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226화 (226/318)

# 226

< 내 언데드 100만 >

제226화  응징하다

“틴달로스.”

순간 한성을 뒤편으로 검은 그림자가 넓게 펼쳐졌다.

하지만 저녁 시간이었기에 아무도 보지 못했다.

“뭐냐? 벌써 패배를 인정하는 거냐? 뭐, 무릎 꿇고 빌어도 용서해 줄 생각은 없다만.”

칼프스는 어떻게 한성을 죽일지 즐거운 상상을 하며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이미 결투 신청은 끝난 상황.

외부에서 난입은 불가능하다.

“그건 내가 할 말이다. 진짜 무한 PK가 뭔지 내가 가르쳐 주지. 무한 PK도 당해 본 놈만 알 수 있거든.”

“뭐?”

칼프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대답은 다른 곳에서 들려왔다.

덜그럭덜그럭.

번쩍번쩍.

한성의 등 뒤에서 푸른 안광을 빛내며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지면에서 올라오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토르해머 클랜의 공방은 광산 쪽에 붙어 있어 비교적 도시 외곽지역에 위치해 있다.

그 덕분에 공방 입구는 넓은 공터로 되어 있었다.

애초에 광산도시 크래프트 마인은 재료 수급이 편하기 때문에 대장장이 클랜의 작업장들이 밀집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대장장이 클랜들은 외곽 쪽에 작업장을 넓고 크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도시 중심보다 외부가 땅값이 싼 편이었으니까.

“뭐, 뭐야 이건?”

“뭐긴 뭐야. 내 소환수들이지.”

“소환수?”

칼프스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블랙 스켈레톤 솔져들을 바라봤다.

“네놈 네크로맨서였나!”

“정답.”

한성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칼프스들의 사기가 살아났다.

“네크로맨서 따위 우리 상대가 아니지!”

“레벨이 높으면 뭐해? 폭망 직업 중 하난데. 그나마 고레벨이 되면 사람 구실 겨우 하는 정도구만.”

“하필 키워도 왜 그런 걸 키워서. 쯧쯧.”

처음엔 욕을 하던 칼프스들이 이제는 아예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네, 네크로맨서 입지가 이렇게까지 안 좋았나?’

한성은 자기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네크로맨서 직업이 욕을 먹고 있는 줄 알았지만 설마 적에게 동정을 받을 줄이야.

‘어쩐지 헨리가 내 직업 들었을 때 아무 말 안 하고 술만 권하더니 이래서였나.’

어젯밤 헨리와 함께 술을 마셨을 때를 떠올리며 한성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뭐,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니까. 각오해 둬라.”

“이참에 우리들이 게임을 접게 만들어 주마.”

“운 좋을 줄 알아. 어차피 그 캐릭 계속 키워 봐야 네놈의 미래는 암흑이다. 우리가 지금 끝을 내 주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칼프스의 팀원들은 각자 무기를 치켜들었다.

마지막으로 칼프스가 한성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놈의 소환수들은 우리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칼프스는 한성의 등 뒤에서 솟아올라고 있는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바라보며 비웃음을 흘렸다.

현재 올라온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의 숫자는 약 10마리가 채 되지 않는다.

“우리를 상대하려면 열 마리가 아니라 적어도 오십 마리 정도는 되어야지.”

“열 마리?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칼프스의 말에 한성은 씩 웃었다.

그사이 틴달로스의 그림자 속에서 블랙 스켈레톤 솔저가 모습을 속속 드러내고 있었다.

“어, 어?”

시간이 흐를수록 칼프스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어리기 시작했다.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의 숫자가 처음의 열 마리를 넘어, 스물 마리가 넘어갔다.

그럼에도 계속 끊이질 않고 지면에서 솟아올라오고 있었다.

“소드소드.”

“파이크파이크.”

“방방.”

“아처아처.”

“아, 아니 이게 무슨…….”

주춤주춤.

당장이라도 한성을 때려잡을 생각이었던 칼프스들은 뒤로 물러섰다.

어느덧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의 숫자가 오십 마리를 넘어서 백 마리가 넘어갔기 때문이다.

‘뭐 이 정도면 되겠지?’

