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227화 (227/318)

# 227

< 내 언데드 100만 >

제227화  미스릴의 비밀 지부

오리하르콘을 노리고 토르해머 클랜을 집적거린 칼프스 패거리들은 결국 한성의 손에 응징 당했다.

그것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부활의 깃털로 계속 되살려지고 다시 죽이는 무한PK로 말이다.

칼프스뿐만이 아니라 그의 팀원들이 가지고 있는 부활의 깃털은 제법 되었다.

처음 한두 번 정도 죽였을 때는 복수하겠다며 길길이 날뛰었지만, 다섯 번 이상이 넘어가자 한성을 향해 ‘네크로맨서님’이라고 호칭이 바뀌었다.

200레벨 이상인 경우 죽으면 페널티가 장난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망 페널티로 인해 상당한 가치를 지닌 아이템들이 떨어지고, 경험치도 뚝뚝 떨어졌다.

칼프스는 한성이 부활의 깃털을 전부 쓸 때까지 자신들을 죽일 거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미리 선수를 쳐서 용서해 달라고 빌었다.

하지만 택도 없는 일이었다.

한성은 기어코 놈들이 떨어뜨린 부활의 깃털을 전부 써서 칼프스 패거리들의 평균 레벨을 200까지 떨어뜨렸다.

평균 레벨을 가장 많이 깎아 먹은 건 두말할 필요도 없이 칼프스였다.

그렇게 칼프스들은 마지막 부활의 깃털로 살아났다가 한성을 욕하며 사망했다.

“정말 고맙다.”

칼프스들을 응징한 한성에게 헨리가 다가와 감사의 말을 전해왔다.

헨리뿐만이 아니라 공방에 있던 토르해머 클랜원들 모두가 고마워했다. 그들에게도 칼프스 패거리와 블랙 레이븐 클랜은 눈엣가시였으니까.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냐? 그놈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건데.”

아마 칼프스 패거리들은 광산도시에 있는 부활 장소에서 되살아날 것이다.

그리곤 곧바로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을 모아서 한성을 잡으려 할 게 뻔했다.

그걸 감안해서 한성은 정체를 숨긴 것이다.

칼프스 패거리가 한성에 대해 알고 있는 건 단 세 가지.

은빛 눈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과 ‘너 내 골골이가 되어라’라는 가명, 마지막으로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소환수로 쓴다는 사실 뿐이었다.

‘겨우 그 정도 정보로 날 찾는 건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지.’

“문제는 너희들이야. 아까 그놈들 패거리들을 더 끌어 모아서 올 텐데 괜찮겠냐?”

“우리 걱정은 마라. 광산도시에서 대장장이 무시하면 큰 코 다치니까. 안 그래도 그놈들 마음에 안 들었는데 이번 기회에 누가 광산도시의 주인인지 가르쳐 줘야지.”

헨리는 씩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한성은 블랙 레이븐 클랜 놈들이 오기 전에 떠나면 된다.

이미 다음에 어디로 갈지 생각해 둔 상태였다.

하지만 헨리는 아니다.

토르해머 클랜은 광산도시에 기반을 둔 대장장이 클랜이다.

한성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다.

“정말 괜찮아?”

“어. 우리 걱정은 말라니까. 그리고 오늘 우리한테 있었던 일들 광산도시에 있는 대장장이들한테 다 퍼트릴 거야. 아마 다른 대장장이 클랜들이 가만히 안 있을 거다. 우리가 의리를 또 중요하게 여기잖냐.”

“하긴…….”

헨리의 말에 한성은 쓴웃음을 살짝 지었다.

의리라면 헨리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전승하기 전 티르 나 노이에서 알고 지낸 인물들 중에서 한성이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해도 괜찮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대부분 대장장이들은 헨리처럼 의리와 신뢰를 지키는 경향이 컸다.

그리고 블랙 레이븐 클랜이라 해도 토르해머 클랜을 쉽게 건드릴 수 없었다.

직접적으로 클랜을 건드리는 것은 광산도시의 광석들을 매수 및 독점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었으니까.

