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231화 (231/318)

# 231

< 내 언데드 100만 >

제231화  뜻밖의 손님

‘대체 무슨 일이…….’

화전민 마을에 도착한 세이란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화전민 마을은 온데간데없었다.

대신 화전민 마을이 있었던 자리에는 거대한 싱크홀이 생겨나 있었다.

“언니. 저기 있던 사람들 다 죽은…… 거야?”

“아마도 그런 거 같네.”

카나의 말에 대답하며 마리사는 카나와 마나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사실 가상 현실 세계 티르 나 노이에서 화전민 마을 주민이 죽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화전민 마을은 대체적으로 평균 스무 명 정도로 작다.

거기다 산속에 있기 때문에 산적이나 몬스터들의 습격을 받을 확률도 높아 그럴 경우 대부분 전멸당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켈트인들은 다시 모여 산에 화전을 일구어 산다.

그래야 먹고 살 수 있으니 말이다.

비록 가상 세계라고는 해도 티르 나 노이에서는 현실과 다를 바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상이라고는 해도 하나의 세계였으니까.

“대체 뭐가 이런 짓을…….”

“너무 심해.”

화전민 마을을 집어삼킨 싱크홀을 그녀들은 곱지 않은 눈으로 노려봤다.

그녀들은 기본적으로 켈트인들에게 관대하다.

게임이라고 켈트인들을 무시하거나, 죽여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가진 방문자들을 좋지 않게 생각했다.

아무리 이 세계가 가상현실이고, 켈트인들이 인공지능이라고 해도 하나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느껴졌으니까.

그 지점에서 그녀들은 켈트인들을 진짜 인간이 아니라도 하나의 지성체라고 여겼다.

그녀들뿐만이 아니라, 일부 다른 방문자들도 켈트인들을 인공지능 지성체 같은 존재라며 옹호하기도 했다.

그 때문에 방문자들도 켈트인들을 인간처럼 대할 것인지, 아니면 일반적인 게임속 NPC처럼 다룰 것인지 의견이 나눠졌다.

만약 켈트인들이 일반 게임 속 NPC들처럼 단순반복적인 행동이나 대사를 하는 거라면 문제가 없을 테지만, 사람들처럼 생각을 하고 사고(思考)를 한다.

그렇기에 세이란 일행은 화전민 마을을 사라지게 만든 원흉을 매우 좋지 않게 생각했다.

‘이래서 운영자들이 부탁을 해 온 건가?’

세이란은 날카로운 눈으로 화전민 마을이 있던 자리를 바라봤다.

그곳에 있어야할 화전민 마을은 존재 자체가 사라지고 없었다. 있는 거라곤 직경이 200미터가 넘는 거대한 구멍뿐이었다.

아무래도 이번 일은 에르네스트 산 속에 있는 유적 조사와 같은 케이스인 것 같았다.

‘가상 현실 세계에 싱크홀이라니…….’

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의 구멍.

화전민 마을에 생긴 이상한 일을 가장 먼저 알아 챈 것은 이시스였다.

가상 현실 세계를 전반적으로 운영하는 이시스로부터 화전민 마을이 이상하다는 보고가 오딘 사에 들어왔다.

그 즉시 운영자들은 가상현실 게임 외부 시스템을 이용해 조사를 해보려고 했었지만, 거부되었다.

알 수 없는 오류로 접속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남은 수단은 게임 안에서 직접 조사를 하는 것뿐.

그 때문에 이전부터 도움을 받아온 세이란에게 화전민 마을 조사 의뢰를 했다.

평소라면 혼자 행동했을 테지만, 이번에는 팀의 맏언니인 마리사와 여동생들인 카나와 마나도 함께 왔다.

세이란이 너무 혼자 행동한다며 그녀들이 삐진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실력을 믿지 못하냐고 하면서.

확실히 세이란은 검성이라고 불릴 정도로 티르 나 노이에서 잘 알려져 있는 상위 랭커다.

단독으로 위험지역을 조사하거나 고레벨 몬스터들 및 보스도 솔플로 충분히 잡아낼 수 있었다.

그녀들 중에서 유독 세이란이 가상 현실 세계 티르 나 노이에 빠져 게임을 한 덕분에.

그에 반해 카나와 마나, 마리사는 랭커가 아니었다.

세이란과 달리 즐겁게 게임을 하자는 주의였으니까.

