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4
< 내 언데드 100만 >
제224화 저주 받은 폐광 공략 완료
‘지옥이지.’
상상만 해도 한성은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할까.
적어도 한성과는 크게 상관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한성에게는 든든한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있었으니까.
한성의 명령에 미리 준비해 놓은 블랙 스켈레톤 약 1,000마리가 슬라임 몬스터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꿀렁꿀렁.
그러자 미네랄 킹 슬라임과 오어 슬라임들도 움직임을 보였다. 몸을 흔들며 지면을 기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쓸데없는 발버둥을…….’
한성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하늘 섬 업데이트 후, 저주 받은 폐광의 보스 룸도 무언가 변해져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예상대로였다.
원래 미네랄 킹 슬라임은 오어 슬라임 10마리를 대동한다.
하지만 지금은 오어 슬라임이 무려 30마리.
3배나 늘어나 있었다.
‘하지만 나의 승리다.’
어느 정도 수작이 부려져 있을 거라 생각한 한성은 보스 룸까지 오면서 처치한 몬스터들의 시체를 제물로 썼다.
그 결과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무려 1,000마리나 소환할 수 있었다.
쿨타임이 도는 족족 바로 소환을 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중 일부는 저주 받은 폐광 곳곳에서 열심히 곡괭이질을 하면서 광석을 캐고 있는 중이었다.
‘아무리 저주 받은 폐광의 보스라고 해도 이만한 숫자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지.’
한성은 미네랄 킹 슬라임을 향해 달려드는 대대병력에 해당하는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 *
[축하합니다. 당신은 저주받은 폐광의 보스 몬스터 어둠 속에서 기어오는 미네랄 킹 슬라임, 디솔루션을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20000 골드와 오리하르콘 1개를 지급합니다.]
“오리하르콘!”
한성은 미소를 지었다.
설마 디솔루션을 처리하고 오리하르콘을 받을 줄이야!
거기다 말이 하나지 실제로는 세 개를 받았다.
‘공략 성공이네.’
예상한대로 미네랄 킹 슬라임은 블랙 스켈레노 솔저 1,000마리의 물량을 버텨 내지 못했다.
애초에 미네랄 킹 슬라임이 상대하기 힘든 이유는 고유능력 때문이다.
미네랄 킹 슬라임의 기본 크기는 3미터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거대화를 한다.
특히 주변에 오어 슬라임이 있다면 흡수해서 더더욱 커질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이제 천국과 지옥이 펼쳐진다.
여성 파티원이 있다면 천국!
남성 마초파티라면 지옥!
거대화한 미네랄 킹 슬라임은 상대를 집어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미네랄 킹 슬라임에게 집어삼켜지면 장비가 녹는다.
무기와 방어구의 내구도가 극단적으로 닳게 되면서 녹아내리듯 없어지는 것이다.
내구도 수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녹아버리기 때문에 삼켜지면 장비를 벗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경우 플레이어 방문자들은 기본 장비 차림이 된다.
기본 장비는 얇은 티셔츠 같은 가죽 옷과 굉장히 짧은 팬츠로 되어 있다.
웃긴 건, 미네랄 킹 슬라임의 속에 있으면 장비만 녹을 뿐 생명력 데미지를 입지 않는다.
그리고 장비가 다 녹았다 싶으면 미네랄 킹 슬라임은 집어삼켰던 상대를 내뱉어 버린다.
그렇게 되면 기본 장비 차림으로 밖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미네랄 킹 슬라임의 무차별 촉수 공격이 시작되니까.
그 때문에 여성 파티원들이 있다면 웃픈 상황이, 남성 파티원들만 있으면 눈이 썩는 상황이 생길 수 있었다
장비만 녹이는 특수 고유 능력 때문에 방문자들은 미네랄 킹 슬라임을 이렇게 부른다.
신사 슬라임이라고.
‘역시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이 정답이었어.’
미네랄 킹 슬라임의 신사 능력은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에게 통하지 않았다.
워낙 숫자가 많아서 장비 파괴가 된다고 한들 티도 안 났다.
그리고 미네랄 킹 슬라임이 죽은 이유도 좀 어처구니가 없었다.