만약 이번 일로 블랙 레이븐 클랜에서 토르해머 클랜을 건드린다면 헨리의 말대로 다른 대장장이 클랜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블랙 레이븐 클랜에게 항의를 하는 차원을 넘어서 반란을 일으킬지도 몰랐다.

그만큼 대장장이 클랜들의 불만은 극에 달해 있는 상황.

대장장이 클랜들이 들고 일어나면 블랙 레이븐 클랜도 입장이 난처해진다.

힘으로 밀려고 한다면 밀 수는 있겠지만,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테니까.

그 때문에 블랙 레이븐 클랜은 대장장이들이 들고 일어나지 않는 적당한 선에서 교묘하게 광석을 매수하거나 독점했다.

그 사실을 대장장이 클랜들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적당히 참으면서 블랙 레이븐 클랜의 횡포를 눈감아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시간 없다. 이거 받아라.”

헨리는 한성에게 트레이드를 걸었다.

“설마?”

트레이드 창에 올라오는 아이템을 발견한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래. 네가 주문한 것들이야. 그런데 문제가 있어.”

“무슨 문제?”

“오리하르콘을 생각보다 많이 구하지 못했어. 흑철은 그럭저럭 구할 수 있었지만 말이야.”

한성은 헨리가 올리는 오리하르콘과 흑철의 개수를 바라봤다. 오리하르콘이 2개, 흑철이 15개였다.

개수를 확인한 한성은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었다.

“아니. 이거면 충분해.”

이미 저주받은 폐광에서 재료 아이템을 충분히 구했다.

헨리가 구한 재료 아이템과 합치면 충분히 아크스태프를 제작할 있었다.

“그래? 그럼 다행이고.”

헨리는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혹시나 모자라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었는데 충분하다고 하니 마음이 놓인 것이다.

거기다 칼프스 패거리들의 방해도 있지 않았던가?

헨리는 오리하르콘과 흑철에 이어 장비들도 올렸다.

“그리고 이것도.”

“이, 이건?”

트레이드창에 올라온 방어구를 확인한 한성은 놀란 표정으로 헨리를 바라봤다.

“설마 재료 아이템뿐만 아니라 레전드 방어구까지 구한 거야? 이걸 하루 만에 다 구할 줄은 몰랐네.”

놀랍게도 헨리는 한성이 요구한 품목을 하루 만에 전부 준비했다. 그중에서도 아크스태프의 재료 아이템이 좀 더 급하니 빠르게 구해 달라고 부탁했었다.

하지만 설마 레전드 등급의 방어구까지 하루 만에 준비할 줄이야.

아무래도 등급이 높다 보니 아크스태프의 재료아이템과 함께 구하는 건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한성은 헨리가 올린 방어구 세트를 확인했다.

[Lv200 레전드 등급 스컬 로드의 검은 군단 갑주 세트]

“헐, 쩐다.”

네크로맨서 직업 계열의 레전드 방어구.

트레이드창에 올려져 있는 방어구의 옵션들을 대충이나마 확인한 한성의 눈이 살짝 커졌다.

네크로맨서 방어구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방어력이 높았으며, 무엇보다 옵션 능력이 엄청났다.

네크로맨서에게 중요한 스텟인 지배력과 마나, 부족한 생명력을 늘려주는 옵션이 붙어 있었던 것이다.

특히 더욱더 대박인 능력이 하나 붙어 있었다.

액티브 스킬 마나 역장.

고급 장비에는 스킬이 붙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스컬 로드의 검은 군단 갑주가 그랬다.

마나 역장은 착용자의 마나로 배리어 같은 보호막을 만들어준다. 효과는 상대에게 데미지를 입으면 생명력 대신 마나가 깎인다. 본래 정통 마법사계열 직업 중 3차나 4차 전직 때 배울 수 있는 고급스킬이다.

“그거 내가 만든 거야. 인생역작이지.”

“이걸 네가 만들었다고?”

헨리의 말에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스컬 로드의 검은 군단 갑주 세트는 레전드 등급 방어구 중에서도 최상급에 가까울 정도로 성능이나 옵션이 좋았다.

그야말로 대박 방어구 세트였다.

“그래. 내가 그거 만든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냐?”

