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234화 (234/318)

# 234

< 내 언데드 100만 >

제234화  추적대

네리아의 은밀한 선물이다.

구원자 칭호와 함께 보상으로 받게 되어 있었다.

단지, 지금 네리아는 거미줄에 걸린 나비처럼 디아나의 아름다운 유혹에 붙잡혀 있는 상태였지만 말이다.

“받아들이겠다.”

한성은 의뢰를 승낙했다.

[히든 연계 미션(3): 크리스토 백작가의 찬탈자가 새롭게 갱신됩니다.]

[히든 연계 미션(3): 크리스토 백작가의 찬탈자.]

[당신은 무사히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애 이리아를 구출하셨습니다. 하지만 이리아의 심복인 사라와 세라가 배신했습니다. 그녀들은 이리아와 반지를 가지고 리처드 백작에게 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녀들을 저지하고 이리아를 구출하십시오.]

[미션 요구 레벨: 180~250.]

[난이도: A랭크.]

[진행상항(1): 이리아 구출(0/1). 가문의 반지(0/1).]

[진행상항(2): 리처드 백작 처치(0/1).]

[진행상항(3): 어둠의 신봉자들 음모 저지(0/1).]

[성공 시: 크리스토 백작가의 구원자 칭호 획득.]

[실패 시: 크리스토 백작가의 도망자 칭호 획득.]

‘흠.’

한성은 새롭게 갱신된 미션을 확인했다.

다시 이리아와 반지를 구하고 리처드 백작까지 때려잡아야 하는 상황.

거기다 어둠의 신봉자들까지 얽혀 있었다.

‘그래도 충분히 클리어할 수 있겠지.’

200레벨이 되고 4차 전직까지 하게 되면 더욱더 쉬울 터!

히든 속성 퀘스트도 조만간 완료할 수 있었다.

‘월드 히든 미션은 시간이 좀 걸리려나?’

마인들의 음모를 파악하기 위해 다른 던전에 있을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 10개를 조사해야 했다.

‘아니지. 어둠의 신봉자 놈들을 족치다 보면 미션이 새롭게 갱신될지도.’

히든 연계 미션 크리스토 백작가의 찬탈자처럼 말이다.

가상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의 미션은 진행하다가 보면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자유도가 높다는 방증이기도 했지만, 플레이어 방문자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갈렸다.

미션대로 실컷 진행하고 있는데 갑자기 변경되어 버리니 말이다. 거기다 그 경우 난이도 상승을 동반했다.

하지만 대부분 플레이어 방문자들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왜냐하면, 그만큼 보상도 좋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한성이 진행 중인 월드 히든 미션의 경우는 진행을 앞당길 수도 있었다.

다른 던전에서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를 조사하는 이유는 마인들의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서다.

그런데 어둠의 신봉자들을 족치다가 마인들의 음모에 대한 정보를 입수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 경우 진행이 빨라질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문제가 하나 있어.”

“무슨 문제?”

한성의 말에 디아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문했다.

“블랙 레이븐 클랜과 한바탕했거든. 아마 광산도시 정문에서 진을 치고 날 기다리고 있을걸?”

정문은 광산도시에서 유일하게 오갈 수 있는 출입구다.

분명 칼프스 녀석들이 사망하고, 게임 밖에서 클랜원들에게 연락을 보냈을 것이다.

동료가 당했다는 사실에 블랙 레이븐 클랜원 놈들은 한성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 터였다.

“그게 무슨 문제라는 거지? 그대라면 별일 아니지 않나, 트레인?”

“뭐, 그렇기는 한데 귀찮잖아. 그리고 그놈들 뚫으려면 시간도 좀 걸릴 테고.”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 수십 명이 모여 있다고 해도 단순히 돌파하는 것이라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다.

거기다 일이 커질 경우 경비병들이 달려올지도 모른다.

“그 녀석들을 뚫고 가는 것보다 더 쉬운 방법이 있지 않나. 그리폰을 타고 탈출하면 되지.”

“……!”

‘헐.’