[미네랄 킹 슬라임이 집어삼킬 수 있는 허용 임계치를 뛰어넘었습니다. 그로 인해 미네랄 킹 슬라임이 데미지를 받기 시작합니다.]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로 미네랄 킹 슬라임의 내부가 가득 찼을 때 한성의 시야에 떠오른 메시지였다.
‘설마 배가 터져서 죽을 줄이야.’
정말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한성은 저주 받은 폐광을 공략했다.
‘이제 남은 건 채광뿐이다!’
한성은 아직 남아 있는 수백 마리의 블랙 스켈레톤 솔저들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 * *
그날 저녁.
한성은 광산도시 크래프트 마인으로 돌아왔다.
물론 그전에 소환수들은 전부 아공간으로 돌려보냈다.
지난번 라이를 보고 한성에게 스카웃 제의를 한 멍청한 블랙 레이븐 클랜원도 있었으니까.
한성은 되도록 눈에 띄지 않게 움직이며 토르해머 클랜에 있는 헨리를 만나러 갔다.
- 어디야? 다 와 가냐?
- 응. 이제 곧 도착해.
지난번에 헨리와 만난 한성은 다시 친구등록을 했다.
사실 지금까지 한성이 헨리를 비롯한 게임 속 동료들과 연락을 하지 않은 이유는 전승을 한 후 친구목록을 전부 차단해 버렸기 때문이다.
혹여 블랙 레이븐 클랜에서 친구목록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려 해도 오프라인으로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헨리는 다시 만난 후 차단을 풀었다.
그래서 이제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기존의 친구들 대신 지금까지 한성은 쉬는 시간을 틈타 크리스티나를 비롯한 에키드나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러고 보니 얘는 그때부터 연락이 없네?’
가상 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검성, 세이란.
에르네스트 산에서 만난 그녀와도 한성은 서로 친구등록을 해놓았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한성은 한 번도 연락을 하지 않았으며, 마찬가지로 저쪽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중앙지역으로 가면 한 번 연락해 볼까?’
광산도시 크래프트 마인 이후에 가게 될 200레벨이 넘는 중앙지역에서 세이란은 활동하고 있을 터였다.
그곳에 가게 되면 한성은 한 번 연락하기로 마음먹었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기 위해서.
다만 답장이 올지 안 올지는 알 수 없었다.
‘그나저나 과연 몇 개나 구해 놓았으려나.’
한성은 즐거운 마음으로 토르해머 클랜의 공방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 *
깡! 깡!
벌써 저녁 시간이었지만 토르해머 클랜의 공방에서는 망치질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얼른 마무리를 지어야 되는데…….’
지금 헨리는 지난번에 완성한 방어구를 개조 중이었다.
인생역작이 나오나 싶었는데 한 끗 차이로 유니크 등급이 떴다. 유니크 중에서도 최상급이었지만 내심 아쉬웠다.
잘만 하면 레전드 등급이 뜨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느낌이 좋았었으니까.
그래서 헨리는 어제 완성한 유니크 최상급 방어구 세트를 베이스로 새롭게 다시 제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헨리 혼자서 하루 만에 유니크를 레전드로 만들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 때문에 토르해머 클랜의 장인 2명이 보조로 붙어서 헨리를 도와주고 있었다.
“이거 정말 역작이 나오겠는데?”
“그러게 말이야.”
헨리 옆에서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드워프 두 명이 망치를 내려치며 말했다.
20명밖에 안 되는 토르해머 클랜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들이다.
종족은 보는 대로 드워프이며 헨리와 마찬가지로 방문자다.
참고로 헨리는 인간이었다.
“조금만 더 도와달라고. 내가 이거 완성하면 한턱 크게 쏠 테니까.”
“기대하지.”
“일을 끝내고 난 뒤의 흑맥주는 각별하다니까.”
헨리의 말에 드워프 두 명은 호탕한 소리로 웃어 보였다.
원래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 아침부터 작업을 시작해서 오후가 되기 전에 끝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한성이 부탁한 오리하르콘과 흑철도 구해야 했다.
