. 위험부담 없이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그리고 지금부터 이리아를 구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지.”

“그건 그렇지만…….”

네리아는 말꼬리를 흐렸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이리아를 구출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을 벌기 위해 트레인을 투입한 것이 아닌가?

“셀라스틴?”

“네, 디아나 님.”

“준비는 다 끝냈겠지?”

“네. 물론이에요.”

“그럼 이번 일이 끝나면 상을 줘야겠군.”

“사, 상이요!”

디아나의 웃는 말에 셀라스틴의 늑대 꼬리가 바짝 치켜 올라갔다.

“이제 움직여야 할 시간이군. 셀라스틴, 네리아 이리아 구출은 너희들에게 맡기겠다.”

“네.”

셀라스틴과 네리아는 동시에 대답했다.

그녀들의 대답에 디아나는 붉은 입술을 혀로 핥으며 입을 열었다.

“만약 이번 일에 실패하면 밤새도록 괴롭혀 줄 테니 각오하도록. 그럼 나도 이제 슬슬 움직여봐야겠군.”

그날 밤.

디아나와 셀라스틴, 그리고 네리아는 은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몬테르디 평원.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주성에서 약 이틀이 좀 넘는 거리에 있다. 광활한 몬테르디 평원에는 고저가 높은 언덕과 수풀로 우거진 초원지대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초원지대에서 작은 공터가 존재하는 장소가 있는데 바로 그곳이 사라와 세라가 가야할 곳이었다.

“세라.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

초원지대의 수풀을 헤치며 사라가 불안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미 각오했잖아요. 이제 우린 물러설 수 없어요.”

세라는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

세라의 등에 업혀 있는 이리아를 블랙 캣츠 정보 길드에서 데리고 나온 순간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끝까지 갈 수밖에 없는 상황.

“반지가 들어온 이상 오래 지체하면 우리들이 위험해져요.”

“그건 알지만…….”

사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녀들이 네리아나 한성에게 있어 배신이라고 할 수 있는 행위를 한 이유는 반지 때문이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리아와 반지가 한 세트로 모였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녀들은 처음부터 리처드 백작이 심어 놓은 스파이였다. 이리아를 손에 넣지 못했을 때나, 혹은 반지의 행방을 알게 되었을 때, 이리아와 반지를 회수하기 위해서.

원래는 반지의 행방을 찾기 위해 그녀들을 파견했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그녀들과 함께 성을 탈출한 이리아는 사라와 세라가 말려들지 않게 하기 위해 반지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리처드 백작의 계획은 꼬이고 말았다.

조급해진 리처드는 다시 이리아를 회수하려고 했지만 한성의 방해로 무산되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기회였다.

그 후 이리아가 반지를 다시 손에 넣었다는 사실을 다른 첩자들을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당장 리처드 백작은 사라와 세라에게 새로운 지령을 내렸다.

이리아와 반지를 데리고 영주성으로 복귀하라고.

“바보 언니. 우리 목적을 잊지 마요.”

“으, 응.”

그녀들에게는 이루어야 할 목적이 있었다.

그걸 이루기 위해서는 리처드 백작과 함께해야 했다.

설사 그 때문에 이리아와 다른 사람들을 배신할 수밖에 없다고 해도.

“슬슬 합류 지점이에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와 세라는 리처드 백작으로부터 지령 받은 장소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는 크리스토 백작가의 병력들에게 호위를 받으며 갈 예정이었다.

주위가 수풀로 둘러싸여 있는 작은 공터.

하얀 별빛 아래로 스산한 바람이 불며 수풀들을 살살 흔들었다.

사락사락.

그때 사라와 세라의 정면에 있는 수풀이 흔들리며 쓰러졌다.

그리고 그 속에서 무언가가 툭 튀어나왔다.

크르르르.

“……!”

순간 사라와 세라는 경악한 표정으로 눈을 부릅떴다.

초원의 수풀을 헤치고 하얀 별빛 아래에서 크리스토 백작가의 기사 갑옷으로 무장한 구울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사라는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파견된 기사단이 구울이 되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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