디아나의 말에 한성은 주먹으로 손바닥을 탁 쳤다.

“맞네. 그 방법이 있었네.”

광산도시의 출입구가 정문뿐이라고 생각한 게 맹점이었다.

하늘은 탁 트여 있었으니까.

*       *       *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주성.

밤의 어둠 속에서 영주성 곳곳에는 횃불이 밝아 있었다.

영주 집무실도 마찬가지.

“그녀들은 지금 어디에 있지?”

영주 집무실에서 신경질적인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재 몬테르디 평원에 접근 중입니다. 이대로라면 늦어도 4일 안에 영주성에 도착할 겁니다.”

“계획에 차질은 없겠지?”

“예.”

크리스토 백작가의 현 가주 리처드의 말에 레이몬드는 고개를 숙였다.

그에 반해 살이 뒤룩뒤룩 찌고 40대 초반인 리처드는 불안한 듯 눈알을 굴리며 안절부절못했다.

그의 모습은 형인 라이먼과 반대였다.

라이먼은 기사라고 생각해도 좋을 만큼 탄탄한 체격과 사람들을 휘어잡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거기에 검소한 생활습관을 가진 탓에 영지민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귀족의 표본과도 존재였다.

하지만 리처드는 라이먼과 반대로 식탐이 강하며,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았다.

잔머리 또한 잘 굴렸다.

한마디로 말해 그는 탐욕이 강한 기회주의자였으며, 소인배이기도 했다.

“이번에는 절대 실패해서는 안 돼!”

리처드는 백작가의 가주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소리쳤다.

얼마 전 이리아를 손에 넣을 뻔했다가 실패했었기 때문이다.

“알고 있습니다. 저도 명예를 만회해야지요. 이 상처의 복수도 해야 하고.”

레이몬드는 얼굴에 나 있는 상처를 손가락을 쓸어내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성과 전투로 그는 왼쪽 얼굴에 세로로 길게 베인 상처가 났다.

왼쪽 눈썹부터 볼까지 세로로 새겨지다시피 난 자상(刺傷).

덕분에 레이몬드는 왼쪽 눈에 검은 안대를 쓰고 있었다.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이리아와 함께 반지를 리처드 백작님께 바치겠습니다.”

“너만 믿는다.”

“예.”

리처드는 레이몬드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그런 리처드의 눈에서 한순간 붉은빛이 번득였다가 사라졌다.

*       *       *

“언제나 그랬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예뻐 보이네.”

가상현실 세계라서일까.

어두운 밤하늘에 수놓아져 있는 별빛들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결코, 미스릴 지부에서 디아나와 네리아, 셀라스틴에게 작별 인사란 이름하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다가 해방되어서 온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게 아니다.

“그럼 이제 가 볼까?”

미스릴 지부가 있는 지하에서 홀로 올라온 한성은 차가운 밤공기를 마시며 심호흡을 했다.

루루와 틴달로스는 다시 아공간에 돌려보낸 상황.

“나와라, 이젯탈 그리폰 500!”

한성은 비교적 유명한 바이크 이름을 그리폰에게 붙였다.

애칭은 이제타.

그리폰 암컷이다.

애칭만 놓고 보면 종말과 연관 있는 것 같지만 아무런 관계가 없다.

[도시 내부에서 그리폰을 소환할 수 없습니다.]

“뭐?”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본 한성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파카 나와 봐.”

한성은 대지 타입 동물 펫인 알파카를 소환했다.

메르륵.

한성의 눈앞에서 황금빛 털을 자랑하는 고고한 육식성 알파카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에 바깥 공기를 쐰 파카는 기분 좋은 목소리를 냈다.

그런 파카에게 한성은 한마디 했다.

“파카 들어가.”

메르르르…….

한성의 말에 파카는 뭔가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소리를 냈지만, 그대로 다시 인벤토리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파카가 들어가는 것을 지켜본 한성은 눈썹을 찌푸렸다.

“아니 왜 파카는 되고 우리 이제타는 안 된다는 거야? 그리폰 무시하냐?”