한성은 틴달로스의 그림자 속에 저장해 놓았던 블랙 스켈레톤 솔저 180마리를 꺼냈다.

틴달로스의 아공간 속에 소환수들을 보관하면 지속 시간이 멈춘다.

또한 한성의 지배력이 어마어마하게 높아져서 틴달로스의 수송 및 보관할 수 있는 소환수들의 숫자도 많이 늘어나 있었다.

그래서 한성은 틴달로스의 아공간 속에 일정 병력을 보관하고 다녔다.

필요할 때마다 적당히 꺼내 쓰기 위해서 말이다.

바로 지금처럼.

“그럼.”

한성은 칼프스들을 바라봤다.

칼프스들의 얼굴은 흙빛이 되어 있었다.

“너, 너 이 자식 우리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블랙 레이븐 클랜에서 척살령을 내릴 거라고!”

대충 상황을 판단한 칼프스는 한성을 위협했다.

하지만.

푸욱.

“커헉!”

어느 틈엔가 탱커들 뒤에 있던 칼프스의 가슴에 한성이 전설의 육죽창을 꽂아 넣고 있었다.

[크리티컬 히트가 터졌습니다!]

거기다 33% 확률의 3배 크리티컬 데미지까지 터져 버렸다.

단번에 칼프스의 생명력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너, 내 얼굴 아냐?”

도리도리.

입에서 피를 흘리며 칼프스는 한성의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칼프스의 몸짓에 한성은 웃었다.

“그럼 날 어떻게 잡으려고?”

“자, 잘…….”

“잘도 잡겠다, 멍청아.”

푹! 찍! 푹! 찍!

한성은 전설의 육죽창으로 칼프스를 향해 마구 찔러 댔다.

칼프스들은 한성의 정체를 모른다.

지금 여기서 한성이 사라진다면 찾을 방도가 없다.

형식상 헨리를 협박할 수도 있겠지만, 칼프스들도 알고 있었다. 헨리는 한성의 단순 거래 상대자일 뿐이라고.

그래도 블랙 레이븐 클랜에서 한동안 헨리를 감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성 입장에서는 헨리와 당분간 연락을 하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끄허어어억!”

전투사제인 길버트의 회복 마법을 받기도 전에 칼프스는 사망했다.

그렇게 한 놈 처리한 한성은 아직 남아 있는 칼프스의 팀원들을 바라봤다.

“이런 개새끼가!”

눈 깜짝할 사이에 칼프스가 죽어나가자 탱커인 드로이가 대형 투 핸드 소드를 들고 한성을 향해 돌진하려고 했다.

그때 한성은 손을 들며 그를 제지했다.

“네 상대는 내가 아니야. 저 녀석들이지.”

“……!”

한성의 말이 끝난 순간 드로이는 등 뒤에서 싸늘한 한기를 느꼈다. 그리고 드로이는 자신의 귓가에 무언가가 다가와 있음을 느꼈다.

이윽고 바로 귀에서 들려오는 섬ㅤㅉㅣㅅ한 목소리.

“소오오오드? 소오오오드으으으.”

블랙 스켈레톤 소드맨 한 마리가 드로이의 귓가에 자신의 해골을 가져다대고 속삭이고 있었던 것이다.

“히이이이익!”

화들짝 놀란 드로이는 옆으로 물러서려고 했다.

푸푸푹!

“파이크! 파이크!”

그 순간 블랙 스켈레톤 파이크맨들이 드로이를 향해 흑골창을 찔러 넣었다.

“커, 커억?”

자신의 가슴을 뚫고 나온 열 자루의 흑색창을 드로이는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내려다봤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곳에 열 마리나 되는 파이크맨들이 검은 창을 찌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 이건 사기…… 쿨럭.”

드로이는 등 뒤에 늘어서 있는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바라보며 피를 토했다.

“소드소드.”

“파이크파이크.”

그런 드로이의 곁으로 블랙 스켈레톤 솔저의 검병과 창병들이 다가와 무기를 내려치기 시작했다.

툭! 탁! 툭! 탁!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의 집단 구타가 시작된 것이다.

같은 탱커인 알렉스도 상황은 마찬가지.

“저, 저리 가! 오지 마!”

알렉스는 한손 검과 한손 방패를 들 수 있는 검투사였다.