헨리는 자랑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한성의 의뢰를 받고 제작에 성공한 스컬 로드의 검은 군단 갑주 세트 덕분에 헨리는 전설적인 대장장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장비 제작 및 강화 성공률이 대폭 증가하고, 여러 가지 부가 능력을 붙여줄 수 있었다.

헨리 입장에서도 대박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이거 몇 개 챙겨 가라. 도움이 될 거다.”

헨리는 트레이드창에 철광석과 스타더스트를 비롯해 크리스탈 수정이나 루비, 에메랄드 등 보석과 포션도 올렸다.

“고맙다.”

한성은 트레이드 승인 버튼을 눌렀다.

아이템 거래는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남은 건, 여기서 빠져나가는 일뿐.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헨리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도시를 떠나야지.”

“블랙 레이븐 녀석들이 도시 입구를 막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지하로 숨을 수 있게 우리가 좀 도와줄까?”

머지않아 블랙 레이븐 클랜 놈들이 들이닥칠 것이다.

그 전에 헨리는 토르해머 클랜원들과 오늘 하루는 일찍 공방 문을 닫을 생각이었으며, 다른 대장장이 클랜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광산도시에 있는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에게 압력을 가할 생각이었다.

자신들을 자꾸 건드리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무언의 압박을 말이다.

헨리는 한성을 바라보며 재차 말을 이었다.

“광산도시에 있는 녀석들이라면 우리들이 어떻게든 할 수 있어. 다른 대장장이들의 도움을 받으면 되니까.”

광산도시에 있는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은 그 수가 많지 않았다. 다 합해도 100명이 채 안 된다.

블랙 레이븐 클랜의 본대가 있는 거점은 중앙 대륙 안쪽에 있었다.

어지간히 큰일이 아니고서는 블랙 레이븐 클랜의 본대가 움직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늘 섬 공략에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오늘 있었던 칼프스 패거리들의 작은 분쟁은 블랙 레이븐 클랜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

광산도시에 있는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 상대로 압력을 좀 가하거나 협상을 해서 원만하게 끝낼 수 있었다.

“아니. 나 혼자서도 충분히 돌파 가능해. 그리고 날 도와줄 사람들도 있어. 이 이상 네 클랜에게 신세를 질 수는 없지. 장비도 받았는데.”

한성은 헨리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미 헨리로부터 많은 것들을 받았다.

아크스태프 제작을 위한 재료 아이템만 해도 상당히 도움이 되는데, 거기다 레전드 등급의 방어구 세트까지 받았으니 말이다.

“그래? 무슨 생각이 있는 거지?”

“당연히 있지. 빠져나갈 길 정도는 나한테도 있다고.”

광산 도시 크래프트 마인.

이곳에는 어둠의 신봉자들 아말감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디아나의 조직 지부가 존재한다.

그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무난하게 도시를 빠져나갈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한성 혼자서 돌파할 수 있었다.

“알았어. 그럼 몸조심해라.”

“너야말로.”

그렇게 한성과 헨리는 서로 이별의 인사를 나눴다.

그 직후 한성은 토르해머 공방에서 벗어났다.

‘미스릴 지부부터 찾아가 볼까?’

어둠의 신봉자, 아말감에 대항하기 위해 디아나가 조직한 비밀 조직 미스릴.

중앙 대륙의 제법 규모가 큰 도시라면 미스릴의 지부가 존재했다.

광산도시 크래프트 마인도 마찬가지.

‘분명 지하에 숨겨져 있다고 했었지? 입구는…….’

한성은 미스릴의 지부가 있는 비밀 입구를 향해 몸을 날렸다.

*       *       *

한성은 비밀 입구가 숨겨져 있는 가게 앞에 도착했다.

“정말 여기 맞아?”

한성은 셀라스틴으로부터 광산도시에 있는 비밀 지부 입구가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었다.

미스릴 지부의 입구가 숨겨져 있는 장소 앞에서 한성은 잠시 고민에 잠겼다.

아무리 봐도 가게 간판 이름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디아나 님에게 사랑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은밀한 장소.]

“…….”

한성은 멍한 표정으로 한동안 간판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