그 때문에 생각보다 시간이 걸려서 정오가 넘어서야 부랴부랴 손을 볼 수 있었다.
‘그래도 경갑이라 다행이네.’
경갑은 네크로맨서 계열의 직업도 착용이 가능하다.
만약 가죽도 아니고 판금 갑옷이었으면 여러 가지로 애로사항이 꽃폈을 것이다.
‘문제는 광석 쪽인데…….’
헨리는 잠시 망치질을 멈추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블랙 레이븐 클랜뿐만이 아니라 다른 상위 클랜에서도 광석을 싹 쓸어가다시피 했다.
그나마 상위 클랜은 제값을 쳐줘서 가져가서 다행이었지만, 블랙 레이븐 클랜 놈들은 거의 강탈에 가까웠다.
그 때문에 블랙 레이븐 클랜은 대장장이 클랜들 사이에서 더욱 욕을 먹고 있었다.
‘아예 못 구한 건 아니지만 시간을 좀 더 달라고 해야겠어. 그보다 지금은 이놈부터다.’
깡! 깡!
잠시 휴식을 취하던 헨리는 다시 망치를 들고 내려치기 시작했다.
이제 조금만 더 손보면 끝난다.
까아앙!
‘드디어 끝났다!’
마지막으로 망치를 크게 한 번 내려친 헨리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 한성이 오기 전에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Lv200 레전드 등급 스컬 로드의 검은 군단 갑주 세트를 완성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명성이 10000 상승하고, 레전드 등급 전설의 대장장이 칭호를 지급합니다.]
“이런 세상에!”
헨리는 놀란 표정으로 소리쳤다.
레전드 등급의 대장장이 칭호라니!
헨리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시간에 맞춰 레전드 등급 방어구를 완성한 데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레전드 등급 칭호까지 받았으니까.
“축하하네.”
“역시 오늘은 자네가 쏘는 날이 맞았구만.”
헨리와 함께 작업했던 드워프 두 명은 축하의 말을 건네 왔다. 유갑스럽게도 그들은 전설 칭호를 받지 못했다.
헨리의 작업을 조금 도와주었을 뿐이었으니까.
그래도 유니크 등급에 해당하는 보상을 받았다.
헨리는 자신이 레전드 방어구를 만들어 냈다는 사실에 한성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자못 기대가 되었다.
‘그럼 이제 남은 건 한성이 오는 걸 기다리…….’
“여기 책임자 누구야!”
바로 그때, 토르해머 클랜의 공방 입구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공방 안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열 명 남짓한 클랜원들이 흠칫 놀라며 입구 쪽을 바라봤다.
순간 토르해머 클랜원들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곳에 검은 갑옷을 입고 있는 무리들이 있었다.
숫자는 약 다섯 명.
그리고 그들의 가슴에는 세발까마귀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블랙 레이븐 클랜!’
한성이 토르해머 클랜에 방문하려는 상황에서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온 것이다.
“무슨 일이오?”
비교적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과 가까이에 있던 토르해머 클랜원이 다가가 물었다.
“여기 헨리라는 놈 있지?”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 중 대장격인 칼프스가 앞으로 나서며 다짜고짜 반말을 내뱉었다.
“알아서 뭐하게?”
그러자 짧은 하얀 머리카락과 수염을 가진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토르해머 클랜원도 바로 말을 놓았다.
캐릭터 이름은 로이드로 50대 후반의 노인이었다.
또한 부클랜장이기도 했다.
“노인장. 잔말 말고 헨리라는 녀석 좀 부르지? 우리가 볼일이 좀 있거든?”
칼프스는 로이드가 말을 놓았다는 사실에 신경 쓰지 않고 공방 내를 둘러봤다.
그러다 입구 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헨리와 눈이 마주쳤다.
“네가 헨리냐?”
“무슨 일입니까?”
헨리의 말에 칼프스는 목표를 발견했다는 사실에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헨리에게 용건을 말했다.
“오늘 낮에 오리하르콘과 흑철을 구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우리한테 넘겨라. 그렇지 않으면…….”
칼프스는 가만히 헨리를 바라보다 공방 내를 둘러봤다.
그리고 비웃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