그럼에도 그녀들의 실력은 나름 출중했으며 레벨도 높은 편이었다. 비록 세이란보다 낮긴 했지만 많은 차이가 날 정도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언니. 대체 저기서 뭐가 나온 걸까?”

그때 마나가 싱크홀을 어느 한 방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곳에 무려 10미터가 넘는 나무들이 쓰러져 있고, 수십 미터 크기의 무언가가 지나간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마치 싱크홀 구멍에서 무언가가 기어 올라와서 어디론가 향해 간 것 같은 흔적이었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그걸 알려면…….”

마나의 말에 답하며 세이란은 무언가가 지나간 흔적이 남아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직접 가 보는 수밖에.”

거대한 무언가가 향해 가고 있는 방향에는 다름 아닌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주성이 있었다.

*       *       *

“체크 메이트다.”

한성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장기알 중 차를 거칠게 내려쳤다.

[허억!]

한성의 공격에 레이몬은 경악한 듯 검은 투구 안의 푸른 눈을 부릅떴다.

아무리 봐도 왕이 움직일 공간이 없다.

위로 가면 상이, 아래로 가면 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옆으로 가는 건 무의미했다.

[크윽! 계약자여. 한 번만, 한 번만 물러 주면 안 되겠나?]

“싫어. 내기 장기에 무르는 게 어디 있냐?”

[크으으윽.]

한성의 말에 레이몬은 길게 신음소리를 흘렸다.

“마스터~ 초콜렛 파르페 먹을 수 있는 건가여!”

“응. 다음 도시에 가면 레이몬이 사 줄 거야.”

“초콜렛 파르페랑 초콜렛 케이크랑 초콜렛 타르트도영?”

“그리고 민트 초코도!”

“에에?”

순간 루루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그 모습에 잠깐 당황한 한성은 이내 입을 열었다.

“민트 초코는 레이몬이 처리할 테니까 안심해!”

“넹!”

그제야 루루의 표정이 환해졌다.

“그리고 레이몬이 전부 곱빼기로 사 줄 거야.”

“곱빼기!”

반짝반짝.

순간 루루의 눈이 밤하늘의 별처럼 빛난다.

얼마나 기쁜지 항상 숨기고 있던 검은 날개와 꼬리가 나와서 좌우로 왔다 갔다 거렸다.

[자, 잠깐. 그걸 한 번에 살 수 있을 만큼 돈이 없…….]

“뭐라고?”

레이몬의 변명에 한성은 날카롭게 눈을 치켜뜨며 정색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날카로운 한성의 눈빛에 위기감을 느낀 레이몬은 즉시 말을 바꿨다.

그리고 어차피 마계에서 마왕 부모님 패드립을 날리며 숨겨 놓은 비상금이 있었다.

지금은 숨겨 놓은 비상금보다 생명이 더 중요했다.

똑똑.

“트레인. 들어가도 되나?”

그때 한성이 머물고 있는 미스릴 지부의 손님용 방밖에서 셀라스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왔네.’

스컬로드의 방어구 세트와 아크스태프를 제작 및 확인을 하고 나서도 셀라스틴은 찾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심심해진 한성은 루루와 레이몬을 소환해서 장기를 한판 뒀다. 그리고 때마침 한성이 장기로 레이몬을 이겼을 때 셀라스틴이 찾아온 것이다.

“기다리다가 지치겠다. 왜 이제 온 거야?”

한성은 방문을 벌컥 열었다.

“하웃!”

그때 한성의 앞에서 귀여운 비명 소리가 흘러나왔다.

셀라스틴보다 좀 더 앳된 목소리였다.

한성은 의아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봤다.

“너는…….”

신비롭게 빛나는 연두색 머리카락과 호수처럼 맑은 푸른 눈, 그리고 눈처럼 새하얀 피부를 가진 어린 소녀.

놀랍게도 한성의 눈앞에 정보길드 블랙 캣츠의 수장이자, 어린 10대 초중반처럼 보이는 하프 엘프 네리아가 있었던 것이다.

“네리아? 그런데 모습이…….”

“하으으!”

네리아는 손으로 붉어진 얼굴을 가렸다.

미스릴의 지부에 그녀가 있다는 사실도 놀라운데 어찌된 영문인지 섹시한 토끼 인형 옷까지 입고 있었다.

“보지 마!”