[맹수인 그리폰은 도시 안에서 소환할 수 없습니다. 지정된 장소로 가서 소환하십시오.]

“아, 나. 사람 골치 아프게 하네.”

한성의 시야에 미니맵이 떠오르면서 그리폰을 소환할 수 있는 지점들이 표시됐다.

넓은 도시 안에서 그리폰을 소환할 수 있는 장소는 단 한 군데 뿐.

‘미친.’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폰을 소환할 수 있는 장소는 정문에서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하필 여기야?”

한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리폰을 소환하려면 정문 근처까지 가야 했다.

그래도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을 블랙 레이븐 클랜원 놈들과 드잡이질을 벌이는 것보다 나았다.

스윽.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한성은 은빛 눈가면을 눌러쓰며 그리폰을 소환할 수 있는 정문 근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광산도시 크래프트 마인의 거리에 하얀 별빛들이 내려온다.

그 아래에서 일련의 인물들이 길을 걷고 있었다.

“대장. 정말 그놈 잡으러 갈 거야?”

“블랙 레이븐 클랜을 건드린 놈을 가만히 놔둘 수는 없잖아. 가뜩이나 광산도시에는 인원이 달리는데 우리라도 도와줘야지. 스테인과 마틸다에게 빚을 지워두는 것도 괜찮고 말이야.”

카슈발은 동료 클랜원의 말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그들은 다름 아닌 트레인 추적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블랙 레이븐 클랜을 건드린 은빛 눈가면을 쓴 자를 붙잡기 위해 정문으로 가는 중이었다.

원래라면 한시바삐 트레인을 붙잡아서 창고 열쇠를 받아내고 응징을 해야 했지만 찾기가 힘들었다.

정말 게임을 접은 건지, 아닌 건지.

아니면 대륙 어딘가에서 숨을 죽이고 조용히 있는 것인지.

어느 쪽이 되었든 카슈발을 비롯한 네 명은 반드시 트레인을 붙잡아서 족칠 생각이었다.

그래야 성이 풀릴 테니까.

‘빌어먹을 미친 개새끼.’

미친놈이 던전을 어떻게 무너트렸는지 그 당시 추적대가 전멸해 버렸다.

그 후 트레인의 행방을 잡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 결국 추적대의 규모가 축소되고 말았다.

지금은 카슈발을 포함해 고작 다섯 명뿐.

“뭐, 이런 식으로 숨 돌리는 것도 나쁘지 않지. 지금까지 그놈 찾느라 고생한 걸 생각하면…….”

트레인을 쫓는 추적대원 중 한 명인 카이드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확실히 그들은 한성을 찾느라 개고생을 했다.

한성을 찾기 위해 중앙 대륙의 대도시들을 이 잡듯이 돌아다녔다.

그 때문에 도시에 있는 켈트인들과 불화를 겪기도 했고, 플레이어 방문자들과 시비가 붙기도 했다.

그럼에도 꿋꿋이 한성을 찾아다녔다.

“이번 일은 그냥 바람 쐰다고 생각해. 트레인을 붙잡는 거에 비하면 우리 클랜 건드린 건방진 놈 잡는 거는 아무것 아니니까.”

“그건 그렇지.”

카슈발의 말에 추적대 클랜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추적대들이 걷고 있는 거리와 연결되어 있는 작은 골목길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툭.

골목길에서 튀어나온 정체불명의 인물은 카슈발과 부딪쳤다.

“응?”

“어?”

카슈발과 정체불명의 인물은 서로 놀란 표정으로 바라봤다.

“너, 너는?”

카슈발은 눈을 크게 떴다.

정체불명의 인물이 은빛 눈가면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놀란 건 은빛 눈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한성이었다.

카슈발이 누구던가?

추적대 중에서도 가장 집요하게 자신을 뒤쫓았으며, 무한 PK를 시킨 장본인이 아니던가?

“야, 이 개자식아!”

카슈발의 얼굴을 향해 한성은 그동안의 울분이 가득 담긴 주먹을 날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