그는 한손 방패를 들이밀며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막아 내려고 했다.

“방방.”

그러자 블랙 스켈레톤 방패병들이 달라붙으며 오히려 알렉스를 밀어냈다.

“헉!”

한손 방패로 막고는 있었지만 수십 마리에 달하는 방패병들이 밀어내는 힘을 알렉스 혼자 당해 낼 수 없었다.

알렉스는 방패를 든 채로 밀려났다.

하지만 그건 오래가지 못했다.

턱! 쿵.

“어억!”

뒤로 밀려나던 알렉스의 발이 무언가에 걸리면서 균형을 잃고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것이다.

“소드소드?”

“파이크파이크?”

눈 깜짝할 사이에 검병과 창병이 알렉스를 둘러쌓다.

어둠이 내린 공터에서 푸른 눈을 빛내며 알렉스를 내려다보고 있는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의 모습은 괴기스럽기 짝이 없었다.

“히, 히익!”

알렉스는 기겁하며 방패를 들어올렸다.

검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푹! 찍! 푹! 찍!

이윽고 사방에서 검병과 창병이 공격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방패로 막는가 싶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방패의 내구도는 영원하지 않았으니까.

“으아아아아악!”

이윽고 드로이와 알렉스는 비명을 지르며 죽었다.

칼프스 팀의 탱커들을 처리한 블랙 스켈레톤 솔져들은 푸른 안광을 토하며 나머지 인원들을 노려봤다.

“히, 히익!”

“사, 살려줘!”

회복과 전투가 특기인 전투사제 직업을 가진 길버트와 공격력이 높은 화염 적법사인 랄프는 전의를 상실했다.

하긴 순식간에 팀원들 세 명이 시체가 되었다.

거기다 200마리에 가까운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푸른 눈을 빛내며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으며, 육죽창을 들고 있는 한성에게서 심상치 않은 살기가 흘러나왔다.

‘뭐, 뭐야, 저거?’

‘죽창날이 왜 여섯 개나 있어?’

길버트와 랄프는 두려운 눈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네놈들 무한 PK를 하겠다고 했었지?”

낮은 목소리로 음산하게 말하는 한성의 말에 길버트와 랄프는 흠칫 거렸다.

“그건 이걸 말하는 거겠지?”

마치 마술처럼 한성의 손에서 붉은 깃털이 한 장 한 장 솟아났다.

조금 전 칼프스가 죽을 때 떨군 아이템이었다.

붉은 깃털을 본 길버트와 랄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 그건 설마?”

“응. 맞아.”

[너, 내 골골이가 되어라 님께서 칼프스 님에게 피닉스의 깃털을 사용합니다.]

붉은 깃털의 정체는 다름 아닌 사망한 자리에서 바로 되살려 줄 수 있는 부활 아이템, 피닉스의 깃털이었다.

다른 이름으로는 부활의 깃털!

가상 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에서 사망하면 일정시간 동안은 죽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한다.

최소 2분은 지나야 부활 장소에서 되살아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진다.

그리고 칼프스는 아직 죽은 지 2분이 채 되지 않았다.

“어, 어?”

부활의 깃털로 되살아난 칼프스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어째서 나를……?”

푸욱.

한성은 아무 말 없이 육죽창을 칼프스의 가슴팍에 찔러 넣었다.

“컥!”

칼프스는 비명을 토하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원망스러운 눈으로 한성을 올려다봤다.

“무한PK. 너만 할 줄 알았냐? 나도 할 줄 안다.”

푹푹푹푹!

“크커커커컥!”

다시 시작된 무자비한 한성의 죽창어택에 칼프스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기본 방어무시 데미지에 33% 확률로 3배 크리티컬까지.

칼프스가 버텨 낼 수 없었다.

“각오해라. 망할 블랙 레이븐 자식들아.”

그렇게 한성은 칼프스 팀원들을 응징했다.

*       *       *

[축하합니다. 레전드 히든 등급 아크스태프 오브 세이크리드 어비스(성장형)를 제작에 필요한 레시피 재료 아이템들을 전부 모았습니다.]

[아크스태프 오브 세이크리드 어비스(성장형)을 제작하시겠습니까? Yes Or No?]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