한성 앞에서 섹시한 토끼 인형 옷을 입고 있는 네리아는 부끄러운지 자리에 주저앉았다.

“셀라스틴. 이건 대체 무슨 일이야?”

그러자 네리아의 뒤에 서 있던 셀라스틴이 말했다.

“그녀는 지금 부러운, 아니 벌칙을 받고 있는 중이다.”

‘방금 부럽다고 한 한건가?’

중간에 말을 바꾸는 셀라스틴의 모습에 한성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모른 척했다.

“벌칙? 어째서?”

“디아나님 말에 의하면 대형 사고를 쳤다고 하더군.”

“사고를 쳤다고?”

셀라스틴의 말에 한성은 네리아를 내려다봤다.

머리를 부여잡고 자리에 주저앉은 채 울먹울먹 거리고 있는 네리아의 등에 종이가 한 장 붙어 있었다.

[벌 받는 중.]

“…….”

그 모습을 본 한성은 할 말을 잃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셀라스틴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설마 나한테 볼일이 있다는 손님이…….?”

“그녀다.”

“이런 모습으로?”

“후에에엥!”

“아, 운다.”

한성과 셀라스틴 사이에 주저앉아서 얼굴을 붉히고 있던 네리아가 기어코 울기 시작했다.

“사라. 세라. 이리아…… 흐으윽.”

네리아는 묘인족 자매 메이드들과 이리아를 부르며 서럽게 울었다.

그 모습을 본 한성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셀라스틴을 바라봤다.

“대체 무슨 사고를 친 거야?”

“그건 내가 설명하도록 하지.”

그때 셀라스틴의 등 뒤에서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앗! 디아나 님!”

아직 셀라스틴의 등 뒤에서 모습도 드러내지 않았는데 루루는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귀신같이 알아챘다.

다다다다! 찰싹!

루루는 한성과 네리아, 셀라스틴을 요리조리 피하며 디아나의 다리에 들러붙었다.

“헤헤헤.”

“오랜만이구나, 나의 귀여운 루루.”

디아나는 녹아들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루루를 안아들고 볼에 키스를 퍼부었다.

디아나의 애정공세에 루루는 햇볕을 쬐고 있는 고양이처럼 표정이 풀어졌다.

“어째서 네가…….”

한성은 불안한 눈빛으로 디아나를 바라봤다.

시작의 대륙에 있던 그녀가 대체 언제 중앙 대륙으로 온 것일까?

“정말 모르겠어?”

입가에 작은 미소를 살포시 띄운 디아나는 상체를 숙이며 말했다.

아름다운 루비 같은 붉은 눈이 한성을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려다본다.

그리고 그제야 한성은 디아나의 복장 또한 네리아 못지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상체를 숙이고 있는 그녀의 가슴이 보일락 말락 했다.

한성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입을 열었다.

“모르겠는데.”

“이제 슬슬 4차 전직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

그녀의 말에 한성은 다시 디아나를 바라봤다.

“이걸 가져가라.”

디아나는 한성을 향해 가슴을 내밀었다.

그녀의 말에 한성은 심각하게 고민했다.

‘뭐지? 나보고 지금 자기 가슴을 가지라는 건가!

동공지진이 일어날 것 같은 눈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한성은 디아나의 반쯤 드러나 있는 초콜릿 피부의 풍만한 가슴을 바라봤다.

‘응?’

그러다가 그녀의 가슴 사이에 무언가가 끼워져 있는 게 보였다.

“이, 이건?”

“가져갈 수 있으면 가져가 봐.”

디아나는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루루.”

“넹~”

한성의 말에 갑자기 루루가 펄쩍 뛰어오르며 디아나의 가슴에 끼여 있는 무언가를 번개같이 뽑았다.

그리고 한성을 향해 냅다 던졌다.

“루루!”

“죄성해요, 디아나 님. 대신 루루를 가지세요.”

루루는 디아나의 가슴에 얼굴을 부비며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틴달로스가 곧잘 짓는 귀여운 표정으로 가슴에 얼굴을 부비고 있는 루루의 모습에 디아나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너는 세월이 지나도 못 말리겠구나.”

디아나는 귀여운 루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사이 한성은 루루가 던져 준 무언가를 받아들고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냐하면…….

[축하합니다! 데스브링어 4차 전직서를 입수하셨습니다!]

루루가 던져 준 무언가는 4차 전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전직서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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